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즈컨 2014 둘째 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의 최신 버전을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오프닝 무대 및 패널토론에서 알려진 대로, 추후 '히어로즈'는 랭킹 시스템과 드래프트 모드 등 다양한 콘텐츠가 도입될 예정입니다.

또한, 호드의 상징이라 일컫는 '스랄', 워크래프트의 대표적인 여성 영웅 '제이나 프라우드무어'와 '실바나스 윈드러너', 블리자드의 클래식 게임 캐릭터인 '길 잃은 바이킹'도 신규 영웅으로 추가된다는 사실도 공개되었죠.

특히, 이번 블리즈컨 2014 현장에서 두 가지 신규 전장이 공개되어 '히어로즈'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는데요. 공중에 떠 있는 신전을 무대로 하는 '하늘신전', 음침한 지하 세계를 구현한 '거미여왕의 무덤'이 그것으로, 두 전장 모두 각자의 특색이 뚜렷해 더욱 풍성한 게임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시연장에서는 '하늘신전'을 무대로 '제이나'와 '스랄', 그리고 '길잃은 바이킹'을 플레이해볼 수 있었습니다. 카테고리를 나누어 작성한 체험 소감을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 하늘신전 - 개성 만점에 재미까지 갖췄다.

'히어로즈'를 하면서 개발팀의 기획력 및 아이디어에 깜짝 놀랄 때가 많았는데요. 블리즈컨 현장에서 체험한 '하늘신전' 전장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전장은 공개되었던 이미지와 같이 '이집트'를 모티브로 했습니다. 맵 중앙 상단에 피라미드가 배치되었고, 사잇길 디자인은 오밀조밀한 시장 분위기로 꾸며졌습니다. 현재 '히어로즈' 알파 버전에 있는 맵들이 주로 녹색 기반인 것과 달리, '하늘신전'은 노란색입니다. 사막, 그리고 중동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있습니다.

단순 맵 디자인만 변한 것이 아닙니다. 점령지 몬스터라던가 미니언 역시 사막 분위기에 맞게 완전히 새롭게 꾸며졌습니다. 오벨리스크를 던지는 골렘, 모래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 거대 곤충 등 구석구석까지 꼼꼼한 모습입니다.

전장의 좌우 폭은 기존 맵과 크게 차이가 없지만, 높이는 상당합니다. 반면, 감시탑은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기에 치열한 눈치 싸움이 예상됩니다.

'하늘사원'에서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단연 '사원'을 들 수 있습니다. 맵의 상단, 중단, 하단에 위치한 사원은 일정 주기마다 새롭게 갱신됩니다. 사원을 점령하려면 일단 한 명의 영웅이라도 해당 장소로 뛰어가야 하며, 점령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굉장히 짧은 편입니다.

간단한 점령 구조에 반해, 효과는 매우 강력합니다. 점령하자마자 무지막지한 전기 광선을 상대편 진영의 타워로 꽃아넣는데, 공격 속도도 굉장히 빨랐습니다. 다만, 광선 발사 숫자 제한이 있으며, 모든 광선을 소진한 사원은 완충되기까지 재점령할 수 없습니다. 아, 모든 광선을 발사하면 보너스 광선 5개를 한꺼번에 상대편 타워에 쏟아붓는 장면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닙니다. 신전을 점령한 순간 진짜 싸움은 시작됩니다. 점령과 동시에 신전 자체에서 주기적으로 몬스터가 등장해 플레이어를 공격하며, 점령 팀이 바뀌는 순간 광선이 조준하는 곳도 바뀌거든요. 즉, 다른 맵의 주 요소와 마찬가지로 팀파이트가 필수적으로 발생합니다.

사원 몬스터는 한꺼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마다 순차적으로 봉인 해제되는 방식입니다. 즉, 한타 싸움이 벌어질 때 사원 몬스터는 반드시 끼게 되죠. 그리 강하진 않지만 변수를 만들 여지는 충분해 보였습니다.

사원이 3개나 되는 데다가 비교적 면적이 넓다보니, 중소 규모의 난타전이 펼쳐질 가능성도 충분해 보였습니다. 현재까지 '히어로즈'에 등장한 맵 중 가장 다양한 양상이 나오리라 예상해 봅니다.






■ 스랄 - 원딜도 두렵지 않은 초강력 근접 딜러

모든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밸런스형 전사입니다. 1:1에선 체인 라이트닝, 페럴 스피릿 콤보 후 파고들어 윈드퓨리 3연타를 꽂아 기선제압이 가능합니다. 다대다 전투에서는 낮은 쿨타임의 체인 라이트닝만 퍼부어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죠. 스킬 구조가 전부 직관적이라 초보자가 하더라도 무리없이 적응 가능합니다.

스랄의 꽃은 Q스킬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입니다. 한글판에선 아마 '연쇄번개'로 나올 것 같아요. 이 스킬은 쿨타임이 짧으며 마나 소모량이 45밖에 되지 않아 난사가 가능한 것이 큰 장점입니다. 게다가 의외로 사거리가 길어 원거리 딜러와 라인에서 만나더라도 결코 밀리는 모습은 없었습니다. 첫타 이후 튕겨나가는 번개는 비록 데미지가 반으로 줄지만, 팀이 뭉쳐다니는 한타 싸움에서는 은근한 영향력을 보여줍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것처럼 말이죠.

W스킬인 '페럴 스피릿(Feral Spirit)'의 데미지는 그리 강하지 않지만, 미니언에겐 범위 공격을, 적 영웅에겐 발 묶기 효과가 있어 활용도가 높았습니다. 특히, 다른 영웅의 CC기와는 달리, 미니언 방패가 통하지 않다는 것은 큰 장점이죠. 이후 설명할 E스킬과의 연계에 익숙해진다면 전문 추노꾼도 가능합니다.

E스킬은 '윈드퓨리(Windfury)'로, 스랄의 근접전을 더욱 극대화 시켜줍니다. 이동속도가 증가할 뿐 만 아니라, 스킬 사용 직후 3회의 공격을 빠른 속도로 가격하도록 만듭니다. 평타가 다소 뻣뻣했던 쓰랄의 공격 모션도 완전히 변경되어 꽤나 중독성 높은 스킬 중 하나입니다.

두 가지의 궁극기는 모두 한타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선더링(Sundering)'은 대지를 찢어 가르며 데미지와 밀치기, 스턴을 동시에 먹여 진영파괴 성능이 우수합니다. 그리고 '어스퀘이크(Earthquake)'는 스랄을 중심으로 큰 범위의 원형 공간에 지진을 일으켜 그 위의 상대 영웅들에게 공격 및 이동 속도 대폭 감소라는 강력한 디버프를 안겨 줍니다.

스랄은 탱커가 아닙니다. 전문 탱커 클래스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다른 근접 딜러에 비교하면 꽤나 잘 버티는 축에 속했는데요. 바로 패시브 덕분입니다. 스랄은 스킬을 이용해 데미지를 줄 때마다 1스택 씩 쌓게 되는데, 5스택이 쌓이면 상당한 양의 보너스 체력이 주어집니다.

한타에서의 강력한 영향력,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 가능한 스킬 체계, 게다가 체력까지 안정적인 강력한 영웅입니다. 물론, '히어로즈'는 변수가 워낙 많은 게임이기에 조합이 더욱 중요합니다만, 자체 성능 및 접근성으로만 본다면 최상위권에 속하는 영웅이라 생각합니다.






■ 제이나 - 강력한 라인전, 그런데 마나가 부족해!

인간 여법사 제이나도 '히어로즈' 참전이 확정되었습니다. 전남친 아서스와 마찬가지로 각종 얼음 공격을 퍼붓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시연버전에서는 WOW의 티어 6 마법사 스킨인 '템페스트 제이나'가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Q스킬 '프로스트 볼트(Frostbolt)'는 논타겟 스킬입니다. 화살을 날린 경로에 있는 첫 대상만 맞았습니다. 즉, 미니언 사이에 적이 숨어있다면 맞추기가 까다로운 스킬입니다. 다른 스킬에 비하면 그리 큰 특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제이나의 패시브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으니 끝까지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W스킬인 '블리자드(Blizzard)'는 '워크래프트3'의 그 스킬과 동일합니다. 일정 범위에 눈보라를 떨어뜨려 피해를 주죠. 기본적으로 하늘에서 두 번 눈보라가 쏟아지는데, 특성을 찍으면 3번까지 떨어집니다. 피해량이 꽤 높은 편이라 2번만 맞아도 적 체력을 상당히 깎을 수 있었어요. 다만, 1번 떨어지고 그 다음 것이 떨어지기까지 약 1초 간의 딜레이가 있기에, 빠른 영웅을 상대할 땐 보다 신중해야 합니다.

'콘 오브 콜드(Cone of cold)'라는 이름의 E스킬은 정면에 부채꼴 모양의 냉기 피해를 주는 스킬입니다. 이게 제이나의 미니언 정리 능력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눈보라와 조합하면 더 빠르게 정리할 수 있고요.

궁극기는 '워터 엘리멘탈(Water Elemental)'과 '링 오브 프로스트(Ring of Frost)'로 나뉩니다. '워터 엘리멘탈'은 다들 아실겁니다. 마법사의 친구, 물정령을 소환해 데리고 다니는 거죠. 소환 장소에 상당한 데미지를 주고 나오는 고마운 친구입니다. 기본 공격력 역시 나쁘지 않은 편이고요. 다만, 소환하고 데리고 다니는 게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시간제한이 있으니 언제나 이별할 준비를 잊지 마세요. LOL 챔프 '애니'의 궁극기와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았습니다.

'링 오브 프로스트'는 범위 안의 적을 모두 얼려버리는데, 스킬을 사용하면 발동하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적이 눈치가 빠르면 얼리기가 쉽지 않아, 정말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만약, 얼리기가 성공한다면 눈보라, 냉기돌풍 콤보로 어마어마한 피해량을 뽑을 수 있습니다.

제이나의 모든 스킬은 조금씩 부족한 듯 하지만, 패시브와 연동되는 순간 그 강력함이 드러납니다. 제이나의 패시브인 '동상'은 스킬을 맞은 적에게 4초 간 이동 속도 감소 효과를 줍니다. 게다가 이후 연계되는 제이나의 스킬 데미지는 훨씬 더 강하게 들어갑니다. 즉, 어떤 스킬이든 한 방만 제대로 꽂는데 성공하면 치명적인 피해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라인 정리능력도 좋고 한타 싸움에서도 효과적이지만, 제이나 역시 마법사의 단점인 마나 부족 현상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스킬들이 전체적으로 마나 소모량이 큰데다 프로스트 볼트를 제외하곤 쿨타임도 비교적 긴 편이라 최대한 몸을 사리는 플레이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다 할 회피기도 없어 '유리 대포' 이미지로 각인될 듯 합니다.






■ 길 잃은 바이킹 - '나홀로 전략 시뮬!?' 난이도, 활용도 전부 높아

아바투르 못지 않게 독특하며,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영웅입니다. 3명의 바이킹을 동시에 플레이하는데, 전략시뮬레이션 하듯 1,2,3번 키를 사용해 각각 조종할 수도 있고, 마우스 드래그로 별도 선택도 가능합니다. 4번 키를 누르면 모든 영웅을 동시에 움직이게 되고요.

세 바이킹 모두 초반에는 스킬이 아예 없습니다. 즉, 1레벨에는 기본 공격으로만 싸워야 합니다. 3명 중 하나가 쓰러져도 2명은 계속 조종할 수 있으니 1-1에선 결코 약하지 않아요. 그런데 데스 수치는 올라갑니다.

각 바이킹은 특징이 뚜렷합니다. 1번 바이킹은 덩치가 크며 근접 공격을 위주로 합니다. 기본적으로 돌진 능력이 있고, 체력이 상당해 항상 앞세워야만 하죠. 다만, 이동속도가 느려 3명이 동시에 움직일 때 놓치는 일이 간혹 발생했습니다. 2번의 녹색바지 바이킹은 중거리에서 칼을 던져 공격하며, 3번 붉은바지 바이킹은 원거리에서 빠르게 공격합니다. 특히, 3번 바이킹은 체력이 매우 약하지만 이동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피가 얼마 안 남은 적을 발견했다면 이녀석만 따로 추격에 이용할 수도 있겠죠.

또한, 레벨을 올리고 특성을 찍으면 바이킹 별로 스킬이 생깁니다. 덩치 바이킹은 강력한 점프 공격을, 작은 바이킹은 은신 능력이 부여되는 등, 보다 입체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생각할 것도 많아지고요.

도타2의 '미포'같은 캐릭터입니다. 3마리를 한 곳에서 운용하다가 다시 각각 나눠서 싸우는 등 눈과 손이 가장 바쁜 영웅 중 하나입니다. 또한, 후반에는 일부 바이킹을 빼서 경험치 셔틀로 활용하는 등, 변칙적인 전략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세 명의 바이킹이 용기사 맵에서 혼자 위 아래 성소 두 곳을 모두 점거한 뒤, 중간에서 용기사로 변신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적이 그렇게 둘 리 없는데다 한 명의 바이킹으로는 제대로 싸우기도 어렵습니다.

'LOL'의 티모, '도타2'의 미포처럼, 고수가 운용하면 정말 무섭지만, 그 이하는 트롤링 가능성이 농후한 영웅으로 보였습니다.


블리즈컨2014 특별취재팀(=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박태학(Karp), 권중견(Odin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