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높은 효율을 보이는 대세 무기는 한손검와 양손검이다. 그러다 보니 랭킹에 오른 유저 대부분은 한손검과 양손검이고, 지팡이는 희박한 편이다. 게다가 지팡이는 힐러라는 고정 관념 때문에 항상 일점사 1순위다.

하지만 이번 3대 아크로드는 이러한 편견을 깨고, 지팡이로 아크로드에 등극했다. 바로 Talk 길드의 '아쿠'이다. 더 놀라운 건 이번이 2번째 아크로드라는 사실. 과연 어떤 험난한 과정이 있었는지, 지팡이를 들고 치열한 결정전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는지 등 인터뷰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 무려 2번이나 아크로드가 된 '아쿠'



- 만나서 반갑다. 인벤 가족분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한다.

아쿠 : 인벤 가족분과 인터뷰를 통해 만나게 되어 영광이다. 일산에 사는 22살의 풋풋한 청년이다. 현재 킹왕짱 Talk 길드에 적을 두고 있다.



- 캐릭터 이름이 아기자기한 여성 느낌이다. 무슨 뜻인가?

아쿠 : 사지타 서버 시절, 귀여운 것을 좋아해서 앗쿠라는 캐릭터명을 사용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을 악담하는 일(?)을 앗쿠라고 하더라. 그래서 파투스 서버로 통합될 때 아쿠로 변경했다.


- 사지타 서버에서도 아크로드가 된 적이 있지 않은가?

아쿠 : 사지타 서버에서 앗쿠라는 캐릭터 이름을 사용할 때 비공식 3대 아크로드에 된 적이 있다. 당시 문이 안열리는 버그 때문에 한참을 기다렸고, 뒤늦게 GM이 초기화를 시켜줬었다. 그때는 10만 캐시를 받아 매우 기뻤었다. (웃음)


▲ 이제는 공식 아크로드가 되어 명예에 전당에 등록되었다.



- 공식적인 아크로드가 되어 기분이 어떤가? 소감을 말해달라.

아쿠 : 기분이 그리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약간 어벙벙한 정도. 차라리 비공식 아크로드 선발전 때는 상금으로 10만 캐시를 줬었기에 그때가 더 좋았다. 개인적으로 아크로드가 되어 불편한 점이 더 늘어났다.



-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데 불편한 점이라니…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쿠 : 일단 욕을 굉장히 많이 받게 된다. 전장에서 수호용을 소환하면 렉이 더 심해진다며 같은 진영이 불만을 표출하고, 적은 타겟팅이 힘들다고 확성기로 심한 말을 한다. 게다가 아크로드 채팅이 상대 진영도 보이기에 데몰리션 진영 유저가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것도 부담이다. 아무래도 시선이 집중되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최근 들어 정도가 심하다.


▲ 극강 포스를 자랑하는 수호룡은, 렉 유발도 극강이라고…



- 대세 무기인 한손검이나 양손검이 아닌, 일대일에 불리한 지팡이로 아크로드가 되었다.

아쿠 : 지팡이가 일대일 대결에 약하다는 인식은 잘못된 상식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 지팡이, 완드 계열이 일대일 최강이라고 생각한다. 강력한 폭딜과 지속적인 힐 스킬, 방어도는 장비 아이템으로 메꾸면 된다.

또한, 나는 모든 무기를 다뤄보고 각 무기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다. 주 무기로 사용할 때와 보조 무기로 사용할 때 느낌이 다르기에 이러한 부분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판단하는 것이 나의 장점이다. 게다가 한 차례 아크로드가 된 경험이 있었기에 긴장을 하지 않았던 것도 크게 작용했다.



- 지팡이 입장에서 아크로드의 장단점이 무엇인가?

아쿠 : 가장 눈에 띄는 효과는 체력 보완이다. 무려 10,000이나 증가하기에 생존력이 매우 뛰어나다. 게다가 풀 도핑 후 아크로드 스킬을 사용하면 마법 공격력이 무려 2,000에 육박한다. 실로 웬만한 적들은 아이스크림 녹이듯 빠르게 처치할 수 있다.

단점으로는 전장에서 메즈 1순위라는 점. 재우기 스킬을 하도 당하다 보니 종일 잠만 자게 된다. 또한, 소규모 전장에서 수호용을 꺼낼 시 상대 진영에게 욕을 먹는다는 것도 단점이다.



- 지팡이는 캐스팅이 있어 석궁보다 기여도 획득이 힘들 것 같은데.

아쿠 : 편의성만 따지면 석궁과 활보다 안 좋다. 캐스팅 도중 상대가 죽거나 범위 밖으로 벗어나면 시전을 다시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하지만 첫 시전 스킬만 적중되면 딜량은 석궁을 압도한다. 이 부분은 익숙해 지면 그리 불편하지 않게 딜을 넣을 수 있다. 주로 긴 사거리를 이용하여 2선에 있는 적을 녹이는 게 중요!





- 아크로드 결정전 당시 예선전 상황을 설명해 달라.

아쿠 : 사실 이번 아크로드 결정전은 기대를 안 했다. 하지만 우연히 같은 길드원 3명과 함께 예선전을 치르게 되었다. 당시 5시 방의 20명 중 에임하이가 3명밖에 없었는데, 그 3명이 같은 길드원이었던 것.

아마 데몰리션 유저들은 에임하이 수가 적어 신경을 안 쓴 것 같다. 서로 같은 진영을 먼저 쓰러트리기 위해 움직였고, 나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결국, 데몰리션 5명만 남게 되어 5:3 구도로 진행되었으나 수적 불리함을 이겨내고 모두 제압할 수 있었다.



- 보통 예선전 때, 문 앞에서 배수의 진을 치는 유저들이 많더라. 따로 이유가 있는지?

아쿠 : 예선전이 진행되는 방에서 문이 있는 방향에 쉼터 같은 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방 안의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 있고, 남들보다 발 빠르게 정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전략적 요충지인 것.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대한 이쪽 자리를 선점할 시 예선전을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


▲ 입구 방향에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 출처 : 인벤 가족 '꽃꽂은애'의 스샷



- 최종 결승전 상황은 어땠는지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아쿠 : 살인마 유저가 양보해 주었기에 반드시 이기겠다는 마음을 먹고 중앙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던 중 적 한 명이 강화 스킬을 사용하고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상대 강화 스킬이 끝날 때까지 도망간 후 강화 스킬이 끝나자마자 공격에 들어갔다.

초반에는 상대가 회피 궁수여서 마법 스킬이 계속 빗나갔지만, 적중 방어구로 스왑하여 빠르게 제압했다. 상대가 나의 폭딜을 모두 회피하다 갑자기 연타로 적중해 당황한 것 같더라. 게다가 회피 세팅이라 상대 체력이 낮아 순간 폭딜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회피 궁수가 다른 1명을 미리 제압하고 나에게 온 것이라 바로 아크로드가 되었다.



- 최종전 때 적중 방어구로 갈아입었다고 했는데, 방어구도 스왑하는 건가?

아쿠 : 무기와 방어구 모두 스왑한다. 기본적인 평균 세팅에 적중 방어구인 소멸 세트 3부위를 갈아 입고,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는 물리 방어도 12,000과 마법 방어도 8,000 세팅, 그리고 물리 방어력 8,000과 마법 방어도 12,000 세팅을 스왑한다. 보조 무기는 한손검과 방패를 단축키로 스왑하고, 다른 무기는 수동으로 스왑한다.



- 장비 아이템이 매우 궁금한데, 공개해 줄 수 있는지?

아쿠 : 음… 별로 특징이 있거나 좋은 아이템이 없어 보여줄 만한 게 없다. 현재 사용하는 무기는 애착이 많이 가므로 공개하겠다. +7까지 강화하는 데 무려 900개의 강화석이 소모되었다. 평생 잊지 못할 아이템이다.


▲ +7까지 강화석이 무려 900개나…



- 현재 대규모 전장에서 에임하이가 불리한데, 전세를 뒤집기 위해 준비 중인 게 있는지.

아쿠 : 굳이 내가 나서서 리딩이나 오더를 내려야겠다고 생각한 적 없다. 물론 길드 단위로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없다. 현재 대규모 전장의 분위기는 잠수 유저들이 많아 개인, 길드의 노력으로 전세를 뒤집을 방법이 없다. 잠수 유저 외 모든 에임하이가 원기의 돌과 캐시 물약을 먹고 싸워도 불리한 상황이다.

현재 약 200명 중, 80명가량이 잠수 유저인데, 어떻게 전세를 뒤집겠는가? 게임사의 특별 조치가 없는 한 다들 랭킹만 올리려고 할 것이다.



- 많은 인원이 왜 잠수를 탄다고 생각하는가?

아쿠 : 간단하다. 전장에 참여해도 얻어가는 게 없기 때문. 아무리 열심히해서 같은 진영이 이겨도 랭킹에 못 들면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누구나 '랭킹권에서 멀어지면 커피 한잔 하면서 쉬어야지.'라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

기여도에 대한 범위를 넓히고, 이에 따른 차등 분배 시스템이 시급한 상황이다. 게임사의 시스템적인 개선이 없는 한 유저에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대로 놔두면 잠수 유저는 더 늘어날 것이다.

물론, 개선되어도 잠수를 타는 유저를 완벽하게 근절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 '그냥 잠수 타버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을 돌릴 수는 있다. 그럼 자연스레 잠수 유저도 적어질 테고, 아크로드를 떠나기 일보 직전의 유저들도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할 말이 있다면?

아쿠 : 사지타 서버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당시 PVP 길드에 있던 시절로… 그때는 알렉사르 서버보다 전체 인원도 많았고, 전장을 전문적으로 뛰는 유저들도 정말 많았다. PvP 발군인 유저들과 인던 타임어택 유저 등 고수들이 모여있는 중원 같은 곳이었다.

그때 함께 게임을 즐겼던 도전형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사지타 1대 아크로드였던 진실이도 보고 싶다. 진실아 돌아와. 기다릴게! 사랑한다! (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