키치(kitch)라는 단어가 있다. 미술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로 사전으로 찾아보면 저속하거나 괴상한, 혹은 어울리지 않는 조악한 조합의 미술품을 가리키는데, 최근에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B급 문화나 엽기문화와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서 이렇게 괴상하거나 예상하기 힘든 조합 자체를 즐기는 일련의 경향을 뜻하기도 한다.

겉으로 보면 뻔한 것 같지만 알고보면 예상하기 힘든 의외성을 간직하고 있고, 상업적인 감성을 넘어 통속적인 문화까지 마음껏 추구하는 키치 문화. 이 게임을 해보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를 고민했었는데, 아마도 키치라는 단어가 가장 잘 들어맞지 않을까?

좀비라는 소재에 러닝 류의 게임이다. 여기까지만 설명하면 흔하디 흔한 모바일 게임 같다. 그런데 직접 해보니 B급 감성으로 버무려낸 나름의 특징을 잘 살렸고 눈여겨볼만한 독특한 장점도 갖추고 있다. 조이시티의 신작 러닝 어드벤처 '좀비가 세상을 지배한다 for Kakao (이하 좀세지)'.

B급 공포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부터 모바일 게임에서 흔한 스타일이 아니고, 3D 그래픽으로 그려낸 좀비는 예쁘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웃기면서도 색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친숙한 첫인상을 중요시하는 최근의 모바일 게임 시장을 떠올려보면 확실히 기존의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그러나 단순히 독특하기만 한 게임이라면 잠깐의 흥미에 그칠 뿐이다. 독특함의 안쪽에는 게이머들을 끌어들일만한 완성도와 재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나날이 치열해지는 모바일 게임 시장, 좀세지는 과연 어떤 재미를 숨기고 있을까? 조이시티의 모바일퍼블리싱 센터 박준승 팀장과 원소희 PM을 만났다.

[ ▲ 좀비가 세상을 지배한다! 프로모션 영상 ]




▲ 조이시티, 박준승 팀장(좌측)과 원소희 PM


흥행에 성공한 경쟁자가 많은 달리기 게임에 소재까지 공포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좀비다.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의 흥행 공식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

"흥행 공식을 따라서 개발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게임은 굉장히 많다. (웃음) 처음부터 달리기를 만들려고 했었던 것은 아닌데 좀비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다. 영화를 보면 좀비들이 끊임없이 달린다. 특히 월드워 Z라는 영화를 보면 달리는걸 넘어 우루루 몰려가서 벽을 타고 오르는 장면도 있다. 공포스럽고 심각한 장면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굉장히 웃긴 장면이기도 하다.

이렇게 목표를 향해 무작정 떼를 이뤄서 돌진하는 좀비들의 특징과 매력을 모바일 게임 안에서 우리 나름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싶었다. B급 감성을 갖춘 좀비가 와글와글 부하 좀비들을 데리고 코믹하게 달려가는 모습을 게임으로 표현하려고 하다보니 제일 적합한 장르가 러닝-달리기였다."


'좀비가 세상을 지배한다'라는 제목이 특이하다. 줄여서 '좀.세.지'로 부르던데 누가 지었는지 궁금하다.

"최근 추세에 따라 '모두의' 라던가 '다함께' 라던가... 그런 의견이 없던 것은 아닌데,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를테면 게임에 팡이 붙으면 누가 봐도 터트리는 게임이고, 러너가 붙으면 달리기 게임이다. 우리 게임은 기존과 차별화되는 키치한 매력이 특징이기 때문에 제목에 고정 관념을 넣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라리 B급 공포 영화같은 느낌을 떠올릴 수 있도록 '좀비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제목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부르기 힘들어도 익숙해지면 나름 우리 게임만의 장점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줄여서 '좀세지'가 되는데, '우리 게임이 좀 쎄지?' 같은 재미있는 느낌도 있고..."

B급 감성, 혹은 키치한 매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좀세지'가 기존의 달리기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요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제일 큰 특징은 달리는 위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보통 3방향, 혹은 5방향 등 고정되어 있는데, 좀세지는 가로 방향의 이동이 자유롭다. 또 하나의 특징은 달리면서 진형을 바꿀 수 있다. 게임 내에서 좀비들이 일렬로 달리거나, 아니면 가로로 넓게 퍼져서 달리도록 바꿀 수 있다. 아이템을 먹거나 고득점을 노릴때는 넓게 달리다가, 좁은 공간은 일렬 횡대로 빠져나가는 등 콘트롤의 재미가 있다.

그리고 게임에 등장하는 좀비 자체도 좀세지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예쁘지는 않은데 귀여운 구석도 좀 있고 달려가는걸 보고만 있어도 웃기고, 공포와 코믹이 뒤섞인 B급 좀비 영화같은 느낌을 추구했다. 찜질방 좀비는 훔친 수건을 등에 메고 식혜병을 지휘봉으로 들고 다니는 식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최대한 살렸다."



▲ 독특한 매력의 좀비들.


일반적인 달리기 게임은 원화에 가까운 2D 콘셉이 많은데, 좀세지는 3D를 선택했다. 이유가 있나?

"좀비들이 우글우글 모여서 달리는 모습이나 뛰어가는 등 다양한 동작들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2D 보다 3D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사운드나 모션 등이 무섭지 않고 재미있어야 하는데 2D로는 이런 매력을 살리기가 어렵다.

또한 3D는 콘텐츠 생산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달리기 게임들은 경쟁자가 많기 때문에 빠르게 콘텐츠를 따라잡고 생산할 수 있어야 유저들이 지루해 하지 않는다. 장기적인 개발 과정을 고려해보면 3D가 훨씬 빠르게 시장에 대처하고 콘텐츠를 추가할 수 있다."

좀비라고 하지만 실제 등장하는 캐릭터는 굉장히 밝은 느낌에 별의별 콘셉이 다 있는 것 같다.

"좀세지의 캐릭터는, 미국 유명 애니메이션 중에 '사우스파크'라고, 얼핏 보면 크게 신경을 안 쓴 것 같으면서도 캐릭터 자체의 매력은 잘 살아있는 그런 캐릭터성을 추구한다. 그래서 다양한 지휘봉과 함께 좀비 캐릭터 자체의 매력을 살리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달릴때의 배경 화면은 약간 어두운 편인데, 밝은 채도의 캐릭터들이 이런 점과 대비되면서 더욱 눈에 잘 들어온다. 찜질방에서 나온 좀비나 음악을 사랑하는 로커 좀비도 있고, 경찰관, 야구 소년, 마녀, 간호사 등 다양한 좀비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앞으로도 이런 매력넘치는 좀비 캐릭터들이 다수 추가될 것이다."





결국 게임은 재미있어야 한다.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앞서 말했던 자유로운 가로 이동과 진형 변경 외에 DNA가 있고, 각각의 캐릭터 자체에도 다양한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다. DNA는 지휘봉과 캐릭터를 보유할 경우 조합에 따라 얻게 되며, 최대 3개까지 장착할 수 있는 스킬이다. 다양한 DNA가 있으니 자기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좀비의 능력을 바꿔줄 수 있다.

또한 지휘봉과 캐릭터에는 달리기 속도나 체력, 좀비의 숫자, 체력 회복 등 다양한 옵션들이 등장한다. 진형을 계속 바꾸면 뭔가 특수한 능력이 발동하거나 체력이 낮아지면 보너스 점수가 오르는 등 특이한 옵션도 있고 지휘봉과 캐릭터가 세트 옵션이 있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도감들을 채워 나가면서 자기에게 맞는 좀비를 찾는 것도 재미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다."

모바일 게임인 만큼 소셜 요소가 중요한데, 친구 포인트로만 얻는 특별한 상점이 있다고 들었다.

"친구와 하트만 주고 받는 걸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우정 상점은 우정 점수를 소모해서 들어갈 수 있는 시간 제한 상점인데, 점수나 동전 X1.2배 등 고득점에 영향을 주는 강력한 아이템들을 구매할 수 있다. 아이템 구매도 하트로 하기 때문에 우정 점수가 많고 친구가 많은 사람이 유리하다. 게다가 상점이 열리면 친구에게 알려주고 공유할 수도 있다.

달리기 게임은 기본적으로 경쟁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협동이란 요소를 살리기가 쉽지 않았는데, 우정 상점으로 이런 소셜적인 요소를 보완했다. 우정 상점 뿐 아니라 '세계 정복'도 좀비라는 소재를 살리면서 친구와의 교류를 살릴 수 있는 부분이다."

▲ 고득점을 위해서 필수?! 우정 상점!


▲ 친구들과 함께 좀비를 만들어 세계 정복!


'세계 정복'이라는 단어는 전략 게임에서나 나올법한 느낌인데, 어떤 콘텐츠인지 궁금하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좀비들의 습격이지만, 좀비들의 입장에서는 인간들이 차지하고 있는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 아닐까? 게임 첫 화면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라는 유명한 명화의 패러디이다. 달리기 점수로 경쟁만 하다가 격차가 너무 커지면 재미없으니까 반대로 협동의 요소를 좀 넣고 싶었다.

각자 열심히 좀비를 만들면 그 숫자들이 친구들과 더해지고 결국 세계를 정복하게 된다. 마을, 도시, 대륙 등 정복한 단계에 따라 매주 캐시 아이템이나 캐릭터 뽑기 등 보상도 받는다. 잘하는 친구가 많아야 보상을 받기 때문에 각자 기록을 겨루는 랭킹과는 다른 협동의 재미가 있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러닝 류 게임에 대한 고정 관념이 있어서 차별화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좀세지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게임이다. 그냥 마구 달리는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 장애물을 피하는 진영도 중요하고, 중간에 나오는 특정한 포인트를 잘 활용해서 난관을 풀어나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캐릭터도 매력있고, 무엇보다 '다 비슷한 달리기 게임 아니야?' 라고 누군가 물었을때 '아냐, 이건 좀 달라.'라는 말을 꼭 듣고 싶었다.

게임을 만들면서 '플랜츠vs좀비'같은 게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좀비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무섭지 않고 귀엽고 재미있는 느낌의 게임. 장르나 소재를 떠나서 '좀비가 세상을 지배한다'가 게이머분들에게 재미있고 독특한 게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 명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패러디한 로딩 화면

▲ 장애물을 만나면 일렬로 모여서 돌파!

▲ 장애물마저 돌파하는 거대화 모드!

▲ 피버 모드일때는 넓게 퍼져서 와글와글 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