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

"21세기에는 모든 예술, 모든 아날로그 장르들이 게임 논리를 받아들이도록 요구받을 겁니다. 어떤 식으로든 말이죠."

23일(화) 이른 아침, 역삼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엔(&)스페이스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주제로 한 '굿 인터넷 클럽 50(Good Internet Club 50)'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발표자로 참석한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는 '게임이 21세기의 주된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진중권 교수는 그간 '게임의 패러다임화(化)'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해왔다. 게임중독치료에 관한 법률이 발의된 이후 게임 분야에 관련된 토론회에 모습을 비추며 "게임이 향후 주된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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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제였던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비게임 분야에 관한 지식 전달, 행동 및 관심 유도, 마케팅 등에 게임의 메커니즘과 사고방식 등을 접목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진중권 교수는 게이미피케이션의 확산 움직임을 통해 '게임의 패러다임화(化)'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현대사회의 사람들의 대다수는 '정보 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노동과 유희는 별도로 구분되지 않는다. 같은 기기를 사용하더라도 어떤 정보를 찾고 향유하느냐에 따라 노동이 될 수도, 유희가 될 수 있다는 것.

에듀테인먼트(Education + Entertainment), 폴리테인먼트(Politics + Entertainment), 인포테인먼트(Information + Entertainment) 등의 단어들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사회적 활동들을 즐거움 내지는 재미와 결합하려는 움직임이 보편화되고 있다. 진중권 교수는 이를 가리켜 "현실과 놀이를 중첩시키고 싶어하는 대중의 욕망"이라고 말한다.

"과거 촛불집회 현장에 참석자이자 리포터로 함께 했을 때의 이야기인데요. 그때 인터넷을 통한 현장 중계가 굉장히 인기를 끌었는데,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안에 게임의 논리가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인터넷 중계방송에는 채팅 기능이 있습니다. 거기에 단순히 방송에 관한 소감만 적는 게 아니라 일종의 취재방향을 요청하는 거죠. '누구 좀 찍어달라', '저 사람 따라가야지 뭐하냐' 이런 식으로요. 이런 모습들이 리포터를 마치 MMORPG 상에서의 자기 아바타를 다루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제가 밀려서 넘어지니까 여러 사람이 함께 분노하고, 수백만 원짜리 카메라가 부서지니까 커뮤니티에서 모금해서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내 캐릭터 쓰러지면 화나고, 역할 수행하려면 장비 맞춰줘야 되잖아요(웃음).

즉, 자신들은 나름대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즐기고 있으면서, 동시에 이런 활동들이 사회적/정치적으로 뭔가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진중권 교수는 "예술의 본질은 게임"이라고 이야기한 해석학의 창시자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Hans-Georg Gadamer)의 말을 또 한 번 인용했다. 인터랙티브를 추구하는 예술은 '체험/경험을 디자인하는' 영역이며, 그것이 게임의 기본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실제 인터랙티브 아트들이 게임용 엔진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가져다 사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그는 "20세기의 예술이 사진과 영화의 논리를 받아들였던 것처럼, 21세기의 모든 예술은 어떤 식으로든 게임의 논리를 받아들이도록 요구받을 것"이라고 말하며 다시 한 번 게임이 굵직한 패러다임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한편, 발제가 끝난 뒤에 이어진 좌담에서 진중권 교수는 게임을 바라보는 자신의 입장은 어디까지나 중립이라는 점을 보다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게임으로 인해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에 대해 옳다 혹은 그르다는 식으로 가치평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며, "그냥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봐야한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진 교수는 또한, "현재 게임과 관련해 형성된 문화도 상당히 편향적이라고 생각하며, 사실상 게임이 꼭 예술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라며, "이런 부분까지 거론을 해야하는데, 완전히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사람들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다보니 다소 게임을 방어하는 차원의 담론을 내놓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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