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의 한 형태이다. 엔터테인먼트로써의 게임도 물론이지만 교육이나 의학, 과학 연구 등에도 게임은 사용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약 90%의 어린이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게임문화는 여전히 발전하고 성숙해가고 있다. 단순히 오락을 위한 게임에서 벗어나 게임을 생각해보자. 아이들의 복잡한 과제를 도와주는 게임,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는 게임, 과학연구 진행에 기여하는 게임 등 게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강하다. 하나의 문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나 책과는 분명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는 게임을 하나의 중독물질로 간주하고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렇다보니 게임 개발자가 청와대 인사로 들어간 전례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2013년부터 백악관 디지털 미디어 부서에서 수석 고문(senior advisor)으로 활동한 게임업계 관계자가 있었다. 바로 미국 닌텐도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카, THQ 등 수 많은 대형 게임사의 개발자였던 '마크 드로라(Mark DeLoura)' 가 그 주인공이다.

[▲ 前 백악관 디지털 미디어 부서 수석 고문 '마크 드로라(Mark DeLoura)']

그는 게임 개발자 뿐만 아니라 '게임 디벨로퍼 매거진'에서 편집장으로도 활동했으며, '게임 프로그래밍 잼(Game Programming Gems)' 시리즈의 저자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2003년에 IGDA(International Game Developers Association)의 이사로 취임하기도 했다.

다양한 게임업계 경력을 기반으로 백악관에서 게임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했던 '마크 드로라(Mark DeLoura)'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GDC2015에서 '백악관에서의 관점: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게임(A View from the White House: Games Beyond Entertainment)'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백악관에서 근무했다고 하면 다들 '하우스 오브 카드'를 떠올리시는데요. 현실은 이와는 다릅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자기분야의 연구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강했죠. 저는 그 중 게임 파트의 전문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왜 '게임'에 관심을 두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게임의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80년대부터 게임을 활용한 교육 시스템이 존재했으며, 90년대 들어서면서 DDR이나 'Wii 스포츠'와 같이 게임을 이용해 운동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동일선상에서 'fold it'이라는 과학게임도 개발되었다. 이는 단백질 구성에 대해 퍼즐 형식으로 풀면서 즐기는 게임이다. 단순한 게임을 넘어 현실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퀄리티가 상당해 2011년에는 '네이쳐'지에 실리기도 했다.

사실 이전부터 미국 정부는 미디어를 활용해왔다. 비디오라는 미디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비디오를 활용한 홍보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단계로 미국 정부가 채택한 미디어가 바로 '게임'이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첫번째 시도로 나사(NASA)와 스미스소니언(Smithsonian) 박물관, 미국 해양 대기 관리처(NOAA) 등 75개 단체의 모임인 '연방 게임 길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각 단체들은 각자 담당분야와 관련된 게임 콘텐츠를 개발했다.

이와 관련해 '마크 드로라'는 두 개의 사례를 제시했다. 첫 번째 사례는 '예산 히어로(Budget Hero)'이다. 이는 연방 예산을 가지고 운영하는 게임으로, 어떤 정책카드를 발동시키느냐에 따라 예산이 달라진다. 두 번째 게임은 '나사 문베이스 알파(NASA Moonbase Alpha)'로 달에 처음으로 착륙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타이틀은 스팀에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정부가 직접 개발을 지원한 게임도 있었다. 최근에 개발된 게임으로 그는 '아이와이어(eyewire)'와 '프로젝트 이보(project evo)', '드래곤박스(dragon box)'를 제시했다.

'아이와이어'는 뇌과학과 연관된 게임으로, 단면도에서 특정 조직을 선택하면 전체 뇌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 3D입체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게임을 통해 뇌과학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프로젝트 이보'는 나이가 들면서 퇴화되는 관찰능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게임이다. 레이싱 게임을 하면서 지나가는 표지판에 다른 색깔과 모형의 도형이 표시되며, 이를 기억해 맞추어야 한다. 꾸준히 게임을 즐긴 집단에서 점진적으로 기억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그는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드래곤박스'는 유아용으로 제작된 수학게임이다. 방정식이나 수학공식을 각각의 아이콘으로 표기, 동일한 부분끼리 정리하고 제거하는 방식으로 플레이하면서 수학을 공부할 수 있다. 이 게임을 즐겼던 93%의 어린이가 실제 방정식을 쉽게 푸는 등 수학능력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미션을 클리어하기도 하지만, 실수도 하고 많은 부분에서 실패도 겪습니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어린이들의 교육에 있어 의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도 "나는 개인교습 강사와 같이 효율적인 디지털 강사를 창조하기 위해, 나아가 최고의 비디오게임과 같이 흥미롭고 강력한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고자 교육공학 분야에 투자한다"라고 말하며 교육을 위한 게임에 주목했다.


그래서 작년 9월에는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게임잼이 열리기도 했다. 9월 6일부터 8일까지 48시간동안 개최된 '백악관 교육 게임잼(White House Education Game Jam)'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의 수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게임잼에는 게임업계와 교육계로부터 140명의 인원이 참가해, 총 23개의 게임이 제작되었다. 디즈니 인터랙티브 스튜디오와 로비오, SCEA, 유비소프트와 같은 대형 기업부터 인디게임 개발자까지 게임업계에서 참여한 사람이 총 105명이었으며, 교육관계자나 학생, 연구자 등 교육계 인력이 35명이었다.



'마크 드로라'는 수 많은 게임잼 작품 중 'ENDEMOS'과 'Global Doomination'의 두 개 작품을 강연에서 소개했다. 'ENDEMOS'는 새로운 동물을 자유롭게 만들고 실제 세계 속에 배치해, 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배울 수 있다. 플레이어는 동물의 사이즈, 수명, 생명력, 이동속도 등을 설정할 수 있으며, 육식과 초식동물 중 선택할 수 있다.

[▲ 'ENDEMOS' 소개영상]

'Global Doomination'는 행성의 환경을 자유롭게 조정하면서, 그 속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번식하고 멸종하는 지를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다양한 재앙 속에서 어떠한 종들이 살아남거나 진화하거나 혹은 멸종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Global Doomination' 소개영상]

교육용 게임을 제작하기에 앞서 개발자는 다양한 부분에서 목표를 잡아야 한다. 주제는 무엇으로 하며 어떤 플랫폼을 채택할 것인지, 어느 마켓에서 판매를 하며, 어떤 자료를 기반으로 내용제작에 들어갈 것인지를 잘 선택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실제 교육에 사용되는 사례로 과제를 잘 수행해 얻은 포인트로 게임 내 자신의 캐릭터를 업그레이드 하는 '클래스 크래프트(classcraft)'가 있었다. 또한 맨하탄의 한 교수가 사용하고 있는 물과 불, 흙 등의 원소를 통한 화학공부가 이루어지는 '마인크래프트 교육' 방식도 소개됐다.

'좀비스(zombies)'라는 게임은 지리학 선생이 사용하고 있는 콘텐츠로, 학생들은 언덕과 해안, 지하 등 특정 지역을 채택하고 그 지역으로 좀비가 침투했는지/기피했는지를 지리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게임을 통해 학생들은 게임을 즐기면서 지리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강연을 마치며 '마크 드로라'는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게임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갈 것을 권장했다. 아직 더 파고들 부분이 많은 틈새시장이며, 앞으로는 게임이 여러 분야의 미디어로서 적용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게임의 장르가 한정적이다보니 하나의 장르에 유사한 게임이 수십, 수백개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캔디크러시사가'와 같이 특정게임이 큰 성공을 거두면 이와 유사한 방식과 비주얼의 게임이 쏟아지기도 하죠.

하지만 교육 분야는 여전히 여유공간이 있습니다. 교육게임에 대한 투자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요. 우리는 게임이라는 창구를 활용해 교육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해 갈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