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이었다. 동경 게임쇼에서 이 녀석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거다. 그대로 표현하자면, 한번에 느낌이 왔다. 내가 모바일 가상패드는 좋아하지 않고 액션도 취향은 아니지만, "이 놈,이거 물건이다. 꼭 해봐야겠다"는 그런 느낌이다. 임플로전은 기자에게 그런 게임이었다.

국내 리듬 게이머들은 모두 잘 알고 있는 '레이아크'. 그들이 선보이는 액션 게임. 2015년 4월에 그들은 해답을 내놓았다. 사실 지난 KGC2014에서 유밍양 PD가 방한했기에, 임플로전을 잠시나마 체험해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 지금 같은 분위기와 매력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저 조작이 편하면서 신기하고, 퀄리티가 좋은 액션 게임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정식 출시가 되고 게임을 만나보니 확실히 느껴졌다. 하지만 이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리뷰를 쓰면서도, 계속 플레이하면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임플로전은 풀어내기 어려운 주제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맴돈다. 마치 시인들은 아무 생각없이 쓴 시를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풀이하고 분석하는 느낌. 리뷰를 쓰면서 이렇게 골머리를 앓은 경험도 드문 것 같다.

만약 임플로전이 국내 개발사의 작품이었다면, 이는 '도전장'으로 인식될 수도 있을만한 작품이다. 국내에서 인기있는 액션 RPG들에게 자신의 칼날을 드러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국내 시장의 인기있는 작품들의 정 반대의 성향을 무기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뭐, 일단 무료게임이 아니라 유료 게임이라는 정체성부터 다르고.


조금 핀트가 어긋날지도 모르겠지만, 온라인이나 콘솔게임과 비교를 하자면 이렇다. '디아블로 3'의 핵&슬래시 액션이 요즘 국내 모바일 액션들의 대세라면, 임플로전은 '마비노기 영웅전'처럼 다소 느리지만 정교한 액션을 무기로 삼았다. 무쌍류가 아닌, '몬스터 헌터'와 같은 매력을 추구하는 유저라면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경쾌한 핵&슬래시 액션을 추구할 수 없는 건가? 그런 건 아니다. 게임내에서 ARK로 분류되는 장비 시스템을 잘 이용하면 완전히 다른 액션을 맛볼 수 있다. 첫 번째 기체인 '아발론'의 세팅을 평타 위주, 그리고 실드와 크리티컬 위주로 세팅한다면 지금 국내 모바일 게임들이 보여주는 핵&슬래시 액션을 맛보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임플로전의 진정한 매력은 정교한 액션이 아닐까 싶다. 등장하는 몬스터들도 '슈퍼 아머'를 두르고 나와 한창 이어지는 공격을 끊고 피해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몬스터에게 맞는 걸 감수하고 큰 대미지를 넣는 게 훨씬 좋은 경우도 있다.

실드를 가지고 나오는 몬스터 역시 이런 흐름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전략을 추구하게 한다. 실드는 주기적으로 복원되고, HP는 실드를 다 깎아야지만 깎을 수 있는 형태. 때문에 단순한 전투보다는 스스로 여러가지 전략을 추구하게 된다.

멀리서 발리스틱(샷 모드, 원거리 공격)으로 실드를 좀 깎고, 남은 실드는 연타 공격으로 부순뒤 몬스터의 경직 시간동안 대미지를 준다든가. 아니면 애초에 평타 위주로 실드를 깎은 뒤 스킬이나 리액터 공격으로 큰 대미지를 준 뒤 다시 정비하든가. 전략에 따라서 맵을 이용하거나 주변 환경에 따라서 크게 전략을 바꿔야 할 때도 있다.


몬스터는 레이아크가 우리에게 주는 문제고, 전략과 액션은 문제를 푸는 과정이다. 그리고 유저마다 내놓는 해답은 다를 거다. 더욱 어려운 문제를 주는 보스전은, 해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 쉽지가 않다. 완벽한 전략과 타이밍으로 보스 몬스터를 몰아치다가도, 단 한 번의 실수로 보스 몬스터에게 연달아 공격 타이밍을 내주며 사망으로 이어지는 일도 적지 않다. 다행히 컨티뉴는 정말 너그러운 기회를 제공해주니 큰 걱정은 없다.

물론 멋진 해답을 찾지 않고 편안히 클리어만을 목적으로 플레이해도 된다. 결국 스테이지 클리어는 '정답'이니까. 그러나 그 풀이과정의 우수함, 혹은 또 다른 미션을 해결할 때 증정하는 '배지'는 또 다른 도전 과제와 만족감이다.

그리고 배지를 모은다면 특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52개의 배지를 모으면 신규 기체인 '크림슨'을 사용해볼 수 있고, 해킹 레벨을 상승시켜주는 ARK나 화염 방사기나 샷건 등 특수 발리스타를 상시로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도 있다. 이들은 이용하면 할수록 게임의 스타일은 크게 변화하게 된다.

임플로전의 전투는 스토리와 어우러지며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완벽한 한국어를 지원하는 스토리 또한 하나의 볼거리이자 매력이다. 컷씬으로 이루어지는 스토리를 천천히 즐기면서 플레이하다 보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챕터가 종료된다. 그리고 어느새 Xada 사냥을 마친 자신을 볼 수 있다.

액션의 끝을 추구하는 유저들에게는 '하드 모드'가, 그리고 그보다 더욱 상위 난이도인 '익스퍼트 모드'가 기다리고 있다. 노멀보다 훨씬 강력해진 적들과 더욱 어려워진 배지 획득 난이도. 그만큼 만족감은 크다. 그리고 새로운 기체인 '크림슨'은 전투스타일이 '아발론'과 완전히 다른 데다가, 게임 스토리의 대사도 조금씩 변하니까 보는 맛이 있다. 파일럿이 제이크가 아닌 다이애나로 바뀌는 부분과 대사도 신경을 써 준 점이 마음에 든다.

그러나 아쉽게도, '볼륨'에 대한 아쉬움은 줄어들지 않는다. 같은 스테이지를 다른 난이도로 클리어하는 점 역시 그렇다. 새로운 기체로 조금씩 대사가 바뀌지 않는 이상은, 크게 도전 의식이나 의무감이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스토리'가 가지는 무게감이 상당히 커서인 듯싶었다.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은 변하지 않으니까.

▲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지만, 나중가면 익숙해지는 ARK 시스템.

임플로전은 커다란 패드보다는 오히려 작은 스마트폰이 더욱 어울리는 게임 같다. 오히려 아이패드는 불편하거나 크기 때문에 피로도가 높았다. 게임에서 게임 패드를 지원한다고 하니 차라리 아이패드는 게임 패드와 함께할 때 더욱 멋진 플레이가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 (※ 다만 게임패드는 어떤 기종을 지원하는지 아직 공식 발표가 되지 않았다)

솔직히 런칭 첫날에 보여준 임플로전의 그래픽은 "대체 왜 이 정도 밖에 안됩니까?"라고 할 정도였다. 기존의 다른 모바일 게임들과 크게 차이가 날 것 없는 수준이였으니까. 그러나 이튿날 바로 iPhone과 iPad 버전의 그래픽 상향 패치를 하면서 어디 내놔도 부족하지 않을 훌륭한 퀄리티로 바뀌었다. 그래서 그래픽 부문에서는 충분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 정말 게임이 완전 달라보이는 패치였다.

사운드는 만점을 줘도 모자랄 것 같다. 근 미래적인 배경과 SF에 어울리는 효과음과 타격음도 좋은 편이다. 그리고 보스전의 BGM은 정말 훌륭하다. 게임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는 사운드의 역할을 제대로,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꼭 사운드를 들으며 플레이할 것을 권한다.

ARK라고 불리며 알파(α), 베타(β), 감마(γ), 그리고 람다(λ)로 이루어진 장비와 스킬 시스템은 처음에는 "이게 뭐야?" 할지도 모른다. 스테이지에 따라서 유용한 스킬과 장비가 다르지만 이에 대한 설명은 없다. 불친절하고 짜증이 날 수 있지만, 스테이지에서 몇 번 죽고 컨티뉴하면서 게임을 즐기다 보면 배지를 위해서 새로운 세팅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하나의 '재미'임을 느끼게 된다. 그 연결고리는 상당히 자연스럽다.


▲ 보스전의 연출과 사운드, 전투 방식은 아주 만족스럽다.

▲ 보스전투가 아니더라도, 전투 시점이 수시로 변화하기도 한다.


몇 일 동안 플레이하면서 솔직히 아쉬운 건 볼륨 하나다. 처음에는 갸우뚱했던 액션이나 그래픽 부분도 이제는 무엇이 매력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고,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첫날에는 '이거 할만해요?'라는 동료 기자의 질문에 '음…아직 좀 더 봐야겠는데요.'라는 대답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은 "충분히 지불한 만한 가치를 가졌다"고 평하겠다. 9.99$라는 가격은 유료 게임치고는 다소 높은 허들이다.(안드로이드는 무료-유료 전환 가격이다) 그러나 임플로전은 그 허들을 무색하게 할만한 재미와 만족감을 제공한다. 특히 무쌍류보다는 정교한 액션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아주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의 유료게임들은 DLC를 내는 경우도 있으니 메인 시나리오나 다른 콘텐츠는 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레이아크는 리듬 게임으로 음원 DLC를 만든 경험이 있으니 볼륨 조절도 잘할 것 같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Co-op 멀티플레이는 걱정 반, 기대 반인 요소. 솔직히 멀티플레이 전용 맵이나 미션이 나올지는 좀 의문이기도 하고. 뭐 사실 싱글게임인데 코옵 멀티플레이가 안되면 어떠랴. 어차피 혼자 하는 게임인데.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임플로전은 국내 시장과는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진 액션 게임이다. 글로벌 서비스가 진행되고 경쟁 요소가 없는 싱글 전용 게임이니, 사실상 국내의 다른 액션 게임들과 경쟁하지는 않는다. 온라인과 콘솔 정도의 차이 같은 거다.

사실 2012년부터 콘솔 버전을 개발해오다 모바일로 방향을 전환한 작품인 만큼, 콘솔 게임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어떤 작품에서는 거부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 임플로전은 오히려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장점이 되어버렸다. 회사가 그동안 보여준 이미지와 게임들의 완성도가 이런 인식을 바꾸는 데 꽤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아무튼 임플로전이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클 것 같다. 아니, 큰 파문이 일었으면 좋겠다. 자신만의 무기가 있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인 콘텐츠나 형태가 비슷비슷한 액션 게임들과는 달리 확실한 무기와 매력을 챙겨온 게임이지 않은가. 충실한 메인 스토리와 SF에 걸맞은 사운드, 그리고 정교한 액션을 무기로 삼은 '임플로전'은 명작이라고 칭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 컷씬과 대사가 적절히 어루어진 스토리는 몰입력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