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렷을 적 슈퍼패미콤이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된 수많은 게임을 즐겼던 기자는 지금까지도 하나의 작품을 잊지 못합니다. 그동안 명작이라 불리는 게임들을 많이도 즐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가장 먼저 기억하는 이유는 제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했었던 여운이 어른이 된 지금도 남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바로 '파이널 판타지6'입니다.

더군다나 3편과 4편, 5편 등 비디오 게임의 전성기에 등장했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속속 모바일로 한글화되어 출시되면서 고전 게임을 추억하는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출시되길 손꼽아 기대했던 것도 파이널 판타지 6편이었습니다.

티나, 에드가, 록, 맷슈, 세리스, 셋쳐... 주인공들의 이름만 들어도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을 만큼 재미있게 즐겼던 기억이 있는 게이머들의 입장에서는, 모바일에서의 파이널 판타지 6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올 것이 온 만큼 냉큼 버튼을 클릭해 구매했습니다. 실행 버튼을 클릭하자마자 울려 퍼지는 시리즈 전통의 Prelude. 그리고 오프닝, 마도기에 올라탄 채 눈덮인 설원을 헤쳐나가는 티나의 테마 음악은 저를 들뜨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파이널 판타지6에 대하여

파이널판타지6는 슈퍼패미콤의 황혼기를 장식한 명작입니다. 슈퍼패미콤이라는 기기의 모든 능력을 120% 활용했다고 알려져 있을 만큼, 그 당시로서는 최고의 그래픽과 뛰어난 연출, 환상적인 음악을 선보였죠. 특히 마도아머 세대가 눈이 내리는 설원을 걸어가는 파이널판타지 6의 인트로 씬은 역대 최고의 인트로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시대를 뛰어넘는 표현력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또한 시리즈를 탄생시킨 파이널판타지의 아버지 '사카구치 히로노부'가 전면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감독인 키타세 요시노리'가 제작을 맡아 세대를 넘긴 게임이기도 합니다. 이미 3편부터 밀리언 타이틀의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던 파이널 판타지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엄청나지 않았을까요? 물론 사카구치 히로노부는 여전히 PD로 활약하면서 환상적이라 평가받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냅니다.

5편에 이르러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던 직업 변경(Job Change) 시스템을 버리고 마법과 기계가 공존하는 스팀 펑크 세계관을 채택하는 등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파이널 판타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비판과 찬사를 동시에 받기도 했습니다. 밸런스 부분에서 너무 쉽다는 평을 들을 만큼 전투 자체의 깊이는 줄었다는 평도 들었고요.

그러나 과거의 판타지를 넘어 기계와 마법이 결합된 스팀펑크 세계관과 각각의 인물들이 풀어내는 옴니버스형 스토리 진행 방식, 음악감독 우에마츠 노부오가 들려주는 시기 적절한 BGM, 그리고 슈퍼패미콤의 황혼기를 장식했다는 점은 파이널 판타지6가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었죠.


▲ 슈퍼 패미콤 버전 파이널 판타지 6



바뀐 그래픽, 그러나 과거의 느낌은 살아있다.

파이널 판타지6는 전작인 파이널 판타지5 형식의 그래픽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3D와 2D의 애매한 조합이라고 해야할지...... 약간 붕 뜬 느낌이 있는 그래픽이지만, 과거의 느낌을 살리겠다는 의지는 엿보였습니다. 예를 들면 몬스터를 공격할 때 뜨는 대미지 그래픽의 경우 우리가 흔히 알던 도트의 형태로 출력되고, 맵을 이동할 때도 캐릭터만 3D일뿐 나머지는 도트방식의 형태를 그대로 가져오려고 한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이미 한 번 등장한 게임이 재 출시하는 경우에는 새롭게 탈바꿈하여 출시할지, 혹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선보일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새롭게 보이자니 과거의 유저들이 싫어할 것 같고, 그렇다고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오자니 트렌드에 맞지 않는 것 같고, 그런 점에서 파이널 판타지6의 모습은 새로움과 전통의 중간 점을 발견한 듯 보였습니다.

또한 파이널 판타지6는 편의성을 고려해서 모바일에 맞게 가상 패드를 도입하는 등 인터페이스 부분도 수정되었습니다. 메뉴 부분에서 쉽게 캐릭터들의 능력치나 장비 마법을 볼 수 있는 점, 과거 조이패드로 사용해야 했던 매시의 필살기는 키패드 형식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한 점, 전투 인터페이스도 과거와는 다르게 슬라이드 형식으로 바뀐 점 등 모바일로 이용하는 유저들이 좀 더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죠.

▲ 모바일에 최적화 된 인터페이스


▲ 친절하게 바뀐 전투시스템을 설명해준다


▲ 최고의 인트로로 꼽히는 처음의 장면


물론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인 경우에는 전투 인터페이스가 더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그마한 화면에 터치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보니 잘못 클릭하는 경우도 생겼고요. 베가R3을 사용하는 기자는 회복계 마법인 케알을 쓰려다가 파이어를 3번 사용했던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바일로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 복잡한 인터페이스로 인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음악, 일러스트를 통해 추억의 감정을 다시 떠올리다.

스퀘어에닉스의 명작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는 게임 자체의 재미나 멋진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내내 귀를 즐겁게 만드는 우에마츠 노부오의 환상적인 음악으로도 유명합니다. 심지어 오케스트라로 연주회를 연적도 있으며 몇몇 파이널 판타지 OST는 게임 음악 중에 베스트로 꼽히기도 하죠.

SFC 시절에는 용량의 한계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모바일에서는 최근에 맞게 리마스터링되어 더욱 풍부해진 음악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스피커로는 잘 못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들었을 때 과거의 음악이 좀 더 선명하게 들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고요. 그냥 들어도 좋은 음악들을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더 나은 음질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은 파이널 판타지를 기억하는 게이머인 이상 더욱더 사랑스럽게 만들어 주는 부분이 되었습니다.


▲ 세리스의 아리아로 알려진 Aria di Mezzo Carattere 많이 들어본분은 알겠지만
나중에 코드만 조금 바뀌어 에어리스 테마로 재 등장


또한 과거의 파이널 판타지6는 도트 그래픽을 이용한 아기자기함으로 유저들을 매혹했다면 이번 버전에서는 독특한 일러스트를 보여줌으로서 내가 플레이 하는 캐릭터에 대한 상상력을 증폭시킵니다. 물론 과거에 상상했던 그들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은 다를 수 있겠지만, 그래도 과거보다 더욱 많은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나온 파이널 판타지6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과거의 느낌 보다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난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검성 카이엔 같은 경우 저는 멋진 흑발의 장검 전사를 상상했었는데(실제 과거에는 그런 캐릭터였었죠), 여기서는 웬 갈색 옷을 입으신 중년 아저씨가 등장합니다. 이런 부분은 과거의 카이엔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라는 생각을 들게 하였습니다.


▲나의 고독한 사무라이 카이엔은 어디로 갔는가


사실 스토리상 카이엔은 나이를 먹은 인물이 맞습니다. 그러나 어렸을 적 나의 카이엔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어요. 강렬한 검사. 혼자의 길을 걸어가는 고독함. 그 모든 것들이 담겨있었는데, 이 모바일에서 등장하는 버전에서는 그런 느낌보다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의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더군요.

사람마다 게임을 즐기면서 얻는 느낌들은 다르겠지만, 이번 모바일 버전 파이널 판타지6를 만나는 유저들은 조금씩 과거의 추억보다는 조금은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만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 게임 내 일러스트도 조금씩 바뀌었다



공략집은 추억 속으로... 일본어가 아닌 한글로 즐기는 파이널 판타지6

번역되어 들어오는 책을 구매해야 할 때, 기자는 역자를 찾아봅니다. 역자가 해석한 의미대로 책의 내용 전달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과거 파이널 판타지 6도 공략집을 사서 플레이할 때 이 의미가 맞는 의미인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100% 한글화돼서 출시되었거든요. RPG를 즐길 때 느낄 수 있는 몰입감을 이끌어 내는 장치가 시나리오인데, 이제는 이 시나리오를 게임을 하면서 바로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파이널 판타지6의 경우에는 등장하는 캐릭터가 각자의 시나리오로 진행되는 옴니버스 스타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각각의 캐릭터의 대사나 중간중간의 나레이션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한글화 덕분에 파이널 판타지6를 즐기면서 완벽한 시나리오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죠.

▲ 100% 한글화는 게임에 더욱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



조금은 아쉽다. 그러나 그 아쉬움은 '파이널 판타지6'라는 작품이기 때문.

과거의 향수를 살린 것도 좋고, 모바일 유저들에 대한 배려심도 좋아요. 그러나 아쉽게도 완벽할 줄만 알았던 파이널 판타지6에도 단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가상패드와 어색한 그래픽입니다.

보통 콘솔 같은 경우에는 조이패드, PC는 키보드를 사용하겠지만, 모바일은 터치스크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특히 모바일에서 RPG류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이동과 스킬 사용 버튼 등이 필요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을 메꾸기 위해 터치스크린 내에 가상으로 패드를 만들어 적용시켰죠. 문제는 이 가상패드의 조작감이 유저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숨겨진 장소와 아이템이 많은 파이널 판타지6의 경우 가상패드의 조작감이 불편할 경우 게임 플레이에 힘든 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여관 계단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왔다 갔다만 하는 모습이나 숨겨진 아이템을 먹기 위해서 잦은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가 원하는 장소로 가기보다는 옆의 장소로 움직이는 캐릭터들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 매시의 필살기 커맨드 입력은 쉬워졌다


사실 가상패드 문제는 파이널판타지6 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리메이크 된 작품 모두 비슷한 가상패드를 사용하고 있었고, 이런 가상패드로 인한 불편함을 느낀 유저 들은 많았거든요. 지금까지 많은 버전을 리메이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한 불편함을 해소되지 못했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습니다.

또한 모바일로 새롭게 등장하면서 리뉴얼 된 그래픽은 마무리가 아쉬웠습니다. 아무래도 3D와 2D 형태로 표현하다보니 게임을 플레이 할 때 캐릭터의 움직임과 필드내의 표현이 이질감이 느껴졌습니다. 스마트폰이 많이 발전된 만큼 조금 더 나은 퀄리티의 그래픽을 표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고요.


▲ 파이널 판타지2에서 부터 꾸준히 등장한 시드


사실 과거의 파이널 판타지6는 슈퍼패미콤의 모든 능력을 사용했다는 느낌이 들었던 그래픽이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표현력을 보여주었다고 할수 있었죠. 노을지는 하늘, 비공정, 이펙트... 지금은 고해상도로 리터칭 되었지만 조금만 더 과거의 느낌을 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파이널 판타지6를 플레이하면서 문득 얼마 전 응답하라 1994라는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 드라마는 과거 1994년도에 있었던 추억을 드라마화시켜 큰 성공을 거두었죠.

파이널판타지6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1994년 어린 저에게 감동을 주었던 작품이었는 만큼 그 당시 느낄 수 있었던 수수하면서도 아름다웠던 그 감정을 살릴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과거 기억하는 추억은 결국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리메이크된 게임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 캐릭터와 필드 그래픽의 이질감



기분은 좋습니다. 어렷을적에 슈퍼패미콤으로 즐기며 눈물을 흘렸던 추억 속의 작품이 언제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되었으니 과거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일 먼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준 스퀘어 에닉스와 파이널 판타지 6에게 감사를. 그리고 혹시라도 다음에 등장할지 모르는 7편에서는 더욱 멋진 모습으로 다가와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말이죠.

본문에 언급된 자잘한 문제는 어쩌면 '명작'반열에 올라있는 파이널 판타지6 이기 때문에 생기는 아쉬움입니다. 1994년에 등장해서 20주년을 맞이해 출시된 만큼, 모바일에서도 과거 못지않게 많은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영원한 명작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소환수의 컷 인도 업그레이드!


▲ 셋쳐의 합류 대사, 명 대사로 손 꼽힌다


▲ 에드가의 어설픈 여자 꼬시기는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