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을 기다렸습니다. 첫사랑이냐고요? 아닙니다. 첫사랑보다도 더 아련한 그 이름 '창세기전'입니다. 자그마치 15년이에요.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할 수밖에 없어요. 첫사랑 그녀를 10년 만에 만나러 갈 때도 이처럼 두근거리지 않았으니 아마 PK를 차러 나온 박주영의 심경이 이랬을까요?

이틀 뒤면 15년간 오매불망 기다려온 '창세기전4'의 CBT가 시작됩니다. '창세기전4'는 1995년 '창세기전1'을 시작으로 넓혀온 세계관을 온라인으로 구현했습니다. 4편의 본편과 2편의 외전, 패키지 게임으로도 6개나 나온 게임을 온라인으로 구현하기 위해 소프트맥스는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창세기전이 국내 게임시장에서 주목받던 시절과는 시장의 경향이 많이 변화했습니다. 패키지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변했으며 스토리 중심에서 커뮤니티 중심으로 변했습니다. 아마 소프트맥스는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느꼈을 겁니다. 현재 시장 추세에 부합하며 창세기전 IP의 핵심을 계승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일단 사전 등록자 수가 10만 명이 넘었습니다. 유저들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CBT를 여행할 여러분을 위한 안내서를. 길고 긴 개발 기간 끝에 CBT에 돌입하는 '창세기전4'의 특징을 정리해봤습니다. CBT를 여행할 여러분은 소중하니까요.





'창세기전4'는 제목에도 쓰여 있지만 당연하게도 공식 넘버링 타이틀입니다. 시리즈 적통이라는 이야기죠. 새로운 이야기를 전작의 스토리와 공존시키는 방법으로 시리즈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활용했습니다. 즉 창세기전 시리즈를 굴비 두름처럼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한데 묶은 겁니다.

하지만 '창세기전4'에 등장하는 세계는 여러분이 기억하는 세계와는 다릅니다. 기억하고 있는 세계와 매우 유사하지만, 시간 여행으로 인해 오차가 생겨난 '평행우주'이기 때문이죠. 본래 안타리아와 아르케는 서로 끊임없이 순환하는 관계였습니다. 거듭된 아수라 프로젝트에서 오차율이 점점 커졌고, 그 과정에서 세계가 여럿으로 나뉘어 평행 우주를 형성했다는 설정입니다.

덕분에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텔링을 살리면서도 최근 경향에 맞춰 작품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창세기전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500명이 넘습니다. 이야기 설정상 비중이 작았던 캐릭터들도 못다 했던 이야기를 '창세기전4'에서 풀어놓을 수 있게 된 거죠.

앞서 말한 '창세기전4'의 평행우주는 '라이트 블링거'의 좌초로 아르케가 아닌 시간의 틈새에 좌초됐다는 설정에 기반을 둡니다. 어느 시대에도 포함되지 않은 장소로 좌초된 사람들은 주변 차원의 물자와 자원을 끌어와 '에스카토스'라는 도시를 건설하게 됩니다. '에스카토스'는 그리스어 'eschatos'로 말세, 말일, 마지막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네 그래요. 우리가 익히 종말론이란 단어로 알고 있는 'eschatology'의 그 에스카토스입니다.

에스카토스에 거주하는 시간 여행자 '크로노너츠'들은 주변의 차원을 오가며 라이트 블링거 좌초의 원인과 음모를 파헤치기 위한 시공간 여행을 합니다. 여러분은 시간 여행자가 되어 역사를 바꿀 수도 있고 바꾸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폭풍도에 은거하던 이올린이 라시드를 대신해 왕위에 올라 패왕 이올린의 역사를 만들 수도 있고 성녀 에스메랄다 대신 마녀 에스메랄다를 만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시간 여행'이라는 기믹을 이용해 원작에서 다뤘던 세계 외에도 새로운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바로 여러분의 의지로 말이죠.





여러분은 두 파트너 중 한 명을 선택해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기억을 잃은 남자 이안과 복수를 꿈꾸는 여자 노엘의 이야기죠. 진부한 배경 설정입니다만, 어쨌든 각기 다른 이유로 실험실에 있는 여러분, 즉 주인공 캐릭터를 만나게 됩니다. 이후 해당 파트너를 도우며 크로노너츠의 이야기에 녹아듭니다. 복수와 기억나지 않는 기억. 당신의 선택에 따라 역사는 살아 움직이게 됩니다.

사실 창세기전 시리즈가 담고 있는 제법 거대한 스케일의 세계를 온라인으로 구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아마 창세기전의 가장 큰 장점인 스토리 텔링부터 문제가 생겼을 테니까요.

패키지 게임 시절에는 여러분이 게임 속 캐릭터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겪는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였으니까요. 내가 살라딘이고 내가 라시드였으니까요.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나는 하나의 구성원에 불과하므로 나의 이야기가 시대의 이야기라고 보긴 힘들죠.

주위에는 나와 같은 주인공들이 사방에서 등장할 테니까요.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캐릭터들 각각의 이야기는 그저 하나의 장식으로 전락하겠죠. 그렇다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등장인물의 관계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여러분의 상징인 '나'의 비중이 약해질 테고요.

'창세기전4'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인칭 시점의 스토리'라는 독특한 기법을 채택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나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뜻이죠. 즉 여러분은 파트너와 함께하는 아바타인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주어진 가장 큰 목표는 시간 여행을 통해 '창세기전' 시리즈 속의 각 사건을 오가며 역사 속의 인물들을 모아서 조합해 파티를 구성하는 것입니다.

다만 평행우주로 재구성된 세상에서는 등장 캐릭터들이 오리지널 캐릭터가 아닙니다. 창세기전 시리즈에 등장한 캐릭터들의 기억을 형상화한 아르카나를 얻어서 동료로 삼는 방식입니다. '창세기전3 파트2'에서 엠블라가 연구한 '특정 무기질에 인간의 영혼을 주입해 만든 인공 생명체'를 생각하면 편합니다.

아르카나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창세기전4'는 "하나의 캐릭터가 여러 명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르카나는 레벨업이나 장비를 통해 강력해지는 것이 아닌 강화, 각성 등을 통해 성장하게 됩니다. 또한, 아르카나 고유의 스토리도 퀘스트로 제공됩니다.

현재 확정된 아르카나만 500명이 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CBT에서는 극소수만 공개되는 거죠. 이들은 중요도에 따라 레전드, 에픽, 레어 노말 등의 등급이 정해져 있습니다. 원작에서도 비중이 작았는데 아르카나의 등급도 낮다면... 슬프겠네요.

하지만 후에 언급할 군진 시스템을 이해하고 나면 생각이 바뀔 겁니다. 아르카나 모두가 여러분처럼 소중하니까요. 하물며 성장에 사용되는 아르카나도 그 나름대로 쓸모가 있다고 합니다.







CBT와는 조금 상관없는 이야기일지는 모르나 '창세기전4'를 관통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한번 짚고 가도록 하죠. 여러분의 지적 호기심은 소중하니까요.

'창세기전4'는 매달 새로운 Act(스토리)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매달 새로운 지역과 신규 아르카나가 포함된 이야기가 추가됩니다. 이번 달에는 1970년대로 가서 강남에 땅을 매입하고 다음 달에는 EXID의 하니 직캠을 여러분이 찍어서 하니에게 답례의 키스를 받을 수도 있다는 거죠.

새로운 지역이 업데이트되고 나면 1주차에는 여러분과 주위의 유저들이 개입하지 않은 상태의 메인 스토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전작들을 플레이해본 유저라면 익숙하지만, 묘하게 변한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며 새롭게 창세기전을 접한 유저는 해당 지역의 사건이나 분위기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된 시간입니다.

여러분은 2주차부터는 본격적으로 사건 그리고 역사에 개입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길드의 임무를 맡아 역사를 바꾸는 시공(인스턴트 던전)을 공략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선택에 역사는 바뀌고 수정되기 시작합니다.

3주차에서는 시공 왜곡의 결과로 생긴 결과물(이상 시공)을 맞이하게 됩니다. 일종의 레이드죠. 마지막 4주차에서는 여러분의 성적이 결산 됩니다. 또한, 공성전 등의 콘텐츠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만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진행될 CBT에서는 유저 랭크 10랭크 기준의 콘텐츠와 10여 개의 시공 그리고 20여 종의 아르카나만 공개될 예정이어서 '월간 창세기전'의 개념을 직접 경험하진 못할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뛰어난 게임 실력과 마르지 않는 호기심! 그리고 창세기전의 정보를 갈구하는 마음을 지나치기 힘들어 먼저 안내했습니다. 여러분의 여행은 CBT에서 끝날 것이 아니잖아요?

아! 물론 새로운 스토리가 나온다고 해서 기존의 콘텐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존중받아 마땅하니까요. 애초에 '평행 우주'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여러분들의 행동 결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자, 길고 길었던 스키마 획득 안내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RPG의 꽃인 전투에 대해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창세기전4'의 전투는 획득한 아르카나와 주인공을 팀으로 구성하는 '군진 시스템'으로 전략에 기반을 둔 전투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여러분은 최대 5명까지 군진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군진을 통해 역할을 보완하거나 강화할 수 있으며 숫자키 1~5번을 사용해서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죠. 군진에는 연환기(군진 스킬), 군진 효과, 군진 내 위치 효과 등이 존재하며, 전투 상황과 유저 플레이 패턴에 따라 구성을 달리해야 합니다.

군진 종류만 50여 가지가 있으며 저마다 다른 효과와 전투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군진의 효과를 보기 위해 필요한 아르카나 조합도 다릅니다. 따라서 강력한 아르카나만으로 문답 무용 파티를 구성하는 것보다 전장의 상황에 맞게 아르카나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아르카나는 그 나름의 존재 의미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창세기전4'는 못다 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이 가득합니다.

아르카나는 여러분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진형을 유지한 채 따라다닙니다. 물론 개별 이동도 가능합니다. 창세기전을 대표하는 턴제 SRPG의 느낌을 내고 싶으면서도 아르카나 하나하나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아르카나를 하나의 객체로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숫자키로 명령을 하달하는 단순한 조작 체계 외에도 Alt키를 이용한 개별 캐릭터 조작도 가능합니다. 보다 디테일한 컨트롤을 원하는 여러분들의 선택에 따라 심화된 조작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 연환기 설명 영상

군진은 기본적으로 5개의 세력으로 구분되는 세력 군진, 아르카나별 클래스 특성을 강조한 직업 군진, 특정 상황을 타개하거나 보스를 상대할 때 최적화된 특수 군진이 존재합니다.

세력 군진은 탱커와 힐러, 딜러의 밸런스가 맞춰져 있어 솔로 플레이에 유리합니다. 반면 직업 군진은 특정 역할에 초점을 맞춘 군진으로 파티플레이에 적합한 군진이죠. 특수 군진은 레이드 등 특수한 상황에서 활용하는 군진입니다. 특수 군진을 이룰수 있는 아르카나 조합을 얼마나 빨리 획득하느냐에 따라 레이드에 공략 속도가 결정되겠죠.

'제국 7용사', '제피르팰컨', '시반슈미터 용병단' 등의 군진을 이루고 전장을 뛰어다니는 여러분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마르자나의 달리는 뒷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군요.

군진으로 엮인 아바타와 아르카나는 연환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팀 스킬'로 군진 시스템의 궁극적인 요소로서 각 군진에 따라 최대 5개까지 생성됩니다. 특정 군진을 갖추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사용 조건으로 일부 연환기의 경우 군진 내 캐릭터들의 위치까지 정확하게 지켜야 활성화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포메이션으로 어떤 아르카나를 배치해야 가장 효율이 높은지 수많은 조합을 시도하며 시공 공략에 임하게 됩니다. CBT에서 여러 조합을 통해 다양한 군진을 경험해 보세요!


이 밖에 아르카나들의 자동기나 일반기보다 강력한 필살기는 시리즈 영웅들의 특징적인 기술을 계승해 구현해 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의 아바타는 군진 속에서 경험치 습득을 통해 레벨업을 하고 장비를 획득해 성장합니다. 창세기전을 관통하는 시스템인 전직도 가능하고요. 수많은 아르카나 사이에서 아바타에 대한 흥미를 계속 느낄 수 있게한 부분입니다.


자, 이제 여러분은 '창세기전4' CBT를 여행하기 위한 모든 사전 지식을 획득했습니다. 16일 서버가 열림과 동시에 에스카토스로 날아가면 되는 거죠. 이번 CBT는 18일까지 진행됩니다. 어쩌면 3일이라는 시간은 15년의 기다림에 비하면 너무 짧은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게임사에 큰 획을 그은 '창세기전' 그리고 시리즈 최신작. 플랫폼이 변화하며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하고 있기는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거겠죠. 그 누가 하니의 허벅지 끈이 그렇게 섹시할지, 전효성의 춤이 그렇게 뇌쇄적일지 알았을까요. 마찬가지입니다.

1차 CBT입니다.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는 모르겠지만, 실체가 드러났다는 것만으로도 게이머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입니다. CBT를 여행할 여러분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단 하나입니다. "창세기전이 돌아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