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 기다렸다.


2006 지스타 이후로 ‘잠잠’하다시피 했던 웹젠의 헉슬리 말이다. 얼마나 잠잠했으면 핵심개발자들이 회사를 떠나 진행에 차질이 생겼다는 루머까지 떠돌았다. 그런데 실은 조용히 그리고 꾸준하게 헉슬리는 개발중이었다. 3년 전 처음으로 FPS 에 MMO 의 특징을 가미한 게임을 기획한 뒤로 좀 더 높은 완성도와 컨텐츠를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왔던 것.


최근 웹젠은 오랜 침묵을 깨고 신규 캐릭터와 스크린샷을 공개했다. 또 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통해 기존 온라인 FPS 게이머들의 피드백을 받았다. 오는 9월 예정된 1차 클로즈베타 테스트를 앞두고 슬슬 헉슬리에도 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7월의 마지막 날. 웹젠은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함께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인벤을 초청했다.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마을에 해당하는 도시와 팀데스매치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이날 인벤이 체험한 버전은 약 한 달 전의 빌드로 현재 개발중인 최종 빌드는 아니었다. 시연을 위해 NPC의 위치가 도시의 한 곳으로 이동되어 있었고,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 30레벨의 캐릭터가 기본 장비와 함께 세팅되어 있었다.


헉슬리는 뉴클리어라이츠(Nuclearites, 핵물질 비슷한 것인가 보다)의 관통으로 격변을 맞은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살아남은 자들은 사피엔스(Sapiens)와 얼터너티브(Alternative)의 두 세력으로 나뉘어져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대립하고 있으며 이 두 종족 사이에서 태어난 돌연변이 종족 하이브리드(Hybrid)와 전투를 벌이게 된다.


캐릭터를 생성할 때 두 세력 중 하나만 선택 가능했으며 한 세력은 또 두 개의 종족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헤어스타일, 눈, 코, 입 등 상세한 커스터마이징을 마치고 캐릭터를 생성한 후, 도시에서 장비와 무기, 스킬 등을 구입해 퀘스트를 하거나 상대 세력과 전투를 하는 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특이한 점은 스킬 시스템이었다. 라이트, 미디움, 헤비로 구분되는 방어구의 각 파츠에는 스킬 사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소켓이 달려 있어 스킬을 구입해 파츠에 장착하면, 돌진, 이단점프, 은신, 인간형 스캔 등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일단은 FPS...!

이름이야 어떻든 헉슬리의 베이스는 FPS. 베틀존을 생성하고 팀데스매치에 참가해보았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므로 요즘의 밀리터리 FPS 와는 느낌부터가 완전히 달랐는데, 무기 장착도 한 번에 4개까지 가능하고 같은 종류의 무기를 2개 이상 장비할 수도 있었다. 수류탄이나 대검을 위해 따로 마련된 공간은 없었다. 강화장갑을 입고 있는 만큼 점프의 체공시간도 꽤 긴 편. 무기의 종류도 현실의 제약을 받지 않아, 머신건부터 로켓런처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헉슬리의 전투는 스쿼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4명 단위의 스쿼드는 명령체계를 공유하는 것뿐 아니라 3명 이상이 가까이 있을 때는 체력 회복 등의 보너스를 받게 된다. 단 스쿼드와 스쿼드 끼리는 가까이 모일 때 오히려 패널티를 받게 된다고. 스쿼드 단위의 플레이가 시스템으로 보호받고 있는 느낌이었다.


헉슬리에 R 키는 어떤 기능을 할까? FPS 에 익숙한 기자가 R 키를 눌러보았지만 탄창을 갈아끼우지는 않았다. 헉슬리는 아예 탄창 개념이 없고, 새로운 탄약은 일정한 장소에 재생성되는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으로 보충받을 수 있었다. 무기를 4개나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점과 맞물리는 설정이기도 하고, 탄약 보충 지점을 둘러싼 전략을 끌어내는 효과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머신건은 기존 FPS에서 쉽게 접했던 그 머신건이었지만, 다른 무기들은 ‘미래형’ 무기. 강화장갑을 두르고 있는 상대방에 머신건의 작은 총알로 대미지를 주기는 어려웠고, 그에 따라 로켓 런처 등 느리지만 강력한 대미지를 가진 무기가 필요했다. 대신 로켓이 날아가는 궤적이 모두 보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보고 피할 수도 있었고, 그에 따라 적의 움직임을 예상하는 예측사격이 필요하기도 했다.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진 4대 4의 팀데스매치는 꽤 흥미진진했다. 강한 대미지의 로켓 런처를 주로 사용했는데 그만큼 장전 수가 적어서 자주 보급장소에 들러야 했다. 상대방의 로켓을 좌우로 피하면서 장애물의 뒤로 이동해 은폐를 하거나, 적의 리스폰 지역 뒤에 은신 스킬을 사용해 숨어있다가 배후를 공격할 수도 있었다.


따로 주무기-보조무기의 개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무기 하나를 4개 장착하고 전투에 임할 수도 있었고, 위험할 때는 스쿼드 단위로 뭉쳐 체력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팀 데스매치가 끝나고 점령전을 체험할 수 있었는데, A, B 두 지역에 있는 레이더를 모두 점령하는 것이 목표였다. 점령중인 캐릭터는 움직이면 안되기 때문에 아군들이 엄호를 해주어야 했다. 맵이 꽤 넓은 편이었는데 주변에 있는 탱크에 탑승해 좀 더 빠르게 이동할 수도 있었다. 물론 탱크에 장착된 무기로 공격도 가능했다.


이 날 직접 체험해볼 수는 없었지만 100 대 100 의 대규모 전투도 가능하다고 한다. 헉슬리의 강기종 PD는 스쿼드 시스템이 대규모 전투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MMO...?

상대 세력과의 FPS 전투가 헉슬리의 주된 게임플레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많은 컨텐츠가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그 중에는 FPS 발컨 유저들에게 희소식이 될 만한 것이 있는데, 퀘스트의 존재가 바로 그것.


도시의 NPC들이 부여하는 다양한 단독, 협동 퀘스트는 ‘너무 잘하는 게이머’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하이브리드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는 미션방식으로 진행된다. 몬스터들과의 전투이기 때문에 퀘스트를 통해 게임에 적응하면서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단순히 실력향상 뿐 아니라 퀘스트를 통해 몬스터로부터 특정한 크래프트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퀘스트 보상으로 상점에서 구할 수 없는 특별한 무기를 얻을 수도 있다고. 크래프트는 쉴드를 무시하는 성질이 있는 몬스터의 발톱을 무기에 장착하면 상대방의 쉴드를 무시하게 되는 식이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거대 보스 레이드도 가능하다고 한다.


퀘스트는 일반 몬스터와 상대 세력 NPC, 보스 몬스터 등을 물리치면서 특정 장소에 가거나 특정 인물을 처치하는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이하게 상대 세력 NPC가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레벨이 오르면서 총기를 다룰 수 있거나 차량을 조종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획득하거나, 레벨제한이 있는 무기와 방어구를 착용할 수 있게 되는 등 캐릭터 성장에 따르는 시스템을 볼 수 있었다. 전투를 통해 내구도가 감소한 장비는 수리를 해야했으며 ‘/춤’을 입력하자 캐릭터가 춤을 추는 등 소셜액션도 준비되어 있었다.


거래, 경매장, 의뢰소 등의 경제시스템도 포함되어 있고 클랜을 단위로 하는 공성전도 가능하다고 하니 전투만 1인칭으로 한다 뿐 일반적인 MMORPG 에 있는 시스템을 거의 맛볼 수 있는 셈이다.





약 1시간 정도에 걸쳐 이뤄진 헉슬리 체험. 언리얼 엔진 3로 제작된 헉슬리의 실제 게임 화면에서 마치 콘솔의 그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길게 하지 않겠다.


아직 클로즈베타 버전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에 대해 이런 저런 평가를 내리는 것은 시기상조일 것이다. 헉슬리는 아직도 개발중인 게임이거니와 헉슬리의 진면목을 다 살펴보기에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날의 짧은 체험으로 말할 수 있는 점은, 사격에 따르는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미사일을 피하는 등 조금 더 액션성이 강조된 느낌을 주는 헉슬리가 일반적인 온라인 FPS 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


싱글 모드 수준의 미션-퀘스트가 아니라 몬스터 사냥을 통해 특별한 무기를 획득하거나 레이드를 경험할 수 있고, 몬스터 사냥을 통해 얻은 재료 아이템이 거래의 대상이 되는 등 게임 내에 ‘경제’가 존재하도록 만든 점. 50레벨까지 캐릭터를 육성하며 스스로를 강하게 단련시킬 수 있으며 이런 과정을 통해 클랜 단위의 전투 및 공성전이 가능하다는 것은 헉슬리의 장르를 말할 때 사용되는 MMOFPS 라는 단어가 단순히 ‘100 대 100 총싸움’만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즉 헉슬리는 MMOrpgFPS 였던 것이다.


Inven Niimo - 이동원 기자
(Niim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