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1년 만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 가상현실 헤드셋의 대명사가 된 오큘러스가 2013년에 이어 올해도 참가했다. 2013년에는 개발자 버전(Development Kit)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오큘러스 리프트 표면에는 Development Kit 2 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DK2로 업그레이드 된 오큘러스 리프트는 1년 전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을까.

2013년과 마찬가지로 가장 먼저 미디어 행사 장소에 초청된 인벤. 샌프란시스코의 아침은 조금 쌀쌀했고, 작년과 같은 장소인 '카페' 행사장은 시연준비로 분주한 오큘러스 직원들로 가득 차 있었다.

2013년 GDC 당시의 오큘러스 리프트는 충격적인 현실적 공간감각을 느낄 수 있는 장치였다. 하지만 게이밍 기어로서의 그래픽이나 화질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 나쁘다고 하긴 어려운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거나 만족스럽다는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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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을 더 확실히 부각시키기 위해서일까. 첫 시연의 대상은 DK2가 아니라 DK1이었다. 즉석에서 비교체험을 해보라는 이야기. 우선 겉모습의 차이가 보였다. DK1에 있던 별도 콘트롤 박스가 DK2에는 사라진 것. 이전에는 콘트롤 박스를 통해 헤드셋을 연결했는데 DK2가 되면서 바로 헤드셋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체적인 헤드셋의 크기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전면부의 디자인은 조금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모션을 인식하는 기능이 추가된 것. 예전에는 고개를 좌우로 혹은 위아래로 돌리는 것에 따른 시점 변화만 있었지만 이제는 고개나 몸을 옆으로 살짝 기울이거나,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동작도 인식하게 되었다.

▲ 구형인 DK1(왼쪽)과 신형 DK2(오른쪽)의 비교


바다와 섬이 보이는 한 건물의 테라스로 들어간 첫 번째 체험부터 이런 부분이 확연히 느껴졌다. 테라스의 난간 앞에 서서 살짝 그 아래를 내려다보듯이 몸을 기울이자 마치 난간 밖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 그래픽의 변화도 확연히 보였다. 기존에는 다소 뭉침 현상이 있었다면 비교적 깨끗한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두 번째 시연은 디펜스 게임. 헤드셋을 쓰자 용암계곡의 콘셉트를 가진 입체형 맵이 테이블 위에 나타났다. 테이블의 건너편에는 악마의 군주가 무섭게 쳐다보고 있었다. 3D로 제작된 맵에는 악마의 군대가 줄을 지어 쳐들어오고 있었고, 게임패드를 조작해 타워로 그들을 공격할 수 있었다.

몸을 기울이거나 일어서거나 하면 3D 맵이 마치 실제로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시점이 변화되었고, 테이블 맞은 편에 앉은 적은 손을 내밀면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시각적 자극'에만 해당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손을 뻗어 만져보려 했다. 철로 만든 왕좌를 손으로 쓰다듬어 보았다. 만지면 만져질 것 같아서였다.

▲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만져보려 하게 된다


다음 시연을 위헤 헤드셋을 벗자 세계의 전환이 일어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어떤 다른 세계에 있다가 갑자기 현실 세계로 텔레포트를 한 것 같았다.

직접 헤드셋을 쓰지 않는 이상 오큘러스 리프트의 현실감을 글로 설명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기자는 헤드셋을 벗자마자 '날 다시 저 세계로 보내주세요' 라고 말할 뻔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모션 인식이 탑재된 오큘러스 리프트가 주는 현실적 공간감각의 충격은 1년 전보다 더욱 큰 것이었다.

▲ 두 명이 함께 접속한 세 번째 시연


아쉬워하는 기자를 달래며 '네이크 밋첼' 부사장은 마지막 시연대로 기자를 안내했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멀티 플레이였다. 그렇다. 두 명의 서로 다른 플레이어가 하나의 가상 공간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들어간 공간은 한 건물의 평범한 거실. 언리얼 엔진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캐릭터를 조종해 PVP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고개를 숙이자 거실 쇼파에 앉아 있는 '나의' 다리가 보였다. 캐릭터를 조종하자 기자의 눈높이까지 점프를 한 캐릭터는 기자의 무릎위에 사뿐히 착지하고 칼을 꺼내들었다.

카페가 아니라 '거실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기자는 3:0으로 승리했다.

▲ 거실을 배경으로 즐기는 PvP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