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오브 어스, GTA5, 배틀필드4, 콜 오브 듀티:어드밴스드 워페어

작년부터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군, 혹은 달굴 대작 게임들이다. 감동적인 스토리와 연출로 찬사를 받아 GOTY를 거머쥔 작품부터 너도나도 다 같이 미쳐 날뛰는 오픈 월드 액션, 전쟁도구란 도구는 죄다 나오는데 심지어 사람 살리는 기구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대규모 전쟁 FPS. 그리고 마침내 예전의 영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새내기 FPS까지.

지난 6일 KGC 2014 현장에서 강연을 진행한 장규식 사운드 디렉터는 이 4가지 게임의 사운드 제작과정 강연을 소개하며 글로벌 게임 사운드의 현재를 짚었다.

- The Last of us
그가 가장 먼저 소개한 강연은 GDC에서 진행됐던 '라스트 오브 어스'의 강연이었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청각적 몰입에 신경을 썼다. 간혹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순한 사운드의 연출에 전율하거나 더욱 몰입하는 경우가 있다. 그 순간은 매번 다르다. 라스트 오브 어스도 이 부분에서 굉장히 신경을 쓴 작품이다.

"현실성보다는 포커스가 중요하다."는 모토로 사운드 작업을 진행한 라스트 오브 어스. 삭막한 도시 분위기 속에서 순간의 포커스가 리얼리즘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린 개발진들은 드라마틱한 게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거리와 다양한 구조물 등에서 녹음을 진행해 유저들이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자연스러운 소리를 게임에 녹여냈다.

거기에 다른 상황에서 녹음한 사운드를 입히면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기에, 철저한 스케쥴을 맞춰 성우들의 녹음을 함께 진행했다. 함께 녹음을 진행하면 거리감이 절대로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성우들의 녹음은 함께 진행하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만들고, 현실성보다는 포커스에 맞춘 사운드 연출을 통해 2014년 최고의 게임으로 선정된 '라스트 오브 어스'의 사운드가 탄생했다.



▲ 모든 대화는 상대 배우와 함께 녹음했다.


- Grand Theft Auto 5
이어서 'GTA5'의 사운드에 대해 설명했다. 기자가 느끼기에 '라스트 오브 어스'가 드라마틱한 사운드라면, 'GTA5'의 사운드는 '치밀하다'고 느꼈다. 장규식 디렉터가 소개한 강연에도 세부적인 기술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해서 좋았다고 평가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GTA5는 '레이지 엔진'의 오디오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레이지 엔진'은 대형 프로젝트의 스케일을 조절하고 멀티플랫폼을 지원하면서도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많은 기능을 지원한다. 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해서 GTA의 사운드팀이 녹음을 소홀히 했던 것은 절대 아니다.

GTA의 수많은 차량들을 기억하는가? 그들은 GTA의 레이싱을 위해서 직접 수많은 자동차에 시승해 엔진 소리를 녹음했다. 고속도로, 도심에서의 주행에 어떤 식으로 소리가 나는지도 전부 녹음했다. 그뿐만 아니라 차량의 변속 기어의 녹음도 잊지 않았다.

녹음을 할 때는 방향성을 지향하지 않는 마이크를 이용해 샘플을 채취했다. 이렇게 녹음된 음향을 가지고 '그래놀라'(Granular) 엔진을 이용해 다양한 샘플을 만들었다. 각각의 소리를 샘플화 한 후 원하는 RPM의 엔진 소리를 채취, 조합을 통해 6,181rpm의 엔진 소리를 구현해냈다. 단순히 '차량'에만 이렇게 많은 녹음을 진행했다.

GTA5의 전체 사운드 분포에서 차량의 소리가 들어가는 부분이 그리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타격' 부분. 차량 녹음에 들어간 그들의 노력을 생각해보니 아마…정말 뭔가 상상하지도 못한 물건들을 휘둘러서 이것저것 다 와장창때려부수면서 타격소리를 녹음을 했을거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 방향성이 있는 마이크로 녹음하게 되면 음원의 사용처가 제한되어 버린다.


- Battlefield 4
세 번째로 소개한 강연은 '배틀필드4'. 그는 먼저 '배틀필드4'의 사운드 팀이 16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가지 영상을 보여줬다. '배틀필드4'의 사운드 팀이 직접 음향을 녹음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영상이었다. 마이크를 물속에 집어넣고 보트로 접근한다든가, 직접 수영장에서 수중마이크와 일반 마이크를 이용해 동시에 전투씬을 녹음하기도 했다.

재미있게 보일 수 있는 영상이었지만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완벽한 환경에서 녹음한 현실감 넘치는 사운드. 대규모 전쟁과 잠입 미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녹음하는 데 힘썼다. 비록 상황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을 직접 재연하면서 녹음을 진행했다. 추가로, 거의 모든 사운드는 '야외'에서 녹음이 진행됐다.

그리고 사운드 팀 내에 오디오 프로그래머가 존재한다. 사운드 녹음과 샘플 채취는 직접 하지만 프로그램은 다른 팀 프로그래머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국내 개발사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팀에 오디오 프로그래머가 있다는 점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Call of Duty: Advanced Warfare
마지막으로 소개한 강연은 얼마 전 모습을 드러낸 '콜 오브 듀티:어드밴스드 워페어'였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큰 프랜차이즈지만, 꾸준히 제작 스튜디오가 교체되기도 한다. 이번 작품인 '어드밴스드 워페어'는 '모던 워페어3'를 제작한 슬렛지해머 게임즈(Sledgehammer Games)에서 개발을 맡았다.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사운드 팀은 총 5명. 이 중에는 '데드 스페이스'의 제작에 참여한 '돈 베카'가 함께 있었다.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은 '팀'이라는 점. 비록 다른 게임에 비해 적은 인원이지만 그들은 충분했다. 어드밴스드 워페어 사운드 팀은 일단 오디오 개발의 철학이 있었다. "단순한 리소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디오 레벨을 디자인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철학으로 뭉친 그들은 먼저 모든 사운드를 100% 구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어떤 상황일지라도 극복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녹음을 진행했다. 덧붙이자면 기존에 사용하던 사운드들은 절대 다시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운드 프로그래밍 역시 직접 사운드 팀에서 진행했다. 여기서 한 번 더 '사운드 프로그래머'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그리고 서로의 모든 작업 과정을 공유하지 않았다. 그냥 그 사람을 믿고 작업했고, 완성물을 공유하는 식으로 작업이 진행됐다. 이 부분에서 장규식 디렉터는 완벽히 호흡을 맞춰온 멤버들이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서로 작업 내용을 공유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부연 설명을 이었다.

어드밴드스 워페어의 사운드 팀은 상황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음악의 깊이를 조절하고 잡음과 중복되는 요소를 배제하면서 절대로 잡음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작업했다. 숲에서, 산에서, 그리고 헬기를 직접 빌려서 이륙과 착륙사운드 녹음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소리가 어떻게 느껴지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자문자답하며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사운드를 완성해나갔다.

▲ 5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사운드 팀.

▲ 요 작은 기기를 들고 모든 음원을 녹음했다.

어드밴드스 워페어의 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굉장히 특이한 공상과학(SF)용 장비가 많다. 부스트가 달린 '엑소 슈트'라던가, 무인 공격기와 같은 '드론'이나 '스파이더 탱크'같은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장비나 무기들. 재미있는 것은 이 장비들에 사용된 사운드 중에 'SF 사운드'는 없다는 점이다.(Not Sci-Fi)

SF 사운드는 주로 신디사이저(Synthesize : 전자음향합성장치로 이루어진 악기)와 믹싱 등을 통해 제작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전자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들은 이 사운드를 모두 현실에서 구현했다. 예를 들어 엑소 슈트의 부스트 소리는 못을 박는 콤프레셔의 소리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녹음해 한 번에 재생했다. 영상을 보면서도 신기했다.


▲ '어드밴드스 워페어' 사운드 제작 인터뷰 (출처 : TmarTn)

▲ '스파이더 탱크' 소리의 주인공은 매일 아침 오늘 가비지트럭!

새롭게 등장한 드론의 경우는 독특한 기구를 돌리면서 나오는 소리를 녹음해 사용했고, 스파이더 탱크의 경우는 매일 아침 회사로 찾아오는 쓰레기 수거차에 부탁해 녹음을 진행했다.

"스파이더 탱크가 움직이는데, 희한하게 병 소리가 들리길래 뭔가하고 엄청나게 고민했었어요. 게다가 Sci-Fi가 아니라서 대체 뭘까 했는데, 쓰레기 수거차를 녹음했다고 하니 바로 이해가 가더군요. 그 병 소리는 쓰레기 수거차에서 병이 떨어지는 소리였어요. 사실 그 큰 탱크가 시가지를 움직이는데, 중간에 병이 밟혀서 깨질 수도 있잖아요? 어처구니가 없으면서 굉장히 기발한 발상이라고 생각했어요."

FPS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총소리에 녹음도 현장감 넘치게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약 3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들여 다양한 총기들의 사용권을 확보하고, 그 총기를 다룰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녹음을 진행했다. 어떤 장소에서든 유저들이 해당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믿고 모든 총기를 다양한 지역에서 녹음했다.

그들은 '같은 소리를 쓰지 마라, 매번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마라. 스스로 녹음하려고 노력하라.'고 강연에서 강조했다고 한다. 실제 경험이라고 믿을 수 있는 소리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팀원들을 신뢰하며 직접 사운드를 녹음하면 좋은 리소스를 확보할 수 있고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 어드밴스드 워페어 돈 베카사운드 디렉터 인터뷰 (출처 : Game Informer)

장규식 디렉터는 다양한 강연들이 있었지만 모든 내용을 공유할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사운드에 관련된 강연이 큰 인기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사운드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다고도 전했다. 그리고 직접 미경험자들을 모아 사운드 툴과 녹음에 대해 알려주는 부트캠프 형식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고 전했다.

그가 설명한 4개의 게임의 사운드 팀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아주 간단한 사운드라 할지라도 직접 발로 뛰면서 최적을 상황을 찾아 녹음하는 열정을 볼 수 있었다. 각자의 철학을 가지고 사운드 제작에 임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이런 노력이 없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음악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예술을 추구하는 만큼, 그들의 열정과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그가 강연의 끝에 보여준 자료에는 국내 게임업계에서의 음향 부문이 열악하다는 것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꾸준히 업계 종사자들과 의견을 교류하며 국내 게임사운드 업계를 성장시키길 희망했다.

"사실 국내에서 사운드 관련 강연은 인기가 썩 좋지 않아요. 제가 해외에서 수많은 사운드 디렉터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는 아직 기술도 부족하고, 환경도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속 여러분과 함께 이런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운드 부문에서 해외 업계는 어드밴스의 영역에 도달해있지만,
한국은 아직 미들수준에 머물러있다.

▲ 장규식 사운드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