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SKT T1의 전성시대다. 32강에 7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린 SKT T1의 선수들이 16강에 전원 진출 성공할 때부터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됐다. 아니나다를까, GSL 결승에 김도우와 어윤수가 올라서면서 T1은 겹경사를 누리게 됐다.

하지만 너무 많은 수의 팀원과 경쟁을 펼치다보니 상위 라운드에서 팀킬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한솥밥을 먹는 동료를 상대로 이기고 올라서는 일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패자에게는 더 없이 아쉬우며 승자 역시 미안함이 앞서기 때문.

데뷔 6년 만에 첫 결승 무대를 밟은 김도우, 그리고 세 시즌 연속 정상에 도전하는 어윤수 역시 물러설 이유가 전혀 없다. 잔혹한 팀킬의 숙명 앞에 놓인 개인리그 우승의 영광은 찬란하기 그지없다. 당연히 양보의 대상이 아니다. 김도우와 어윤수가 갖는 우승의 의미는 무엇일까?


김도우가 우승할 경우 :
① SKT T1 사상 첫 GSL 우승자(컵 대회 제외)
② 종족 전환 선수의 GSL 첫 우승
③ 팀내 프로토스 경쟁에서의 우위

김도우가 우승할 경우에는 종족 전환 선수 중 GSL 우승에 성공한 첫 사례가 된다. 종족을 바꾸고 난 후 좋은 결과가 있었던 사례는 손을 꼽았다. 종족을 바꾸는 경우는 극심한 슬럼프, 혹은 부진에 빠진 선수가 결자해지의 각오로 시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김도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김도우는 해냈고 데뷔 이후 첫 결승 무대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SKT T1의 프로리그 주전 경쟁은 정말 힘겹기로 유명하다. 김민철-어윤수의 저그 카드 외에 정윤종-원이삭-김도우로 이어지는 막강 엔트리만 해도 이미 모든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정도다. 정경두와 박령우도 개인리그 8강, 16강에 오른 저력이 있지만, 아쉽게도 스파링 파트너에 지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치열한 프로토스 주전 경쟁에서 김도우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원이삭을 제치고 에이스의 자리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

김도우의 스타일을 보자면 묵직한 대규모 교전을 선호한다. 후반에 이르기까지 초중반 버티는 능력이 탁월하며, 후반에는 가장 적절한 조합을 적시에 갖추는 능력을 가졌다. 공허 포격기와 불사조를 앞세워 제공권을 장악해 상대를 당황케 하기도 하며, 전통적인 거신과 집정관 싸움에도 능하다. 즉, 후반에 갖춰지는 조합은 뭐든 잘한다.

하지만 김도우의 한계 또한 명확하다. 결승까지 오르면서 너무나 잦은 팀킬을 벌였다. 16강에서는 원이삭과 어윤수를 잡고 8강에 올랐고, 8강 상대는 정경두였다. 4강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조성주를 상대로 승리했다. 팀내 연습전 등에서 팀원들을 상대하는데 익숙했던 김도우라면 결승까지 오른 것은 상당한 운이 따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를 털어내려면 어윤수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승리하는 방법 밖에 없다.

또 최근 GSL에 최다 선수를 내보내고 있는 SKT T1이 GSL의 첫 우승자로 김도우의 이름을 올리는 것도 가치있는 업적이다. 정윤종이 차지했던 2012 옥션 올킬 스타리그 우승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김도우에게는 이번 우승이 정점이 아닌, 도약의 신호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윤수가 우승할 경우 :
① SKT T1 사상 첫 GSL 우승자(컵 대회 제외)
② 2전 3기의 우승, 개인리그 연속 준우승 종결
③ 프로토스의 GSL 3회 연속 우승 저지

많은 팬과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어윤수가 3회 연속 준우승의 대업을 달성할 위기(?)에 놓였다고들 한다. 면밀히 들여다보자면 SKT T1은 스타2에서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는 편이다. 정윤종이 옥션 올킬 스타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은 벌써 2년 전의 일이 됐다. 김민철이 2013 망고식스 GSL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고 하나, 이는 T1에 입단하기 이전의 기록이다. T1의 전력은 최강이지만 그에 반해 개인리그 우승 타이틀은 따르지 않았던 셈이다.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다. 어윤수가 이번에도 준우승에 그친다면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상대는 김도우다. 같은 팀 동료고 연습을 함께하는 형이지만, 이번에 첫 개인리그 결승에 올랐을 뿐이다. 심지어 팀원이기에 플레이 스타일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상황. 결승에 두 번 올라 모두 프로토스에게 패배한 어윤수가 김도우에게도 패배를 기록한다면, 개인리그 우승에 대한 공포심이 생길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결승전에 3회 연속으로 올랐다는 것은 평가 절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당대 최강이 오를 수 있는 결승 무대에 3연속으로 올랐다는 사실은 어윤수의 정상급 실력이 1년 내내 유지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봐야 옳다. 지나간 시간만큼 어윤수의 경험 역시 늘어났다. 다전제 판짜기에서도 어윤수는 이제 노련해질대로 노련해졌다.

최근 프로토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현재 GSL에는 3회 연속으로 프로토스 대 저그전의 결승이 있었으며 모두 프로토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2013 핫식스 컵과 GSL 글로벌 토너먼트 역시 프로토스가 우승컵을 차지했다. 어윤수가 저그의 대표주자로서 토스전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 '공포심을 지배하라' 통계는 무의미, 심리전에 모든 것을 걸어라



두 선수의 결승은 팀킬 결승이기 때문에 보통의 결승전과는 다른 변수가 존재한다. 프로게이머들이 기량을 갈고 닦는 과정 중에 가장 많이 선호하는 방식 중 하나가 팀내 랭킹전이다. 다양한 맵에서 팀내 모든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치른다. 어윤수와 김도우 역시 숱하게 대결을 펼쳐왔을 것이므로 맵별 밸런스는 큰 문제가 아니다.

어째서일까? 특정 맵이 특정 종족에게 좋다라고 불리는 경우, 맵에 존재하는 어떠한 요소나 선수가 행하는 특정 플레이가 유불리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헌데 같은 팀이면 이러한 정보들을 전부 공유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특성이 작용하기 어렵다. 특정 플레이가 유불리를 발생시킨다면, 그에 대한 맞춤은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맵별 종족 밸런스는 이 둘의 승부에 큰영향을 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둘의 승부는 심리전에서 시작해 심리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두 선수가 서로를 너무 잘 아는 만큼, 어떤 빌드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결승전의 5할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가장 베스트는 상대의 예상을 벗어나는 전혀 새로운 스타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공포심'을 지배하는 선수가 이긴다.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면, 상대는 급격한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아무리 변칙을 준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머릿속에는 이미 계산 내의 움직임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아주 약간의 변화로도 공포심을 유발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수는 읽어내면서 나의 승부수는 감추는 것, 이것이 판짜기의 기본이다.

이런 점에서는 아무래도 3회 연속 결승 진출을 경험한 어윤수의 우세가 점쳐진다. 허나 팀킬의 특성상 어떤 승부가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 김도우 역시 16강에서 원이삭, 어윤수를 모두 잡고 조 1위로 8강에 오른 저력이 있다. 눈으로 보여지는 통계가 아니라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수 많은 변수가 이들의 승리를 결정지을 것이다. 생애 최초 우승자를 가릴 핫식스 GSL 시즌2 결승전은 오는 28일 오후 3시, 강남 곰exp 스튜디오에서 열린다.


핫식스 GSL 시즌2 코드 S 결승전

▶김도우(프) vs 어윤수(저)
1세트 세종과학기지
2세트 알터짐 요새
3세트 프로스트
4세트 해비테이션 스테이션
5세트 만발의 정원
6세트 회전목마
7세트 기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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