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는 2년 차 징크스라는 말이 있어 데뷔 이후 신인 선수가 이유 모를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슬럼프에 빠진 선수가 몇년 동안 꾸준히 활약해오던 팀의 간판타자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바로 롯데와 NC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손아섭과 나성범의 이야기다.

손아섭의 경우 4년 연속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며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한 선수고, 나성범 역시 2013년부터 꾸준히 팀의 타선을 이끌던 선수이기에 이러한 징크스와는 분명 거리가 멀다.

하지만 2015시즌이 개막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이들이 원인 모를 슬럼프에 빠져 있다. 지난 시즌 팀의 타선을 이끌며 각자 호성적을 올린 만큼, 올 시즌 역시 좋은 성적을 올리길 기대했으나, 좀처럼 타격감이 살아나지 않아 팬들의 걱정을 사고 있는 것이다.


▲ 개막 이후, 긴 슬럼프에 빠져 있는 두 선수
※ 출처 : NC 및 롯데 구단 홈페이지



■ 몬스터 시즌이었던 2014! 하지만 2015에는 부진중? - 나성범

사실 1군에 데뷔한 지 고작 3년 차에 접어든 선수에게 과연 슬럼프라는 말을 쓰는 것이 맞을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나성범이라면 충분히 납득된다.

본래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던 좌완 투수가 '고작' 타자로 전향한 지 3년 만에 타율 3할에 30홈런과 14도루, 그리고 101 타점을 올렸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 타자 전향 3년차의 선수가 이룬 업적. 작년의 임팩트가 너무 컷던 탓일까?



이처럼 창단 초창기부터 투수인 이재학과 더불어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불리며 맹활약을 이어온 나성범이지만, 올해만큼의 초반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상으로 4월을 통째로 결장했던 2013년을 제외한다면, 작년 2014년의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 무엇보다 아쉽다.

하지만 김경문 NC 감독을 비롯하여 팀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지난해에 워낙 잘했을 뿐, 3년 차에 접어든 선수라 생각하면 지금 성적은 극히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는 것.

세부 성적을 알아본다면 김경문 감독의 생각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삼진 대비 볼넷 비율은 지난해와 비교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득점권 타율 역시 0.366을 기록해 여전히 타석에서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 데뷔 2년차에 오히려 놀라운 기록을 보여줘서일까? 현재의 성적이 아쉬운 나성범



다만 장타 생산 면에서는 종전 기록과 비교한다면 상당히 떨어진 모습인데, 특히 홈런은 현재 12경기째 침묵 중이다. 데뷔 시즌 및 2014시즌에 5월에만 3홈런과 5홈런을 기록했다는 것과 비교한다면 분명 아쉬운 점이다.

대신 현재 나성범과 더불어 중심 타선을 이루고 있는 테임즈와 이호준이 분발하여 팀 순위는 어느덧 4위로 치고 올라왔다. 그러나 더욱 높은 순위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팀의 간판타자인 나성범의 부활이 절실하게 필요할 것이다.


▲ 마산 아이돌의 위엄을 팬들에게 다시 보일 수 있을까? 팀 성적과 직결된 그의 활약이 필요하다!




■ 5년 연속 골든 글러브를 노리는 선수! 하지만 현재는 후보 탈락 위기? - 손아섭

롯데팬들은 손아섭이 잠시 부진하더라도 걱정이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라고들 한다. 2010년 첫 3할을 기록한 데 이어 2014년 시즌까지 꾸준히 3할 이상을 기록한 타자였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다운 활약을 보여준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아무리 손아섭 걱정이 필요없다고 해도 유독 슬럼프 기간이 오래가고 있다.

개막 이후 줄곧 타격감을 찾지 못하며, 현재 0.272의 타율과 홈런 4개 그리고 18타점을 올리고 있는데, 이 성적도 그나마 12일 치러진 경기에서 조금 회복한 모양새로 해당 성적을 제외한다면 타율은 0.258까지 내려간다. 5년 연속 3할 타자에 4년 연속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선수의 성적이라 믿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 온갖 풍파에 시달린 롯데지만 손아섭만큼은 꿋꿋히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줬다



타순도 초반 3번 중심 타순에서 2번 타순으로 위치를 바꿨다가 최근에는 손아섭 본인이 스스로 6번 타순까지 내려갔다. 항상 팀의 중심 타선에 있거나 수위 타자로서 최전방에 나섰던 자신 있던 모습과는 확연히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렇게 긴 슬럼프를 겪고 있는 원인에 대해서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워낙 잘 치는 손아섭이지만 이렇듯 긴 슬럼프는 본격적으로 성적을 내기 시작했던 2010시즌 이후 처음이라 할 수 있다.


▲ 09시즌을 제외한다면 데뷔 이후 꾸준히 3할을 쳐 준 선수! 그렇기 때문에 슬럼프가 뼈아프다!



선수 본인 또한, 최근 인터뷰를 통해 현재 성적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하지 않은채 묵묵히 본인의 훈련을 소화하며, 평소대로 비디오 분석을 통해 잘 칠때의 타격폼을 회복하려 노력중이다. 그러나 그러한 간절함이 있음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타격감에 답답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노력의 결과인지 최근 들어 서서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 팀의 희망이 되고 있다. 5월 경기만 본다면 타율도 3할 이상을 기록 중이며, 삼진은 여전히 많은 편이지만,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경기는 한 경기에 불과하며, 팀에 확실히 득점과 타점을 보태고 있다.

현재 롯데의 팀 순위는 8위. 팀 승률마저 5할이 붕괴한 채 점점 하위권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과연 오랜 기간 슬럼프에 빠져 있던 손아섭이 언제 부활하여 팀의 분위기를 바꿔 놓을지 기대된다.


▲ 과연 이번 시즌에도 역시 '손아섭 걱정이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