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면 무료화를 선언하면서 이슈가 된 엔진이 있다. 바로 에픽게임스의 '언리얼엔진4' 이다. 본래 '언리얼엔진4'는 개발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로 매달 19달러의 라이센스 비용만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게 정책노선을 변경했다.

그러나 이제는 완전 무료화가 되면서 최신 기능과 툴셋, 소스코드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업데이트 역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혜택은 게임 개발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건축과 교육, VR, 영화, 애니메이션 등 모든 부분의 개발자들에게 제공된다.

이와 더불어 에픽게임스는 스카이림의 10배 규모의 지형에서 모든 오브젝트가 리얼타임으로 구현되는 기능을 보여준 테크데모 '연(Kite)'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물과의 거리에 따라 디테일함이 달라지는 LOD(Level Of Detail)로 많은 개발자들이 주목하기도 했다.

나아가 GDC 현장에서는 또 하나의 신규 데모가 공개됐다. 바로 영화 CG를 전문으로 하는 '웨타 디지털' 스튜디오가 제작한 데모 '그림자 속 도둑(Theif in the Shadows)'이다.


'그림자 속 도둑'에서는 영화 '호빗'에서 주인공이 용 '스마우그'와 조우하는 장면을 언리얼엔진4를 사용해 VR 콘텐츠로 재탄생시켰다. '웨타 디지털 스튜디오'는 영화 CG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곳으로, 매트릭스 시리즈의 CG를 맡은 바 있다.

※웨타(Weta) 디지털 스튜디오란?

피터 잭슨과 리처드 테일이 1993년 설립한 스튜디오로, 영화 속 CG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이다. 역대 영화 흥행 순위 1위를 차지한 '아바타'의 CG를 담당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웨타 디지털 스튜디오는 수 많은 대작 타이틀을 맡아왔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매트릭스 시리즈, 킹콩, X-men 최후의 전쟁, 나니아연대기 등이 있다.

GDC엑스포가 열리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에픽게임스와 오큘러스 두 부스에서 호빗 데모가 진행되었다. GDC엑스포 첫날인 수요일에 부스를 방문했지만, 40분여 간 기다리다가 강연시간이 다되어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을 겪기도 했다. 이틀 후 다시 한번 GDC 엑스포 현장을 방문, 오전 10시에 오픈하자마자 달려가 VIP 대기줄에 섰다. 그마저도 30분을 기다렸다가 들어갈 수 있었다.

방에 들어서니 시연을 위한 TV와 크레센트 베이, 그리고 안내를 담당할 에픽게임스 관계자와 웨타 스튜디오 관계자가 있었다. 4~5명이 들어가면 꽉차는 규모의 좁은 방 안에서 진행된 시연은 오큘러스 크레센트 베이로 진행되었다.


시연 시간은 총 3분. 내용은 간단했다. '호빗'의 영화장면 그대로 금화가 가득한 방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금화와 보물로 가득한 곳에서 주인공 앞에 돌연 검붉은 용 한마리가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잠에서 깬 용은 보물방에 도둑이 들었다면서, 침입자를 찾아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주인공은 체구가 작은 호빗 종족으로 좀처럼 용의 눈에 발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은 어느 순간 용에게 적발된다. 스마우그는 주인공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위협을 가하고, 마지막으로 브레스를 내뿜는다. 여기서 시연은 종료된다.

3분 간의 짧은 시연이었지만 360도 모든 방향에서 영화 속 한 장면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또한 DK2보다 향상된 스펙을 지닌 '크레센트 베이'가 사용돼 지난 데모들과는 다르게 향상된 그래픽으로 시연을 즐길 수 있었다. 용의 얼굴을 가까이서 볼 때 느껴지는 피부 질감은 상당히 현실적이었다.

[▲ 참고 이미지 (영화 '호빗'의 한 장면)]

특히 스마우그가 얼굴을 들이밀거나 마지막에 불을 내뿜는 장면에서는 상당한 리얼함이 묻어났다. 마치 정말 이쪽을 향해 브레스를 뿜는 듯한 기분이었다. 시연을 도와준 웨타 관계자는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기기를 더했다면 사실감이 배가 됐을텐데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크레센트 베이'와 웨타 스튜디오의 기술력이 만나 한층 업그레이드 된 시연을 즐길 수 있었다. 나아가 영화 속 한 장면을 그대로 활용해 '호빗'을 본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즐거움도 맛볼 수 있었을 터.

VR헤드셋 양 옆에는 사운드 출력을 위한 헤드폰이 장착돼 콘텐츠로의 몰입감을 강화시켰다. 지금까지는 VR헤드셋과는 별도로 헤드폰을 껴야만 했기 때문에 무겁기도 하고 사용하기에도 다소 번거로웠다. 하지만 VR헤드셋 자체에 음향 헤드폰이 달리면서 편의성이 한층 강해졌다. 음질도 상당히 좋아 시연하는 내내 방 안에서 소리가 난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 '언리얼엔진4'로 재연된 '호빗' 속 스마우그]

그러나 여전히 모니터로 보는 것과는 해상도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특히 근접한 물체가 아닌 원거리에서 전경을 바라볼 때 화면이 흐릿해 사물과 사물 간의 구분이 다소 모호하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데모는 영화 CG제작사에서 개발에 참여했다는 점과 영화의 한 장면을 언리얼엔진4를 사용해 VR콘텐츠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호빗 데모 제작에는 TITAN X GPU가 사용되었으며, 초당 90프레임이 구현돼 지금까지의 VR데모와는 차별성을 가진다.

이와 관련해 에픽게임스 '팀 스위니' 대표는 "이번 데모는 엔비디아의 놀라운 하드웨어 없이는 불가능했다. 언리얼엔진4와 오큘러스의 크레센트 베이, 그리고 엔비디아까지 세 개의 기술로 유저들에게 앞으로도 놀라운 기술을 선보일 것이다"라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래픽의 진보와 편의성의 증대, 그리고 영화 콘텐츠와의 연계까지 다양한 면에서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언리얼엔진4와 크레센트 베이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