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소프트 기술면접위원 박성철 개발자

"게임 개발자를 꿈꾸나요? 기존 IP의 장르 바꾸기에 도전하세요"

개발직군에 포함되는 사람들은 '포트폴리오'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면접에 임하고 역량을 거론하고 함께 할 사람을 결정하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대개 포트폴리오에는 많은 공이 들어가곤 한다.

띵소프트에서 서류심사 및 기술면접위원을 맡고 있는 박성철 개발자는 넥슨 커리어클럽에 마련된 강연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준비함에 있어 중요하게 보는 점'을 소개했다. 그는 "이것은 매우 간단하지만 동시에 매우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캐치하지 못하시는 듯해 그 부분을 짚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트폴리오에서 IP(Intellectual Property : 지적재산권)게임의 제작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규모라든가 제작 기간 등의 부분에서 굉장히 많은 코스트를 필요로 하기에 매우 힘든 일이지만, 게임 개발직군으로서 중요한 경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굵직한 이력들을 여럿 가지고 있다


모작은 이제 그만!

모작(模作)이란, 다른 사람이 만든 작품을 본떠서 만드는 행위 또는 그 결과물을 가리킨다. 박성철 개발자는 심사위원으로서 포트폴리오를 살필 때 모작 결과물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기술면접이나 실제 직군면접에서 포트폴리오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매우 크죠. 이 포트폴리오에 관해서 '탄탄하게 준비한 것 같은데 왜 면접에서 어필이 잘 안 될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왜 열심히 준비한 프로젝트들에 관해서 하나도 물어보지 않는지 궁금증이 생기는 거죠. 이유는 '모작이 많기 때문'입니다.

기술면접에서 얼마나 열심히 공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가보다는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해나갈 수 있는가를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죠. 이력서나 포트폴리오를 준비하실 때 추천드리고 싶은 방법입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고 할 때, 모작은 심사위원 입장에서 보면 책을 그대로 베껴쓴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 박성철 개발자의 설명이다. 그는 "모작 대신 IP게임을 만들어보는 경험으로 대체하시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면, IP게임으로 시작하라


IP게임은 정확히 무엇인가?

IP게임이란, 기존에 존재하던 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만드는 게임을 말한다. '기존 지적재산권'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게임IP와 비게임IP로 나눌 수 있다.

게임IP를 활용한 사례는 다시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기존 작품들에 넘버링이 붙은 '차기작'이다. 스타크래프트2라든가 리니지2 같은, 전작의 세계관이나 캐릭터 설정 등을 상당부분 계승한 경우를 가리킨다.

두 번째는 기존 게임을 다른 장르로 변화시킨 '장르변경' 타이틀이다. 콘솔 게임을 온라인으로 옮긴 '피파온라인' 시리즈, 전략 시뮬레이션과 MMORPG로 출시됐던 워크래프트 IP를 카드 게임으로 옮긴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이 여기에 속한다.

비게임IP는 소설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만든 '삼국지'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피파온라인의 원작인 콘솔판 피파 시리즈의 경우, 스포츠를 토대로 만든 비게임IP 활용 사례에 해당한다.

IP게임이라는 개념을 좀 더 구체적으로 도식화하자면 이렇다


기존 IP 활용, 어떻게 해야 할까?

박성철 개발자는 IP게임 중에서 이력서나 포트폴리오에 습작으로 첨부하기 좋은 것으로 '장르변경'을 꼽았다. 다른 사례들에 비해 덜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먼저 차기작의 경우, 장르를 똑같이 가게 마련이므로 모작이 되기 쉽다. 또, 원작보다 적은 규모로 개발했을 경우 부족한 부분 위주로 비교되기 십상이다.

비게임IP를 활용하려는 경우도 녹록치 않긴 마찬가지다. 스포츠IP의 경우, 그 자체가 이미 게임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것에 비하면 게임화하기가 수월한 편이다. 하지만 도서나 음악 등 다른 IP는 게임 요소를 새롭게 부여해야하기 때문에 게임으로 만들기가 다소 어렵다는 것.

"심사위원으로의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장르변경을 시도해본 사례에 눈길이 갑니다. 예를 들어 단순한 3매칭 퍼즐게임이라고 해도, 기존에 있던 다른 IP를 접목을 시키면 좀 더 눈에 띄는 결과물이 되기 쉽죠.

어벤져스 IP를 활용해 3매칭 퍼즐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세요. 토르 구슬을 맞추면 번개가 떨어진다든가 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색다른 게임성을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장르변경 IP게임을 하고자 할 때 취해야할 것과 버려야할 것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먼저, 전작 IP가 가지고 있는 특성은 반드시 취해야 합니다. 캐릭터의 외모라든가 성격 같은 기본적인 설정 말이죠. 그 밖에 시스템, 기존 게임성, 타겟 유저층과 같은 것들은 모두 잊어버리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장르변경 IP게임에 도전할 때의 포인트


새로운 포트폴리오, 출발선은 가까이에 있다

박성철 개발자는 IP게임에 초점을 맞춘 포트폴리오는 의외로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개인적으로라도 재미있게 느꼈던 컨텐츠를 가지고 "이걸 어떻게 게임으로 만들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라는 것.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면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변경에 관련된 아이디어를, 그래픽 분야 지망생이라면 어떤 그래픽적인 부분을 바꿔 표현해서 색다른 플레이 경험을 줄 수 있겠다는 식의 생각을 가급적 많이 해보라는 설명이다.

그는 "기획자 직군의 경우 간단한 보드게임 형식으로 핵심적인 시스템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추천했다. 기본적으로 말과 글을 가지고 설명해야하는 것이 기획자 직군의 어려움이다. 특정 사례라든가 결과물을 제시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 이럴 때 보드게임과 같은 시각적인 형식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여줄 수 있다면 면접에 임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듣는 사람, 양측 모두 만족스러운 면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성철 개발자는 "인상깊었던 IP를 어떻게 게임으로 만들어볼지 생각하는 과정이 재미있으면, 게임 개발자를 직업으로 선택해도 충분히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야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