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핫식스 GSL 시즌2 결승전에서 김도우와 어윤수가 맞붙게 되면서 SK텔레콤 T1 팀킬이 성사 되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쉬쉬해 왔던, 팀킬의 숨은 내용들을 본인의 프로게이머 경험을 통해 진솔하게 얘기해보고자 한다.

팀킬은 참 복잡미묘하다. 단순히 전략 전술을 준비해서 맞붙는 타팀 선수와 대결과는 달리, 생활 자체를 같이 하기 때문에 경기 전부터 심리전과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물론 팀의 분위기, 두 선수의 관계, 각 선수의 성향에 따라서 나올 수 있는 상황은 다양하다.

일단 팀의 분위기가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친다. 필자의 전 팀이었던 CJ 엔투스 같은 경우에는 개인전이 곧 팀의 경쟁력이라는 감독님의 지침 아래, 각자의 연습 시간과 장소, 파트너를 적극 지원해주었다. 덕분에 본인과 마재윤이 대결한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3 4강은 명경기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오랜시간 팬들의 입에 회자되었다.







▲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3 4강 당시의 모습, 출처=온게임넷 캡처


게이머들 사이에는 여러가지 스타일이 있다. 본인은 재능은 부족하지만 노력으로 해결하는 스타일로, 경기를 앞두면 엄청난 반복 연습을 통해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마재윤 같은 경우에는 반복 연습보다는 두뇌 플레이를 즐겨했고 서로 연습을 하지 못한다고 가정할 시, 나의 패배는 기정 사실이나 다름 없었다. 그것을 알고있었던 당시 조규남 감독님이 배려를 해주셨던게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팀의 분위기를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두 선수 모두 연습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뚜껑을 열어보면 팀의 지침이 그런 경우도 있고 감독이 내부 선수들의 경쟁(갈등)을 원하지 않기에 쉬쉬 하는 경우일 수도 있다. 단순히 객관적으로만 보더라도 당장의 우승 상금, 명예, 연봉 계약에서의 고과 라던지 많은 부분이 걸려있기 때문에 우승에 욕심을 내지 않는 선수는 없다.

게다가 경기는 그 선수의 얼굴이다. 팬들과 방송을 통해 나가는 자신의 모습은 언제나 좋아야 한다. 즉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소한 기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번 결승을 앞두고 양 선수의 인터뷰를 위해 SK텔레콤 T1의 숙소를 방문해 선수들을 만나 보았다. 인터뷰의 분위기를 보니, 분명 노골적인 표현은 없었으나 선수들에게서 우승에 대한 집념과 승부욕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팀킬에서는 심리전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 본인이 스타리그 4강전을 앞둔 때였다. 심리전에 능했던 마재윤은 밥을 먹을때나, 경기장에서 경기 시작하기 전에 "생더블 할꺼야?", "8배럭 할꺼야?" 등의 멘트를 던졌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상대가 어떤 질문을 던질 때 보통의 경우에는 자신이 진짜로 사용할 빌드는 피해서 대답하게 되어있다. 그럴 때 "아니, xx쓸건데?" 라고 대답을 한다면 그 빌드는 배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질문이 오갈 때 이미 사실상 경기는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각자에게 도움을 주는 선수가 나뉘게 된다. 이런 경우 나를 도와주는 선수들을 독려해야 함은 물론, 아군을 많이 포섭하기 위한 경쟁, 전략 누출을 막기 위한 맛있는 것 사주기 등 다양한 경쟁 요소가 존재한다.

승자와 패자가 나뉜 후에는 치열했던 경쟁 만큼 마음의 상처 또한 깊다. 본인은 3연속 8강 이후 처음으로 오른 4강에서 같은 팀원인 마재윤에게 패배한 후 결승 진출이 좌절된 적이 있다. 마음으로는 경기는 경기일 뿐 잊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간절했던 결승이었던 만큼 그게 쉽지 않았다.

이후 애써 태연한척 했지만 그 대회에서 우승하며 많은 영광을 차지한 마재윤을 보며 마음의 평온을 찾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이 때 얻은 경험 때문이었을까? 나는 오히려 팀킬이 나오는 상황이 되면 더 지기 싫어했던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후 벌어진 마재윤과의 리매치, 같은 팀 김정우 선수와의 4강 등에서 더욱 독하게 준비해 승리했었던 기억이 난다.

'팀킬' 잔인한 이름이다. 하지만 경쟁을 업으로 삼고있는 '프로게이머'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경쟁의 대상이 된 팀원과의 경기에서 어수룩한 마인드로 임했다가 패배한다면 남는 것은 자신의 후회 뿐일 것이다. 물론 같은 선수인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인드로 경기 후의 묵은 감정을 씻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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