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크고 작은 길드가 통합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귀신 길드가 명운 길드로 통합을, 큰 길드중 하나였던 War 길드와 Line 길드가 Union 길드로 통합을 마쳤다. 이렇듯 두 진영의 기둥과도 같은 길드들이 통합 작업을 거치면서 규모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소수의 인원을 유지하고 있는 길드가 있다. 더군다나 새롭게 창설한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많은 큰 길드를 찾기 마련인데, 이들은 대세를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데몰리션 진영의 '킹콩킹콩킹콩킹콩킹콩' 길드. 알고 보니 속사정이 많은 길드였다.


▲ 길드명이 독특한 '킹콩킹콩킹콩킹콩킹콩킹콩' 길드.



- 만나서 반갑다. 인벤 가족분들에게 인사와 소개 부탁한다.

킹콩 : 만나서 반갑다. 창설한지 얼마 안 된 킹콩 길드다. 나를 포함해 총 7명의 소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로지 소규모 전장을 위한 길드로 PvP 특화 길드다. 인던은 간혹 물약 값을 보충하기 위해 보통 난이도만 솔플로 가곤 한다.



- 길드 이름이 길고, 매우 독특하다.

킹콩 : 개성있지 않은가? (웃음) 아마 우리 길드 명이 가장 길 것이다. 재밌는 일화로 전장에서 서로 1열로 선 상태로 상대 진영에게 돌진한 적이 있다. 일정 간격을 벌린 상태에서 1열로 스니까 킹콩이 쭉 이어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때 상대가 뒷걸음을 치며 도망간 적이 있었는데 정말 압권이었다.



- 본래 데몰리션의 큰 길드 중 하나인 LINE 길드 멤버로 알고 있다.

킹콩 : 그렇다. 현재 인원 모두 LINE 길드에 있었으나 WAR 길드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추구하는 바가 달라 탈퇴하게 되었다. 이렇게 탈퇴한 이들이 모여 만든 게 킹콩 길드다.



- 사지타 서버에서 이어진 길드로 꽤 오래된 길드지 않나. 어떤 속사정이 있는가?

라떼 : 킹콩이가 말주변이 없어 내가 대신 말하겠다. 사실 지금 아크로드를 즐기고 있는 유저들은 데몰리션, 에임하이 할 것 없이 모두 인연이 있는 사이다. 현재 소수의 인원만 남아 있어 매일 보는 사람만 또 보기 때문. 꼭 서로 친하거나 귓속말을 주고받지 않더라도 인던이나 전장을 함께 플레이한 적이 있을 정도니까. 이 바닥이 굉장히 좁은 것도 한몫 했다고 본다.

문제는 매일 보는 유저들 중 우리와 안 좋은 감정이 있는 유저들이 몇몇 있다. 게다가 예전에 한두 번씩 트러블이 있었던 유저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 의사와는 상관없이 평소 사이가 안 좋던 유저들을 가입시키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킹콩이가 길드 탈퇴 후 킹콩 길드를 만들었고, 탈퇴한 인원이 여기에 모이게 된 것이다.





- 새로운 길드원을 뽑는 기준에 대한 문제인 것 같은데.

라떼 : 예전에는 LINE 길드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PvP 컨트롤와 전장 아이템 세팅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자격 조건을 갖춘 유저들만 가입할 수 있고, 길드원의 의사도 물어보는 것이 당연했다. 예전 내가 길마였을 때는 길드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War 길드는 가입 별도로 가입 조건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원도 꽤 많았던 것. Union 길드로 통합하고 나서도 War 길드의 가입 방침이 유지됬던 게 우리랑 맞지 않는 부분이었다.



- 길마였다면 합병을 반대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 않았는가?

라떼 : 개인적인 일이 바빠 길드장을 넘겨준 상태였다. 물론, 나는 반대를 했지만, 길드원 다수가 길드 통합에 찬성했었다.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떠난 상황이라 예전처럼 접속률이 좋지 못한 것도 큰 영향이었고.

그리고 지난주 아크로드 결정전 시작 전에 War 길드 길마에게 귓말이 왔었다. 에임하이에게 아크로드를 줄 수 없으니 데몰리션끼리 협력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 덕에 LINE 길드 2대 길마인 비룡이 아크로드가 되었고, 이 친분을 바탕으로 합병이 추진된 것 같다.





- LINE 길드에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다.

라떼 : 음…. 나는 오픈 베타 서비스 때부터 아크로드2를 시작했었다. 전쟁이 테마인 게임을 좋아하는데, 아크로드2의 전쟁 시스템이 매우 매력 있었기 때문. 그래서 LINE 길드를 창설했고, 나와 같은 성향인 유저들만 길드원으로 모집했다. 이후 서버 통합을 거치면서 아크로드도 3명이나 배출하고, 오로지 전쟁 콘텐츠에만 주력했다.

그러나 현재 떠난 유저들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합병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남아 있는 유저들이 몇 없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길드 합병에 반대했지만, '인원이 많으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더라.

대부분의 길드원이 합병을 찬성한 상황이었고, 다들 인원이 많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있는 길드원도 있었다. 그런데 나 혼자만의 고집으로 합병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하거나 문제를 일으킨다면 이건 내분인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조용히 나와 킹콩 길드를 만든 것이다.



- 합병 후에도 LINE 길드원과 교류가 있는지?

라떼 : 아무 문제 없다. (웃음) 소규모, 대규모 전장에서 만나면 서로 인사도 하고, 안부도 묻고, 농담도 주고받는다. 내가 나이가 많다 보니 전 LINE 길드원들이 배려를 많이 해준다. 게다가 현재 남아있는 유저들은 상대 진영까지 모두 연이 닿는 사이기에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다.



- 현재 데몰리션, 에임하이 할 것 없이 큰 길드가 통합하는 일이 잦다.

라떼 : 유저들이 크게 감소한 탓이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본다. 남아있는 유저들끼리라도 사이 좋게 지내야지 별수 있겠는가.

킹콩 : 이런 상황에서 킹콩길드가 대세가 길드가 될 것이다.





- 현재 킹콩 길드원과 오랫동안 지낸 사이다. 재밌거나 소개해줄 만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라떼 : 예전 사지타 서버 시절, 킹콩과 여왕후는 에임하이 진영이었다. 나는 서버 통합 전에도 데몰리션 진영이었고. 나는 당시 Desperado라는 큰 길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유명세도 있었고, 전쟁 길드라 에임하이 측이 우리를 굉장히 싫어하기도 했다.

특히, 나를 무척이나 싫어하던 유저가 있었는데, 바로 킹콩과 여왕후다. 전체 채팅으로 내 욕을 그렇게 많이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서버 통합 후 킹콩과 여왕후가 데몰리션으로 넘어오면서 같은 길드원이 되어 버렸다.


킹콩 : 으음, 그렇게 심한 욕은 하지 않았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왕후 : 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그 때 당시 라떼가 정말 싫었다. Desperado 길드는 말할 것도 없고. 정말 얼마나 많은 욕을 퍼부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욕한 라떼와 한 길드라니….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얼얼하다.



- 사람 인연이란 게 정말 신기하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 아닌가.

라떼 : 이 얘기는 얼마 전 새벽 늦게까지 음성 대화를 하면서 킹콩이 실토한 것이다. 서버 통합이되면서 나도 아이디를 변경하고, 킹콩과 여왕후는 데몰리션으로 넘어왔기에 원수지간이었던 걸 몰랐었다. 어쩌다 보니 사지타 서버 시절 얘기가 나왔었고, 과거를 회상하며 농을 주고받다 우연히 나온 얘기다. 지금 이 자리에는 없지만 같은 길드원인 할매, 할배도 당시 에임하이 진영이었고, 나를 엄청 싫어했었다.



- 앞으로의 길드 목표와 운영 방향은?

킹콩 : 거창한 목표나 방향 같은 건 없다. 다만, 대도시에 있는 모든 유저들 머리 위에 킹콩이란 길드명을 달게 하는 게 작은 소망이다.

라떼 : 사람들이 많이 떠난 마당에 무언가를 이루거나 하기는 쉽지 않다. 단지 소규모 전장에서 우리 길드의 위엄을 보여주고 싶다. 상대 진영이 우리 길드를 안 만났으면 하는 인식을 주고 싶은 것이다. 전쟁 길드의 최고 명예는 상대방에게 인정받는 게 아닌가?





- 아크로드2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라떼 : 소규모 전장이 개편되어야 한다. 소규모 전장은 신청해두고 멍하니 있는 시간이 1시간~2시간이다. 보상을 파격적으로 추가해줘야 사람들이 전장에 많이 오지 않겠는가? 전장이 주 콘텐츠인데, 유저들이 전장을 꺼리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또한, 유저들이 즐길만한 콘텐츠가 시급하다. 즐길 거리가 없다보니 유저들이 떠나는 이유라고 본다. 나 역시 언젠가는 아크로드2를 떠나겠지만, 떠나더라도 재밌게 즐겼다는 추억과 향수를 만들고 싶다.


킹콩 : 소규모 전장은 같은 진영끼리도 매칭이 되어야 한다. 현재 전체 인원은 에임하이가 데몰리션보다 더 많지만, 소규모 전장을 즐기는 인원은 데몰리션이 더 많다. 같은 진영끼리도 매칭되는 이른바 통합 전장 시스템이 시급하다. 새벽 1시 이후에는 소규모 전장 매칭이 불가능하다.

땡중 : 격전지의 보스 몬스터도 개편해야 한다. 격전지는 두 진영이 싸우라고 만든 콘텐츠인데, 싸울 이유가 아무것도 없다. 격전지란 이름이 무색하지 않나? 여기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에게 대박 아이템이란 없다. 잡을 이유도 없고, 싸울 이유도 없으니까 유저들의 기피 대상이 되는 것. 기존에 있던 콘텐츠를 리뉴얼해도 아크로드2가 충분히 살아날 수 있을 거라 본다.

여왕후 : 새벽이슬 사막에 보스 몬스터가 처음 등장할 때가 기억에 남는다. 레이드 단위로 데몰리션과 에임하이가 매우 치열하게 싸웠다. 보스 몬스터가 대박 아이템을 줄 거라 예상했기 때문. 하지만 하찮은 아이템만 드랍하니, 기피 대상이 돼버렸다. 리뉴얼이 시급하다.



- 인터뷰 협조에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할말이 있다면?

라떼 : 어짜피 아크로드2에 남은 유저는 손꼽힐 정도로 적다. 현재 남아있는 유저들도 언제 떠날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소규모의 인원이 매일 같이 대도시나 전장에서 만나는 만큼 서로 욕을 하거나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다 같이 매너 게임 하면서 웃으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


▲ 데몰리션의 모든 유저를 킹콩으로 만드는게 목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