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피닉스가 한국 최초의 타이틀을 안고 TI4 대회에 참가한다.

지난해 9월 창단한 MVP는 두 달 뒤인 11월 'March' 박태원의 영입과 함께 지금의 2팀 체제를 구축했다. 이와 더불어 EG, 디그니타스에서 활동했던 'Demon' 지미 호를 영입하는 등 MVP 피닉스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팀 창단 1년도 되지 않아 도타 2 세계 최고의 무대인 TI4에 입성했다.

TI4 동남아 지역 선발전이 시작되기만 하더라도 MVP 피닉스의 대회 진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이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MVP 피닉스는 경기를 거듭할 수록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조별 리그에서 6연승을 기록했고, 비록 애로우 게이밍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2위를 차지하며 와일드카드전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이제는 아시아 무대를 넘어 세계권 팀들과 일전을 앞둔 MVP 피닉스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 역시 동남아지역 선발전에서 보인 그들의 빠른 성장과 학습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인벤에서는 지난 4일 MVP 피닉스 선수들을 만나 TI4를 앞둔 그들의 심경을 들어보았다.

▲ 시애틀에 도착한 MVP 피닉스. (사진=TI4 공동 취재단)


Q. 이제 TI4 입성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는데 지금 기분은 어떤가?

이준영 : 한국팀 최초로 가는만큼 되게 기쁘고, 한편으로는 긴장이 많이 된다.

이상돈 : 동남아 선발전처럼 기대되지는 않는다. 먼저 김칫국을 마시면 안되니깐. 편하게 하자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 그래야 지난 선발전처럼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본다.

박태원 : 스타래더나 동남아지역 선발전, 평가전 등은 배우는 자세로 임했었다. 이제 배울 만큼 배웠으니 시험장에 가는 기분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오겠다.

이승곤 : TI1 때부터 세계적인 무대에 서보는 것이 꿈이었다. 비록 본선 직행은 아니지만 와일드카드전에서 우리가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자신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무대다 보니 워낙 잘하는 팀들이 많다. 마음 편하게 우리 플레이를 펼치고, 컨디션 조절만 하면 잘 될 것 같다.

김선엽 : 두려운 마음은 없다. 질 때 지더라도, 쫄면서 지고 싶진 않다. 작년 MUFC(※ TI3 0승 14패) 처럼은 되지 않겠다.


Q. TI라는 무대가 대부분의 선수들에게는 꿈이지 않나. 처음 프로게이머를 마음 먹었을 때 다들 그런 꿈을 가졌을 법 한데 돌이켜보면 어떤가?

이상돈 : 나는 TI를 가려고 팀에 들어왔다. 아직 마지막 관문이 남은 만큼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빠른 시기에 TI에 입성하게 되서 기쁘다. 원래는 2년을 예상했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지금 전역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좋기도 하지만,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Q. 박태원 선수 같은 경우에는 지난 해 TI3를 관람하지 않았었나. 그때를 생각하면 기분이 어떤가?

박태원 :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딱히 의미 부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면 오히려 더 긴장만 되고,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가서 연습했던 것 충실히 하고, 준비했던 전략 잘 쓰고, 최대한 좋은 결과 나올 수 있게 편안하게 부담없이 게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Q. 팬들의 관심사는 결국 MVP 피닉스가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지, 내가 MVP 피닉스에게 운명을 걸어도 되는지이다.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김선엽 : 그 놈의 라운지를 좀 막았으면 좋겠다.

이상돈 : 그걸...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본선에 올라가고 나면 걸어주면 안 될까? 물론 무참히 깨질 테고, 다 역배로 뜰 테지만. 지금은 괜히 버닝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우리가 버투스 프로나 리퀴드 보다 졸지에 잘하는 팀이 되어 버렸다. 스크림 한 번 한 것 가지고 인터뷰 때 이상한 소리를 했다. 괜히 그걸 믿고 다들 피닉스가 이긴다고 믿고 걸었다가는...

박태원 : 아니다. 믿고 걸어달라.(웃음)



Q. 버투스 프로와 먼저 붙는다. 어떻게 보면 CIS 게임을 먼저 만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박태원 : 대진은 마음에 든다.

이상돈 : 아, 버투스 프로와의 경기에서는 우리가 이긴다고 믿어도 된다. 이길 자신있다. CIS 게임을 상대로는 모르겠다.

이준영 : 왜 CIS야? 리퀴드가 이길 수도 있지. 리퀴드가 이겼으면 좋겠다. 나는 우리 전 팀원인 데몬이 있는 리퀴드가 CIS 게임을 꺾고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다.

이상돈 : 구 피닉스와 현 피닉스가 붙으면 스토리가 생기기는 하겠다.

김선엽 : 그래서 우리의 친구 데몬이 던져주길 바래야지.(웃음)


Q. CIS 게임이 최근 비자 발급과 관련해 해프닝이 많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진 않았나?

박태원 : 인간이라면 당연히...(웃음)

이준영 : 사실 기대를 되게 많이 했다.(웃음)

이상돈 : '아, 됐다!' 라고 생각했었다. 어쨌든 버닝도 CIS 게임 아니면 우리라고 했는데, 잘 해결되고 나니 실망한 건 사실이다.



Q. 최근 경기에서 MVP 피닉스가 많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보여졌는데 이제는 마음에 들 수준이 됐는지?

이상돈 : 그 동안 우리가 메타를 바꿔 가며 연습을 했다. 인벤을 보면 팬들이 'MVP 피닉스는 세미 푸쉬밖에 못 하니깐 이런 전략은 꿈이다'라는 말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에서 DK와 스크림을 할 때 세미 푸쉬를 사용해서 이긴 것이 아니었다. 중국 팀들이 많이 쓰는 영웅을 선택했고, 힘 싸움을 펼쳐서 이겼다.

박태원 : 당시 버닝이 나가 세이렌으로 9분에 성스러운 유물, 12분에 신광검이 나왔었다. 그런 버닝을 상대로 후반까지 끌고 가서 이겼었다. 그것 때문에 인터뷰에서 우리를 지목한 것 같다.

이상돈 : 솔직히 버투스 프로와의 경기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드래프트에서 결정이 나는데 괜히 중국 팀을 상대했던 식으로 진행했다가 동남아 선발전 때 막 했던 식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래도 지금 우리 팀이 싸움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별개의 얘기인데 최근 동남아 대회에서 우리가 던지면서 논다고 한 경우가 있었다. 솔직히 지기는 싫었다. 하지만 TI4 와일드카드전을 앞두고 있었던 터라 '아 얘들은 좀 이런 애들이구나' 라는 인식을 주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도 이기고 싶지만, 지나친 오해는 삼가 주시길 바란다.

박태원 : 우리가 연습한 것 중에 가장 자신있는 것이 있다. 그것을 밀고 나갈 것이다.


Q. 나름 필살기를 준비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 MVP 피닉스의 입장이 그걸 아껴둘 처지는 아니라고 보는데?

이상돈 : 물론이다. 일단은 본선부터 올라가야 한다.

박태원 :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번 KDL 시즌 2 결승전 때 포커페이스를 상대로도 우리가 가장 자신있는 전략들은 꺼내지 않았다.



Q. TI4 상금 내역이 공개됐다. 이전에 총 상금이 올라갈 때는 막연하다가도, 14위까지 주어지는 상금을 보고 나니 더욱 욕심이 생기진 않던가?

이승곤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웃음) 8강 상금부터 보이더라. 8강 상금이 약 5억인데 그걸 개인당 얼마 받을지 계산해봤다. 당장 본선에 가는 것을 걱정해야 되는데 무조건 8강 안에는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Q.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나? 상금을 받아서 뭘 사야겠다던가, 이미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았다던가

전원 : (웃음)

이준영 : 아, 찔린다.(웃음)

이승곤 : 되게 이상하다. 와일드카드전이 가장 큰 벽이고, 그것만 생각해야 되는데.(웃음)

이상돈 : 그래도 TI의 상금이 어마어마하긴 하지만, 마냥 상금만 보고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트위치 등을 보면 도타가 내내 롤에게 밀리지만, TI 시즌이 되면 전세가 확 역전된다. 그만큼 e스포츠의 월드컵과 같은 대회인 만큼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기쁘게 생각한다.

박태원 : 굳이 8강에 들고 싶다기 보다는 키 아레나에서 경기를 해보고 싶다. 넥슨 아레나라던가 예전 넥슨 스폰서십 리그 등을 통틀어서 가장 관중이 많이 왔을 때가 2천 명 정도라고 알고 있다. 키 아레나에서 만 칠천여 명 앞에서 그 기를 받으면 엄청 좋을 것 같다. 평생 남을 것 같다. 프로게이머를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그 인원 앞에서 내가 무언가를 했다라는 것만으로도 귀중한 재산이 될 것이다. 상금도 물론 욕심이 나지만, 그런 경험을 더 느껴보고 싶다. 꿈은 크게 잡아야 하지 않겠나.



Q. TI4 현장에 가게 되면 각자 많은 것을 얻을 것 같다. 현장에 가서 특별히 체험해보고 싶거나, 만나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상돈 : 선수들은 이미 다 만나 봤기 때문에 특별히 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준영 : 역시 본선 무대에 서서 수 많은 관중 앞에 섰을 때의 느낌을 겪어 보고 싶다. WCG에 참가했던 적이 있는데 느낌이 또 다를 것 같다.

김선엽 : 많이 이르긴 한데 만 칠천여 명의 관중 앞에서 경기에 이기고 난 뒤에 부스에서 뛰쳐 나와 태극기를 펼치고 싶다. 다른 게임은 이미 한국인이 다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지 않았나. 반면 도타 2는 아직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세대가 아니더라도 나중에 다데와 같은 어마어마한 선수가 나와서 세계 무대를 점령할 것이라고 본다. 그에 앞서 우리는 한국인이 오고 있다, KOREAN IS COMING을 외치는 것이다. 선수를 만나거나, 경기를 한다는 등의 경험은 이미 다 해 본 것이다. 그 덕분에 겁도 없어졌고. 알티지와 같은 선수를 공방에서 만나도 자신있게 미드에서 처치하니깐 욕을 하면서 가더라.

이승곤 : TI4 예선을 할 때 뿌듯했던 게 해외 팬들이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보고 애로우를 제외하고는 MVP 피닉스가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더라. 이번에 TI4 와일드카드전에서도 선전해서 도타 2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좋은 팀이라고 인정받고 싶다.

박태원 : 지역으로 보면 한국이 별도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와 같이 묶여 있는데, 다른 게임을 보면 한국은 별개로 치지 않나. 한국, 중국, 동남아 이런 식으로. 이번에 스타 래더 시즌 일정이 발표됐는데 한국은 지역에서 빠져 있더라. 그게 당연한 거긴 하지만 한편으론 아쉬웠다. TI4를 계기로 다음에는 한국이 별개의 지역으로 인정받고, 나아가서 한국에서 세계적인 대회가 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이상돈 : 대회를 했을 때 한국 서버에서 좀 했으면 좋겠다. 이번에 중국에 갔을 때 4대 천왕이라 불리는 팀을 제외하고, 1.5 티어급 팀들과 게임을 해보면 전혀 밀리지 않았다. 레인전도 팽팽했고. 중국 팀들도 동남아에서 열리는 대회 같은 경우에는 핑이 튄다고 안하는 경우가 많다.



Q. 인터뷰 중에 김선엽 선수가 말이 좀 없다. 이전에도 방송 인터뷰를 할 때 보면 주눅들어 보일 때가 있는데, 팬들은 혼나서 그런건 아닌지 걱정한다. 실제로 그런가?

김선엽 : 진짜로 많이 혼낸다.(웃음)

이승곤 : 오늘은 나한테 1 대 1을 져서 그렇다.(웃음)


Q. 다른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김선엽 선수의 플레이에 따라 경기가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

김선엽 : 그래서 부담을 엄청 많이 느꼈을 때도 있었다. 최근에도 팀 내에서 포지션을 변경하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내가 지금의 자리를 지키기 보다는 다른 포지션을 가서 조금 더 마음 편하게 하고 싶다라고 얘기했었다. 물론 서포터도 마음 편한 건 아니지만.


Q. 이제 시애틀에 가게 되면 환경적 요인이나 심리적 요인으로 압박감을 더욱 느낄 텐데 어떻게 컨디션 조절을 할 것인가?

박태원 : 우리 팀의 장점이 나를 제외하면 전부 실전에서 엄청 잘 한다.

이상돈 : 나 같은 경우에는 연습 때는 정말 못하다가도 실전에 접어들면 반응 속도가 엄청 빨라진다.

박태원 : 나도 대회에서 엄청 떨었는데 이제는 많이 고쳤다. 우리 팀의 컨디션과 관련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대회장에 가면 더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이준영 : 시차적응은 이미 한국에서 완벽하게 끝냈다.(웃음)

이상돈 : 다른 것은 몰라도 컨디션이 나빠지진 않을까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군대에 있을 때 사단장님 앞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러고나니 어느 대회를 가도 마음이 편하더라.



Q. MVP 피닉스를 보고 도타 2 꿈나무들이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런 꿈나무들과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박태원 : 선두주자로써 한국 도타의 위상을 높여서 앞으로 편하게 게임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우리가 잘해서 도타 2의 인기가 커지면 기업들의 후원도 더 늘어나지 않겠나. 그런 책임감을 느끼면서 열심히 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이준영 : 타 AOS 게임 유저들이 도타 2에 입문할 때 많이 어려워한다. 나 같은 경우에도 도타 2부터 시작했다. 많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재미있게 즐기다가 다음 TI에서 한국이 우승컵을 차지하는데 이바지가 됐으면 한다.

이상돈 : 이번 TI4 무대에서 '아 쟤는 어떤 선수가 쓰니깐 따라하는구나'라는게 아닌, '쟤가 한국의 포렙이구나'라고 느끼게 만들고 싶다.

이승곤 : 한국 도타가 처음에 외국에 보여졌을 때 워낙 수준도 낮고, 기본적인 실수가 많다 보니 되게 우스꽝스럽고 비웃는 존재였다. 하지만 최근 TI4 예선전을 계기로 많이 존중받는 것을 느꼈다. 와일드카드전에서도 선전해서 역시 한국인이구나란걸 느끼게 하고 싶다.

김선엽 : 내 앞가림부터 잘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실력을 늘려서 정상을 찍고 난 뒤에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