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버스튜디오 기획 1팀의 최영근 팀장


출시된 이래 줄곧 모바일 게임 시장의 매출 상위권을 유지해온 '에브리타운 for kakao'의 비결은 무엇일까? 5월 27일부터 3일간 넥슨에서 개최되는 NDC 2014에서, 에브리타운이 약 1년 2개월여 동안 흥행을 유지할 수 있었던 노하우에 대한 강연이 펼쳐졌다.

강연의 제목은 '엄마와 누나가 게임을 즐기는 법: [에브리타운 for kakao] 서비스 포스트모템'으로, 강연자는 에브리타운을 개발한 '피버스튜디오'의 기획 1팀에 재직중인 최영근 팀장. 그는 과거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에브리타운 for kakao의 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있다.

에브리타운 for kakao(이하 에브리타운)의 흥행은 그야말로 주목할만하다. 에브리타운은 2013년 3월 카카오를 통해 출시된 이후 2014년 5월까지 약 1년 2개월동안 단 한번도 매출 30위권을 벗어나지 않았다. 최영근 팀장은 강연에 앞서 대박에 대한 노하우나 게임성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에브리타운을 운영하며 겪었던 '가늘고 길게 가는 법'의 노하우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가 강연에서 밝힌 현재 에브리타운의 성적은 500만 다운로드 이상에 일일 방문자(DAU) 약 25만. 그러나 접속하는 대다수의 유저가 게임에 '전혀 관심없던 엄마, 아빠, 누나, 이모'라는 말로 논게이머(Non-gamer)에 대한 이해가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최영근 팀장이 강연에서 꼽은 논게이머의 특징은 3가지로, 1. 게임이라는 것 자체에 큰 관심이 없으며, 2. 자신이 게이머라는 자각이 전혀 없고, 3. 게임내 콘텐츠에 대한 기준이 게이머의 그것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게이머의 스마트폰에는 액션이나 RPG 등 폴더별로 정성스럽게 분류된 수많은 게임들이 다른 앱들과 구별되고 분류되지만, 논게이머의 스마트폰에서는 은행 어플, 문자 메시지, 카메라, 카카오톡 등과 게임이 똑같은 앱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논게이머들은 구매나 소비에서도 게이머들과 다른 패턴을 보인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커피숍 건물 하나를 4천 5백원에 판다면, 게이머들은 다른 게임과 비교해 가치를 판단하고 구매를 거부하지만 논게이머의 경우 단지 카페라떼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 최영근 팀장이 설명하는 논 게이머의 특징




차이의 핵심은 바로 기호. 최영근 팀장은 "논게이머는 취향이 없기 때문에 커피 한잔에 4천원~6천원을 아낌없이 소비하며 게임 내의 소비조차 기호로 여긴다. 그러나 게이머는 게임이나 콘텐츠가 취향에 맞지 않으면 지불을 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의 취향을 위해 커피 한 잔의 가격을 아낀다."는 말로 차이를 설명했다.

게이머와 구별되는 특징은 또 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타내는 게이머들과 달리, 논게이머들은 피드백이 없기 때문에 파악하기가 힘들다. 언듯 보면 마구 콘텐츠를 만들어도 대단히 쉽게 돈을 '질러'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논게이머를 대상으로 하는 게임은 개발업이 아닌 서비스업에 더 가까운 형태를 띄게 된다고 한다.

그는 '인기있는 파스타 집'을 예로 들어 논게이머를 대상으로 하는 게임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인기있는 파스타집에서 맛이 좋을 경우 손님들이 붐비지만, 고객들의 취향을 맞추지 못하는 형태로 맛이 바뀔 경우 그 자리에서 항의하기보다는 아예 발 자체를 끊고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손님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느낀 뒤에는 이미 늦은 상황, 결국 트렌드에 민감해야 할 뿐만 아니라 경쟁 게임도 체크해야 하고 어떻게든 논게이머들의 취향에 맞춰 세심하게 대처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논게이머는 취향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그냥 떠나버린다.


최영근 팀장이 노하우를 얻게 되기까지, 에브리타운을 출시한 후로 게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의 설명에 의하면 과거 PC 시절 서비스되었던 에브리타운 온라인과 iOS로 출시된 에브리팜의 초기 매출 포인트는 원화로 그려진 예쁜 꾸미기 아이템 (조경물)이었다. 특히 과거에는 매출의 7할 이상을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있었던 콘텐츠.

그런데 카카오 게임하기로 출시되고 업데이트를 이어가면서 당황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방문자나 다운로드 숫자는 늘어나는데 매출은 계속 제자리에 있었던 것. 지표를 파악해본 결과 의외로 유저들은 꾸미기보다 '생산'쪽에 캐시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기획 단계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

예를 들어 작물 재배에 8시간이 걸리는 해바라기를 40개 수확하라는 퀘스트를 넘기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5천원 상당의 캐시. 해바라기는 재배에 8시간이 걸리고 이를 즉시 완료할 경우 약 4천원이면 해결이 가능하다. 게이머의 상식으로는 전혀 사용하지 않을 상황이지만 의외로 굉장히 많이 쓴다고.

'캐시 생산 시설'이라는 또다른 예도 들었다. 기획상 게임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콘텐츠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강력하게 도입을 반대했으나 업데이트된 이후 엄청난 매출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그야말로 컬쳐 쇼크를 느꼈다고 한다.

결국 이렇게 1년여간 체험한 노하우들을 바탕으로 에브리타운은 꾸미기 게임이었던 초기 콘셉트와 업데이트 계획, 콘텐츠 제작 스케쥴을 대대적으로 변경하고 '생산하기'로 게임의 콘셉트를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논게이머들을 대상으로 1년여간의 서비스를 이어오며 최영근 팀장이 깨닫게 된 점들을 설명하는 시간. 그는 에브리타운을 통해 논게이머를 대상으로 하는 게임은 서비스라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으며, 게임 기획자로서의 고정 관념이 깨지게 되었다는 말로 변화를 설명했다.

처음 게임을 개발할 때의 런칭 후 모습은 '여러 게이머들이 PC방에 모여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었으나, 실제 런칭 후의 분위기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수많은 콘텐츠를 즐기는 백화점이었다고.

그는 게임 내에 등장하는 건물들을 일부 나열하면서, '게이머들이라면 전혀 구매하지 않았을 건물이지만 이중의 하나는 무려 10억원 이상이 구매된 상품'이라고 언급하면서, "우리가 서비스하는 대상은 지금 강연을 듣고 계신 여러분들, 게이머분들이 아니라 판교 바깥의 거리를 걸어다니는 엄마, 아빠, 누나, 이모들이고 그분들에게는 신상일수록 더욱 좋은, 기호에 맞는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에브리타운의 월 매출 그래프에 따른 특징 역시 소개되었다. 에브리타운은 업데이트와 상관없이 월초와 월말에 가장 높은 매출을 보여주는데, 월 초에는 핸드폰의 지출 제한이 풀리고 월말에는 급여일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업데이트를 아무리 많이 해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한달의 중간 기간을 '보릿고개'로 부른다면서, 게이머들의 소비 패턴과는 전혀 다른 월 매출 그래프의 특징을 설명했다.



결국 논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은 일일방문자 역시 평일에 높아지는 등, 업데이트 및 이벤트를 진행할 때에도 이렇게 논게이머들의 '실생활 패턴'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야 한다.

에브리타운은 과연 어떻게 변화했을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게임이라는 것을 굳이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에브리타운은 게임 속의 개인 프로필을 게임이 아니라 마치 SNS의 개인 홈페이지처럼 꾸며놓았고 이는 에브리타운을 즐기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다고.

광고 역시 게임 화면을 최대한 배제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최근 제작된 에브리타운의 광고는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했던 배우 '안재현'을 기용하였으며, 실제 영상 속에서 에브리타운의 게임 화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최영근 팀장은 "코어 게임의 경우 경쟁, 막강한 재미, 콘텐츠, 무한 던전.. 등을 내세우지만 에브리타운은 인게임 화면을 최대한 배제하고 이미지만을 전달하는 형태로 여심을 공략했다."고 설명했다.

에브리타운, 안재현 CF 영상


에브리타운이 주목했던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프리미엄. 그의 설명에 의하면 에브리타운은 남들과 차별화되는 1%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런 사소한 점들이 에브리타운의 장기적인 흥행을 이끄는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최영근 팀장은 "수많은 퀘스트와 시나리오를 쓰는 우리조차 유저의 절대 다수가 이것을 모두 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읽지 않는 유저들로 하여금 '나는 이렇게 시나리오와 콘텐츠가 탄탄한 대단한 게임을 하고 있어.'라는 특권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크리스 멧젠(블리자드)의 말을 소개하며 프리미엄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를 위해 '주인공은 농장의 후계자, 멘토 할아버지가 있고, 짝사랑하는 소녀와 동네 바보형, 병약한 미소녀와 미묘한 삼각관계 등' 게임 내의 NPC들에게 다양한 인물 관계도를 넣었고, 프리미엄 한정판 에브리타운 아트북을 제작했으며, 프로모션 역시 단순히 콘텐츠를 교환하거나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각 상품의 특성에 따라 건물을 제작하고 전체적인 퀄리티 역시 극상으로 제작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간단하게 제작하는 것이 편하고 '이게 게임에 꼭 필요해?'라는 질문 역시 많이 받았지만 이런 1%의 디테일들이 쌓이면 결국 '이 게임은 다르다'는 프리미엄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용률은 낮을 수 있어도 계속 유저들에게 뭔가 새롭고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 에브리타운의 프로필은 개인 홈페이지와 비슷하다.




최영근 팀장은 매 시즌, 매 업데이트마다 바뀌는 에브리타운의 앱 아이콘과 로딩 화면을 예로 들면서, 늘 똑같은 앱 아이콘과 로딩 화면을 유지하는 것은 시즌별로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는 백화점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겨울이 되면 백화점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되고 여름이 되면 해변 장식이 나오는 것처럼 기호를 따지는 고객층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사소한 부분까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논게이머를 대상으로 하는 게임은 운영이 아닌 접객 그리고 서비스. 최영근 팀장은 장기적으로 그냥 가서 둘러만봐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백화점 같은 곳으로 게임을 만들어나가야 하며, 유저들이 질리지 않도록 꾸준히 우리 게임이 특별하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논게이머를 대상으로 하는 기획자는 '우리 게임은 이렇게 시스템을 즐겨야 해, 또는 이렇게 즐길거야' 라는 패러다임이나 고집을 버려야 하며, 내가 만약 가게를 꾸몄다면 고객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생각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언제나 고객의 니즈(요구)가 최우선이다."라며 강연을 마쳤다.





아래는 현장에서 청중과 오고간 질문과 답변 내용이다.

Q. 에브리타운을 네이버시절부터 즐겨왔다. 초기부터 상당한 인기를 얻었는데 카카오 게임하기로 출시되면서 동향이 많이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소셜 앱스 시절에는 게이머들이 많이 즐기는 게임이었다. 에브리타운이 MMORPG 테라와 함께 카테고리에 들어갔을 정도. 당시에 우리도 논게이머들이 많이 즐긴다고 생각해서 네이버에 지표를 알아봤었는데 당시에도 논게이머에 해당하는 유저들은 거의 없었다.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Q. 에브리타운이 기존 유저들의 관계가 너무 견고한 듯 한데, 신규 유저들의 배려에 대한 고민은 없는지.

"언제나 기획을 고민한다. 런칭하고 운영중인 모든 게임에서, 신규 유저는 매출을 올려주는 유저들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데 아무리 뭘 해봐도 신규 유저가 정말 없다. 이번에 별그대의 안재현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면서 신규 유저가 많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거의 없었다. 대신 예전에 접었던 분들이나 잠깐 멀어졌던 분들이 많이 복귀 하셔서 광고 효과는 좋았다. (웃음)

예전과 달리 지금은 시작금이 30만 골드에 초보자들에게 엄청난 혜택들이 있지만,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투자해도 힘들다. 시도는 계속 하겠지만,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특징도 좀 있는 것 같고.... 신규 유저분들을 위해서는 지금도 모든 시도를 하고 있다."

Q. 논게이머를 대상으로 하는 게임에서 남성을 대상으로 어떤 콘텐츠를 고민해야 할까?

"사실 논게이머 대상의 게임들은 징가의 팜빌 이래로 크게 변한 것이 없다. 40대 주부층에서 출발해 20대 30대 여성 층으로 내려왔는데, 이후 남성 유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유는? 여자들이 하니까. (웃음)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에브리타운은 정말 재미없는 게임이다. 나이드신 분들은 남녀 상관없이 꽤 재미있어 하시기 하지만. 그런데 왜 젊은 남자들이 우리 게임을 할까? 여자친구가, 여동생이, 와이프가, 누나가 하래서 한다. 선물과 하트, 캐시를 선물해주기 바쁘다.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궁금하다."


Q. 논게이머를 대상으로 하는 게임을 만드는 후발 주자들에게, 망하지 않도록 충고를 해준다면?

"만만히 보면 안된다. 1년 2개월 정도 운영해본 경험에 의하면 절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윈드러너에 어떤 콘텐츠나 시스템이 나왔으니 우리도 똑같이 하면 성공할까? 안된다. 세컨드 윈드 (빠르게 따라하기) 전략이 먹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확실한 차별점은 있어야 한다.

쉽게 기획하고 빨리 만들면서 팍팍 팔리길 기대하면 안된다. 2년 전에나 가능했던 이야기고, 지금은 엄청난 연구와 심도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게다가 흥행한 게임에서 아쉬운 점들만 보완하면 되는 게이머 대상 게임과 달리 논게이머 대상 게임들은 정말 쉽지 않다."


Q. 게임의 지표를 보라고 했는데 트위터나 카페 등 모니터링을 하는 것 같다. 타겟층인 논게이머들이 모이는 곳을 모니터링하는지 궁금하다.

"당연히 모니터링을 한다. 다만 어려운 점이, 논게이머분들은 커뮤니티를 만들지 않는다. 네이버의 카페? 모두 게이머들일 확률이 높다. 대다수인 논게이머 분들은 홈페이지의 공지조차 읽지 않아 게임 내에 아주 쉽게 크게 올려두어야 한다. 그래서 커뮤니티가 필요없이 상대방에게 호출하고 요구할 수 있는 카카오 게임하기가 인기있기도 하고... 우리도 게임 내의 방명록 등 다양한 곳들을 모니터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