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벤은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심즈4 글로벌 출시 이벤트 현장을 찾았습니다. 현장 풍경과 관련 기사가 순차적으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대략 11시간. 참 먼 길을 날아(?)왔다.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심즈4' 출시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국 기준 9월 2일, 어느새 며칠 앞으로 다가온 런칭 날짜를 헤아리며, EA는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뮬레이션계의 대표적 거물이라 할 수 있는 '심즈'의 네 번째 정식 넘버링 타이틀.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팬(특히 여성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간판급 작품이 공식적인 출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아마도 EA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듯 손에 땀을 쥐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지 않을까.

이번 행사의 메인 테마는 APAC(Asia & Pacific,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게임 사전 시연회. 저녁 시간대에 마련된 행사는 간단한 프리젠테이션과 약 1시간 30분 가량의 플레이 세션, 그리고 현장에 방문한 개발팀 PD와의 만찬으로 이루어졌다.

바다 건너에서 모여든 수많은 심즈 팬들과 이야기꽃을 피운 다음날, EA 호주 지사를 찾았다. 숙소에서 대각선 방향 바로 앞에 위치한 호주 지사는 말 그대로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굉장히 편안한 복장을 한 그레이엄 나르돈(Graham Nardone) PD가 인터뷰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협력 프로듀서(Associate Producer)이자 '심즈4'의 피처 프로듀서(Feature Producer)를 맡고 있다고 소개하며, 게임 내에 확정된 컨텐츠에 대한 것이라면 뭐든지 답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EA 심즈4 개발팀 그레이엄 나르돈 협력 PD


사실 협력 프로듀서나 피처 프로듀서라는 직책은 한국에서 생소하다. 대략적으로 유추해볼 수는 있지만, 뚜렷하게 와닿지는 않는 것이 사실. 개발팀 내에서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흔히 프로듀서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것이 환경 제작자(Environment Producer)입니다. 제 경우에는 그들과도 함께 일하고, 마케팅 분야에도 관여합니다.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 관련된 거의 모든 부분을 함께 하고 있죠.

피처 프로듀서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게임 안에 들어가는 요소들에 대한 확신입니다. 즉, 게임을 즐기는 모든 사람이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컨텐츠들을 확정짓고 프로듀싱하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레이엄은 잭슨빌 대학교(Jacksonville University)에서 컴퓨터 아트와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업계에 들어오기 전부터 MOD 커뮤니티에서 상당기간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사실 '화려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는 않는 이력. 그것들이 게임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됐느냐는 물음에 그는 너털웃음과 함께 그렇다고 답했다. 오로지 게임을 통한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아왔다는 느낌이 진하게 묻어났다.

"오래 전부터 저는 게임업계에 들어오고 싶었습니다.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도 게임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컴퓨터 아트와 디자인을 전공으로 선택한 건, 그것이 게임업계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MOD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시절에 '카운터 스트라이크'(Counter Strike)와 '골든아이: 소스'(Golden Eye: Source)의 유저 컨텐츠를 만들곤 했습니다. 이 시절에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온라인으로 만나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요. 게임회사에 들어와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보니 굉장히 기뻤고 설렜습니다. 물론 재미도 있었고요.

저는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전부터 팀에서 활동해왔는데요. 이 희대의 타이틀과 관련된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건 제게 있어 굉장한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THQ에서 게임업계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레이엄은 2009년 EA 본사 심즈 스튜디오로 이직, '심즈3'부터 참여해왔다. '심즈3 좌충우돌 세계모험'에 등장하는 고대 무덤 디자인이 그가 주도했던 작업이다.


그레이엄 나르돈 PD의 역량이 발휘된 확장팩


사실 '심즈4'와 관련해서는 지난 E3 2014에서도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도 주된 화두 중 하나는 전작과의 비교였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미처 묻지 못한 부분들이 다소 있었다. 마침 그레이엄 역시 전작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만큼, 그때 확인하지 못한 부분들을 짚어보고자 했다.

게임 컨텐츠에 관해 그레이엄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은 전작에 비해 대폭 줄어든 맵 크기에 관해서였다. 수많은 게임들이 넘버링을 거듭하면서 '더욱 방대해진 맵'을 추구하는 것이 현실. 이러한 와중에 '전작보다 맵 크기를 줄였다'는 건 고개를 갸웃할 만한 선택임이 분명하다.

"1년 정도 전에 심즈4 팀에 합류하면서, 심즈3에서 선보였던 커다란 맵을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했습니다.

'심즈3'의 굉장히 넓은 공간을 플레이하는 동안 서로 뚝뚝 떨어져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느껴지는 심들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심즈4'에서는 그들을 좀 더 밀집시키고, 공공장소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더욱 다양화시키려고 했죠. 이를 테면 플레이어가 가까운 공원에 방문했을 때 다른 여러 심들이 바베큐 파티를 하면서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낄 수도 있고요.

여담이지만, 이번 작에는 이스터 에그 방식으로 눈에 띄는 특이요소들을 가급적 많이 넣으려고 했습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이것들을 주의깊게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거라고 봅니다.

심즈4에서 가장 무게를 둔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이웃들과의 관계'입니다. 보다 좁은 공간 안에 보다 많은 심들이 존재하도록 하면, 이웃들과 더 활발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말하자면, 심들의 밀도를 높인 셈이죠.

심즈4에는 '윌로우 크릭'과 '오아시스 스프링'이라는 두 개의 마을이 존재합니다. 이 명칭들이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될지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전작에서는 한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이동할 때, 기존까지 해왔던 것들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게임을 새로 시작하는 셈이었죠.

하지만 심즈4에서는 마을 간에 완전히 자유롭게 오갈 수 있습니다. 마을에서 마을로 이동할 때 약 10초 정도의 로딩 시간을 필요로 할 뿐이죠. 편의성 면에서 아마 이번 작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즉, 공간은 좁아졌지만 그 안에 돌아다니는 심들의 수는 여전하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이웃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되고, 더욱 많은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는 것. 심즈4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룹 컨트롤 기능을 도입해 좀 더 다양한 양상의 사회적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 가정마다 성인과 아기를 포함해 최대 8명까지의 심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월드 모드에서는 총 20명까지 함께 움직일 수 있고요.

그룹 컨트롤에 관해 몇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RTS 게임 등에서 하듯 한꺼번에 여러 심을 묶어서 조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방법을 하나 말씀드리자면, 한 명의 심을 조작해 어딘가로 보내고자 할 때 함께 갈 다른 심들을 선택해서 따라가도록 하는 겁니다. 이웃집에 놀러가거나 동네 공원에 나갈 때 아내 혹은 아들, 딸과 함께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죠.

마을을 살펴보면 어디는 주거공간, 어디는 상업공간 이런 식으로 각각의 용도별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플레이어의 뜻에 따라 이 공간들을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상업공간을 내가 주거공간으로 바꿔서 더 많은 심을 만들 수 있는 식이죠.

하나의 타운 안에는 최대 16개 집이 배치될 수 있습니다. 한 가정에 최대 8명의 심이 들어갈 수 있으니 타운 하나에는 총 128명의 심이 살 수 있고, 마을이 두 개니까 총 256명의 심이 존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심의 숫자입니다. 게임 안에는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없는 심들도 여럿 돌아다니기 때문에 실제로 게임을 즐기면서 만나는 심들은 훨씬 다양하고 많습니다. 그들이 정확히 몇 명이 될 거라고 말하기는 어렵겠네요."





전작과 비교했을 때 '역행하는' 듯 보이는 또 한 가지가 있다. '심즈3'에서는 영아와 아동 사이에 유아기가 있었고, 실제 이것을 좋아하는 팬들도 상당수였다. 그런데 '심즈4'에서는 유아기 없이 영아에서 바로 아동으로 넘어가게끔 되어 있다. 즉, 원래 있던 컨텐츠가 사라진 것이다.

"심즈4를 만들면서 가장 중점으로 둬야할 부분이 무엇인가를 여러 차례에 걸쳐 의논해왔습니다. 유아기는 그 중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빠진 부분들 중 하나입니다.

대대로 심즈 시리즈를 즐겨온 팬들이 유아기 보육을 좋아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은 물론 알고 있습니다만, 저희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다른 부분에 좀 더 집중하기를 원했습니다. 이를테면 심들 각각의 성격이나 감정 표현, 창작도구, 갤러리(사람들끼리 창작물을 공유할 수 있게끔 하는 컨텐츠), 건설 모드 등 게임의 다른 부분들을 깊이 있게 즐기길 바란 거죠.

물론 출시 이후에도 팬들의 의견을 꾸준히 수렴할 것이기 때문에 유아기 컨텐츠가 완전히 없어질 거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 물론 그렇다고 빠른 시일 내에 추가할 계획이 있다는 의미도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말아 주시고요(웃음)."


유아기 컨텐츠에 관련된 답변을 들으면서 느꼈던 건, 전작을 플레이하면서 적지 않은 팬들에게 애증의 대상으로 남았던 수많은 확장팩이었다.

혹시 유아기 컨텐츠를 이미 확장팩 방식으로 추가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들을 확장팩으로 선보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들 수밖에 없었다. 확장팩 계획이 세워져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레이엄은 호탕한 웃음과 함께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서 확장팩 계획에 대해 공유할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출시한 뒤에 유저들이 이야기하는 불만사항이나 제안 등을 모아보는 것이 먼저고, 확장팩은 그 내용들을 바탕으로 적절한 계획을 세워 개발해야겠죠. 앞서 이야기했던 유아기 부분 컨텐츠 역시 이와 같은 과정을 밟을 예정입니다.

심즈4와 관련해 다양한 루머들을 접한 적이 있는데, 프로젝트 초기에 심즈4가 온라인으로 개발되고 있었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요. 내년이 심즈 시리즈의 15주년입니다. 심즈는 마니아층이 굉장히 많고, 그만큼 큰 기대를 받고 있는만큼 여러 팬 분들이 기대하는 바를 저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유저 제작 모드로 인한 컨텐츠의 확장도 적극적으로 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설령 확장팩으로 나올 만한 것들을 유사하게 구현하는 모드가 등장한다 해도 구태여 제약을 걸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일부러 캐릭터의 옷을 다 벗겨놓는다거나 하는 것처럼 게임의 등급에 맞지 않는 행위만 아니라면 유저 제작 컨텐츠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고 합니다.

심즈 시리즈는 여태까지도 유저들의 손에 의해 수많은 것들이 만들어져 왔습니다. 솔직히 저는 심즈4에서도 유저들이 어떤 즐길거리를 만들어낼지가 매우 기대됩니다."


심즈4를 플레이하는 동안 느꼈던 것은 전작들에 비해 훨씬 다양한 종류의 스킬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별 시덥잖아보이는 행동을 했을 때도 스킬을 얻었다는 메시지를 종종 보게 되며, 다양한 종류만큼 스킬 레벨을 올리는 것이 그리 수월하지만은 않게 디자인 되어 있다.

"스킬은 레벨 1부터 10까지 있는데, 전작에서는 스킬 레벨을 올리는 과정이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심즈4'에서는 스킬 레벨을 하나하나 올릴 때마다 새로운 컨텐츠를 언락하는 방식으로 디자인 됐는데요. 이것이 게임의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차량에 관한 스킬을 예로 들어보죠. 레벨 1일 때는 세차를 할 수 있고, 레벨 3, 4 정도가 되면 차량의 고장난 부분을 직접 수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세분화된 스킬들을 배치하고 그것들의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더욱 많은 활동들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채로운 재미를 추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심즈 시리즈는 '인생 시뮬레이션' 장르다. 즉, 가상의 삶을 컨셉으로 하고 있는 만큼, 궁극적인 인생 목표는 있어야 하게 마련.

전작에서 선보였던 평생 행복 보상이나 소망, 평생소망 같은 시스템은 스스로 '또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무엇을 목표로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할 수 있게끔 도와줬었다.

'인생의 궁극적 목표'라는 측면은 심즈4에서 어떻게 구현되어 있을까.

"심즈4에도 평생소망이나 야망이 존재합니다. 음, 전작과 달라진 점이요? 예전을 생각해보면 맨 처음 심을 만들 때 평생소망이 무엇인지에 맞춰 개인의 성향 3개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심즈4에서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그보다 훨씬 많은 성향을 추가로 부여할 수 있게끔 되어 있죠. 추가할 수 있는 성향의 수에는 거의 제한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심들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소망이나 야망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처음 만들 때는 돈, 즉 부자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가 어느 순간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이 소망이나 야망을 이루기 위해 다른 심들이 도와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예로 들 경우, 다른 심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몰아줌으로써 한순간에 부자가 될 수도 있죠.

몇 차례씩 반복한 이야기 같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심즈3'에 비해 더 커다란 폭에서 바라보고 훨씬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테니,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합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 [체험기] 바람도 아무나 피우는 게 아니구나... '심즈4' 컨셉 플레이 도전기

= 호주 시드니, 심즈4 글로벌 런칭 파티 현장에서
이종훈 기자(jeek@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