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반응은 "응?"이었다. 아기자기한 그래픽, 거기에 캐주얼 느낌의 캐릭터도 위화감을 들게 하기 충분했다. 상남자 분위기로 유명한 웹젠에게 이런 비주얼은 그동안 없었으니까. 거기에 사실, 그래픽이 요즘 나오는 퀄리티는 아니다. '루나: 달빛도적단'이라는 이름과 스크린샷을 봤을 때 예전 '루나 온라인'에서 그래픽 리소스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시스템이 밝혀지자 물음표는 더 커졌다. 하드코어하다. 무기를 기반으로 한 프리클래스에 점령전, 영지전까지 있다. 꽤 된 소스를 가지고 핸드드로잉 모델링을 하는데 그 분위기에 하드코어라니, 이걸 요즘 전문용어로 갭모에라고 하던가. 특이한 점이 너무 많을 때는 따로 약속을 잡고 물어보는 것만큼 좋은 해결책이 없다.

BH게임즈 조홍섭 PD는 만남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개발 경력 17년차에 달하는 베테랑 프로그래머였다. 1999년 '조선협객전'을 시작으로 개발의 길에 뛰어들었고, 액토즈소프트에서 'A3'을 개발한 뒤 젊은 나이로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맛본 적도 있다. 꾸준히 게임 개발을 해온 그답게 MMORPG를 향한 생각에서는 경륜이 느껴지기도 했다. 웹젠의 김다예 PM도 함께 참석해 사업 관련 이야기를 보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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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H게임즈 조홍섭 PD
Q. '루나: 달빛도적단(이하 루나)'을 웹젠에서 퍼블리싱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김다예 PM : 사실상 이런 비주얼의 게임을 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반신반의했는데, '불패온라인' 등 이전 개발 작품들을 살펴보니 액션성과 하드코어한 시스템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웹젠에서도 정통 MMORPG에 대한 재해석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 그래서 처음 공개됐을 때 의외였는데, 간담회를 보니 한편으로는 웹젠 스타일이다 싶기도 하더라. 동화풍 그래픽인데 하드코어 시스템을 갖춘다는 건 사실 모험 아닌가.

조홍섭 PD : 많이 고민했다. 에쁜 그래픽이니까 기존 프레임을 그대로 얹어서 빨리 만들자 생각한 적도 있고. 그런데, 시장 조사를 하다 보니 그런 종류 게임들이 싹 망가지더라. 그중 그나마 오래 버티는 게임들의 공통점을 찾아봤고, 게임성을 깊게 가져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쉽게 생각했다가는 안 되겠다 싶었던 거지. 우리가 제대로 할 수 있는 엔드 콘텐츠, 순환 콘텐츠를 건드리기로 했다.


Q. BH게임즈의 개발 인력은 어느 정도 되는지 말해줄 수 있나?

조홍섭 PD : 아트 분야에 총 15명이고, 프로그래머 7명에 기획 5명이다.


Q. 워낙 적은 인원이라 MMORPG의 대규모 업데이트는 부담일 수 있는데, 인력 충원 계획은 없는지.

조홍섭 PD : 당장은 이 인원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 살아남으면 다시 달려나갈 힘을 확보할 수 있겠고. MMORPG에서 항상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부분은 아트다. 디테일을 살리려고 할수록 걷잡을 수 없이 비싸진다. 버릴 것은 버리고 콘셉트 부분만 잡으면서 시작하다 보니 인력이 적을 수는 있다. 서비스가 안정되면 물론 충원 가능하다.

그래도 그래픽 리소스를 인수해오면서 시행착오를 덜 수 있었다. 등신비를 새로 만들 때는 캐릭터 신체의 모든 부분이 변수다. 조합에 따라 천차만별의 문제점이 나오는데, 그 문제를 겪지 않고 시작하게 됐다.


Q. 간담회 질의응답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그래픽"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성을 생각하면 보편적인 그래픽 취향도 많이 생각했을 것 같은데.

조홍섭 PD : 주관성이 얼마나 보편성을 획득하느냐의 문제다. 예전에 개발한 '데코 온라인'의 캐릭터가 똑같은 등신비인데, 당시에는 솜씨가 부족했지만 이 등신비야말로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실사풍이 아니지만 아예 2D도 아니라서 액션성을 살리기도 좋고, 정도 쉽게 주는 편이다. 일본에서 제작되는 액션 피규어들이 모두 이 정도의 등신비를 갖고 있다. 충분히 보편성을 얻을 수 있는 취향이다.


▲ 웹젠 김다예 PM
Q. 웹젠에서 신작 공개 간담회를 연 것이 약 3년 만이었다. 그만큼 '루나'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나.

김다예 PM : '루나'는 하나의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놓은 적 없는 동화풍 비주얼에 하드코어를 담는 것은, 웹젠이 언제나 변신을 시도한다는 의미다. 그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전에 개발을 발표한 '뮤2' 등이 웹젠이 늘 하던 것이라면, '루나'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에 속한다. 우리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봐도 되겠다.


Q. 핸드드로잉 기법을 낯설어 하는 유저들이 많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법인지, 다른 모델링 방법과 비교해 개발 과정에서 장단점이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조홍섭 PD : 캐릭터 렌더링은 보통 두 가지 중 하나, "실사(PR)냐 비실사(NPR)냐"로 나뉜다. NPR 기법을 선택하면 투톤이나 쓰리톤으로 그리게 되는데,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표현에 한계가 분명해진다는 약점도 있다. 우리는 NPR 렌더링을 선택하지 않으면서도 그런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핸드드로잉을 사용한 거다.

표현의 한계를 최대한 없애기 위해 랜더링에 관한 통념을 많이 버렸다. 오브젝트에 실시간 그림자도 넣지 않았다. 요즘 시대에 셀프셰도우 안 넣는 게임은 거의 없을 텐데. 대신 확실하게 경량화하는 데 성공했다.


Q. '루나'가 주요 목표로 잡는 유저층은 어디인가?

조홍섭 PD : 국내 시장이 작으니 대작 중심으로 쏠리는 현상은 흔하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보면서 느낀 건, 아무리 쏠림이 있더라도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게임성이 좋으면 충성도 높은 유저와 안정적인 시장 포지션을 반드시 차지할 수 있다. 실사 랜더링에 그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유저들의 선호도를 가져오려 한다. 시장은 분명히 존재한다.


▲ 예전 리소스라도, 다양한 코스튬 퀄리티는 자신 있다고


Q. 시간이 지날수록 그래픽 경쟁력이 문제가 될지도 모르는데, 후일 서비스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면 그래픽 관련 리뉴얼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조홍섭 PD : 아쉽긴 하다. 아티스트들도 여유가 있었다면 훨씬 잘 만들 수 있었을 거라 말하기도 하고. 서비스를 시작하고 운영에 여유가 생기면 그래픽 리뉴얼도 가능할 것이다.


Q. 이번 CBT에서 구현하는 최대 레벨과 콘텐츠 양은 어느 정도인가?

조홍섭 PD : 최대 레벨은 35로 잡고 있고, 아마 평균적으로 4일에서 5일이면 찍을 것이다. 콘텐츠는 오픈 기준으로 절반 정도다. 오픈하면서 바뀌는 것도 아주 많을 것이다. 게임성의 본질은 공개가 덜 되는 편이다. 초반 허들을 넘어서면 계속 끌고 가는 콘텐츠에 자신감이 있다.


Q. CBT에서 첫인상 잡기와 초반 진입장벽 해소는 중요하다. 문제가 없을까?

조홍섭 PD : 그 점을 많이 고민했다. 이번 CBT 목표는 좋은 첫인상을 주고 매끄러운 게임플레이를 시험하는 것이다. 던전을 두 개 공개하고 이지 모드와 노말 모드로 나웠다. 이지는 정말 쉽게 클리어할 수 있고, 노말은 아이템을 좀 맞추고 파티를 맺으면 어렵지 않도록 했다. 또 후반부에는 모든 강화를 거의 공짜로 해볼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엄청난 종류의 아이템 옵션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Q. 그렇지 않아도 프리클래스와 무기 숙련도를 물어보려고 했다. 아이템 옵션이 어떻게 되어 있나?

조홍섭 PD : 프리클래스 시스템이 정착하려면, 캐릭터에 능력치가 있으면 안 되더라. 캐릭터는 행운 수치 같은 보조적인 것만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무기에 들어가는 능력치가 중요해진다. 일반 RPG 능력치에 공격력과 방어력, 그리고 속성이 붙는다. 드랍이나 구매할 때 랜덤으로 붙는 옵션도 아주 다양하다. 여기에 강화와 소켓이 가미되는 방식이다. 소켓은 이론으로 최대 30개까지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5개 이상은 아주 어렵다.

낮은 레벨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잘 노출되지 않는다. 소켓도 30레벨 넘어야 퀘스트로 알려주니까. MMORPG는 유저를 학습시키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풀어나가면서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게임 전체에 안배하다 보니 CBT에서는 안 보일 수도 있겠더라. 그래서 후반에는 월석 등도 상점에서 팔도록 했다. 반응을 보기 위해서다.

▲ 특이하고 아기자기한 탈것들이 존재한다


Q. 간담회에서는 주로 PvP 콘텐츠를 볼 수 있었다. PvE를 좋아하는 유저나 라이트유저를 위한 콘텐츠로 준비하는 것은 없나?

조홍섭 PD : 일일퀘스트 양이 상당히 많아서 그것만 따라가도 하루 두 시간은 바로 성장할 수 있다. PvE 던전도 물론 꾸준히 제공된다. 전장을 뛰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하고, 제작이 좋은 사람은 제작만으로 이득을 볼 수 있도록 여러 길을 열어놓았다.


Q. 차후 또 한번 테스트를 거칠 생각인가? 정식 오픈은 언제쯤 계획하는지도 궁금하다.

조홍섭 PD : 테스트를 끝내봐야 알 것 같다. 이번은 초중반 콘텐츠인데 중후반 내용은 또 다르다. 한번 더 검증하고 갈지, 내부에서 검증하고 오픈으로 바로 갈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일단 오픈 목표는 올해 상반기다.


Q. 2015년 오픈을 목표로 하는 대형 MMORPG만 십여 개가 넘는다. 그 가운데 '루나'가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강점은 무엇일까.

김다예 PM : 키워드 중 하나는 귀여운 비주얼 속 감춰진 하드코어한 '반전 매력'이다. 유저들에게 자유로운 선택 방향을 준다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캐주얼이냐 하드코어냐의 갈래가 아니라, '루나'는 양쪽을 다 가지고 있다. 충분히 공략 가능한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했다. 내부에서도 충분히 검증을 했고.


Q. 사실, 몇 달 전 사옥에 붙은 사내 테스트 공지를 본 적이 있다. 내부에서는 '루나'의 어떤 점에 좋은 평가를 내렸나?

김다예 PM : 거진 열 번 가깝게 진행했는데, 테스트에 처음 참여한 사람들은 루나 모드에 의한 조작감과 PvP 모드, 난투전을 가장 좋아했다. 이런 그래픽에서 보통 나오지 않는 타격감과 액션이다. 이 부분을 내세워서 홍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조홍섭 PD : 흥미로웠던 것이, 사내테스트가 진행될수록 재미있다는 부분이 다 달랐다. 펫과 코스튬이 정말 귀엽다는 사람도 있고, 하드코어한 강화와 전쟁에 재미를 붙인 사람도 많다.

▲ 단순한 펫을 떠나 캐릭터와 함께 전투하며 성장하는 호문쿨루스


Q. 예전 '루나 온라인'이 인기를 끈 곳이 대만 등지였던 만큼, 해외 반응도 꽤 있을 것 같다.

김다예 PM : CBT를 실시하면서 글로벌 홍보자료를 함께 보냈는데, 대만과 동남아 지역 퍼블리셔 다수가 참여하고 싶다고 요청을 보내왔다. 일단 국내 런칭을 잘 하고 시장 잡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아직 가시화된 해외 진출은 없다. 1차 목표는 국내 시장이고, 이후 구체적인 계획은 국내 상용화를 끝내고 진행할 생각이다.


Q. 게임 자체를 넘어서 웹젠 운영에 쏠리는 관심도 크다. 특히 오토와 작업장 우려도 빠질 수 없는데, 특별히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김다예 PM : 기존 다른 IP를 담당해본 분들로 운영진을 다양하게 구성됐다. 작업장 대처에서도 오랜 경력을 가진 인력들이다. 다른 게임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내면화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기하고 있다. 또 평소 웹젠에서 없던 비주얼이다 보니 이전과 다르게 친근감 있는 운영을 모토로 삼고 있다. 유저 요구에 곧바로 대응하고, 딱딱하지 않게 친구 같은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다.


Q. 캐시 아이템도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과금이 심할 수도 있겠다는 지적이 있다.

조홍섭 PD : 가장 어려운 문제다. 무거운 과금제와 가벼운 과금제를 모두 시도한 경험이 있다. 최소한의 과금제는 물론 필요한데 어느 정도를 지키느냐가 힘들다. 돈을 투자하겠다 하는 유저는 확실하게 쓰도록 하고, 대신 안 쓰는 유저가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경우는 반드시 개선해주려고 한다.

김다예 PM : 엔드 콘텐츠 중에 굳이 과금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PvP 모드 보정전도 있다. 누구든 같은 조건의 장비로 들어가서 할 수 있는 스포츠성을 추구한다. 팀별 15명씩으로 중규모 힘싸움을 추구하는 모드도 있고, 패배하더라도 다른 장비를 구매할 수 있는 용사의 징표는 제공된다. 무과금 유저가 플레이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조홍섭 PD : "그렇고 그런 양산형 게임 나왔네" 같은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그 마음으로 게임을 만들었다.

김다예 PM : 비주얼이나 게임성에서 각종 선입견을 타파하고 싶은 게임이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