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에 자리를 잡은 카본아이드]

아이덴티티게임즈 창업자이자 前 NHN엔터테인먼트 대표, 이룰 만큼 이뤘고 가질 만큼 가진 이 남자는 뭐가 부족해서 다시 벤처에 뛰어 들었을까? 언제 한번 만나야겠다고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이렇게 판교에서 우연히 만날 줄은 몰랐다. 이왕 만난 거 간단하게 사무실 구경이나 하자고 졸랐다. 이은상 카본아이드 대표와 인터뷰는 그렇게 성사되었다. 이은상 대표는 무엇 때문에 다시 험난한 벤처에 다시 뛰어들었을까? 또 무엇을 만들기 위해 모바일게임 개발에 참여했을까? 궁금했던 모든 것을 이날 인터뷰에 담았다.



■ 이은상 카본아이드 대표, "직원들이 행복해야 재미있는 게임이 나온다"


창업 이유에 대해 페이스북에서 우회적으로 답변은 했는데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 "먹고 살만할 텐데 왜 또 벤처인가?"

=하하, 이유를 딱 하나로 꼬집어 말하긴 어렵고, 말하자면 좀 단순하다.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늘 가슴 설레는 일이지 않나. 사실 게임 말고 다른 일도 생각해봤는데 뭘 생각해도 게임을 만들 때 만큼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더라. 내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게 게임이었고 그 일을 다시 하고 싶었다.

아이덴티티게임즈를 창업할 때도 그랬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레임이 있었고 뭔가 만들어내는 희열이 있었다. 지금과 다른 게 한가지 있다면 그땐 무엇보다 '결과'가 중요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깐, 얼마까지 벌어야 한다. 몇 명을 뽑아야 한다. 언제까지 출시해야 한다. 그런 압박감 속에서 게임을 만들었다. 그래서 스트레스 때문에 몸도 안좋아졌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회사 창업할 때 우리 직원들에게 그랬다. "회사에 다니는 게 아니라 그냥 장기 워크샵 갔다고 생각하자",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즐기자"라고 말했다.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창업을 시작했다.

이은상 대표가 게임업계에 발을 디딘 것은 2004년 웹젠에서 글로벌 스튜디오 총괄을 맡으면서다. 이전에는 데이콤, SK코퍼레이션 신기술 사업개발, SCEK에서 일할때는 마케팅 전문가로 통했다. 웹젠에서 4년 동안 근무하면서 '게임'에 대한 감을 얻은 그는 2007년 아이덴티티게임즈를 창업하고 처녀작 '드래곤네스트'를 크게 히트시켰다. 이후 회사를 중국 샨다에 1천 200억원에 매각하고 2012년 NHN엔터테인먼트 신임 대표로 취임해 조직 개편에 힘을 쏟다 2014년 1월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했다.

시작한 구성원들을 보니 아이덴티티게임즈 창업 시절 멤버들이다.

=타이밍이 매우 중요했는데 그게 어떻게 시간이 딱 맞아 떨어졌다. "나 새로 시작했으니깐 모여" 이게 아니라 마침 친한 동생들도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고 나도 창업을 생각할 때 쯤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니 이야기가 잘 통했다.

NHN엔터테인먼트를 나올 때 말이 많이 돌았다. 1년 동안 조직을 새로 세팅했는데 이제 성과가 나올 때가 아니었나?

=사실 내가 나간다고 했을 때 내부에서도 그랬다. "아쉽다. 지금 이제 과실을 수확하는 시기인데, 회사도 곧 커질 텐데 대표님이 나가시면 그 의미가 희석되지 않겠냐"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NHN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처음 들어왔을 때 상황을 보니 내부에서 개발자가 고작 18명 밖에 없었다. 원래 퍼블리싱을 했던 조직이기도 했고. 근데 너무 그쪽으로 쏠려 있다보니 밸런스를 맞출 필요가 있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 모바일 매출이 23억인가 그랬는데 내가 나올 때 모바일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이런 내용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웹보드 규제로 매출이 떨어지니 심지어 "한게임이 그동안 뭘했냐"라는 소리도 들었다. 성과가 있었지만 외부로 이런 이야기를 잘 공개 안했다. 계속 성과를 보이는 중이었으니까. 근데, 거기까지 하고 나니깐 몸도 마음도 힘들고 이런 생각도 들더라. "아 내 역할은 중간 계투가 아닐까" 그냥 구원투수로서 등판해서 회사 체질 개선 좀 하고 더 잘할 수 있게 세팅해 놓는 게 내 역할이 아닐까. NHN엔터에는 좋은 후배들 많이 있으니깐 내가 너무 오래 자리 지키고 있는 것도 그렇고(웃음).

실제로 NHN엔터는 지난해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밸런스가 돋보이는 성적표를 받았다. 2014년 4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규제로 인해 웹보드 매출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에오스', '아스타', '풋볼데이' 등 신규 온라인 게임의 실적 기여로 전분기 대비 4.5% 증가한 1,19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모바일 게임 부문에서도 '포코팡 for Kakao'와 일본 NHN의 낚시게임 '쯔리토모' 등 대표 게임들의 성장세로 전분기 대비 17.1% 늘어난 37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를 나올 때는 건강상의 이유였다. 지금은 몸이 어떤가?

=보시다시피 무척 건강하다(웃음). 그때 몸이 안좋았던 것은 회사를 분할하다보니 굉장히 신경써야할 게 많았다. 3~400개의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겼다. 상장도 신경써야하는데 인원도 뽑고, 조직 개편해야지, 해외 진출해야지, 온라인도 체질개선도 해야지. 몸도 그렇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는데 이제는 창업도 했고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고 열정이 가득하다.



■ 카본아이드의 개발 규모, 7명 모집에 600명 지원할 정도로 경쟁 치열

[▲카본아이드 사무실 풍경]

다시 카본아이드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들어 올 때 잠깐 봤는데 빈자리가 많더라. 회사 규모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나?

=지금 30명 정도 있는데 4~50명 정도로 세팅하려고 한다. 내 입으로 이런말 하기 그런데 솔직히 지원자가 많아 깜짝 놀랐다. 7명 채용하는데 지금 600명이 지원했다. 앞으로 끝까지 갈 식구들이니 심사숙고해서 선발하려고 한다.

특별히 원하는 인재상이 있나?

=우리 회사는 국적, 나이, 학력, 성별이 불문이다. 대신 하나만 본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게임에 미쳐있는 사람이 좋다. 흔히 말하는 오덕같은 사람이 좋다(웃음). 덧붙이자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열정, 그리고 기업을 일구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혹시 면접 때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나?

=딱히 그런건 없다. 대신 많이 질문한다. 그 사람의 내면적인 모습을 알기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또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이런 게 궁금하다.

카본아이드가 추구하는 조직 문화가 있나?

=직원이 우선인 회사다. 너무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대부분 주주 우선 혹은 유저 우선이라고 하는데 직원이 만족해야 유저가 만족하는 게임이 나올거라 생각한다. 반대로 유저들은 만족하는데 직원이 만족하지 못하면 그 회사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직원들 의견 많이 수렴하고 있다. 그냥 하는 말이라도 직원들 입에서 "회사가 집보다 편해" 이런 말이 나오면 완벽하다. 물론 그렇다고 회사에서 살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편하게 만들겠다는 말이다(웃음).

최근에는 그런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일부 회사에서는 직급이나 직위를 없애버리고 ~님 호칭을 쓰기도 하더라.

=직급만 버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직원들이 그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하고 조직 문화도 그것에 맞게 변해야한다. 갓 입사한 인턴이 사장을 이름으로 부른다고해서 소통이 더 원활해질까? 직원의 마음이 과연 더 편해질까? 아니라고 본다. 무엇보다 누구나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고 또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과 소통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덴티티게임즈 창업 당시 '글로벌 경쟁력 갖춘 독립 개발사'를 강조했던게 기억에 남는다. 향후 카본아이드가 어떻게 성장하길 바라는가?

=진짜 독립 개발사를 만들고 싶다. 직원들이 개성을 맘대로 표출할 수 있는 회사, 재미난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에너지를 발산했으면 좋겠다. 직원들이 재미있으면 유저들도 분명히 좋아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 게임을 만들 때 재밌고 오래갈 수 있는 룰셋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몇 년이 지나서해도 재미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

독립 개발사로서 홀로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금 조달이 관건이다. 1~2개 타이틀 출시후 사라지는 개발사도 부지기수인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멤버들도 조금씩 참여했고 개인적으로도 이 회사에 모든 것을 쏟고 싶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이 회사가 마지막 직장이고 싶다, 만약 이 배가 기울어진다면 다 먼저 보내고 내가 마지막에 나갈 것이다.



■ 카본아이드의 첫 작품, "2014년 가을 출시 예정"

[▲이은상 대표 집무실]


카본아이드의 첫 작품은 어떤 게임인가?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라 말할 수 있는 정보가 한계가 있다. 우선 2~3개 정도 개발하고 있는데 첫 번째 게임은 굉장히 뎁스(깊이) 있는 게임이고 두 번째 게임은 캐주얼한 게임이다. 캐주얼이라고 해서 기존 퍼즐, 러닝, 보드 게임이 아니라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고 그 안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 근데 2~3개 프로젝트를 돌리고 있다 보니 어떤 게임이 먼저 출시될지는 아직 모르고 개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혹시 직접 게임 기획에도 참여하나?

=사람들이 나를 사업가나 마케팅 전문가로 알고 있는데 사실 아이덴티티게임즈 시절부터 기획에는 조금씩 참여했다. 카본아이드에서도 당연히 참여하고 있고 다만, 회사 대표가 아니라 직원 중 한명으로서 의견 정도를 내고 있다. 근데 직원들이 내 의견을 자주 무시한다(웃음).

요즘 모바일 시장에 나오는 게임을 보면 도대체 뭐가 터질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시장을 2~3년 지켜보니 몇몇 게임은 조금씩 감이 오기 시작하더라. 예를 들어 포코팡이나 쿠키런, 블레이드는 보는 순간 성공하겠다고 생각했다. 더 볼 것도 없었다. 직원들이 그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경쟁하면서 하고 있었다. 내부 테스트인데 직원들끼리 서로 경쟁을 하고 있더라. 결국은 직원들이 재미있어하면 통계적으로도 봤을 때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제 뭐가 성공하는 게임인지 '느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시장 트렌드가 어떻게 변할 거라 보는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시장을 예측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지난 30년 동안 시장의 트렌드 전망이 맞아 떨어졌던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도 이 바닥에 있으면서 내 예측이 맞아 떨어졌던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직원들한테도 그렇게 말한다 "시장을 함부로 예측하려고 하지 마라", "타겟을 정하려고 하지 마라" 먼저 재미를 구현하고 재미의 특성을 어필해라.

시장은 굉장히 트랜디하다. 지금 빨리 만들어서 2등이라도 하자, 3등이라도 하자. 뭐 이렇게 개발할 수도 있다. 근데 우리가 이렇게 갈 건 아니니깐. 그렇다고 과거 '파이널판타지'처럼 시장을 완전히 선도하는 센세이셔널한 게임을 만들 것도 아니지만 확실한 것은 재미있는 것을 만들면 거기에서 그룹이 형성되고 '와우'나 'LOL'처럼 완전히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면 한 스텝 더 나아가 시장 사이즈도 커지고 그게 시장을 견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이 어떻게 될 거다고 예측해서 개발하기 보다는 일단 우리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그 재미를 유저들에게 어필하다보면 시장을 예측하는 것보다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개발하고 있는 신작을 '카카오'나 '밴드'같은 플랫폼을 고려하면서 개발하고 있나?

=일단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개발하고 있다. 일단 게임이 먼저고 그 게임과 거기에 합당한 플랫폼을 찾아 궁합이 어우러지면 최종 개발이 끝나는 것이다. 아직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다.

모두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를 꿈꾸지만 쉽지 않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만 하더라도 유저 성향이 다르고 북미와 유럽으로 넘어가면 또 다르다. 과연 어떤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게임이라고 보는가?

=글로벌이라는 게 진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나라 유저들이 어떤 성향인지 연구도 안해보고 그냥 그래픽만 가지고 글로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는데 '감'이라는 게 있다. 예전에 드래곤네스트를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이건 '우리나라 취향 아니냐', '너무 일본 취향 아니냐'라고 했었다. 근데 뚜껑을 열어보니 두루두루 잘 먹혔다. 중국, 유럽에서도 잘됐고 동남아에서도 잘됐고 그러다 보니 이런 게 글로벌이 아닌가 생각했다.

피해야 할 것은 있다. 우리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해외 나갔을 때 문화적인 '이질성'을 보이는 게임이다. 해외에서 게임이 하나 들어왔는데 유저들이 해보고 누르는 방식, 과금하는 방식, 플레이하는 방식이 너무 다르면 그냥 끊어 버린다. 이 부분은 기존에 게임에 답이 있다고 본다. 컨셉이 독특한 것은 괜찮지만 난해하고 복잡해서는 안된다.

하나의 게임을 글로벌로 간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진짜 감인 것 같다. 많이 노력해야 하고, 정말 관록이 쌓여야 하고 우연히 사과나무에서 사과 떨어지듯 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가지 우려하는 것은 우리나라 벤처를 보면 미국 시장에 대해 제1의 시장이다. 제2의 시장이다. 하면서 로망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북미 시장이야 말로 가장 어려운 시장이라는 것이다. 가수들도 미국에 진출할 때는 정말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충분한 내공을 쌓고 도전하는 곳이다.

그런데 조그만한 벤처가 미국 시장에 나가보겠다고 거기에 맞춰 게임을 개발하면 힘들어질 수도 있다. 오히려 아시아 시장이 가능성도 높고 앞으로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본다. 나는 항상 우리 후배들에게 이야기하는게 웨스턴은 그냥 양념이다. 차라리 아시아에 집중해라. 이쪽이 더 중요한 시장이고 더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카본아이드의 각오를 말한다면?

=모바일 시장은 국경 없는 시장이지만 그만큼 치열하다. 우리끼리 경쟁하는 것도 맞지만 서로 협력하면서 한국에서 콘텐츠 저력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이슈가 많은데 정보 공유도 많이하고 모두가 잘되서 함께 갔으면 좋겠다. 일단 우리도 게임을 잘 만들어야 하는데...(웃음). 큰 각오를 하고 창업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개발할 테니 모두 기대해줬으면 좋겠다.



■ 카본아이드의 사무실 풍경

[▲분당구에 위치한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6F에 위치한 카본아이드 사무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카본아이드 BI를 확인할 수 있다]




[▲사무실 중앙에 위치한 카페테리아]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휴게실]


[▲내부는 이런 모습이다]










[▲사무실 구석에 빈자리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이은상 카본아이드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