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업데이트 내용이라는 게 내용이 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서비스가 오래 된 게임이라면 더욱 그렇죠. 최대 레벨 풀고, 새로운 사냥터와 던전을 만들고. 시나리오와 시스템 조금 손 보는 정도.

그런데 이번에는 좀 색다른 이야기가 들어왔습니다.

'라테일'은 2006년 초에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이제 몇 달만 있으면 서비스 10년차에 접어들겠네요. 횡스크롤 액션RPG 장르이니만큼 그동안 쌓인 직업이나 지역이 수없이 많단 말이죠. 자잘한 콘텐츠를 손보기에도 바쁜 와중에 스킬 이펙트를 싹 바꾼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초창기 원화도 교체하고, 심지어 시스템까지도요.

화려하게 조명된 지 오래 되었을 뿐, 라테일은 굳건하게 10년이라는 시간을 지켜왔어요. 일본과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거야 모르는 사람이 없고요. 거기에 올해 여름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스팀에 본격 입성하면서 전세계 게이머들이 어디서든 라테일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죠.

'인피니티' 업데이트를 앞두고 액토즈소프트 본사를 찾았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한혜진 실장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만 10년 동안 오직 '라테일' 기획에만 매달려온 진성 '한 우물 기획자'였어요. 이렇게 이색적인 업데이트를 준비한 이유와 세부 내용, 그리고 앞으로 꿈꾸는 라테일의 미래를 이야기해봤습니다.

▲ 액토즈소프트 한혜진 '라테일' 실장


이번 업데이트 이름이 '인피니티'던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과연 라테일이 얼마나 더 서비스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유저분들도 많아요. 라테일을 사랑하는 유저들이 충분히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시면 더 이상으로 끝없이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를 내포했죠. 1차 타이틀은 '끝없는 모험의 시작', 지금이 곧 시작이라는 느낌으로 준비해나가려고 합니다.


1차 업데이트 내용을 살피면, 진입장벽을 낮추고 시스템 전체를 개편한다는 테마로 보이네요.

네, 맞습니다. 2011년에 리뉴얼을 실행한 적이 있어요. 가장 관심이 큰 부분이 캐릭터다 보니 캐릭터를 중심으로 불편한 걸 해소하려고 했죠. 이번 리뉴얼은 간편하고 쉽게 정리하는 데에 중점을 뒀어요. 라테일이 곧 서비스 10년차가 되면서 쌓인 콘텐츠나 시스템이 엄청 많은데, 신규 유저나 복귀 유저에게는 다양성이 복잡함으로 연결되기도 했거든요.


시스템 전면 개편으로 어떤 것들이 진행되나요?

각 직업 개선은 당연히 포함됩니다. 그외 아이템이나 강화 인첸트, 물약 등 플레이에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부분을 간소화시켰어요.



강화를 간소화시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라테일에서 아이템을 성장시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강화와 인첸트가 있어요. 강화는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느낌이고, 인첸트는 아이템에 옵션을 부여하거나 바꾸는 거죠. 저레벨 유저분들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저레벨 아이템은 강화를 없애고 인첸트 하나로만 진행되도록 바꿨어요. 아이템을 획득하기만 해도 쉽게 사냥할 수 있도록 한 거죠.


7년차 게임의 스킬 이펙트나 원화 등 각종 디자인을 바꾼다는 건 쉽게 내릴 결정이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계기로 진행하게 됐나요?

10년 사이에 원화 트렌드가 너무 많이 바뀌었어요. 초창기 파스텔 톤 원화가 지금은 좀 낡은 느낌이라서. 초창기 원화들을 지금 트렌드에 맞게 리터칭했어요.

스킬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최적화 작업을 진행했는데, 거기에 힘입어서 크기를 확장했어요. 많이 화려해졌죠. 이번에 공개된 인트로 영상도 유저 반응이 좋아요.


스킬 이펙트뿐 아니라 스킬 시스템도 완전히 새로 개편된다고 들었는데요.

그동안 생긴 수많은 직업과 스킬 중에, 1,2차 전직에서의 스킬들은 상대적으로 약해서 잘 쓰이지 않아요. 버려지는 스킬을 막기 위해 스킬 성장 시스템을 추가했어요. 낮은 레벨 스킬을 숙련하면 높은 레벨의 효율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거죠. 다양한 조합의 스킬을 쓰니 유저분들이 더 다채로운 전투를 펼치게 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안 쓰고 버려지던 스킬이 성장에 따라 재발견된다


시스템 근간을 바꾸는 업데이트라고 볼 수 있는데, 개발 단계에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콘텐츠 분량 자체가 워낙 많아서 물리적으로 힘들었죠. 돌발상황이 많이 발생했어요. 어떻게든 더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어요.


이펙트와 원화 디자인은 앞으로도 계속 바꿔나가는 방침인가요?

네, 유저층을 살펴보면 변화를 좋아하는 분도, 싫어하는 분도 있어요. 이번 개편에서 반응이 좋으면 점점 확대할 생각입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들지만 감수해야 할 부분이고요.



2차 업데이트는 기존 상위 유저들을 배려할 것이라고 들었는데, 주요 내용을 알려주신다면?

라테일의 최대 레벨은 오랫동안 200이었어요. 성장폭이 그만큼 크잖아요. 엔드 콘텐츠를 즐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1차 업데이트를 통해 레벨업 시간을 많이 단축시켰어요. 이어서 220레벨까지 최대 레벨을 확장할 계획이에요. 서비스 이래 최초 확장이죠. 새로운 구간에 맞는 시나리오를 비롯해서 마을, 필드, 인스턴스 던전까지 다량의 콘텐츠가 추가될 예정입니다.

후반 지역은 고레벨이니 강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그동안은 남성적인 느낌의 그래픽이었어요. 이번에는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밝은, 초창기 라테일스러운 느낌을 가미한 업데이트가 될 것 같아요.


라테일은 여성유저 비율이 많기로 유명한데, 그래서 다른 게임들에 비해 게임 내 분위기나 피드백 방향이 다른 게 있는지 궁금하네요.

전투 콘텐츠를 즐기는 비율은 언제나 남자가 높기 때문에 밸런스를 지적하는 건 남성 유저분 쪽이 많고요. 여성 유저분들은 패션 아바타나 원화 이미지 등에 많이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 같아요. 섬세한 시각 덕분에 도움이 많이 되죠.

▲ 신규 마을 퀘스트는 좀더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될 듯


2004년부터 라테일 기획에 몸담은 프로필을 봤는데요. 라테일에 대한 애착이 상당할 것 같거든요. 무려 10년 동안 한 게임을 서비스하는 느낌은 어떤 것인가요?

변천사를 다 알고 있죠(웃음). 요새 게임들을 보면 10년 동안 서비스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느껴요. 그래서 지금까지 지켜온 자부심이 있고요. 무엇보다 유저분들이 항상 많은 사랑을 주셔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나를 깊게 파는 성향이 강하기도 해요. 그런 점이 기획과 방향성을 정할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그동안 쌓은 추억도 엄청나겠네요. 특히 기억에 남은 일이 있다면?

연령대가 낮은 편이라 순수한 반응을 많이 보게 돼요. 사비스 초반 사룡의 둥지 업데이트 때, 직접 기획서를 그려서 택배로! 보내준 학생분이 있어요. 색연필로 손수 그림을 그려가면서 열 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주신 거죠. 그 정도로 열정 있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 덕분에 지금까지 서비스되고 있지 않나 싶어요.

▲ 전체적으로 개선된 인터페이스


그래서 말인데, 유저가 직접 참여하는 프로모션이나 오프라인 행사 계획은 어떻게 될까요?

일단 지난 여름에 천문대에서 유저간담회를 진행했고, 반응이 좋았어요. GM이나 개발자를 실제로 접하니 정말 너무 좋아해주시는 거예요. 그동안 하고 싶어도 여러 사정으로 못 했는데, 내년에는 자주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일단은 영상으로 만들어서 유저와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 오프라인 행사도 더 적극적으로 마련할 생각입니다.


2015년 라테일의 업데이트는 어떤 것들이 준비되고 있는지 살짝 공개해주세요.

10년째 되는 해이기도 해서, 공격적으로 업데이트할 생각이에요. 우선 신규 직업과 콘텐츠 업데이트가 예정돼 있고요. 시스템 등은 업데이트해도 잠깐이지만, 여운이 남는 건 콘텐츠더라고요. 직업, 몬스터, 인던, 필드 등을 집중적으로 늘려나가려고 해요.

▲ 퀘스트 난이도는 낮추고, 보상은 늘리고


'라테일'이 앞으로 어떤 게임이었으면 하나요?

많은 분들이 쉽게 접근해서 꾸준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모바일게임 열풍이 불면서 잠깐 즐기다 새로운 게임 나오면 옮겨가는 성향이 있는데, 라테일은 좀더 지속적인 게임이 되었으면 싶네요. 중국과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았는데, 이제 스팀까지 진출한 만큼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게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끝으로, 유저분들에게 인사 한 마디 부탁합니다.

업데이트가 언제나 그렇지만, 유저분들은 단순히 변했다 정도로 느낄지 모르죠. 하지만 개발진에서는 많은 고민을 했고 오랜 시간을 들이는 작업이었어요. 이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불만이 있어도 언제든 열린 귀로 듣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