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어. 네 재능을 따라가! 그러면 성공은 따라올거야." 영화 '세 얼간이'에서 등장하는 란초가 한 말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뿐 현실은 녹록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이 꿈꾸는 일이지만, 여러 가지 제약과 두려움은 꿈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보다는 어릴 때부터 만들어진 환경과 전공의 범주 내에서 일을 선택한다. '세 얼간이'에서 파르한 쿠레쉬가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가 정해준 꿈인 '공학자'를 따라간 것처럼. 현대 사회의 사람들은 중고교 입시를 거치며, 대학 졸업 후 취업 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좋은 직업을 가져야 돈과 명예가 보장된다고 배우고 습득한다.

게임업계는 어떨까? 게임 업계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 모인 사람이 대부분이기에 사회의 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 수 있을 뿐이지,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혹시나 자신이 원하는 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도, 회사 중역의 한마디에 그 프로젝트는 엎어지거나 지연되기 일쑤다. 또한,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기도 하는등 이와 같은 장애물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번 인터뷰의 대상자인 티엔 소프트를 처음 찾아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한곳에 가득 전시된 피규어였다. 피규어 수집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속한 티엔 소프트는 원래 게임 그래픽 외주 업무를 진행하는 회사였지만 다른 회사와 합병을 하면서, 게임 개발을 직접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모여서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지 오랜시간 회의를 시작 했다.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면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 끝에 '카드 배틀 게임'이라는 결론이 나왔고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을 진행하면서 언제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카드 배틀 장르에서 유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생각 하는 것이었고, 그 방향성에 맞춰 게임을 개발했다고 한다.

모바일 시장에 카드 배틀 장르인 '그라나사 이터널'로 도전장을 던진 그들. 티엔 소프트의 예근준 PM과 이광섭 RM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피규어를 마련해 놓은 작은 책장

▲ (좌)이광섭 RM, (우)예근준 PM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개발 1실, 개발 2실의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고 있는, 예근준 PM, 이광섭 RM이다. 원래는 하나의 부서에서 같이 '그라나사 이터널'을 개발했으나, 이제 차기작도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2개로 분할했다.

- 사실 현재 모바일 시장의 추세는 카드 배틀 게임은 아닌 것이 사실이다. 왜 하필 이시점에 카드 배틀 게임인지?


어떻게 보면 회사의 태생이 카드 배틀 게임을 만들게 된 역할을 한 것 같다. 회사가 게임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는 일종의 그래픽 외주 업무로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회사에 비해 예쁜 그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있었고, 카드 배틀 게임 장르가 우리 회사가 잘 만들 수 있는 장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환경과 그리고 피규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내부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장르인 카드 배틀 게임으로 결정했고, 퍼블리셔도 쉽게 승낙을 했던 것 같다. 카드 배틀 게임 시장이 안 좋다는 얘기를 하지만, 한국뿐 아니라,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 쪽에도 카드 배틀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가 많다.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카드 배틀 게임 시장이 죽은건 차별화된 시스템이 없어서 라고 생각한다. 그라나사만의 차별화 시스템은 무엇인지?


같은 장르의 카드 배틀 게임은 수집과 육성에 초점을 뒀다면, 우린 엔드 콘텐츠에 집중했다. 카드 육성 외에도 트로피나 칭호가 있어서 플레이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만랩 이후에도 플레이어의 능력치를 올려줄 수 있게끔 했으며, 좀 더 RPG 요소에 집중했다.

또한, 게임 스토리상 가문 간의 대결을 중시해서 RvR(Realm vs Realm, 진영 간의 전투)쪽에 표현을 했다. 사실 경쟁이라는 것 그 자체가 게임 내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유저들간의 경쟁, 자신과의 경쟁, 기존의 카드 배틀 게임에 보면 친구들 간의 소셜 경쟁은 있었지만, RVR에 집중했던 게임은 없었던 것 같다. 경쟁과 협력을 중시하는 RvR을 강조했다.

- 게임내에서 여자 캐릭터만 있는 것 같다.


몬스터, 남자캐릭터들은 한 명도 없고 전부 여자 캐릭터들만 200여 개 정도 존재한다(웃음). '꼭 몬스터와 싸워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문들과의 암투에 중점을 두고, 세 가문이 싸우고 전투를 하면서 누가 그 지역을 점령하느냐에 따라서 이익을 얻는다. 또한 한 가문의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계속 땅을 많이 점령하기는 어려운 구조로 설계했다. 가문의 경쟁과 협력의 RvR을 구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땅을 점령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진행되는가? 그리고 진영간 싸움에서 중요한건 인원 균형이다. 가문간의 이동은 가능한가? 불가능하다면 이점은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지?


RvR이 열리면 유저들은 해당 지역을 먹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PvP를 진행하거나 강림 몬스터를 잡으면 포인트가 쌓이고 전광판에 포인트가 표시되며, 가장 높은 포인트를 획득한 가문이 점령한다. 점령하게 되면 특정 버프와 보상을 획득할 수 있으며, 연속해서 점령할수록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문 간의 이동은 불가능하다. 처음 가문을 선택할 때 불리한 가문을 선택하면, 추가 선물을 지급하는 방식이라던가 등의 운영적인 부분으로 해결할 생각이다.

▲ 가문간 영토쟁탈을 강조했다.


- 이런 장르는 아무래도 카드가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라나사'만의 특징이 있는가?


카드 캐릭터가 움직인다. '원화가 움직이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2D에 폴리곤을 입히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어색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기 위해 캐릭터를 전부 뜯어서 3D 화를 했다. 평면에서 보면 원화로 보이지만, 보스 배틀이나 강림 시스템에서 보스 캐릭터들을 카드가 아닌 2D 캐릭터가 움직이는 형태로 생동감 있는 바스트 모핑이나 액션이 유지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 전투는 어떤식으로 진행되는지?


전투는 2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으로 나뉜다. 소셜 레이드나 강림의 전투는 캐릭터가 크게 나오고, 공격할 때 모션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각 카드는 스킬을 가지고 있으며, 카드 기반 스킬과 덱기반 스킬이 있다. 덱기반 스킬은 카드덱이 강해질수록 스킬이 강해지고, 카드 기반은 혼자만 강해지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유저들이 특정 카드 기반 스킬을 얻으면 그 카드를 키워서 전투를 하다가 어느 정도 한계가 오면 나중에 덱기반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카드 배틀 게임엔 진화의 방식이 존재한다. 예를들면 진화를 시키기 위해 같은 카드가 필요한다던가.. 그라나사는 어떻게 진행되나?


진화를 할 때 똑같은 카드가 필요하지는 않다. 진화 재료가 있어서 지정된 재료를 획득하고, 그 재료로 진화할 수 있다. 진화 재료는 요일던전에서 획득할 수 있다.

카드끼리 합치는 부분은, 일종의 플러스 알파로 같은 카드를 얻었을 때 손해는 아닌 정도로만 설정했다. 진화하기 위해 같은 카드가 필요한 방식처럼 허들로 이용하게 싶지는 않다. 라이트 유저도 즐길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진행할 예정인지?


가챠시스템은 하는 사람은 하고 안 하는 사람은 안 한다. 그래서 엔드게임 콘텐츠의 비중을 많이 두려고 한다. 강림, 요일 던전 등 유저가 즐길 수 있는 요소를 많이 둬서, 유저가 플레이하는데 필요한 쪽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한정적인 유저들 뿐만 아니라 많은 유저가 플레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추구하려고 한다.

- 카드배틀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간단히 즐길 수 있어서다. 엔드 콘텐츠를 중시하다보면 어려워지고, 그 자체로 허들이 된다. 전체적인 흐름이나 밸런스 조절은 어떻게 했는지?


기본적으로 초반 동선을 잡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며 개발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튜토리얼이 있지만, 일정 레벨이 되면 어떤 콘텐츠를 해보라 하는 식으로 유도해서 하나하나 경험해 나가는 동안 만랩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그 이후 게임을 제대로 즐기는 건 만랩부터 시작되는 방향으로 디자인했다.

콘텐츠가 게임을 어렵게 하는 부분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진화를 하기 위해선 요일던전을 가야 되고, 신성을 바꾸려면 엘리멘탈을 얻어야 한다. 엘리멘탈을 얻기 위해서는 강림을 해야 하고. 이런 부분이 엔드 콘텐츠의 한 부분이다. 유저들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



- 카드 배틀 게임에 스토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 어떻게 구성되있나?


스토리의 표현은 지역에 들어갔을 때 퀘스트가 발생하며, 스토리를 처음부터 쭉 보여주는 형태로 진행된다. 카드별로 스토리가 존재하며, 도감에서 볼 수 있다. 주요 등장 캐릭터들은 비중 있게 다룰 예정이다. 내용은 가문 간의 혈투를 많이 담으려고 했다. 시즌과 관련된 스토리도 매번 넣으면서 이런 캐릭터는 왜 나왔고, 어떤 가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소개할 생각이다. 또한, 복선을 깔면서 시즌이 진행되면 스토리가 풀려가는 식으로 하려고 한다.

- 중요한 질문을 하겠다. 카드의 노출은 어느정도 인가?


성우분들이 터치 액션에 대한 부분에 대해 녹음을 하는데, '이 게임 나중에 욕먹는 게임 아니죠?'라고 물으신 적이 있었다. '음', '아' 이런 소리를 내는 부분에서 그런 질문을 하셨던 것 같다.

게임은 전체 이용가를 표방한다. 따라서 원화의 노출수위는 높은 편이 아니다. 노출의 강도는 나라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웃음)




- 이제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요즘 카드 배틀 게임 장르가 많이 죽었다고 하지만, 아직 카드 배틀 게임을 즐기는 일정한 유저층은 존재한다. 그런 유저를 위한 게임을 만들자가 목표였다. 게임을 만들다 보니까 카드 배틀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원하는 게임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오프닝을 만들어서 넣고, 게임 캐릭터 피규어도 제작하고, 음성더빙도 진행 하는 등 그런 요소들을 많이 찾아 게임에 넣으려고 노력했고,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쪽도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조사하여 맞추는 쪽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에서도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게임이기 때문에 유저가 무엇을 좋아하고 선호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수공업으로 주문제작한 '그라나사 이터널' 캐릭터 피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