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카카오 게임하기'가 있다면 해외에는 라인 게임이 있다.

한국의 모바일 환경은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인터넷 속도도 빠르고 기기의 성능도 매우 좋다. 하지만 해외로 나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국가의 문화보다 모바일 시스템의 발전 상황을 잘 몰라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현재 상황을 모른 채 해외 진출을 시도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현지화 작업도 있을 것이고, 진출하려는 국가에 맞게 게임을 다시 설정 하는 등 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KGC2014 마지막 날, '라인 주식회사'의 황선필 테크니컬 PM이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키워드를 들고 강연장을 방문했다.

▲ 라인 주식회사 황선필 PM

해외는 다양한 스마트폰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글로벌 업무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어떤 기기를 중심으로 대응해야 하는지'와 '진출할 장소의 스마트폰 점유율'이었습니다. 앞서 말한 형태의 질문이 많다는 건 대부분 글로벌 진출을 진행 할 때 '특정 스마트폰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라인이 진출한 인도네시아를 예로 들자면 디바이스별로 나눴을 때,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휴대폰의 점유율은 고작 5%밖에 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은 고작 3위와 11위 2개의 디바이스만 상위에 있고, 둘이 합쳐 5%가 채 되지 않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폰이나 오래된 스마트폰을 교체할 때, 대부분 버립니다. 그런데 그 폰들이 사실 게임 테스트용 디바이스가 될 수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오래된 스마트 폰은 구하기 힘들어지기 마련이거든요."



조립 PC를 사려고 보면 겉모습은 화려한데 실상 안의 부품은 좋지 못한 케이스를 많이 볼 수 있다. 스마트 폰 저가 시장도 비슷하다. 가격이 낮은 부품의 스펙을 높이고, 고가 부품의 성능을 낮추어 겉으로 보았을 때는 좋은 기기처럼 보이게 만든 디바이스다.

"게임을 서비스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아니 최신형 4.5인치 스마트폰을 샀는데 왜 게임이 설치되지 않죠? 겉은 깔끔하고 화면도 큰데 실상 내부를 보면 메모리가 적거나 CPU를 잘 사용하지 않는 'Armv6'로 차용 하고 있는 경우죠.

해외에 진출할 때는 낮은 사양의 디바이스에 대해 고려 해야 합니다. 저 사양 디바이스는 설치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대응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CPU가 어떤 것인지, 메모리 스토리지(용량)는 얼마나 되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만약 이렇게 해서도 적용이 어렵다면, 대응 디바이스의 사양을 제한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다만 제한을 걸 때는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히 제시해주어야 해요."


디바이스 문제를 해결했다면 이제 두 번째 산을 넘어야 한다. 해외에는 한국처럼 빠른 인터넷 속도를 지원하는 국가는 거의 전무 하다. 그래서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느린 '인터넷 속도'를 해결해야 한다.

"강남에 가면 프리와이파이 존이 많습니다. 프리 와이파이 존을 연결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겪죠. 해외의 네트워크 환경이 이와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아예 인터넷이 되지 않는 것 보다, 느리더라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라운드 트립 타임(Round Trip Time)은 줄이고, 애플에서 제공하는 'Network Link Conditioner'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해 저 사양 네트워크 환경에 맞춘 테스트를 꾸준히 거쳐야 합니다. 물론 연결 타임아웃(Connection Timeout)과 리드 타임아웃(Read Timeout)을 너무 빨리 잡는 경우가 있어 접속을 못 하는 상황도 있고요. 이 부분도 고려해 주셔야 합니다."


※ RTT(Round Trip Time) : 패킷이 송신 측에서 전송되어 임의의 수의 중간 접속구 또는 통신망을 거쳐 수신 측에 전달된 후, 그 응답 신호가 다시 다수의 중간 접속구 또는 통신망을 거쳐 송신 측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



게임은 설치한다고만 해서 끝이 아니다. 원활히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꾸준히 데이터를 갱신 해야 하는 모바일 게임의 경우,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한국은 괜찮지만 해외에 나가기만 하면 느린 인터넷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First OK, Last Synchronization', 먼저 접속을 시키고, 싱크를 맞추어가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유저들의 참을성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실시간으로 서버와 동기화하는 것보다, 클라이언트에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게임 시작할때 데이터는 클라이언트에 있는 데이터로 해도 충분합니다. '종료' 보고도 나중에 해도 되고요.

해외에서 크게 성공한 킹의 캔디크러쉬사가는 클라이언트 내에 데이터가 다 들어있고, 결제할 때에만 서버에 접속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즉 게임의 내용은 이미 폰에 내장이 되어 있는 상황이기에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이 느리더라도 쉽게 즐길 수 있죠. 물론 보안에는 신경써야 해요. BM(비즈니스 모델)도 처음부터 클라이언트가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만들어야 합니다.

CDN(Contents Delivery Network)이 풍족한 한국은 파일의 크기에 관대한 편입니다. 최대한 파일의 개수를 줄이고, 크기도 작게, 중복적으로 들어가는 파일은 반드시 골라주어야 해요."





해외에서 이벤트를 진행할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SIM카드다. 보통 SIM카드에 내장된 개인정보를 통해 상품을 배송하거나 유저를 식별한다. 알다시피 한국과 일본은 2년에 한번, 또는 더 오랜 기간 사용한 뒤에 교체한다. 그래서 예외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다.

"해외에서 심(SIM)카드는 쉽게 바꾸는 물건이에요. 심지어 데이터용 심과 통화용 심을 동시에 사용하기도 하고요, 심카드 정보로 이벤트를 하거나 지표를 만들 때에는 이런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저의 국가를 구분할 때에는 MCC (Mobile Country Code), MNC(Mobile Network Code)를 이용하는게 좋고요. 특히 커리어(Carrier) 정보는 MNC를 사용해야 정확하게 추출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새로운 앱을 릴리즈 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유저들의 의견만 알아도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수많은 리뷰를 일일이 다 보고 분석하는 건 너무 오래 걸려요. 그래서 특정 키워드를 이용해 분석하면 어뷰징이나 크래쉬 문제, 버그 등 다양한 분야에 대응하는데 유용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환율도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어요. 모 게임이 인도네시아에서 결제가 되지 않는다는 문제였는데, 개발자와 함께 조사를 해봤지만 해답을 못찾았어요. 알고보니 문제는 99.99$의 결제 비용이 인도네시아에선 1,205,196 IDR로 환산이 되는 문제 였습니다. 아마 베트남도 비슷했을 거에요."





라인도 처음부터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수많은 도전 끝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해외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

라인은 글로벌 대응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RTT(Round Trip Time)를 최소화해서 로그인 등의 속도를 높였고, 기능들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글로벌 테스트를 하면서 3G Warm Up을 적용하거나, Round Trip(라운드 트립) 횟수를 줄이려고 Merge API (API 결합)도 적용했습니다.

※3G Warm up: 대기상태의 3G모듈을 Active(활성화) 단계에 두어 네트워크의 반응성을 높이는 방법

Merge API: 요청횟수를 줄이기 위해, 묶을 수 있는 별개의 API를 추가하는 것.


▲ 3G Warm UP의 방법



또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클라이언트에 저장했습니다. 보안성과는 크게 관련 없는 유저 프로필이나 친구, 랭킹 리스트들을 다 클라이언트에 포함했고, 예외의 경우에만 데이터를 처리했습니다. 앞서 말했던 'First OK, Last Synchronization'의 이치를 따른 것이죠. 최종적으로는 전 세계에 프록시 서버를 두고 라인 글로벌 팝 (LINE GLOBAL POP)을 만들어 게임을 원활히 서비스하고 싶습니다."


황선필 라인 PM은 강연이 끝나기 전, 기술보다도 훨씬 중요한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강조했다. 수많은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만큼 그들은 다른 문화와 생각을 하고 있기에 요청할때는 용어를 사용해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특히 내가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기나 긴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