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부터 3일간,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진행된 월드오브탱크 WGL 그랜드 파이널의 최종 우승 타이틀은 러시아 서버의 나투스 빈체레가 거머쥐게 되었다. 버투스 프로(이하 버투스)와 나투스 빈체레(이하 나비)는 각각 유럽과 러시아를 대표하는 월드오브탱크 최강 프로 팀 중 하나다.

버투스와 나비가 맞붙은 것은 WGL 그랜드 파이널에서도 처음이 아니다. 결승전 진출권을 획득하기 위한 파이널 스테이지 3라운드에서 버투스와 나비는 한 번 맞붙었다. 첫 번째 매치의 결과는 3:2로 버투스의 승리. 패자조로 이동한 나비는 러시아의 강호 RR 유니티를 3:1로 무너뜨리고 다시 한 번 버투스와 만난 것이다.

조금 전에 한 번 이겨 본 팀을 다시 한 번 이겨야 하는 버투스, 그리고 아쉽게 패할 수 밖에 없던 상대를 다시 한 번 공략해야 하는 나비. 울려퍼지는 환호 속에, 세계 최고의 월드오브탱크 팀을 가리는 WGL 그랜드 파이널의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1 세트, 광산. 나투스 빈체레 승



WGL 그랜드파이널의 최강자를 가리는 첫 세트, 북측에서 시작한 버투스는 빠르게 중앙 고지를 점령한 후 넓은 시야를 확보했다. 하지만 나비는 서두르지 않았다. 나비는 넓게 전차를 포진한 후 느긋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결승전이니만큼, 이러한 대치 구도는 쉽게 깨지지 않았다. 먼저 고지를 점령한 버투스도 이후 큰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방어 태세를 취한 나비는 말 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경기 시간이 반 정도 지나가자, 나비는 느긋하지만, 묵직한 공격을 개시했다. 두 대의 T32 전차를 내세워 우직하게 전장 중앙으로 진격한 나비는 큰 저항 없이 버투스가 장악했던 고지를 뺏었다.

이후 고지에 있던 전차를 수적 우세로 정리한 나비는 주력 전차를 언덕의 반대 능선으로 내려보내 버투스 프로의 앞뒤 모두 포위했다. 결국 이 공격에 속절없이 당한 버투스 프로는 단 한대의 전차도 파괴시키지 못하고 1세트를 내줄 수 밖에 없었다.


2 세트, 엔스크. 무승부



2세트, 북측에서 시작한 나비는 시작과 동시에 선로를 통해 진격했다. 반면 버투스는 동쪽의 개활지를 중심으로 진형을 짰다. 나비의 공격은 매서웠지만, 버투스의 방어는 단단했다. 쉽사리 방진을 뚫을 수 없었던 나비는 선로를 따라 전차를 늘어세워 대치전 양상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굳어진 전선은 꽤나 오래 유지됐다. 서로 있을법 한 곳에 블라인드 샷을 쏟아부으며 신경전을 벌인 양 팀. 1분 40초가 남을 때 까지 유지되던 싸움은 나비의 승부수와 함께 급격히 흘러갔다. AMX 50 100으로 전차 벽을 만들고, 그 뒤에 T1 전차 두 대를 밀어넣어 점령 게이지를 올려나간 나비의 전술은 분명 참신했다.

그러나 버투스의 방어는 허술하지 않았다. 나비의 이 공격은 마치 벌집을 건드린 것과 같았고, 버투스는 맹공을 퍼부어 공격을 시도해 노출된 나비를 공격했다. 결국 버투스는 나비의 전차 대부분을 파괴했지만, 나비가 들어놓은 보험은 놓치고 말았다. 결국 경기가 끝나는 시점, 한 대의 전차를 미처 격파하지 못한 버투스는 2세트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3 세트, 프로호로프카. 무승부



남측에서 시작한 버투스는 초반부터 준비한 전술을 시행했다. 전장을 동서로 양분하는 선로 동쪽, 소시가지로 진격해 장악한 버투스는 선로를 따라 전차를 배치했다.

나비의 움직임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나비는 전장 서쪽의 소로 근처에 응집해 버투스와 신경전을 벌였다. 그 와중, 나비의 T1 전차 한대가 버투스에게 파괴당했고, 나비는 시야의 열세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양 팀은 또다시 대치전을 시작했다. 결국 양 팀은 경기 시간이 끝날 때 까지 섣부른 공격을 하지 못했고, 3세트 역시 무승부로 끝나게 되었다.


4 세트, 겨울 힘멜스도르프. 무승부



눈내리는 힘멜스도르프에서 진행된 4세트, 나비는 T1 전차를 동쪽의 고지대로 보내고, 서쪽의 선로 주변으로 주력을 배치했다. 반면 버투스는 언덕으로 주력 전차를 두 대 올려 다양한 루트를 노렸다.

나비는 버투스의 움직임을 눈치챘지만, 섣부른 돌파는 하지 않았다. 이에 승부수를 띄운 팀은 버투스였다. 중앙으로 모든 힘을 모은 버투스는 진다 하여도 무승부를 노릴 수 있을 정도의 시점을 노려 일순간에 몰아쳤다.

순간적인 버투스의 공격에 당한 나비는 큰 손해를 보고 말았으나, 경기를 쉽게 내주지는 않았다. 전투의 패배를 직감한 나비는 곧장 도주를 선택했고, 결국 경기 시간이 끝날 때 까지 모든 전차를 처치하지 못한 버투스는 또 한번 무승부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었다.


강습전, 샌드 리버. 무승부



버투스가 전 경기에서 나비를 한 번 꺾었기에, 승자승으로 승점 1점을 포함해 세트 스코어 동점을 기록한 양 팀의 마지막 경기는 샌드 리버의 강습전으로 이어졌다. 진영 선택권을 가진 쪽은 더 많은 딜량을 기록한 버투스. 버투스는 공격을 선택했다.

이에 수비를 하게 된 나비는 샌드 리버라는 전장의 크기를 생각해 AMX 13 90을 무려 다섯 대를 기용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버투스의 공격을 막아내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한동안 눈치를 보던 버투스는 마침내 승부수를 띄웠다. 전장 최하단인 K 라인을 통해 주력 전차를 진격시킨 버투스는 나비의 옆구리를 향해 서서히 진격했다. 이어 T1을 점령지로 집어넣어 점령을 개시한 버투스. 그러나 이 시점에, 나비의 승부수도 이어 던져졌다.

나비는 점령지로 가는 대신 도리어 북측의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나란히 달려갔고, 북측에 남아있던 버투스를 밀어낸 후 점령 게이지를 초기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점령지 근처는 장악했으나, 점령지에 화력 투사가 가능한 언덕을 빼앗긴 버투스는 쉽사리 점령지로 진입할 수 없었다. 상대가 본진으로 들어오자, 도리어 밖으로 나가 대문을 걸어잠궈버린 형상이었다.

결국 버티지 못한 버투스는 주력을 다시 돌려 언덕으로 향했지만, 나비는 싸워주지 않았다. 나비는 쿨하게 언덕을 버리고 점령지로 향했고, 이 과정에서 버투스의 주력 전차를 하나 둘 파괴했다.

수적 열세에 놓인 버투스는 이제 버틸 수가 없었다. 유리한 고지를 점한 나비는 도주에서 공격으로 태세를 전환했고, 버투스의 모든 전차를 잡아내며 마지막 세트를 승리로 장식했다.

이렇게 나비는 첫 월드오브탱크 월드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고, 모노리스의 첫 주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