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마리를 통채로 삼켜도 전혀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은 저녁 시간, 배는 점점 고파오는데 주문한 치킨이 도착하지 않아서 주린 배를 붙잡고 ‘도대체 언제 와요. 등과 배가 붙어서 손발의 위치가 바뀔 거 같아요!'라고 전화기를 붙잡고 외쳐본다. 물론 그때마다 치킨집에서는 ‘방금, 막, 지금, 벌써 출발했어요.’라는 답변이 들려온다. 믿을 수밖에 없다. 직접 배달을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

게임도 마찬가지다. 출시 전 공개되는 스크린샷이나 티저 영상을 보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쳤는데 막상 플레이해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게임이 적지 않다. 현란하게 포장되었는데 막상 뜯어보니 치킨을 미디움으로 튀긴 듯한 느낌이라면 입맛만 버리기 딱 좋다. 반대로 허술한 봉투에 배달된 치킨이라도 일단 맛만 있다면 언젠가는 꼭 다시 찾게 된다.

모바일 게임 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넘쳐나는 게임들로 한 지역에 수십개씩 자리한 치킨집처럼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단순한 외형만 잘 포장해서는 선택을 받을 수 없다. 아예 겉치레 포장에만 더욱 공을 들여 한탕을 계획하는 회사도 있지만, 내용물에 먼저 심혈을 기울여 도전하는 젊은 스타트업들의 도전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아직 정의가 확실히 굳어지지 않은, 살아있는 단어이다. 창업, 벤처, 초기기업 등 수많은 정의가 공존하는 시점에서 스타트업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매번 치킨을 튀길 것이다.이번에 만난 스타트업 '조이클' 역시 그들만의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좌측부터 이주원(컨텐츠부문대표), 이한결(사업운영담당)


이번 게임이 조이클의 최초 프로젝트라고 들었다.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조이클의 공동창업자 이주원이다. 20대 중반 엔젤투자를 유치해 스마트TV용 신규 플랫폼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열심히 했고 나름 잘 나간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병역의무를 이행해야만 했다. 그래서 대학원 졸업후 병역 특례 업체에서 일하게 되었다.

애플이 한창 인기를 끌 무렵 북미•유럽지역 애플스토어 최상위권에 랭크된 제품을 매니징하기도 하였다. 이후 또 한번의 도전을 하고자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 조이클을 창업하였다.


게임과는 약간 거리가 있어보인다. 어떤 계기로 게임을 만들게 되었나?

병역의무 만료가 다가올 시점,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게임에 대해 특히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피캣들이 넘치고 뭔가 새로운 재미도 없고,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해 성토하는 자리가 되곤 했다. 그러다가 "시장에 불만이 있다면 차라리 우리가 만들어볼까?"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고민을 하던 차에 운좋게 엔젤 투자자를 만나게 되어서 한번 우리 방식대로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처음에는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가 아니라 좀 더 넓은 범위의 콘텐츠 회사를 생각했지만, 게임에 대한 애정과 열정도 있었고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나 리소스를 고려했을 때 가장 적합한 분야가 게임이었다.


▲ 게임을 보여달란 이야기에 당당히 꺼내 든 '정글 텀블러'



처음부터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어떤 게임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제목은 '정글 텀블러'고, 외딴 섬의 정글에 떨어진 캐릭터를 생존시키는 것이 목표인 게임이다. 밀려오는 몬스터를 처치해 아이템과 점수를 획득하는 슈팅게임이며 다양한 장치와 생존에 초점을 두어 기존 게임들과 차별성을 꾀했다.

정글 텀블러의 가장 큰 특이점은 캐릭터가 반전된다는 점이다. 오른쪽, 왼쪽 그리고 위, 아래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쏘고 움직이는 게임 같지만 맵에 등장하는 각종 액션 이펙트와 개성 있는 캐릭터 덕에 지루하지 않게 플레이할 수 있다.

정글이라는 설정상 기상 상황에 따라 게임 내용이 달라지기도 하고 몰려오는 강을 댐으로 막거나 벼락을 피뢰침으로 막는 등 퍼즐적인 재미에 신경을 써서 유저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게 노력했다.




카카오게임 플랫폼을 채택했다. 캐쥬얼을 지향하는 게임이라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유가 있는지?

카카오 게임하기를 활용한 정글 텀블러의 소셜적인 요소도 잘 활용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라 생각한다. 친구가 쓰러진 점수 근처에 도착하면 등장하는 소셜몬이 좋은 예다. 소셜몬을 처치하면 친구를 구출하고 특별한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또한, 생존과정에서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진행하는 것도 큰 매력이다.

캐주얼적인 성향을 고려했을때 카카오게임 플랫폼이 최적이라고 생각했다. 친구와의 경쟁이 아닌 협동이라는 점도 소셜이라는 정서에 잘 맞으리라 판단했다.


잠시 플레이해보니 상당히 독특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기 기획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부분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최근 RPG가 많이 출시되고 있지만 복잡한 RPG에 지친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기존에 시장에 출시되었던 게임과 다른 재미를 보여주는 캐주얼을 목표로 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정글 텀블러'다.

게임 자체도 화려하기보다는 약간 편안하고 클래식한, 레트로라고 불리는 분위기를 콘셉트로 잡았다. 다만 레트로라고 해도 투박하기만 하면 안되기 때문에 최근 트렌드에 맞는 세련된 분위기도 표현하려 노력했다.

진입 장벽을 최대한 낮추는 것도 원칙으로 삼았다. 앞서 말했듯이 복잡하지 않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최근에 튜토리얼조차 짜증나는 게임들이 많은데, 바로 게임에 적응하고 녹아들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부분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생긴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스타트업인데 상당히 빨리 개발된 것 같다.

스타트업에게 시간은 돈이다. (웃음) 사실 우리도 처음에는 경험이 없다보니 걱정을 많이 했다. 인원이 적다 보니 시행착오도 겪었고 2번 정도 게임을 엎기도 하는 둥 우여곡절이 많았다. 다행히 개발팀을 꾸린지 6개월 만에 프로토타입이 나왔고, 이후 나머지 기간은 소위 폴리싱이라고 불리는 게임 안정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3~4개월 동안 게임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모든 방법을 시도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백화점으로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이나 쉬는 사람들을 붙잡고 우리 게임 좀 해봐 달라며 들이밀기도 했다. 아마 미친놈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웃음)

이렇게 무작위 테스트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계툴을 돌려보니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업데이트하면 할수록 테스터들의 반응이 좋아졌다. 그래서 폴리싱 작업과 더불어 업데이트 플랜도 세웠는데, 우리는 게임 개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것들을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출시되면 게이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현재 우리가 노력끝에 만들어낸 게임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다. 정말로 테스트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우리들만 표현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게임이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개발했다.


게임에 대해 상당히 자신감이 넘친다. 개발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화가 있었나

모든 스타트업 업체가 그렇듯 우리도 가난하다. 그래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뷔페를 상당히 좋아한다. 어느 날인가 우리 게임의 획득점수로 뷔페 내기 토너먼트를 한 적이 있었다. 테스트하면서 정말 많이 플레이했었는데, 그때만큼은 또 눈이 반짝였다.

그런데 이때 게임의 폴리싱 작업에 큰 진척이 있었다.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찾아내기 힘들었는데, 유저 입장으로 돌아가 게임을 다시 한 번 바라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자신감도 얻고 여러모로 즐거운 일이었다.




게임 제목에서 정글은 알겠는데, 왜 '텀블러'인가?

보신 분들은 모두 게임명에 대해 물어본다.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우리 게임을 생각하면 뭔가가 바로 떠오르게 하고 싶었다. 요즘에는 커피를 많이 마셔서 한국도 텀블러가 굉장히 친숙하기 때문에 제목에 넣었다.

우리 게임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요소로는 딱 맞겠다 생각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글에서 얼마나 커피를 먹고 싶을까? 그럴때 텀블러가 보이면 정말 반갑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물론 갖다붙이기 나름이라고 생각하셔도 된다. (웃음)


다시 게임 이야기로 돌아와서 모바일 게임 특히, 캐주얼 장르의 특성상 리텐션(재접속률)을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캐주얼 게임의 관건은 유저의 심리를 분석해서 파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통계적인 분석을 통해 서버에서도 유저 컨비니언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많이 고심했다. 리텐션은 쉽게 움직일 수 없지만 유저피드백에 집중하여 운영하고 개발하면 반드시 반응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밸런싱을 잡을 때도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다. 유저의 피드백을 적은 인원으로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테이블 시트를 만들었다는데, 특정 조건이나 수치를 넣으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테이블이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빨리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다.




스타트업인데 퍼블리셔도 없이 게임을 출시한다. 걱정되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기본적인 홍보 효과를 생각하면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부딪혀보자는 선택을 했다. 게임을 만들면서 가졌던 생각과 우리만의 느낌이 있는데, 만약 퍼블리셔를 통하는 과정에서 변하게 된다면 유저들에게 우리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짧은 기간 동안 좋은 퀄리티를 뽑아내려고 노력했던 만큼 게이머와 직접 만나 우리 게임을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부족한 경험과 레퍼런스는 끊임없는 탐구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결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수도 있고 반대로 예상대로 게이머분들이 재미있게 즐겨주실수도 있다. 다만 진입 장벽도 낮추고 여러 가지 재미요소를 잘 녹여내는 등 준비는 무사히 끝마쳤다.

모바일 게임은 회전주기가 짧고 유행을 소비한다는 느낌이 강하니 처음의 목표 순위는 높지 않다. 다만 받아보고 잠깐 플레이했다가 바로 지우는 게임이 아니라, 오래도록 유저들의 핸드폰에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게임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 여러분의 핸드폰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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