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이벤트라고 해야 할까. 두 번 놀랐다. 예고도 없이 신작이 튀어나와서 곧장 CBT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한 번, 그리고 "엄마 이거 뭐야 무서워"를 외치게 만드는 그래픽을 보고 또 한 번.

웹젠이 퍼블리싱을 발표한 신작은 온라인게임 개발사 게임네트워크의 '플라곤(FlagON)'이었다. 7월 말 첫 공개와 동시에 CBT 테스터를 모집했다. 테스트는 이달 31일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게임 속 그래픽은 2014년 국내에서 나왔다고 하기에 쉽사리 믿기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 게임의 승부수는 무엇일까. 웹젠 사옥을 찾아가 웹젠과 게임네트워크의 계획을 물어보았다.



플레이 영상을 먼저 살폈다. 맨 처음 공개한 시스템은 '프리클래스'였다. 런처에서 게임 시작하자마자 캐릭터와 무기를 선택하는데, 열 명의 캐릭터 능력치는 모두 동일하지만 7개 무기 중 하나를 고르게 된다. 무기에 딸린 스킬만 올리면 무기를 바꿔 쓰는 것만으로 여러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 레벨 말고는 아무 제한 없이 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스킬포인트를 얻고, 어떤 무기 스킬에 사용하냐에 따라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하는 방식이었다. 오토 시스템이 존재해 클릭 한 번으로 퀘스트 동선을 따라가고 사냥이 가능했다. 아이템 자동분해 시스템으로 원하는 아이템만 설정해 획득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이했다. 전체적으로 편의성과 유연함에 무게를 둔 모습이었다.

중립 지역에서 성장하던 플레이어는 이후 두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발도르'와 '루치니'라는 국가는 매일 한 번씩 영지전을 벌인다. 상대 국가의 지역을 점령할 수 있고, 한 지역을 소유한 길드는 그곳 던전에서 발생하는 일정량의 세금을 획득한다. 이 세금 자원을 NPC가 자동으로 수송하게 되는데, 수송 도중 약탈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중히 지켜야 한다.

매주 챔피언십도 열린다. 길드 단위로 대결을 벌여 우승을 차지한 길드는 전체 세금 중 일부를 가져갈 수 있다. 한편 전장에서 성장과 보상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플라곤'이 가진 주요 전투 콘텐츠 세 가지가 표현되고 있었다. 물론 기본적인 던전 역시 다수 존재했다.

이번 CBT는 50레벨 콘텐츠까지 밸런스 테스트를 위해 구성되어 있고, 길드 주식이나 거래소 같은 부분은 빠졌지만 물류 시스템은 구현된 상태다. CBT치고 기간이 길다는 물음에 "경제 시스템은 단기간에 테스트가 힘들기 때문에, 장기간으로 지켜봐야 했다"는 답변을 얻었다.

▲ 게임네트워크 김경수 그래픽팀장(왼쪽), 웹젠 국내사업2팀 박찬욱 사업PM(오른쪽)


만난 사람들

김경수 팀장 : 게임네트워크 그래픽 팀장입니다. 요새 그래픽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처음 보시면 거부감이나 어색함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를 해보시면 거부감이 줄어드실 겁니다.

박찬욱 PM : 웹젠에서 '플라곤' 전체 사업PM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CBT가 플라곤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테스트기 때문에 많은 플레이 및 쓴소리 부탁드립니다.



꽤 갑작스러운 CBT 공개였다. 게임 첫 발표 이후 한 달만에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언제부터 개발을 시작한 건가?

김경수 팀장 : 개발 기간은 2년 정도였다.


정보 노출을 자제한 이유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박찬욱 PM : '플라곤'은 그래픽 톤이 다른 게임과 많이 다르다. 마니아틱한 톤으로 되어 있다. 최초 공개시점부터 일반 유저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을까 싶어서 발표를 최대한 뒤로 미뤘다.


쉽게 적응하기 힘든 그래픽이긴 하다. 웹젠에서 '플라곤' 퍼블리싱을 결정한 이유도 궁금해지는데.

박찬욱 PM : 우리도 처음 게임을 봤을 때는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개발 콘셉트와 기획된 시스템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니 오히려 현재 트렌드에 맞출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유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템 가치를 유지시키는 경제 시스템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픽의 약점을 뛰어넘는 재미, 현실과 같은 경제 부분에서 성공 가능성을 봤다.


이런 그래픽 톤을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나?

김경수 팀장 : 개발 과정에서 여러 제약이 있었다. 다른 타이틀처럼 예쁘게 하려다가 어설픈 모습을 보일 바에는 아예 클래식 방향으로 잡고 만들어가기로 했다.


그래픽 작업 인원이 몇 정도인지, 어떤 엔진을 사용했는지도 알려달라.

김경수 팀장 : 8명 정도고, 자체 엔진을 썼다.


MMORPG치고는 정말 적은 인원이다. 엔진 개발만 해도 눈물나게 힘들었겠는데.

김경수 팀장 : 이전부터 엔진 개발하다가 2년 전부터 실질적인 개발에 들어간 셈이다. 정말 열악한 환경이었다.

▲ 높은 퀄리티의 원화는 내부 인력이 담당했다고 한다


'플라곤'이라는 게임 제목에 담긴 의미는?

박찬욱 PM : 게임 내에서 가장 의미를 주고 싶은 개념이 바로 '깃발'이었다. 후반 콘텐츠에서 아군에게 버프를 주는 아이템이다. 가장 전략적인 요소다. 깃발을 꽂는다는 의미의 '플래그 온(Flag On)'을 편하게 발음하기 위해 '플라곤(FlagON)'으로 바꿨다.


'플라곤'이 다른 게임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박찬욱 PM : 경제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엔드 콘텐츠뿐 아니라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경제 시스템 속에서 재화 물류에 재미를 느끼게 된다. 길드가 주식을 발행하고, 주식을 거래하고 배당도 받으면서 일반 게임과 다르게 길드를 성장시킬 수 있다.


현실과 비슷하게 경제가 돌아갈수록, 현실의 돈 투입이나 각종 편법 및 사기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가 생긴 사례가 여러 게임에 있다.

박찬욱 PM : 어뷰징 같은 행위가 발생할 것은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비중 있게 테스트하는 부분이 경제 시스템이다. 최대한 많이 문제를 파악하고자 한다.


양대 진영 거대 RvR이 중요할 경우, 강한 진영 쪽으로 몰린 사례가 여러 게임에서 있었다. 대비책이 있을까?

박찬욱 PM : '플라곤'의 영지전은 단방향 플레이의 성격이고,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쪽으로 너무 밀렸을 경우 공격력 수치나 아이템 드랍율 등이 조정될 예정이다.


영지 하나를 점령하는 데 한 길드만 투입되진 않을 것 같다. 여러 길드가 모여 승리했을 경우 해당 영지는 어떤 길드의 소유가 되는 건가?

박찬욱 PM : 영지전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은 두 진영이 인접해 있는 6개 지역이다. 각 지역에는 중심 거점이 있고, 거기에 마지막으로 타격을 입힌 유저의 길드가 지역을 소유하게 된다. 매일 한번씩 영지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길드가 오랫동안 차지하는 일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 '플라곤'의 현재 월드맵. 두 국가의 거대 전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어떤 유저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나?

박찬욱 PM : 1세대 MMORPG를 많이 즐긴 3~40대 이상의 남성이다. 향수를 느낄 만한 그래픽 톤이어서 예전에 게임을 즐기던 추억을 가질 수 있게 했고, 올드하지만 현재 트렌드에 맞게끔 변경한 부분이 많다.


초기 기획은 지금과 별 차이가 없었나?

김경수 팀장 :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처음에는 공성전을 의도했다. 나중 가면서 AOS 장르의 느낌을 전장에 접목시켰다. 지금 테스트하는 유저분들에게도 이 콘텐츠가 가장 재미있다는 평을 듣는다.


PvP 전장이 AOS 방식에 가깝다는 정보도 미리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김경수 팀장 : '킵'이라고 불리는 본진이 양 진영에 있다. 킵에서 미니언들이 나오고, 세 라인에서 단계적으로 타워를 파괴해 최종적으로 킵을 부수는 진영이 이기게 된다. 실제 AOS와 같은 방식이다. 중앙에서는 정글처럼 몬스터를 사냥해서 아까 언급한 깃발을 획득하고, 맵 중앙 보스를 해치우면 아군에게 버프를 줄 수도 있다.


전장이나 영지전 등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요소는?

박찬욱 PM : 프리클래스라는 특성상 유저들이 무기나 스킬조합을 얼마나 잘 해오느냐가 중요하다. 다른 게임은 각각에 맞는 파티 구성이 중요한데, 우리는 언제든 무기와 남는 포인트만 있으면 자유자재로 역할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내 경우를 예로 들면 양손검 딜러를 기본 역할로 수행하다가 아군이 위험할 때 지팡이로 무기를 바꿔 힐을 주기도 한다.


이런 방식의 길드 시스템은 현실의 돈이 우위를 결정하고, 거대 세력이 횡포를 부린 사례도 예전까지 많았다. 이런 일을 막는 대비책이 있다면?

박찬욱 PM : 길드 하나당 영지 하나만 소유할 수 있게 제한했다. 상대 국가와 맞닿은 지역의 던전에서 좋은 아이템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거대 길드 하나가 독점하는 형태는 불가능하다. 언제나 경계는 세 군데 지역이 있으니까. 물류를 운송해오는 과정에서 언제든 타 길드와 국가에 약탈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독과점은 어느 정도 견제된다.

▲ '프리클래스'로 대변되는 캐릭터 선택 화면


CBT가 진행되면서 한창 유저 의견을 모니터링하고 있을 것 같다. 어떤 반응이 많은지?

박찬욱 PM : 처음 하루이틀은 그래픽 논란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유저들이 게임에 익숙해지면서 건의사항 위주로 많이 남겨주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좋은 평가는 주로 어떤 부분에서 나왔나?

박찬욱 PM : 오토와 프리클래스를 핵심으로 내세웠는데, 그 점이 편리하고 신선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언제나 뜨거운 감자, 강화 시스템은 어떻게 구성됐는지.

박찬욱 PM : 무기는 +7까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방식은 아주 간단하게, 강화석 하나만 있으면 바로 다음 단계로 강화하게 된다. 레전더리 아이템은 제작을 해서 구현 가능하고, 경제 시스템에 그 제작 재료도 포함된다. 모든 아이템에는 옵션이 붙어 있어 공격 위주나 방어 위주 등 플레이어가 원하는 스타일의 아이템을 자유롭게 구할 수 있다.


다음 테스트 계획도 알고 싶다. 오픈 일정도 생각하고 있나?

박찬욱 PM : 이번 결과를 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반응이 좋으면 오픈 버전을 최대한 빨리 보여드리고, 아니면 다음 테스트 일정을 빨리 잡아서 외부 피드백을 더 수렴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인벤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한다.

김경수 팀장 : 처음 인사를 드리게 됐다. 그래픽 논란으로 걱정이 있지만 의도된 방향이고, 노트북 쓰는 분들까지 부담 없이 즐기도록 저사양에 신경을 쓰기도 했다. 콘텐츠와 시스템의 양을 보면 왜 이런 그래픽이 나왔는지도 아실 것이다. 한번쯤 플레이해보신다면 감사하겠다.

박찬욱 PM : 어느 정도만 길게 플레이해보시면 분명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게임이다. 그렇게 충분히 플레이 가능할 만큼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준비했으니 마음껏 즐기시길 바란다. 향후 좋은 게임이 될 수 있도록 쓴소리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