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튀는 명승부와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드라마틱한 경기들로 가득했던 2015 LoL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스프링. 팬들은 롤챔스와 함께 조금 쌀쌀했던 늦겨울을 마치 한여름처럼 뜨겁게 보냈다. 사실, 이번 스프링 시즌은 시작 전부터 많은 우려가 예상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고민은 기우에 불과했다. 선수들은 외부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최고의 경기력을 팬들에게 보여주었다.

정신없이 달려온 스프링 시즌도 이제 결승만을 앞두고 있다. 이젠,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지에 대해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GE 타이거즈와 SKT T1과는 달리, 마지막 무대까지 살아남지 못한 팀들은 다음 시즌엔 기필코 최후의 무대를 밟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다.

과연 섬머 시즌은 어떻게 흘러갈까? 미래를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그동안 그 팀이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면 조금이나마 그 팀이 나아갈 길이 보이는 법이다. 그래서 인벤 팀에서는 각 팀의 봄을 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다. 다섯 번째 주인공은 진에어 그린윙즈(이하 진에어)다.


▲ 4위로 시즌을 마감한 진에어 그린윙즈



■ 가장 팬 친화적인 게임단, 그러나 우승과는 친화적이지 못한 게임단

진에어는 팬 친화적인 게임단이다. 진에어는 2013년, LoL 팀인 ESG와 HGD 두 팀을 후원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양 팀의 주장엔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 '훈' 김남훈과 '래퍼드' 복한규'가 맡는다. 최고의 인기를 구사했던 선수들의 화려한 복귀. 팬들이 설레는 건 당연했다.

진에어라는 튼실한 기업이 LoL 팀을 후원하는 점도, 주목할만했다. 게다가 진에어의 조현민 전무는 '진에어가 우승한다면 항공기에 랩핑을 하겠다'라는 파격적인 공략을 내세웠다. 모기업인 진에어가 LoL팀에 쏟는 관심과 지원은 컸고, 이는 많은 LoL 팬들을 기쁘게 했다.

▲ 진에어의 행보는 LoL 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진에어는 팬들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다. 선수 및 코칭 스태프가 직접 일일 카페를 운영하여 국제아동을 후원하는가 하면, 승무원 안전 교육에 참여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e스포츠 게임단 최초로 멤버십 제도를 운용하기 시작한 것도 진에어다.

2014년 가을에는 '명랑 운동회'를 열어 팬들과 같이 호흡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팬들에게 다가가려는 진에어의 움직임은 팬들의 호감을 이끌어 내기 충분했다. 가장 팬들에게 친화적인 게임단, 그 이미지는 진에어가 가져갔다.

▲ 가장 팬 친화적인 게임단, 진에어 그린윙즈 (사진 출처: 진에어 트위터)


하지만 진에어의 고민은 따로 있다. 팬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 좋다.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성적이다.

진에어는 프로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는 법이다. 좋은 성적을 올리는 상태가 아니라면, 아무리 팬을 위한 서비스가 좋다고 한들 부정적인 시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진에어의 성적은 팬 서비스에 비해 부족했다. 이는 진에어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드시!'라는 생각과 함께 진에어는 스프링 시즌에 출전한다.

▲ 이번 시즌은 기필코!



■ 진에어의 날씨는 흐림, 최악의 컨디션 속에 출발한 진에어

단일팀으로 팀을 제정비하고, 야심차게 시작한 스프링 시즌. 하지만 진에어는 제대로 이륙도 하기 전에 악재를 맞는다. 롤챔스 스프링 프리 시즌 개막을 단 일주일 남겨두고, 진에어의 핵심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미드라이너 '플라이' 송용준이 팀을 이탈한다.

당시 플라이는 '이제야 기량이 만개했다'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이번 시즌에 큰 기대를 모았던 선수였다. 진에어는 황급히 '갱맘' 이창석과 다시 계약했으나, 플라이의 빈자리는 메우기엔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 플라이의 이탈. 이 전력 누수는 컸다.


팀을 제대로 추스르지도 못한 채 시작된 프리 시즌. 진에어가 좋은 성적을 올리기 만무했다. 진에어는 불안했다. 개개인을 놓고 보았을 땐 분명 강했지만, 팀으로서의 완성도는 떨어졌다.

진에어가 프리 시즌에 기록한 성적은 1승 3패. 당시 최악의 폼을 유지하고 있었던 CJ 엔투스를 잡아낸 것 외엔 승리가 없었다. 특히, 나진 e엠파이어와의 맞대결에선 '꿍' 유병준에게 최단시간 '비공식 펜타킬'을 내주기도 했다. 당시 갱맘의 표정은, 진에어 앞에 드리운 암운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많은 불안 요소와 함께, 진에어의 봄은 시작되었다.

▲ 갱맘의 이 표정은, 진에어 팬들의 표정이 될 것만 같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 의적 진에어 그린윙즈! 배고픈 자에게 승점을 나눠주다!

그렇게 시작된 롤챔스 스프링. 진에어의 현실적인 목표는 중위권 정도로 보였다. 진에어도 나쁜 전력을 갖춘 것은 아니었지만, 우승 후보라 평가받는 팀들에 비한다면 확실히 엔트리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진에어는 팬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긍정적인 측면으로 말이다.

진에어는 초반부터 쭉쭉 치고 나간다. 진에어가 보여준 가파른 상승세의 중심에는 '갱맘' 이창석이 있었다. 갱맘의 선전은 눈부셨다. 당시 롤챔스는 안정적인 운영을 펼치는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중이었다. 그리고 갱맘은 안정적인 운영을 가능케 하는 챔피언인 제라스를 누구보다 잘 다루는 선수였다.

진에어는 갱맘의 제라스를 중심으로 끈적한 플레이를 펼쳤다. 강팀을 맞아도 전혀 밀리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강팀을 자신들의 페이스로 끌어들였다. 진에어는 1라운드 기간 중, 절대 질 것 같지 않았던 기세를 보였던 GE 타이거즈에게 1세트를 뺏은 유일한 팀이었다. 또한, CJ 엔투스의 매서운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으며, 시즌 시작 전 2강이라 분류되었던 SKT T1과 나진 e엠파이어도 잡아내었다. 리그의 강자들을 모조리 쓰러트린 것이다.


▲ 헤어나올 수 없는 진에어의 '늪' LoL! (영상 출처: 온게임넷)


리그의 강자들을 제압한 진에어. 이쯤되면 조심스레 진에어의 우승을 점칠만하다. 하지만 진에어에겐 약점이 있었다. 강팀들을 모조리 때려잡았으나, 상대적으로 약팀이라 분류되는 팀들에게 승점을 쌓지 못했다. 진에어가 스프링 시즌 전반기에 기록한 성적은 4승 3패. 진에어는 상대적으로 약 팀으로 분류되었던 KT 롤스터, IM에게 패한다. 강팀에게 선전하며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진에어였기에, 아쉬운 결과였다.

강팀에게 승점을 뺏어 약팀에게 나눠주는 '의적'의 모습을 보여준 진에어. 진에어의 이 아리송한 팀 컬러는 묘한 매력으로 팬들을 빨아들였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것은 사실이었기에, 후반기도 기대할만했다

▲ 의적 진에어의 기묘한 승점 나눠주기!



롤챔스를 강타한 IEM 폭풍! 진에어호에 직격하다

진에어에게 기회가 왔다. 1라운드의 흐름을 잘 이어간다면, 상위권 도약도 꿈이 아니었다. 일부 팬들은 조심스레 우승까지도 노려볼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에어에게 천재지변에 가까운 일이 발생하고 만다. 한국 팀의 강세가 예상되었던 IEM은, 팬들의 기대와 달리 한국 북미 지역 대표인 TSM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 LoL 팬에게 있어 이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이 여파는 IEM에 출전조차 하지 않은 진에어를 정면으로 강타한다.

▲ 한국에 불어닥친 IEM 쇼크.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진에어였다 (사진 출처: LoL esports 공식 트위터)



IEM9 이후, 롤챔스의 경기 양상은 크게 변했다. 안정적인 운영을 펼치는 운영은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았다. 게임은 보다 공격적으로 변했고, 템포 역시 빨라졌다. 먼저 칼을 뽑지 않으면 뒤처지는 양상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수비적인 운영은 좀처럼 잘 먹혀들지 않았다.

진에어는 '수비적인 운영'을 펼치는 대표적인 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IEM이 몰고온 후폭풍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팀이되었다. 갱맘의 제라스는 더이상 타 팀에게 위협적인 카드가 아니었다. 진에어의 '늪 LoL'은, 상대를 같이 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 자신만이 빠지는 형태가 되고 말았다.

진에어는 1라운드에서 쌓아둔 승수가 있기에 포스트 시즌엔 진출한다. 그러나 그들은 CJ 엔투스에게 무기력한 3:0 패배를 당하고 만다. 진에어는 메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고,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경기를 내줬다. '재기발랄'했던 초반부의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그렇게 진에어는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쓸쓸하게 스프링 시즌을 마감했다.

▲ 진에어의 마지막은 쓸쓸했다 (영상 출처: 온게임넷)



■ 진에어 그린윙즈, 정상을 향한 이륙 준비 완료!

4위로 시즌을 마감한 진에어. 결과만 놓고 보자면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다.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칭찬받기 충분하다. 다만 전반기에 너무나도 좋았던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다소 아쉬운 결과였다. 전반기의 기세로는 우승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진에어는 분명 달라졌다. 스프링 시즌, 진에어는 그동안 자신들을 가로막았던 벽 하나를 넘었다. 진에어를 더이상 '팬 서비스'만 하는 게임단이라고 생각하는 팬들은 이제 많지 않다. 그들은 자신들의 강함, 즉 '프로다움'을 스프링 시즌동안 보여주었다. 진에어는 분명, 정상에 도전할 자격이 있는 팀이다.

진에어의 팬들은 아마도 가장 행복한 팬 중 하나일 것이다. 게임단은 그 어떤 팀보다 팬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선수들은 하나같이 독특하고, 개성있는 선수들 뿐이다. 게다가 이젠 정상에 도전할 실력까지 갖추었다. 한 발 한 발 발전해 나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진에어호'의 2015년 첫 비행은 나쁘지 않았다. 이제 어느 정도 비행 경험이 쌓인 만큼, 더욱 아찔하고 스릴 넘치는 비행을 팬들에게 보여줄 것을 기대해본다. 진에어의 2015년 여름은, 비행하기 딱 좋은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끼요오오옷! 날아오를 진에어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