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임이 예술이고, 게임을 만드는 나 역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뉴스 보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 정치인들이 투표해서 예술을 정의할 수 있는지. 과반수 통과되면 예술이 되는건가, 이런 생각. 사실 사회의 시각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뭐, 그렇다고 해도 어쨌든 의미있는 행보라고 생각은 한다. 박선용

사업적인 면, 그리고 개발자의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이 섞인게 게임이다보니 이슈가 되는 것 같다. 예술은 자신의 자아를 투영하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이게 예술이야' 이런 말 굳이 안해도 게임은 예술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전재우

"새누리당 김광진 의원이 예술을 법적 정의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누구보다도 그 분야에 가까운 분들이기에 묻고 싶다.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대하여.




'실험적인 게임을 위한 게임 페스티벌'. 평소 보기 어려운 게임을 모아놓고 볼 수 있는 행사인 만큼, 취재욕이 넘쳤다. 주최자인 박선용, 전재우 개발자 역시 현역 인디게임 개발자로 활동 중. 그들에게 이번 행사의 의의와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물었다. 아, 또다른 주최자인 김종화 개발자는 이번 주 초 군대에 입대했다는 슬픈 소식부터 알리겠다.


좌 - 박선용, 우 - 전재우 개발자


실험게임 페스티벌의 주최자이면서 동시에 개발자로 알고 있다. 출품작들을 보면서 느낀 부분도 많을 것 같다.

박선용 - 한국에서는 이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제작한 게임이 많았고, 해외에서는 이미 개발을 진행 중인 작품들이 출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에서는 실험적인 게임 자체를 잘 만들지 않는다고 생각되더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는 학생들의 작품이 많았다. 해외는 거의 실제 상용화를 준비 중인 작품이었고.

선정작들이 대부분 해외 작품인 이유도 그 때문인가.

전재우 - 완성도도 완성도지만... 사실 실험적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게임들이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박선용 - 고민을 많이 했다. 비율을 맞춰야 되는지. 하지만 이왕 할 거라면 매년 개최하고, 되도록 인터네셔널하게 가보자는 생각에 최대한 우리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으로 선정했다.

이번 행사 개최에 대해 관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

전재우 - 행사 홍보를 목적으로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거기에 댓글이 많이 달렸다. 그런데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아이디어 빼먹기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고, 큰 회사에서 이걸 보고난 뒤 게임을 카피해 발매하면 주최 측에서 책임질 수 있냐는 말도 나왔다. 이걸 보니 정말 우리나라 게임 시장이 유연하지 못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박선용 - 우린 단지 재미있을 것 같아 실행한 것이다. 금전적인 이득을 볼 생각은 없었따. 그런데도 반응이 이러니 씁쓸하다.

준비를 정말 많이 했더라. 오고 나서 깜짝 놀랐다.

박선용 - 이전에도 게임잼 등을 진행한 바 있고 결과적으론 도움이 됐다. 준비기간은 약 4달로,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나름 만족스럽게 진행된 것 같다. 스태프 분들도 어제 오셔서 리허설 딱 한 번 했는데 다들 잘 해주시고.

행사 출품작 중 인상깊은 작품을 꼽는다면?

전재우 - 난 '마운틴'. 이걸 게임으로 봐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지금 해외에서 논란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게임 소개하면서 '불쾌하다'고 했는데, 역설적으로 그래서 관심이 간다. 또, 'Anamnesis'도 흥미로웠다. 기존 VR 장비를 디스플레이로서의 용도가 아닌, 조금 더 상호작용을 덧붙이려 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박선용 - 나는 '스크롤 매니악'을 꼽겠다. 사실 병맛 게임인데... 병맛 코드 외에도 많은 것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해외 개발자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작품들을 보면 참 발상부터 독특하다는게 보인다. 마우스, 키보드 혹은 모니터에서 벗어난 게임들이 많다. 자신들이 보기에 재미있어 보인다면 전용 컨트롤러까지 개발한다. 그런데 한국 개발자들은 마우스, 키보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장비를 다른 방식으로 ㅣ이용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주최한 이번 행사의 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게임이 아닐까. 더군다나 한국 게임이고.


본격 산 시뮬레이터 '마운틴'

몸과 마우스가 하나되는 게임 '스크롤 매니악'


이번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박선용 - 될 수 있으면 매년 개최하고 싶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크라우드 펀딩 행사 형식으로 갈까 생각도 해봤다. 운영 및 자금 모으는 것도 완전히 인디 스타일로 가는 거다. 이게 결국 실험 게임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이고, 제도권에서 벗어나고자 한 거니까. 이번 행사 준비하면서도 선배 격인 큰 회사에게는 연락도 안했다. 계속 인디 정신 유지해가면서 운영하고 싶다.

인디 게임 개발자로서 지금 준비 중인 작품이 있나.

박선용 - 나는 '롱테이크'를 개발 중이다. E3 2014에서도 전시한 작품인데, 장르는 2인칭 플랫포머다. 이 장르론 우리가 세계 최초라고 주장하고 다닌다.(웃음) 미국에서 반응도 괜찮았기에 다음 차기작으로 준비할 생각이고, 지금 당장은 '6180 더 문'의 위 유 버전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전재우 - 김종화 씨는 얼마 전에 스팀으로 '룸즈1'의 리마스터 버전을 출시했고, '룸즈2' 출시를 앞두고 있다. 스팀에서 조만간 그린라이트 할 예정이니 많은 투표 부탁한다. 그리고 난 '슈퍼 하이퍼 아케이드'라는 게임을 개발 중이다.

박선용 - 엄청난 게임이다. 출시되면 깜짝 놀랄 거다.

행사의 궁극적인 비전이 무엇인지 듣고 싶다.

박선용 -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개발자 분들도 '아웃 오브 인덱스'에서 뽑혔다는게 자랑스러운 일이 될 만큼 성장했으면 한다. '인디게임 엑스포'로 발전시킬 생각도 있다. 본격 '도우미 없는 게임쇼'랄까?(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