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기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긴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항상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던 ARETE. 아무리 강한 팀이라도, '그래도 ARETE를 이기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싶은 것이 아마 WTKL 팬들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그만큼 강력했고,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팀이 ARETE다.

오늘은 사뭇 달랐다. 평소 긴장하는 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았던 ARETE선수들의 얼굴엔 식은땀이 흘렀다. 경기를 바라보는 관중들 역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처음으로 세트 패배를 당한 ARETE는 패배 직전까지 가는 경기들을 겨우겨우 뒤집으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강력한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처음 출전하는 만큼 조금은 불안해보였던 ARPS는 예상보다 더욱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힘든 상대를 만나서였을까?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를 하기 위해 들어오는 ARETE의 송준협 팀장과 강정모 선수는 평소보다 더욱 지쳐보였다.

▲ ARETE의 송준협 팀장(좌)와 강정모 선수(우)


Q. 오늘 경기를 승리한 소감은?

송준협 : 너무 힘들었다. 우리를 너무 잘 아는 팀이기 떄문에 섣불리 들어갈 수가 없더라. 일부러 우리 팀의 스타일대로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일부러 수세로 한 것이 주효했다.

강정모 : 말한대로 상대가 우리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공세를 나가는데 부담이 많았고, 잔실수도 많았다. 그래도 중간중간 세이브를 해서 다행이었다


Q. 오늘 인상깊었던 장면이 많았는데,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꼽자면?

송준협 : 절벽 맵에서 점령게이지 100까지 차는걸 봤다. 짜증이 확 났는데, 군대가기 얼마 안남은 나노 선수가 그걸 끊어주더라. 인상깊었다.

강정모 : 절벽도 극적이었지만, 엔스크 당시 패배상황이 기억에 남는다. 2점 앞서는 상황이었지만, 이번 시즌 첫 패배이기도 했고, 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었다.


Q. 엔스크 경기같은 경우 과감한 돌진을 감행했다. 처음 의도는 뭐였나?

송준협 : 우리가 치고 들어가서, 발견하고, 쏘고, 끝내고. 이게 목적이었다. AMX 50 100의 장전시간을 노려 빠르게 진출했다.

강정모 : 처음에 한 대를 격파했을땐 그림이 좋았다. 그래도 평소하고 다른 전술을 쓰다 보니, 사선이 꼬이고 문제가 있었다.


Q. ARPS가 NOA를 상대할 때도 1승을 따낸 것이 엔스크였다. 평소 ARPS와 엔스크에서 연습전을 할 땐 어떤가?

송준협 : 실제로도 ARPS가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맵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Q. 오늘의 MVP를 한 명씩 뽑자면?

송준협 : 크리스티나 선수를 주고 싶다. 멘탈이 무너진걸 봤는데, 어린나이에도 침착하게 경기를 치르더라. 사실 모든 팀원들이 다 잘해주었다.

강정모 : 나노 선수를 주고 싶다. 절벽에서 슈퍼세이브도 멋있었고, 마지막 수도원 맵에서도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평소 실수가 조금 있었음에도, 오늘은 정말 멋진 경기를 보여주었다.


Q. ARPS 같은 경우, 이번 시즌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팀 중 하나였다. ARETE가 바라보는 ARPS는 어떤 팀인가?

송준협 : 많이 아쉽다. 강력한 팀이고,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팀인데, 우리를 만나서 멈추게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시즌을 더 진행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1주일간 같이 연습을 하지 않았는데, 이런 부분에선 미안한 마음도 있다.

강정모 : 경기를 경험한 선수들도 있지만,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많음에도 상당한 실력을 갖춘 팀이다. 앞으로도 더 갈고닦아 나온다면, 우리 팀에게 강력한 라이벌이 되지 않을 까 싶다. 이번엔 4강에서 만나 패배하게 되어 조금 아쉬운 면이 없지 않지만, 다음에는 더 높은 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Q. 결승에 진출하게 된 소감은?

송준협 : 팀을 유지하려면 결승을 꼭 올라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팀원들에게 해외여행 시켜주겠다고 약을 팔면서 연습을 했다. 이번 결승에서도 잘 해서 꼭 유럽에 가고 말겠다.

강정모 : 일단 결승에 오르게 되어 기쁘다. 게임에서 만난 사이임에도, 서로 양보하고, 배려해서 결승까지 오르게 되어 기쁘다. 결승을 준비하면서도 더욱 열심히 연습해 이번에도 우승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관중들은 오늘 경기가 가장 즐거웠다고 평하더라, 이번 시즌을 관중 입장에서 보자면, 어느 경기가 가장 재밌었을 것 같은가?

송준협 : 관중들 입장에서는 오늘 경기가 가장 즐겁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만큼 피말리는 경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팀들 역시 더 실력을 갈고 닦는다면, 오늘과 같이 긴박한 경기가 나오지 않을까? 사실 우린 별로 재미 없더라(웃음). 빨리 이겨버리는 경기가 재밌다.


Q. 송준협 팀장의 경우, 월탱걸과의 인터뷰 때 걸출한 입담을 보여준다.미리 준비하는 건가?

송준협 : 따로 준비한 것은 아니다. 중학교때 꿈이 프로레슬러였다. 그래서 마이크워크를 잘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트래쉬토크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프로레슬러가 못되지 않았나. 그래서 이런 기회에라도 그 본능이 살아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