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시뮬레이터' 알파 버전 플레이 영상]

"무심코 날아온 돌에 맞아본 적이 있는가? 뭐, 어릴 때야 운동신경도 둔하고 판단이 빠르지 않으니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성인이 되서도 날라오는 돌에 맞는, 그런 일상을 사는 무리가 있으니 바로 우리들 '염소'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정말 인간이라는 종족은 잔인하기 그지 없다. 자신들의 생활 편의성을 위해 타 종족에게 일을 시키고 살육을 마다 않는, 참으로 이기적인 생명체가 아니던가! 우리가 얼마나 크나큰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은 알지 못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괴로움을 인간들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 염소들에 대한 대접이 좋아지겠지."


[관련기사] 처절함 그 자체! 동물의 삶 느껴보는 '염소 시뮬레이터' 등장

그래서 준비된 게임이 있다... 는 무슨. 개발자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게임으로 플레이해보고 싶어 만든 게임이다. 바로 '생텀' 개발사 '커피스테인 스튜디오(CoffeeStain Studios)'의 신작 '염소 시뮬레이터(Goat Simulator)'이다.

트럭을 몰거나 수술을 하거나 경작을 해보는 시뮬레이터는 있어도, 행위자가 인간이 아닌 동물이 되어 행동을 펼치는 시뮬레이터는 쉽게 보기는 어려운 소재였다. 그런 와중에 '염소 시뮬레이터'가 등장, 지난 2월 5일에는 해당 타이틀의 알파 버전 게임플레이 영상이 공개되면서 게임 유저와 각종 매체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목이 접힌 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거나, 지나가는 차에 치여 홈런맞은 야구공마냥 저 멀리 날아가버리는 등 '염소 시뮬레이터'에서는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법한 모션들을 염소를 통해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궁금했다. 이 개발자는 도대체 왜 '염소 시뮬레이터' 를 대체 왜 만들었을까? 트위터를 통해 "이 작품이 정식으로 출시될 만한 IP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에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리 엔진을 사용한 나름의 고퀄리티(?) 작품이었기에, 출시도 안할 게임에 왜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까에 대한 질문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래서 사심 가득한 마음을 안고 이메일을 작성하여 '커피스테인 스튜디오'로 보내보았다. "대체 염소 시뮬레이터는 왜 만들었니?"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온 답변은 "재밌어서 만들었어. 메에에~" 였다. 게임에서도 얼핏 느껴지지만 어딘가 모르게 4차원의 정신 세계가 물씬 느껴진달까.

인터뷰를 진행하고 며칠 뒤, 그들은 '염소 시뮬레이터'를 스팀에 출시한다고 선언했다. 많은 매체 및 BJ, 일반 게임 유저들이 이 게임을 정식으로 출시해달라고 많은 피드백을 보냈으며, 이에 출시를 결정하게 된 것. 그래서 스팀 출시를 앞두고 있는 '염소 시뮬레이터'에 대해 게임 디자이너 및 PR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는 'Armin Ibrisagic'에게 물어보았다.



[ ▲ 'Armin Ibrisagic'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왜 '염소 시뮬레이터'를 만드셨나요?

간단합니다. 처음 '염소 시뮬레이터'를 만들게 된 계기는 제가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로 게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머리 속으로 가지고 있던 독특한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구현해서, 이를 가지고 즐겁게 플레이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이유를 덧붙이자면 신입 프로그래머들에게 '염소 시뮬레이터'에서 사용된 게임 엔진에 관한 훈련을 시키기 위함도 있었습니다. 염소의 움직임을 물리 엔진을 통해 구현하는 과정을 알려주면서 신입 프로그래머들이 엔진 사용법에 대해 보다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지구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동물이 살고 있습니다. 애완동물로써 친근한 강아지나 고양이도 있는데, 왜 하필 '염소'인가요?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잘 생각해보시면 말이죠. 지구 상의 모든 동물들은 염소 그 이상 혹은 그 이하로 정의내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린의 경우, 매우 키가 큰 염소라고 볼 수 있죠. 고양이는 조그만한 솜털로 뒤덮인 염소고요. 곰은 일반 염소보다 털이 더 풍성한 큰 사이즈의 염소입니다.

[▲ 세상의 중심에서 염소를 외치다]


'염소 시뮬레이터'를 통해 유저들이 어떠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을까요?

제가 어릴 적에 스케이팅 게임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염소 시뮬레이터' 역시 스케이팅 게임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볼 수 있죠. 다만 스케이터가 아닌 염소가 되어 플레이를 한다는게 차이점일 겁니다. 또한, 스케이팅 기술을 쓰면서 포인트를 획득하는 것 대신 물건들을 엉망진창으로 늘어놓고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행동에서 포인트를 딸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저들은 게임 내에서 어떠한 물건을 파괴하든지 간에 포인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폼나는 방식으로 사물을 부수면 보너스 점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붕 위로 기어 올라가서 뒤로 공중제비를 넘으며 달리는 차 위로 착지하면 어마어마한 점수를 받게 되죠!




트레일러 영상을 보면 염소의 모션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돌진도 있고 사물을 날리는 등 다양한 움직임이 구현되어 있는데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염소 액션이 가능한가요?

'염소 시뮬레이터' 내에서 염소는 다양한 액션을 취할 수 있습니다. 전력으로 질주해서 사물 속으로 뛰어들어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도 있고, 머리로 물건을 들이받아 멀리 날릴 수도 있습니다. '양동이'가 들이받는 모션에 최적화 된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게임 내에서도 양동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죠. 그 외에 다리를 뒤로 젖혀서 뒤로 발차기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그 중에서도 가장 재밌는 모션은 사물을 혀로 핥는 겁니다. 물건을 핥으면 그 물건이 염소 혀에 들러붙어서 따라다닙니다. 염소보다 훨씬 큰 물건도 들러붙고요. 심지어는 사람도 붙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혀로 핥아서 그를 높은 빌딩으로 운반, 떨어트려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플레이도 가능하죠. 아주 파워풀한 염소이죠.

나아가 염소가 "메에에에~"하고 울부짖게 하는 버튼도 있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메에에에~"는 재미없지 않나요? 그래서 현재 저희는 플레이어들이 각자 음성을 녹음해서 염소 울음 소리로 지정할 수 있도록 기능을 도입할 생각입니다.

[▲ 잘 조준해서 양동이를 힘껏 들이 받는다.]

[▲ 헤드샷!]


영상을 보면 염소가 차에 치여 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충돌사고가 게임 내에서 가지는 의미를 잘 모르겠는데요. 차에 치여서 멀리 날아가면 얻을 수 있는 특별 보너스가 있는건가요?

달려오는 차와의 충돌, 그리고 멀리 멀리 날아가는 광경을 넣은 건 다른 이유는 아닙니다. 재밌어서입니다. 차에 치여서 야구공마냥 염소가 멀리 날아오르는 그 광경과 염소의 우아한(?) 비행모션은 정말 볼 만한 광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장면도 있는데, 염소가 목이 꺾인 상태로 올라가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러한 연출이 혹시 의도된 건가요?

아닙니다. 사실 염소 목이 접히는 현상은 버그였습니다. 다른 사물과 염소가 충돌하면 목이 꺾이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구부러지게끔 하는 것이 첫 저희 의도였거든요. 그런데 버그를 발견하고 나서 보니 너무 웃기고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대로 둘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안 고칠거고요.(웃음)

[▲ 불렀나옹~◐ㅡ◑?]


염소가 파티 현장에 돌진해 난동을 부리는 장면도 있습니다. 도로, 가정집, 파티장 등 다양한 공간이 구현되고 있는데요. 그 외에 또 어떤 장소에서 플레이가 가능할까요?

저희는 매일 새로운 장소들을 '염소 시뮬레이터' 내에 추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컨텐츠 볼륨을 키워가고 있고요. 최근에는 가스 충전소를 도입했습니다. 그 속에서 염소는 가스 충전소를 통째로 폭파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플레이어 하기 나름이겠지만요.

[▲ 닝겐따위가!]

[▲ 닝겐따위가!(2)]


향후에 멀티플레이를 지원할 계획은 있나요?

'염소 시뮬레이터' 개발에 물리 엔진을 적용하는 그 순간부터 저희는 멀티플레이 지원에 대한 생각을 접었습니다. 물리 기반으로 게임이 제작되면서 멀티플레이와는 동기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향후에도 멀티플레이를 지원하지는 않을겁니다.


물리 엔진이 적용되었다고 했는데요. 개발 과정에 대해 더 자세하게 얘기해주세요.

저희는 '언리얼 엔진3'를 이용해 '염소 시뮬레이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엔비디아 PhysX와 움직임 관련 함수(Apex functions)를 함께 이용해 게임 속 물리 현상을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핵심 함수들이 빨리 개발될 수 있었죠.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던 녹화본도 저희가 개발을 시작한 지 3주 만에 나온 결과물이었습니다.




'염소 시뮬레이터'는 정식 타이틀로 출시할 생각이 없다고 했었는데요. 최근 공개된 바에 따르면 스팀을 통해 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출시하기로 마음 먹으신건지?

저희도 '염소 시뮬레이터'가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 몰랐어요! 그런데 유튜브에 올렸던 영상 조회수가 백만이 넘고 2백만이 넘어가는 걸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염소를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밸브에 연락해서 이 게임을 스팀에 넣어줄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정말 운 좋게도 밸브 내에도 '염소 시뮬레이터' 팬들이 상당히 많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게임 출시까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염소 시뮬레이터' 프리오더 트레일러 영상]


여러 매체에서 관심을 보이고 컨택을 했을 것 같은데요. 매체나 이용자들로부터 어떠한 피드백을 받으셨는지요? 기억에 남는 멘트가 있다면 말해주세요.

'염소 시뮬레이터'를 스팀에 출시한다고 발표한 이후에 약 150여개의 매체에서 이 게임에 대한 기사를 다루더라고요! 특히 '코타쿠(Kotaku)'와 '락페이퍼샷건(RockPaperShotgun)', 'PC게이머(PCgamer)', '게임인포머(GameInformer)'와 같은 대형 사이트에서도 피드백이 오는게 너무 신기하면서도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게임 유저들이 보내 온 피드백들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올해의 게임(GOTY2014)으로 선정되어야 한다"라던가 "염소 시뮬레이터는 죽음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주는 질병 치료제다. 왜냐면 웃기니까"라는 식의 코믹한 대답들을 볼 수 있었거든요.

'염소 시뮬레이터'를 좋아하지 않는 게임 유저는 '즐거움을 맛보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일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염소 시뮬레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유저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한국 게임 시장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 게임 개발자들과 게임 유저들은 저희에게 큰 영감을 선사하기 때문이죠. 많은 호응과 지지로 '염소 시뮬레이터'가 스팀으로 조만간 출시 되는데요. 염소를 통해 웃고 즐기면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재밌는 시간을 공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