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SF나 로봇을 소재로 한 게임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은 기자도 알고 유저도 알고 개발자도 잘 아는 사실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게임은 그야말로 극소수.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황무지를 뚫고 자라난 풀 한 포기의 모습과 같다. 척박하기 그지없다.

여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어려운 길을 택한 게임사가 있다. 웹게임 퍼블리셔로 유명한 '엔틱게임월드'가 그 주인공. 그들이 제작한 '우주의 기사'는 어린 시절 추억 속 로봇들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라젠카', '발켄', '레이노스' 등의 로봇들이 등장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모바일게임 개발사로서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 굳이 힘든 길을 택한 엔틱게임월드를 방문했다. 그들만의 생존 전략이 무엇인지, '우주의 기사'는 어떤 게임인지 지금부터 확인해보자.

▲ 좌 - 엔틱게임월드 신동준 사업부 차장, 우 - 네오그램 박정환 대표





로봇은 서브 컬쳐 안에서도 서브 느낌, 혹은 '추억' 이미지가 강한데 이를 소재로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신동준 - 어떤 소재를 갖고 모바일로 출시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게임마다 특성이 있지만, 시장에 나와 있는 기존 작품들은 '판타지' 세계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봤다. 그게 시장의 흐름이었으니까. 뭔가 차별화된 소재로 어필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메카닉, 그중에서도 과거에 한 번쯤 봤던 추억의 로봇들이 한곳에 모여 싸우는 집합체를 만들어 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조금 크게 목표를 말하자면... 콘솔에 '슈퍼로봇대전'이, 모바일에는 '우주의 기사'가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보자는 것.


네이버 앱스토어에 먼저 런칭했는데, 유저들의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이 '우주의 기사'의 어떤 면을 좋게 봐 준다고 생각하나.

신동준 - '라젠카' 덕분인 것 같다. 메카닉 하면 흔히 떠오르는 IP가 '건담'이나 '아머드코어'지만, 20~30대 한국 유저들에게는 '라젠카'가 더 친숙하리라 생각했다. "메카닉을 소재로 한 모바일 게임도 드문데, 라젠카를 볼 줄은 몰랐다. 신선했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현재 구현된 로봇은 총 몇 종인가.

신동준 - 일부 표준형 기체는 있지만, 종류만 따지면 240종이다. 무기와 백 팩 파츠가 있고, 이를 착용하면 외형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종류가 적다고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발켄, 레이노스는 상당히 옛날 로봇인데, 이들을 투입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신동준 - 초창기 사업 구상하면서 고민했던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 아무래도 메카 디자인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레스톨 특수구조대라던가 라젠카, 탱구와 울라숑 등 한국에서 메카닉 디자인으로 유명한 주영삼 감독님을 섭외했다. 그분이 가진 원작 메카닉을 첫 번째로 선보였는데, 대부분 20~40대 유저들이 한창 즐겨봤던 기체였다. 덕분에 일본 IP를 검토할 때도 90년대부터 점차 발전하는 방향으로 세우게 됐다.


확실히 라젠카의 참전은 의외였다.

신동준 - 주영삼 감독님은 한국 메카닉 디자인의 달인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애니메이션에서 그치지 않고 'RF 온라인'의 캐릭터 디자인도 담당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분의 작업물 중 우리 게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라젠카'라고 봤다. 확신이 들어 계약도 빠르게 했다.

[▲ 우주의 기사 공식트레일러 영상]


워낙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IP 얻는 과정만 해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박정환 - 굉장히 힘들었다. 원작을 가진 게임은, IP를 하나 획득하면 그걸 토대로 콘셉트를 짜고 게임을 만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주의 기사'는 워낙 다양한 IP를 아우르다 보니 조금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사실, 이 부분은 개발팀에서 어느 정도 각오한 뒤 도전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라이센스를 갖고 계신 분들을 설득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개발자가 자기 메카닉이 강하게 적용되었으면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하지만 그렇게 하면 게임의 밸런스가 망가지니까... 그 부분을 조율하는데 시간이 많이 투자되었던 것 같다.

신동준 - 그리고 일본은 한국에 비해 다소 폐쇄적인 성격을 보인다. 하나의 IP라도 텀을 오래 두고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서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쓰게 됐다.


모바일 액션 RPG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우주의 기사' 역시 같은 장르다. 외형적 차이점 외 액션 게임의 기본적인 시스템에서 차별화를 주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본다.

박정환 - 지금 공개된 콘텐츠는 시작일 뿐이다. 지상전 위주의 액션 RPG가 아닌,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액션이 적용될 예정이다. 그게 메카닉 소재와 가장 잘 어울리기도 하고.

신동준 - 대부분의 액션 게임은 X, Y축을 기반으로 하지만, '우주의 기사'는 3차원 전투를 구현할 계획이다.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는 게임이 모바일에서 검증된 사례도 없고, 또 그만큼 조작성이나 연출에 신경 쓸 부분이 많아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도전할 생각이다. 또한, 작은 로봇이 아닌 그보다 더 큰 무언가를 갖고 놀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신경 쓰고 있다. 아마 올해 하반기 즈음으로 대단위 업데이트가 이뤄질 것이다.


추후 업데이트 계획 중인 로봇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있나.

박정환 - 지금까지 확보한 국내 라이센스를 차례대로 공개할 계획이다. 일단 '레스톨 특수구조대'가 준비되어 있고... 조금 더 기다리면 '해모수'도 만나볼 수 있을 거다.

신동준 - 국내의 유명 IP는 거의 다 확보한 상태다. 다만, 아직 공개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

▲ 레스톨 특수구조대의 참전도 예약되어 있다.


이 분야에서 워낙 유명한 것이 '건담'이다. 혹시 건담과 관련해서 이야기해보진 않았는지 궁금하다.

신동준 - 마음 같아선 건담도 하고 싶다. 그런데 워낙 방대하다 보니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더라. 쉽지 않은 IP라고 생각한다.


해외 서비스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게임 내 로봇들이 대부분 한국, 일본 로봇들로 구성되어 서비스하는 데 제한으로 작용할 것 같은데.

신동준 - 메카닉 시장 자체로만 보면 일본, 한국, 대만이 가장 크지만, SF 장르 전체에 대한 니즈는 오히려 북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퍼시픽림'이 좋은 예다. 그리고 외국 시장으로 나가게 된다면, 한국에서 서비스한 기체들이 똑같이 나가는 게 아니라 각 국가의 특색에 맞춰 공개 순서를 조절할 생각이다.

박정환 - 로봇이 동아시아 한정 문화가 아니라는 것은, 최근 개봉한 영화 '채피'만 봐도 알 수 있다. 그쪽도 로봇 콘텐츠에 대한 기반은 있다고 본다. 다만, 예전에는 아머드코어 같이 리얼한 로봇이 강세였다면, 최근에는 조금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 같고 우리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로봇 관련 IP를 다수 확보한 만큼, 다른 장르에 대한 욕심이 날 법도 한데. 이를테면 SRPG라던가, 슈팅이라던가.

박정환 - 내부에서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다. 지금은 '우주의 기사'의 서비스가 안정화되는 것이 목표다. 로봇 장르 자체가 어느 정도 위험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차기작에 대해 고민 할 수가 없다.


엔틱게임월드는 웹게임 퍼블리셔로 유명한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모바일게임 개발에 힘을 싣는 이유가 무엇인가.

신동준 - 다른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했던 고민과 마찬가지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활성화되었고, 이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도전을 해 보고 싶었다. 이전에 '러시앤대시'라는 모바일게임을 개발, 출시한 적이 있는데 그때 고생한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오랜 기간 웹게임을 개발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이 모바일게임 개발 및 서비스에도 영향을 줄 텐데,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되나.

신동준 - 개발보다는 서비스에 대한 부분이 크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웹이든 클라이언트든 이전에 게임을 많이 서비스해 본 게임사들이 모바일게임 서비스도 잘한다고 본다. 우리도 아직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 웹게임 유저들의 고충에 대해 많이 들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운영을 해 나가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과거를 추억하는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정환 - 우리의 도전이 무모하지 않기를 바란다. 메카닉과 관련한 나름의 소망을 가진 분들이 분명 있으리라는 생각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그분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게 목표다. 플레이어 분들도 어려운 길을 함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끔한 충고를 들을 준비가 됐으니 적극적인 피드백 부탁한다. 한국에서 메카닉 게임이 불운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

신동준 - '우주의 기사'가 완벽한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메카닉에 대한 유저들의 열망을 채워주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게임이라는 걸 알리고 싶다. 우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아 주셨으면 한다.

박정환 - 네이버 카페에 '피드백, 업데이트가 빨라서 마음에 든다'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는데 그게 그렇게 기쁘더라. 조언 듣고 개발을 미룰 이유는 없다. 그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