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8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전세계 도타 2인들의 축제인 The International 2014(이하 TI4)가 시작되었습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해 팀 리퀴드가 TI4 16팀에 포함되었고 이후 치뤄진 플레이오프 2단계와 3단계를 통해 최종 본선 진출 8팀이 선정되었습니다.

이 중에서 플레이오프 2단계는 큰 관심을 끌었는데, 16팀이 한 조를 이루어 모든 팀을 1번씩 상대하면서 4일간 123경기(120경기+순위 결정전 3경기)가 치뤄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19일(한국시간)부터 본선 경기가 시작되는데, 그에 앞서 지금까지 가장 많은 경기가 치뤄진 이번 플레이오프 2단계에서의 픽밴 상황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 TI4 플레이오프 2단계 최다 픽 - 전투, 건물 철거 모두 유용한 레이저


이번 TI4 플레이오프 2단계에서 가장 많이 픽된 영웅은 레이저로 이번 대회에서 70번 픽이 되었습니다.

레이저는 민첩을 주 능력치로 가진 원거리 영웅으로 보통 미드 레인에서 레인전을 치루지만 상황에 따라 세이프 레인에 가기도 합니다.

상대방의 공격력을 빼앗는 W스킬 덕분에 적의 캐리 영웅을 바보로 만들 수 있어 안티 캐리 역할을 하며, 스킬을 맞을 때마다 적에게 피해를 주고 둔화시키는 E스킬 때문에 외계 침략자와 같은 영웅의 카운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 대상의 공격력을 쭉쭉 빨아들이는 W스킬 [정전기 연결]



다만, TI4에서 레이저가 선택된 이유는 안티 캐리, 카운터 보다는 다른 이유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TI4 플레이오프 2단계는 각 팀이 단판 결전을 계속해서 펼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확실하게 승리를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었고, 많은 팀들이 푸시형 메타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레이저는 다수의 적을 공격할 수 있는 Q스킬을 이용해 레인을 정리하기가 쉽고, 궁극기인 '폭풍의 눈'은 건물도 공격하기 때문에 빠른 푸시가 가능합니다. 게다가 레인전과 한타 능력도 좋은 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TI4 플레이오프에서 레이저가 많이 등장한 것으로 보이며, TI4 레이저들이 선택한 아이템이 주로 아가님의 홀과 재생의 구슬이었던 것도 위에서 말한 이유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레이저의 궁극기는 전투, 건물 철거 모두 유용하다.





▣ TI4 플레이오프 2단계 최다 밴 - 존재 자체가 변수, 늑대인간


플레이오프 최다 밴 영웅은 늑대인간으로 123경기에서 무려 106번이나 밴을 당했습니다. 늑대인간에 이어 2번째로 많이 밴 당한 영웅인 취권도사가 70번인데, 늑대인간은 36번이나 더 많이 당한셈이죠.

늑대인간은 힘을 주특성으로 하는 근접 영웅으로 늑대를 소환하고 강화시켜 자유롭게 부릴 수 있습니다. 또한, 스킬을 통해 자신과 소환수의 공격력과 공격 속도를 증가 시킬 수 있어 건물을 철거하는 능력이 좋고, 궁극기 사용시 최대 속도로 이동이 가능하고 둔화에 면역되기 때문에 갱킹 능력도 뛰어납니다.


▲ 도주, 갱킹, 추적 다방면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궁극기 [변신]



늑대인간이 이번 대회에서 많은 밴이 된 이유는 늑대인간이라는 영웅이 모든 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적군에 있을 경우 대응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늑대인간은 위에서 말한것 처럼 소환수를 부리고, 소환수와 자신을 강화(공격력, 공격속도)시킬 수 있어 건물과 적 대상을 빠르고 강하게 공격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네크로노미콘 아이템을 갖추면 건물 파괴 속도는 상당히 빨라집니다.


▲ 네크로노미콘을 갖춘 늑대인간의 건물 철거는 상상초월



상대방이 5인도타를 운용하며 아군의 타워를 부술 때, 팀원 4명이 시간을 끌고, 늑대인간은 상대방의 빈 건물를 순식간에 파괴할 수 있습니다. 때에 따라선 상대방 5명보다도 빠르게 건물을 철거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늑대인간은 전투 능력도 뛰어난 편이라 1~2명이 어설프게 방어를 하려 하면 늑대인간이 오히려 방어 병력을 처치하고 더욱 유리하게 상황을 만들수도 있습니다. 또한, 적 다수가 온다해도 궁극기를 사용해 빠르게 전장을 이탈해 도주할 수 있어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늑대인간을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늑대인간이 매우 귀찮은 존재인데, 플레이오프 2단계는 단판전이고,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다보니 안전하게 늑대인간을 밴한 것으로 보입니다.




▣ 본선에서는 과연?


본선은 단판전으로 치뤄진 플레이오프 2단계와는 다르게 3판 2선승으로 진행이 됩니다. 그래서 플레이오프보다는 좀 더 다양한 전략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해도 늑대인간이나 레이저와 같이 푸시와 전투, 다방면에서 좋은 영웅은 여전히 밴&픽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단 이러한 영웅들은 존재 자체가 변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여러 팀들이 안전하게 변수를 제거하는 선택을 할듯합니다.

앞으로 2일 뒤면 본선이 시작하는데, 과연 본선에선 어떤 전략이 등장할 지, 또 어떤 영웅들이 주목을 받을지, 작년 꿈의 고리와 같은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될지 지켜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