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래프트3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일리단은 전작의 인기와 경쾌한 조작법으로 인해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에서도 많은 팬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기와 성능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 법. 낮은 체력의 근접 암살자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진입하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만 1인분을 할 수 있어 조작이 어려운 편이 속하는 영웅인데요, '난 이제 완전해졌다!'를 외치며 무모하게 돌진하는 초보 일리단의 영향으로 '일리단 = 트롤'이라는 공식이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진행된 히어로즈 빅리그(HBL)나 외국 대회에서 일리단이 뜻밖의 높은 픽률을 보이며 상위 암살자 영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리단이 재조명받으면서 1티어 암살자로도 불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카운터 영웅의 너프로 상대적 이득을 본 일리단! 2지원가 메타와 함께 날아오르다.

■ 탱딜이 가능한 전사와 순간 화력이 뛰어난 암살자의 몰락

히어로즈 알파 테스트 시절에는 일리단이 크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바로 첸과 아서스라는 일리단의 하드 카운터 영웅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두 영웅의 공통점은 탱킹과 딜링이 함께 된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아서스는 독살 특성과 서리한이 굶주렸다를 활용한 평타 캔슬로 근접한 적에게 강력한 피해를 주면서 구울 먹방이라고도 불리는 궁극기 '사자의 군대'를 사용해 적의 공격에 끈질기게 버티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날아차기로 적에게 뛰어들어가 술을 마시고 불을 토해내던 첸 역시 궁극기 '폭풍, 대지, 불'을 사용해서 생명력을 모두 회복할 수 있었죠. 이처럼 높은 공격력에 뛰어난 체력 회복 능력을 보유한 전사 영웅들 앞에서 체력이 낮은 일리단은 한없이 작아질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진행된 패치로 아서스에게 독살이 사라지고 사자의 군대로 인한 생명력 회복량이 감소했습니다. 첸은 급소 차기 특성이 16레벨로 이동하고 폭풍, 대지, 불에 시전시간이 생기는 등 뼈아픈 너프를 당해 더는 이전 같은 위용을 볼 수 없게 됐죠. 두 영웅의 너프로 일리단이 조금씩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 일리단의 하드 카운터였던 아서스와 첸

순간 폭딜이 가능했던 암살자의 몰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당시에는 타이커스나 케리건 등 강력한 기술을 사용해 폭발적인 화력을 뿜어낼 수 있었던 딜러 위주의 조합을 사용한 갱킹 메타가 우세했습니다. 아서스나 첸 등 공격력이 뛰어난 전사들이 강력한 순간 화력을 보유한 암살자와 함께 적 영웅을 한 명씩 끊어먹었던 것이죠.

하지만 타이커스가 더는 오딘 출격을 생존용으로 쓰지 못해 공격적인 플레이가 힘들어졌고, 케리건은 되돌리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폴스타트는 리밸런싱을 거치면서 대회에서 자취를 감추고, 최대 생명력의 전사도 순식간에 무덤으로 보낼 만큼 강력한 순간 공격력을 자랑했던 노바 역시 너프를 당합니다.

순간 화력이 강한 영웅들의 연이은 너프로 갱킹으로 이득을 보기가 힘들어지면서, 2지원가 메타가 등장합니다. 이전에는 기술을 활용한 순간 공격력이 중요했다면, 2지원가 메타에서는 높은 회복력을 바탕으로 한 지속 공격력이 더욱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죠. 뛰어난 탈출기와 평타를 활용한 꾸준딜에 강점을 보이는 일리단이 대세로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 강력한 순간 폭딜 기술을 보유했던 노바, 케리건, 폴스타트

■ 일리단과 궁합이 잘 맞는 지원가 영웅은?

정리해보면 일리단의 카운터였던 첸과 아서스, 그리고 강력한 순간 폭딜이 가능했던 암살자의 너프로 인해 평타 공격 위주의 일리단이 활약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탈태(R)의 높은 생명력과 회피(E)로 적의 공격을 흡수하고 휩쓸기(W)를 사용해 군중 제어 기술을 피할 수 있는 일리단은 평타딜 위주의 공격 방식으로 2지원가 메타에 중요한 지속 교전 능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지원가에게 꾸준히 힐을 받으며 고유 능력으로 쿨타임을 줄이고 체력을 회복해 위급한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쉽기 때문입니다.

특히 리리나 순간 폭힐 능력이 뛰어난 우서와 레가르, 강력한 실드를 걸어줄 수 있는 태사다르와 궁합이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넓게 힐을 퍼트리는 지원가보다 단일 대상에게 강력한 힐을 꽂아 넣을 수 있는 지원가와 궁합이 잘 맞는 편입니다.

▲ 일리단과 궁합이 좋은 지원가 영웅들



■ 일리단을 상대하는 방법은 무엇? 군중 제어 기술과 특성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

■ 강력한 군중 제어 능력으로 일리단을 빠르게 제압

그렇다면 일리단의 카운터 영웅은 누가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기존의 영웅들이 모두 너프를 당해 현재는 이렇다 할 카운터 영웅이 없는 상황입니다.

일리단은 평타를 때릴수록 기술의 쿨타임이 줄어들고 체력이 차오르므로, 아예 공격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빛나래의 변이(W)나 우서의 심판의 망치(E) 등의 군중 제어 기술을 연계해 집중적으로 공격해서 빠르게 끊어내야 합니다. 중요한 건 일리단이 회피(E)를 사용하기 전이나 후에 CC기를 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회피를 사용하면 일리단에게 들어가는 평타가 완전히 흡수되기 때문이죠.

▲ 회피를 사용한 일리단에게 일반 공격은 의미가 없다!

물론, 일리단이 속한 팀의 지원가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일리단을 살리려고 할 것입니다. 상대방이 모든 기술을 쏟아 부었는데도 일리단이 살아남는다면, 이후 역습이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이죠. 일리단이 휩쓸기(W)로 적의 군중 제어 기술을 흡수하는데 성공하면 좋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일리단에게 힐을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일리단은 전장에서 적군과 아군 모두에게 주목을 받는 위치에 있습니다. 따라서 일리단을 상대할 때 견제와 동시에 지원가 영웅이 일리단을 보조하지 못하게 막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일리단에게 CC기를 넣어 공격하면서 제라툴의 공허의 감옥(R)이나 자가라의 게걸 아귀(R) 등으로 일리단에게 힐을 하러 오는 지원가를 속박할 수 있다면 처치하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또한, 일리단은 좋은 탈출기를 보유하고 있어서 빠르게 잡는 것이 중요한데, 티란데의 사냥꾼의 징표(D)를 사용해 일리단에게 들어가는 피해를 극대화 시키는 것 또한 좋은 방법입니다.

히어로즈 빅리그에서 인벤팀이 우서와 티란데를, 익곰팀이 자가라를 사용해 상대방의 일리단을 멋지게 끊어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이처럼 조합 제대로 갖출 수 있다면 일리단을 상대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 우서와 티란데의 기술 연계로 선조의 치유가 들어가기 전에 일리단을 잡는 모습
출처: 히어로즈 빅리그 8강 1일차 경기

■ 일리단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조합을 구성

일리단을 빠르게 끊어내기 힘들다면 반대로 아군의 교전 지속 능력을 크게 강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리단 + 2지원가 조합보다 더 강력한 라인 교전력을 벌일 수 있는 조합을 만들어서 상대하는 것입니다.

이때 빛나래와 말퓨리온 조합이 추천되는 편입니다. 말퓨리온의 평온과 빛나래의 위안의 안개(고유 능력)를 사용하면 팀원 전체의 생명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빛나래가 20레벨이 되면 변이 - 되돌리기 - 변이 로 일리단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으며, 변이로 느려진 일리단은 말퓨리온의 휘감는 뿌리(E)로 맞추기도 한결 편합니다.

☞ 빅리그 권디디팀의 서포터 'Senzin'의 일리단 카운터 팁 게시글 [바로 가기]

■ 일리단과 일대일로 싸워 이길 수 있는 영웅은?

'카운터 픽'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일대일 싸움을 벌였을 때 일리단을 이기기 쉬운 영웅은 있습니다. 상대방의 채널링 스킬을 끊을 수 없는 일리단의 단점을 노린, 강력한 채널링 기술로 무장한 영웅이 이에 속합니다.

일리단 혼자서는 소냐의 소용돌이(E)나 아즈모단의 모두 다 불타리라(E)를 끊을 수 없어 상성 상 두 영웅보다 아래에 있습니다. 아즈모단은 최근 들어 대회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내며 재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내 대회에서는 아직 소냐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카운터 픽으로 당당하기 꺼내 들기는 힘들지만, 일대일 기준 일리단을 잡기는 어렵지 않은 영웅입니다.

▲ 강력한 채널링 기술을 가진 소냐와 아즈모단

■ 공격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특성을 활용한 견제

특성을 활용해서 일리단을 견제할 수도 있습니다. 일리단은 빠른 공격속도를 통한 쿨타임 감소로 순식간에 치고 빠질 수 있는 것이 장점인 만큼, 공격 속도를 느리게 만들어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죠.

티리엘의 13레벨 특성 '위풍당당'은 보호막을 치는 적의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가 50% 감소합니다. 보호막이 걸린 상대를 공격하는 일리단은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느려져서 일점사 당하기 쉬우므로 섣불리 들어오지 못하게 압박할 수 있습니다.

전사 영웅이나 우서, 아즈모단이 가지고 있는 16레벨 특성 '압도적 존재감'도 마찬가지로 공격하는 적의 공격 속도를 50% 감소시키므로, 일리단의 공격 속도를 떨어트려 쿨타임 회복을 늦추기에 좋습니다.

▲ 티리엘의 위풍당당(위)과 우서의 압도적 존재감(아래) 특성



신 영웅이 추가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일리단의 극명한 카운터는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지금의 2지원가 메타가 일리단에게 너무 유리하고, 일리단을 꺼내 드는 것만으로도 상대 팀은 일리단을 견제하기 위한 픽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리단을 너프 전 첸이나 노바처럼 OP(Over Powered) 영웅으로 부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영웅의 능력이 강해서 뜬 것이 아니라 메타의 변화와 카운터 영웅의 너프로 상대적 이득을 본 것이기 때문이죠. 다른 근접 암살자들과 마찬가지로 군중 제어 기술에 취약하고 낮은 생명력을 보유해 일점사에 취약한 것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2지원가 메타가 사그라지고 일리단에게 강력한 카운터를 날릴 수 있는 영웅이 등장하면 일리단이 활약하기가 힘들 수 있습니다. 곧 등장하게 될 실바나스 윈드러너의 궁극기 울부짖는 화살(R)로 지원가를 침묵시키고 일리단을 일점사하면 될까요? 모를 일입니다.

메타는 항상 변화하고 유저들은 그에 맞춰서 최선의 조합을 선택합니다. 단지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트롤' 취급을 받았던 일리단이 메타의 변화로 이렇게 인기 있는 영웅이 되기도 하는데, 다음엔 어떤 영웅이 주목을 받게 될까요? 소냐나 머키 등 승률 하위권인 영웅이 재조명을 받아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