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시절 가장 많이 본 건 바다였다. 지겨웠다. 똑같은 배경, 똑같은 근무... 어느 군대가 안 그렇겠냐마는 출동기간 망망대해와 함께하는 시간은 정말 지겨웠다. 그때 삶의 활력소는 단연 TV였다. 그중 가요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걸그룹은 그 어떠한 비타민보다 상큼하고 힘을 복돋아 주는 존재였다.

소녀시대가 해군정복을 리폼한 옷을 입고 컴백했을 때는 전 격실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바로 밑에서 보면 치마 안이 보일지도 모른다고 TV 아래로 기어들어가는 녀석들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바보 변태 같은 짓이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큰 웃음을 줬다.

걸그룹은 군 생활의 원동력이었다. TV 프로그램 '진짜사나이'에서 장병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떠올린다면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이해가 되겠다. NHN엔터테인먼트에서 이런 걸그룹을 게임으로 재탄생시켜 출시했다. 제목은 '아이돌드림:걸즈'.

걸그룹을 담은 게임인데 칙칙한 아저씨들이 나오는 건 나도 당신들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터뷰이의 답변에 아이돌 사진을 준비했다. 글을 읽을 때 그녀의 목소리를 생각하면 몰입도가 배가 될 것이다.

▲ 김세연 캠프장(좌), 박준영 PD(우)


'아이돌드림:걸즈'는 실존하는 국내 걸그룹을 유저들이 직접 최고의 스타로 키우는 게임이다. 미쓰에이, 소녀시대, 시크릿, 씨스타, 애프터스쿨, f(x), 레인보우 등 K-POP을 대표하는 걸그룹이 실사로 등장한다. 특히 유저가 직접 프로듀서가 되어 멤버들과 계약을 맺고, 콘서트와 사인회 등 실제와 같은 다양한 활동을 겪어볼 수 있다.

기존 걸그룹과 유닛을 그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플레이어가 새롭게 유닛을 결성할 수도 있어 유저들의 선택폭을 넓히는 동시에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조합을 만들 수 있다. 현아, 전효성, 티파니, CL로 이루어진 유닛을 꿈꿔 왔다면 이만한 게임이 또 없다. 아직 현아와 CL은 등장하지는 않지만, 최근 '걸스데이'를 추가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기치를 올렸다.

박준영 PD: 대한민국의 모든 걸그룹이 전부 나오게 하는 것이 목표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물론이고 게임에 별 관심이 없지만,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즐겁게 즐길 수 있게 많이 노력한 게임이다. 그래서 게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을 육성하는 재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낯익은 또는 동경의 대상이었던 인기 걸그룹과 함께 할 수 있고, 머리속으로만 꿈꿔왔던 조합이 직접 내손에서 새로운 걸그룹으로 탄생하는 등 이용자 주도적인 게임으로서 즐거움 이상의 가치를 실현시키는 데 주안점을 뒀다.




걸그룹이 등장하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가

박준영 PD: 모바일로 게임시장이 재편되는 분위기에서 스마트 폰에 적합한 게임을 만들고 싶은 생각을 계속 해왔다. 고민 중에 한국에서 유명한 콘텐츠를 활용해서 게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K-POP'이다. 게임과 음악, 한국 콘텐츠 산업의 양대 산맥 아니겠는가. 예전 실사 야구게임을 만들기도 했고, 실제 걸그룹이 등장하는 실사 풍의 게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다양한 걸그룹이 등장하는 데 따른 라이센스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었겠다.

김세연 캠프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짧지 않은 기간을 라이센스 부분에 할애했다. 라이센스 문제를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했으니 말이다. 초상권, 성명권 등 계약을 6, 7개월 정도 진행했다.

'아이돌드림:걸즈'에 등장하는 아이돌 풀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다행히도 소속사들과는 좋은 협력관계로서 잘 풀어가고 있다. 유저들이 원하는 걸그룹을 등장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존재한다. 그들과 비교해서 '아이돌드림:걸즈'만의 강점이나 차별점이 있는가

박준영PD: 솔직히 기존의 일본 게임과 비교하면 단점이 더 많다.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고... 그러므로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부족하지만, 우리의 장점을 부각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 판단한다.

우선 '아이돌드림:걸즈'는 실사다. '아이돌마스터' 등의 게임은 가상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을 축으로 하는데, 우리는 TV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진짜 걸그룹을 모으고 육성하는 재미를 전달하려고 한다. 일본 게임과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카드 게임들은 카드게임을 즐겼던 유저들만을 대상으로 해서 딱딱하고 반복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는 구성이었는데 '아이돌드림:걸즈'는 이 부분을 탈피하기 위해 미니게임을 도입하여 잔재미를 주고자 했다. 모바일 게임의 특징인 짧은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차별점으로 삼고 있다.

또한, 게임에 등장하는 걸그룹들이 실제 존재하는 팀들이기 때문에 그녀들과 함께하는 오프라인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연계해 기존 게임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특별한 재미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까지의 성과가 궁금하다.

박준영 PD: 12월 4일 게임을 출시했는데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지 않았던 데는 이유가 있다.

사실, 우리도 '아이돌드림:걸즈'를 출시하며 확신이 없었다. 여태껏 실사를 이용한 걸그룹이 단체로 등장하는 게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재미있을 거라 믿으며 개발했지만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CBT와 사전등록을 함께한 유저들이 출시 때부터 쭉 함께하며 입소문을 내주면서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게임을 즐기던 유저뿐만 아니라 단순히 걸그룹을 좋아해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도 상당수이기 때문에 게임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평가가 좋아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어느 정도 운영이 안정화 단계에 들었다고 판단해 슬슬 시동을 거는 중이다.

게임을 개발하며 처음으로 타겟층으로 삼은 집단은 걸그룹 수용층이었다. 두 번째는 특정 걸그룹의 팬이 아니어도 여성 아이돌에 관심을 가지는 집단으로 10대에서 30대를 아우르는 남성 유저를 타겟으로 진행했다.

뜻밖에 게임 내 성비가 6:4 정도로 여성 유저가 적지 않은 편이다. 본인의 모습을 투영한 '워너비' 욕구를 자극하지 않았나 싶다. 애니팡이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을 유저 스펙트럼을 넓힌 것처럼 '아이돌드림:걸즈'도 게임을 하지 않는 일반인을 게임에 편입시켰다는 점이 현재까지는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인가

박준영 PD: 게임의 전체적인 룩앤필(Look & Feel)에 많은 신경을 썼다. 실사임을 어필하기 위해 방송 톤으로 컨셉을 잡고 개발했다. 이런 부분이 여성 유저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

또한, '아이돌드림:걸즈'가 서바이벌 오디션 세계관을 다루고 있는데 서바이벌 오디션이 전달하는 긴장감과 흥미를 구현해 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언뜻 보기에 걸그룹이 익숙할 나이는 아닌 거 같다. 걸그룹을 다루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박준영 PD: 개발을 시작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게 최신 걸그룹들을 다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팬들의 마음을 알아야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을 텐데 아무것도 몰라서 정말 많이 공부했다. '아이돌'이란 평론가들이 쓴 책이나 '연예산업 실무론'같은 대학교제도 섭렵했다.

닥치는 대로 모든 콘서트장에 갔다. 걸그룹 콘서트장은 참 좋았다. (웃음) 한 번은 슈퍼쥬니어 콘서트장에 갔는데 99%가 여자분들이었다. 심지어 남자 화장실도 없더라. 그 인파 사이에 아저씨 개발자 5명이 앉아 관람했었다.

대형 콘서트 같은 경우에는 10대 중,고등학생 팬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우리를 이상한 사람처럼 보더라. (웃음) 시쳇말로 뻘쭘하기는 했지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팬미팅, 팬카페 등도 빼놓지 않고 다니며 팬들이 어째서 아이돌에게 매력을 느끼는지에 대해 분석했었다.

그간의 경험이 '아이돌드림:걸즈' 미니게임에 녹아있다. 사생팬 막기, 콘서트 줄 세우기, 사인회 등 우리가 실제로 보고 느꼈던 것을 코믹하게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정말로 선물 들고 아이돌 집 앞에서 밤새는 거 말고는 다해봤다.




걸그룹을 좋아하는 유저들이 게임에 많다고 들었다. 유저마다 요구하는 걸그룹이 다를 텐데

김세연 캠프장: 걸그룹 간에 또 소속사 간에 경쟁 등 민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돈이 있다고 해서 라이센스 획득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걸그룹마다 활동 사이클이 존재한다. 휴식기, 활동기 같은 것인데 이 부분은 소속사와 우리 간에 긴밀한 협조를 통해서 풀어가야만 한다.

얼마 전 업데이트한 걸스데이도 계약은 예전에 구축한 상황이었는데, 여러 가지 상황이나 여건 등 신경 쓸게 많다 보니 계약을 하고 바로 적용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유저들이 걸그룹 등장을 요구할 때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고충이 있다.

소속사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신중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차분히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을 접하게 될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다. 우리도 마음 같아서는 그냥 전부 업데이트 해버리고 싶다. (웃음)


걸그룹 업데이트 말고 게임 콘텐츠 업데이트도 계획에 있는가

박준영 PD: 물론이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대형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 단위로 뭉쳐서 그룹의 자존심을 걸고 싸울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일종의 '장미의 전쟁'이다.

모바일 게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까 출시 후 한 달 동안 업데이트를 서둘러 진행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러면 게임의 질이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저들이 '아이돌드림:걸즈'를 지지해주는 부분은 확인했으니까 질 중심으로 차근차근 알찬 업데이트를 해나갈 예정이다.

김세연 캠프장: 지금까지 확보한 아티스트도 많고 계약이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티스트가 없어서 실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결국엔 한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아티스트를 포옹할 것이다.

믿고 기다려준다면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바일 게임의 호흡이 짧다고 하지만, 유저들을 배려하지 않고 업데이트를 단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 걸그룹이 등장하는 게임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개발하며 힘든 점은 없었나

박준영 PD: 게임 개발하면서 욕 많이 먹었다. 콘서트장에 갈 때면 일 안 하고 놀러 다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24인치 모니터에 걸그룹 사진을 올려놓고 회의하면 심각하게 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다른 팀들이 "저놈의 집구석은 일은 안 하고 걸그룹 사진만 보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 집에서 쇼, 가요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있을 때도 욕을 먹었다. 다른 게임 개발 과정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런 점이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웃음)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점도 동기부여가 됐다. 레퍼런스가 없으므로 레퍼런스를 만들어 간다는 것, '아이돌드림:걸즈'를 통해 기획사의 게임 이해도도 올려줬으니까 비슷한 기획을 하는 후발 개발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아이돌과 게임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계속 있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게임은 없었다. 더구나 이렇게 단체로 등장하는 게임은 없었다. 선구자로서 이 게임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개발자들도 시도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책임감이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돌드림:걸즈'로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박준영 PD: 게임 내 국내에 있는 모든 걸그룹들이 나오게 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대해서 아이돌 문화에 대해 떠들 수 있는 광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으로 '아이돌마스터즈'의 팬이다. 일본의 '아이돌마스터즈'처럼 한국에도 '아이돌드림'이라는 틀을 장기적으로 키워나가고 싶다. K-POP을 이용해서 한국의 대표적인 레이블로 뻗어 나가고 싶다.

게임과 대중음악은 엔터테인먼트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들어 있다. 지금까지는 서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좀 떨어져 있었다면 '아이돌드림:걸즈'가 이 둘을 잇는 가교 구실을 하고 싶다.

지금 당장은 착실히, 알차게 게임 내 요소를 준비하는 것이 당면 목표다. 게임을 즐기는 모든 유저들의 의견을 취합하며 한 단계, 한 단계 꾸준히 성장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