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시즌이었다. 2015 스프링 시즌 이야기다. 대다수 게임단이 유지했던 2팀 체제는 단일 팀 체제로 전환되었고, 리그 방식도 풀리그로 바뀌었다. 또한, 롤챔스를 주름잡았던 스타 플레이어들이 대거 해외 리그로 진출하기도 했다. 2015 스프링 시즌은 '롤챔스 시즌2'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다.

많은 우려 속에 시작된 스프링 시즌.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문자 그대로 '엄청난' 시즌이 펼쳐졌다. 명장면이 속출했고, 연일 드라마가 펼쳐졌다. 엄청났던 시즌, 그 주인공은 SKT T1이었다. SKT T1은 초반의 부진을 딛고 국내 최고의 팀이 되었다.

2015년 봄의 최강은 SKT T1이었지만, 이에 못지않은 기세와 경기력을 보여준 팀이 있다. SKT1 T1이 한국에서 가장 강한 팀이라면, 이번에 돌아볼 팀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강한 팀이다. 롤챔스 팀 별 결산, 일곱 번째 주인공은 GE 타이거즈다.

▲ 한국에서 두 번째로 강한 팀, GE 타이거즈



■ 강력한 다크 호스, 후야 타이거즈의 등장

2014년 후반기. 한국 LoL은 시끄러웠다. 앞서 잠깐 언급한 변화의 폭풍이 한 번에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롤챔스를 이끌어왔던 제도가 크게 변하기에, LoL 커뮤니티는 연일 이 이야기로 가득했다. 특히, 시드권을 비롯, 승강전에 대한 논란은 팬들의 주 관심사였다.

말 그대로 혼란기. 이 혼란 속에, 신생팀 하나가 롤챔스 출사표를 던진다. 바로 전 나진 e엠파이어(이하 나진) 소속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했던, '노페' 정노철이 이끄는 후야 타이거즈(이하 후야)였다. 이 도깨비 같은 팀은 순식간에 승강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다.

▲ 승강전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후야 타이거즈



팀 멤버는 나진에 '스멥' 송경호를 더한 느낌이었다. 우선 감독부터 나진 출신이다. 노페는 선수 시절부터 지능적인 플레이로 나진을 이끌었다. 게다가 스멥과 '리' 이호진, 그리고 '쿠로' 이서행은 '알짜 영입'이라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각 팀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포텐셜 하나만큼은 최고 수준이었다.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역시 봇 라인이다. 나진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프레이' 김종인과, 팀의 롤드컵 진출을 이끌었던 '고릴라' 강범현의 조합은 팬들을 설레게 했다.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롤챔스를 이탈하였기에, 어쩌면 이 조합이 한국 최고의 봇 듀오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마치 '공포의 외인구단'을 보는 듯한 후야 타이거즈. 그들은 많은 관심속에 시드 결정전을 치른다. 그리고 후야가 내딛은 이 한 걸음은, 롤챔스를 뒤흔들 거대한 폭풍의 시발점이었다.

▲ 고릴라-프레이 조합은 팬들을 설레게 했다.



■ 프레이의 부활, 스프링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다

그렇게 시작된 롤챔스 시드 결정전. 후야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경기는 없었다.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이 경기의 무게감은 롤챔스 결승전 이상으로 중요한 경기라고 할 수 있었다. 롤챔스 진출 여부는 팀의 존망이 달린 문제였다. 결성된지 얼마 안 된 신생팀, 그리고 그 상태로 가장 중요한 경기를 치러야하는 상황. 후야의 부담감은 분명 컸을 것이다.

실제, 후야 선수들의 몸은 무거워 보였다. 결과적으로 시드 결정전에서 살아남아 롤챔스에 진출하게 되었지만,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였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특히, IM에게 당한 일격은 후야의 약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접전상황에서 후야는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손스타' 손승익에게 펜타킬을 내주기도 했다. 아직 합을 많이 맞추지 못한 신생팀의 약점이 노출되었다고 할 수 있다.

▲ 분명한 약점이 있었던 후야 (영상 출처: 온게임넷)


약간의 불안감을 안고 시작한 프리시즌. 후야는 개막전 상대로 SKT T1을 만난다. 그리고 이 경기는 SKT T1의 압승으로 끝난다. 당시 SKT T1의 전력은 국내 최고라는 평가였고, SKT T1은 자신의 이름 값을 제대로 해냈다. 롤챔스의 포문을 연 이 대결. 그들이 최고의 무대에서 다시 맞붙는 것은 조금뒤의 이야기다.

SKT T1에게 완패한 후야. 하지만 후야는 강했다. 후야가 기록한 프리 시즌 최종 순위는 3위. 후야 위엔 2강이라 불리는 SKT T1과 나진밖에 없었다. 과거 시드 결정전에서 보여주었던 여러 문제도 모두 해결되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팀의 에이스, 프레이의 부활이다. 한때 세계 최고의 AD 캐리였던 그가 완벽한 폼으로 돌아왔다. 특히, 그가 보여준 이즈리얼 플레이는 나진 소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그 모습 그대로 였다.

팀의 호흡이 맞기 시작했다. 팀의 축이 될 강력한 에이스도 있다. 팀 명도 GE 타이거즈(이하 GE)로 바꾸며 심기일전까지 완료. 이제 남은 건 본방에서 성적을 내는 것뿐이었다. 후야 타이거즈의 봄은 그렇게 경쾌한 발걸음과 함께 시작되었다.

▲ 프레이의 부활로 가능성을 쏜 후야 타이거즈 (영상 캡쳐: 온게임넷)



■ 원더풀, 뷰티풀, 파워풀! '공포의 외인 구단' GE 타이거즈

7승 0패. GE가 기록한 전반기 성적표다. GE를 제외한 롤챔스 참가팀은 7팀. 그리고 전반기 일정은 각 팀과 한 번씩 맞붙는 풀리그 제도. 한마디로 GE는 롤챔스의 모든 팀을 찍어누르며 전승을 달성한다.

엄청난 상승세를 보여주었던 CJ 엔투스는 GE 앞에서 무릎 꿇는다. 또한, 시즌 시작 전 2강이라고 평가되었던 나진과 SKT T1도 GE의 적수가 아니었다. 특히, 1라운드 최종전에서 SKT T1을 꺾는 장면은, GE의 강함을 증명한 경기였다. 최고의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도 GE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 SKT T1을 꺾으며 강함을 증명한 GE (영상 출처: 온게임넷)



GE의 팀으로서의 완성도는 완벽 그 자체였다. 선수들은 모두가 에이스였다. 한 선수의 캐리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고른 활약을 펼쳤다. 한 라인이 무너지더라도, 다른 라인이 선전하며 구멍을 메웠다. 어떤 경우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특히 '리' 이호진은 정글러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이며 팀을 캐리했다.

GE가 최강팀이 된 또하나의 이유, 바로 노페의 존재다. 코치진이 적극적으로 밴픽에 관여할 수 있는 현 롤챔스는, 코치진의 역량이 과거에 비해 더욱 커졌다. 선수 시절부터 지능적인 플레이를 보였던 노페가 이 부분에 전념하게 되자, 그 효과는 엄청났다. 노페의 전략적인 밴픽은 언제나 GE의 출발선을 상대보다 앞 쪽으로 당겼다. 항상 한 발 먼저 출발했기에 GE는 전력상 우위에 있는 팀에겐 압도적인 승리를 빼앗았고, 상대적 열세인 팀에게도 대등하게, 아니 오히려 앞설 수 있는 힘을 가진 채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1라운드 전승. GE는 2013년의 SKT T1 K와 2014년의 삼성 화이트와 비교되기 시작했다. 그만큼 GE의 전력은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GE는 상승 기류와 함께 자신들의 첫 세계 무대, IEM의 왕좌에 오르기 위해 폴란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 노페의 존재는 GE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 GE 타이거즈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IEM9 쇼크'

거칠것이 없었던 GE. IEM9은 그들을 위한 무대가 될 것 같았다. 요 몇 년간 세계 무대는 한국의 독무대였다. 2013년, 2014년의 롤드컵 우승은 한국의 몫이었고, 2015년 역시 과거와 같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도 그럴게, 1라운드에서 GE가 보여준 기세는 롤드컵 우승 당시의 SKT T1, 삼성 못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 내용은 예상대로였다. GE는 순항한다. GE는 롤챔스에서 보여주었던 단단함을 IEM9에서 보여주며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하지만 불안 요소는 있었다. GE와 함께 IEM9에 진출했던 CJ 엔투스가 Team WE(이하 WE)에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GE의 전력은 분명 CJ 엔투스 보다 앞서 있었고, GE의 우승은 걱정 없어 보였다. 이때까진 말이다.

▲ CJ 엔투스는 탈락했지만, GE는 다를 것으로 보였다. 이때까진 말이다. (영상 캡쳐: 온게임넷)



GE는 결승 진출의 마지막 관문인 4강에서 CJ 엔투스를 꺾은 WE를 만난다. GE의 패배를 예상하는 팬은 많지 않았다. 'CJ와는 다른 GE'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며, CJ 엔투스의 복수를 해줄 것이라고 팬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GE는 WE에게 덜미를 잡히며 결승 진출에 실패한다. 그들이 추구했던 단단하면서도 안정적인 운영은 통하지 않았다. WE는 쉴 새 없이 GE를 밀어붙였고, GE는 무너지고 말았다. GE의 승리 방정식은 롤챔스 승리 방정식이지,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방법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충격의 패배는, GE에게 닥친 첫 시련이 된다.

▲ IEM 쇼크. GE 타이거즈에 찾아온 첫 위기 (사진 출처: IEM 공식 트위터)



한국에 돌아온 GE. 그들은 창단 이후 첫 번째 좌절을 맛봤다. 패배는 아팠다. GE를 구성하는 건 분명 베테랑 선수지만, 팀은 신생팀이었다. 충격에 대한 내성이 부족했다. 그들이 추구했던 날카로운 밴픽은 이제 확실한 필승 카드가 아니었다. 여기에, 메타와 게임 버전의 변화도 GE를 외면한다. 수비적인 정글러의 득세는 리의 전투력을 제한한다. 프레이의 필승 카드인 코르키도 'Kor키'라고 까지 불리며 힘을 쓰지 못한다.

위기를 맞이한 GE. 그러나 GE가 가진 강함은 진짜였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들은 끝까지 리그 1위를 지켜내며 결승에 직행한다. 하지만 최고의 드라마를 쓰며 결승에 진출한 SKT T1의 기세까진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GE는 SKT T1에게 우승컵을 내어주며 스프링 시즌을 마감한다. GE의 첫 번째 봄은, 이렇게 끝난다.

▲ GE 타이거즈의 봄은 이렇게 끝맺는다.



■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 GE 타이거즈,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

GE 타이거즈의 봄은 끝났다. 분명 GE에게 아쉬운 시즌이었다. 시즌 초에 그들이 보여준 기세는, 왕조를 구축했던 SKT T1과 삼성 못지않았다. 우승 가능성은 커보였고,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분명한 건 그들이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들의 개인 기량은 뛰어났지만, 냉정히 말해 최상급 플레이어라고 하기엔 무리가 뒤따른 것도 사실이다. 그런 그들이 뭉쳐 엄청난 기량을 보여주며 '로열 로더'에 도전했다는 것을 실패라고 한다면, 이 세상에 성공이란 건 극히 제한될 것이다.

이제 겨우 한 걸음 뗐을 뿐이다. 그 한 걸음이 워낙 경쾌하고 보폭이 컸기에, 아쉬운 마음이 들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은 신생팀이고, 첫 도전을 마쳤을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국 2위다. 이것을 실패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들은 최고의 출발을 보여줬다.

이제 겨우 한 숟가락 떴다. 이 한 숟가락에 배부를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시시한 일이다. GE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섬머 시즌의 GE는 얼마나 더 성장할까? 그것은 분명 GE의 팬에겐 기대되는 일이고, 타 팀의 입장에선 두려운 일이 될 것이다.

▲ 더 강해질 GE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