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게임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장르를 뽑으라면 역시 스포츠 게임이 아닐까 싶다. 실존하는 프로 스포츠를 가상현실로 옮기는, 시뮬레이션이자 동시에 스포츠 본연의 재미를 놓치지 않아야 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포츠 게임들은 보통 1년의 텀을 두고 실제 프로 스포츠의 변화를 반영해 출시하곤 한다. 그리고, 이 1년 주기 발매 텀을 포함해 스포츠 게임의 다양한 기초를 다져온 스포츠 게임의 강자가 있다. 바로 미국의 대형 게임 개발, 유통사인 일렉트로닉 아츠다. EA는 EA스포츠라는 브랜드를 통해 축구, 야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 게임을 출시해 왔다.


그리고 EA 스포츠 브랜드의 게임 중 단연 가장 유명한 시리즈를 뽑으라면 역시 전세계 프로축구리그를 소재로 한 'FIFA 시리즈'일 것이다. 'FIFA 시리즈'는 최근작 'FIFA15'까지 세계 최고의 축구 소재 스포츠 게임으로 성장했다.

이번 KGC2014에서의 강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FIFA 시리즈'의 프로듀서 세바스티앙 엔리케. 그는 ' FIFA06'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시작해 8년간 'FIFA 시리즈' 제작에 참여해온 시리즈의 산 증인이다. KGC2014가 열리는 코엑스 컨퍼런스센터 근처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나 'FIFA 시리즈' 전체의 개발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세바스티앙 엔리케 인터뷰


[▲FIFA 프로듀서 세바스티앙 엔리케]

Q. 'FIFA 시리즈'는 매년 새로운 버전을 내놓고 있다. 신작을 1년 주기로 개발하고 발매한다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텐데, 이러한 주기를 지키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

세바스티앙 엔리케 : 사실 어려운 부분은 매우 많다. 우선 기본은 어떻게 게임 패키지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옳은가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다. 유저는 60달러 가량의 돈을 지불하고 게임을 사는 것이고, 과연 우리가 제공하는 게임 패키지가 그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된다.

새로운 제품을 구상할 때, 대부분의 유저들, 각각의 타입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게임 모드를 고려한다. 사람들이 'FIFA 시리즈'를 플레이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울티밋 팀 모드를 주로 플레이하는 유저도 있고, 친구들을 불러모아 다같이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유저도 있다. 이런 다양한 유저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려 한다.

사실 1년이란 이러한 개발 소요를 모두 받아들이고 개발 일정을 계획하기엔 참 짧은 기간이다. 때문에 새롭게 만들고자 하거나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은 정말 많지만 그만큼 다른 것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프로듀서로서나 개발자로서나 1년의 제한된 개발 기간 동안 하고 싶은 것 중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선별해내고 실제로 개발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Q. FIFA는 한때 다양한 축구게임과 경쟁을 펼쳐 지금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8년간 FIFA 시리즈 개발에 몸담은 만큼 그 경쟁 시기를 고스란히 거쳐온 개발자라 할 수 있을텐데, 당시 경쟁작들에 비해서 '이것 만큼은 앞서야 한다'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나?

세바스티앙 엔리케 : 앞서 말했듯 중요한 것은 어떻게 제품 패키지를 구성할 것인가다. PS3와 XBOX360의 현세대 콘솔이 출시되었을 때 시리즈 전체에 '리셋'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훌륭한 팀원들과 함께 개선안에 대한 강력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새로운 플레이 방법의 도입을 고려했다.

하지만 정확히는 그 뒤 3년 정도 흐른 'FIFA09' 버전에서야 AI, 게임 엔진 등에서 그 비전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은 수준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새로운 시도를 적용해 왔다. 항상 내부적으로는 개선과 새로운 요소의 도입에 단계적으로 해나가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추진하고 기술 혁신을 해오고 있다.



좋은 시뮬레이션을 제공함과 동시에 재미있는 플레이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같은 장르의 경쟁작도 있겠지만 게임이라는 특성상 모든 게임은 각자 배울 부분이 있다. 콜오브듀티, 어쌔신크리드 등등 완전히 다른 장르의 게임에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비단 성공한 부분이 아니라 실패한 부분에서도 얻을 교훈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바로 수선하고 적용할 수 있는 유능하고 실행력 있는 인력이 충분했고, 또 EA 본사의 경영진도 적극 지원을 해주었다.

지금까지 'FIFA 시리즈'의 개발 역사를 볼 때 게이머들이 원하는 것을 하나씩 충족해가면서 고퀄리티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나아갔고, 이를 위해서 경쟁작을 매번 확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고 경쟁작이 새로이 도입한 부분을 보지는 않지 않나.

만약 우리집 천장이 문제가 생겨 고장났다고 해서 옆집의 천장을 살펴보고 관찰하진 않지 않나. 우리집 천장에 맞춰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Q. 스포츠 비디오 게임 뿐만 아니라 실제로 프로축구의 팬인 것으로 알고 있다. 스포츠팬으로서 게임을 만들 때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과 실제 스포츠를 비디오 게임에 적용시킬때 느껴지는 한계로는 무엇이 있나?

세바스티앙 엔리케 : 실제로, 전세계의 축구 경기를 보며 영감을 많이 받는다. 우리 팀원의 국적을 세세히 밝히긴 어렵지만 팀 내에서 총 22개의 언어를 사용할 정도로 전세계의 구성원들이 모여 게임을 만든다.

매주 월요일에 출근을 하면 팀원들이 모여서 각각의 나라나 대륙, 지역별로 관심이 있는 리그의 축구경기 결과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각국 2부 리그부터 유럽 챔피언스 리그까지 다양한 문화, 지역별 축구를 다같이 지켜보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각각의 팀원이 모두 저마다의 시선과 생각을 가진 개인이기 때문에 모두 다른 관점으로 경기를 본다는 점이다. 남미식의 화려한 개인기나 영국의 빠른 스피드 등, 지역, 나라별로 다른 방식이 있다.

전세계에 걸쳐 출시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누구나 원하고 사실감있는 게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누구에게든 어디에서든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경기를 보고 이것이 게임에 들어가면 어떨까 하고 리스트를 짜고, 거기서부터 실현 가능한 것인지 확인해 나간다.

한계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축구라는 현실의 게임을 똑같이 옮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축구의 룰 때문에 상체를 사용할 수 없고, 아예 컨트롤 하지 못한다. 또, 실제 축구에서 선수가 최대 달리기 속도에 도달하는데는 고작 0.7초 정도 걸릴 뿐이지만 게임 내에서 그런 부분을 적용하면 게임이 망가져버린다.


또 FIFA의 룰과 관련한 부분도 있다. 관중의 야유 등 반응 역시 FIFA의 페어플레이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에 게임 내에 넣을 수가 없다. 플레이어들은 꽤 요구하기도 하는 부분이지만, 어렵다.

기술적인 한계 또한 있다. 'FIFA15'에서는 새로운 골키퍼 AI 등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메모리나 프로세서에서 새로운 콘솔이 나오기 전까지는 개선이 불가능한 부분이었다. 새로운 콘솔이 발매되고 기술적으로 발전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항상 새롭게 적용하거나 개선하고 싶은 것은 넘쳐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다. 물론, 'Nothing is Impossible', 모든게 실현 가능해질 때까지 시간을 기다리며 그때그때 가능한 것을 하나씩 실현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Q. 잠시 쉬어가는 질문으로, FIFA 시리즈는 매년 실제 축구선수를 표지모델로 기용한다. 이 선정 기준은 무엇인지, 또 누가 선정하는지 궁금하다.

세바스티앙 엔리케 : 'FIFA15'에는 총 15개의 커버가 있다. 게임 개발과 함께 출시를 준비하면서, 각 지역별 시장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마케팅할 것인지 PR 전문가가 조사한다.

그리고 커버를 선정하는데, 가장 최고의 실력을 가진 베스트 플레이어를 뽑는게 첫번째고,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월드 와이드 스타를 뽑는 것이 두번째다. 또 앞으로 장래가 밝은 유망주도 포함된다. 이렇게 후보를 선정해 라이센스 등 계약 의사를 타진해 지역별 커머셜 팀이 담당한다. 마케팅적인 부분으로 게임 개발팀이 크게 관여하지는 않는다.



Q. 실제 프로축구의 팬들과, 여타 비디오 게임의 팬들에게 FIFA 시리즈가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을 각각 뽑는다면?

세바스티앙 엔리케 : 무엇을 매력적으로 느낄지는 사용자들이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에 달렸다. 스포츠 게임을 그다지 즐겨본 적 없는, 축구를 직접 시청하는 팬들이라면 아마 "FIFA15'의 그래픽에 처음 사로잡힐 것이다. 실제 장면인지 게임 장면인지 혼돈될 정도의 그래픽이라 자부한다.

게임을 많이 해온 하드코어 게이머라면 단순한 그래픽 보다는 각종 게임 내 장비와 새로운 스킬 움직임, 세레머니, 전략전술 등 게임 내의 향상된 요소에 집중할 것이다. 'FIFA15'를 만들면서 잡은 목표 중 하나는 '프리미어 리그의 모든 것을 적용하자'였다. 이를 위해 200여명의 얼굴을 스캔하고, 방송에서 쓰이는 실제 중계 레이아웃을 적용해 게임 화면을 만들었다.


더불어 골포스트의 흔들림, 잔디의 흔적 역시 단순히 무작위로 설정되는 것이 아닌 실제 물리값을 기반으로 계산해내어 적용한다. 이러한 디테일이나 압도적인 비주얼이 각각의 유저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가게 된다.

무엇보다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정확한 컨트롤을 통해 내가 원하는 바 대로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슈퍼 리스폰스' 라는 것을 적용해, 경기 상황에 따라 즉각적이고 극적인 반응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언제나 만들어진 결과물에 100% 만족할 수는 없는 법이지만, 항상 만들어낸 부분에 자부심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다.



Q. FIFA 시리즈는 신작 출시를 거듭하며 실제로 골키퍼가 되어볼 수 있거나 자신의 선수를 키우는 등 여러가지 새로운 요소를 도입해왔다. 미래에 FIFA 시리즈에 추가하고 싶은 요소나 FIFA 시리즈의 지향점을 설명해줄 수 있나?

세바스티앙 엔리케 : 지금 시점에서 확실하게 '무엇이 추가 될 것이다!' 라고 단언 할 수 없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정해진 시간 동안 구현해낼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으니 많은 후보 중에 어느 것이 확정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 물론 하고 싶은 것은 굉장히 많다. 저 스스로도 팀원도 게임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것은 언제나 많다.


10년 정도 'FIFA 시리즈' 개발에 몸담아 왔는데, 사람들이 물어오곤 하는게 '이제 지겹지 않은가, 아이디어가 고갈되지는 않았나' 하는 부분이다. 그때마다 내 답변은 '항상 신나고, 항상 새롭고, 항상 즐겁다' 다.

모든 요소가 아이디어와 함께 바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현재 적용된 것들도 2~3년 전에 생각했던 것들인 경우가 있다. 항상 게임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하고 실제 축구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도 관찰한다.

이런 부분을 차근차근 적용해나가기 때문에 우리가 향하는 지향점은 항상 변화가 필요하고 바뀌어나간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항상 새 게임을 출시할 때마다 마치 어린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주는 어른처럼 푸근한 마음이 든다. 이런 경험을 하며 계속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 KGC2014에서 강연 중인 세바스티앙 엔리케

Q. 한국의 피파 팬과 축구 팬에게 마지막으로 간단한 메시지를 부탁드린다.

세바스티앙 엔리케 : 이번 한국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한국의 문화와 게이머, 개발자들에 대해 알고 배워가는 것이었다.

한국의 전반적인 문화는 어떤지,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기는 것은 어떤지, 어떻게 게임을 만드는지 말이다. 개인적으로 매일매일은 새로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과정이 나 자신을 인간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한단계씩 더 좋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PC플레이스(PC방)가 신기했다. 유럽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고, 남미에서도 십여년 전 카운터스트라이크 등이 유행했던 시절을 빼면 생소하다.

사실 한국의 축구팬이나 게임팬에게 전달할 거창한 메세지는 없다. 한국에 방문 목적 자체도 게이머, 개발자,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전세계에서 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한명 더 있다는 것만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다.

한가지 일화로는 남대문 시장에 갔었는데, 그때 EA스포츠 FIFA 자켓을 입고 있었다. 그러니까 50~60대로 보이는 한분이 날 보고 '피파! 피파!' 하며 알아보더라. 나의 게임 작업이 전 세계에서 이렇게 공감을 얻는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았다.

게임이란 작업은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 참 좋다. 컨퍼런스나 행사에 자주 가는데, 거기서도 게임을 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나의 게임에 대한, 축구에 대한 열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재미를 주는구나' 싶다.

마지막 한마디로 마치겠다. 모두, 게임을 즐겨라!(Enjoy the 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