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은 아직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길 건너 친구들'이나 100명도 채 안 되는 슈퍼셀의 연 매출(2014년 기준 1조 8,700억 원)을 보고 있으면 도전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신화가 있을 수 있게 한 토대에는 오픈 마켓이 있다.

오픈 마켓이 없었다면 '길 건너 친구들'은 호주의 양치기들만 하고 있었을 테고, '클래시 오브 클랜'은 핀란드 호숫가에서나 하는 게임이었을 거다. 오픈 마켓은 국경 없는 시장을 만들었고 덕분에 국내 순위표에서도 외산 게임을 찾는 건 어렵지 않게 되었다.

전혀 다른 문화권의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더욱 많은 먹거리를 찾기 위해 각 게임사들은 오픈 마켓의 개방성을 등에 업고 글로벌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영국의 '스페이스에이프 게임즈'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 1위 게임 '펫 소사이어티'와 '레스토랑 시티'의 핵심 개발 인력이 설립한 '스페이스에이프 게임즈'는 '사무라이 시즈'를 미국 앱스토어 매출 50위권에 올려놓으며 모바일 시장 연착륙에 성공했다. 그리고 어제(11일) 그들의 차기작 '라이벌 킹덤'을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성공의 핵심 요소?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라"

▲ 스페이스에이프 게임즈 존 어너(John Earner)CEO


Q. 페이스북 게임과 '사무라이 시즈'로 성공을 맛봤다. 게임이 성공하기 위한 본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해군 복무 후에 (99~03년 USS Lake Champlain) 경영을 공부했고 컨설팅 업계에도 있었다. 하지만 항상 게임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있었고 기회가 닿아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이때 F2P(부분유료화) 전략 게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 서양에는 F2P 모델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으나 중국과 한국 시장을 분석했던 사람들은 F2P 모델이 곧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었다. 나 역시 F2P 모델이 성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국이 서양시장보다 2~3년 정도 앞서 있으니까 말이다.

이후 플레이스테이션을 떠나 영국에 본사를 둔 플레이피시(Playfish)에서 일하면서 페이스북 플랫폼을 접하게 됐다.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1, 2등을 한 펫 소사이어티(Pet Society)와 레스토랑 시티(Restaurant City)의 개발을 맡았다.

창의적인 사람들과 능력 있는 개발자들의 조합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플랫폼에 없던 장르를 만들고자 했던 모험도 성공의 주요 요인 중에 하나였다.


두 게임의 성공에 힘입어 EA가 플레이피시를 M&A(Mergers and Acquisitions, 인수합병) 했을 때 나를 비롯해 성공을 맛본 10명 남짓한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 스페이스 에이프(Space Ape)를 창업했다. 스페이스 에이프에서 '사무라이 시즈'를 만들어서 다시 한 번 성공했다. '구글 플레이어 초이스 2014', '신생 최고 개발사' 등등 상도 많이 받았다. '사무라이 시즈는 1천 2백만 명 이상이 플레이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지금까지 성공한 이야기만 해서 그렇지만, 사실 스페이스에이프의 첫 번째 게임은 실패했다. 다만 우리는 그 과정을 버텨내고 인내하며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은 이거다. 창의력, 기술력, 분석력 등 알맞은 역량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패를 이겨내고 실패에서 성공 방향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다.

우리는 최고의 전략 게임을 만들기 위해 '라이벌 킹덤'에 지난 성공 경험과 여러번의 실패에서 얻은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라이벌 킹덤 "전략성과 커뮤니티성을 잡으려 했다."

Q. 그럼 실패에서 얻은 경험으로 만든 '라이벌 킹덤'의 간략한 게임 소개 부탁한다.

'라이벌 킹덤'은 모바일 실시간 전략 게임으로 새롭고 흥미로운 시도의 결과물이다. 폭발적인 액션성과 풍성한 스토리, 환상적인 그래픽을 가지고 있으며 격렬한 멀티플레이 전투와 협력이 요구되는 길드 기반의 커뮤니티성을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특히 '라이벌 킹덤'의 스토리는 '툼레이더' 시리즈와 '미러스 엣지'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리하나 프래쳇(Rhianna Pratchett)이 맡아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라이벌 킹덤'의 독특한 점이라면 모바일 게임에서 찾아 볼 수 없던 퀄리티를 자랑한다는 점이다. 콘솔 퀄리티와 비슷하다고 자부한다. 또한 단순 반복 노동 없이 바로 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과 50명씩 6개의 길드, 총 300명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왕국 전투 시스템도 '라이벌 킹덤'의 자랑거리다.

현재 '라이벌 킹덤'은 출시 3주 만에 250만 명 이상이 즐기고 있으며 애플과 구글에서 모두 피쳐드(featured, 추천)에 올랐다.

[▲ 개발자 다이어리]


Q. 시장에 많은 비슷한 게임들이 존재하는 데 '라이벌 킹덤'의 강점이나 차별점이 있는가.

'라이벌 킹덤'은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더 전략적이고 도전 의식을 자극한다.

'클래시 오브 클랜' 유저라면 누구나 아는 전 세계 일등 유저 조지 야오((Jorge Yao)가 현재 '라이벌 킹덤'의 PM(Product Manager)으로 일하면서 '클래시 오브 클랜' 등 많은 전략 장르 유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개발했다.

우리가 인터뷰했던 '클래시 오브 클랜'의 플레이어들은 "구름만 쳐다 보는 게임이다."라며 불편한 점을 털어놓기도 했다. 대전 상대를 찾기 위해 수십 번 새로운 적은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공격당하기 싫어서 샤워실에까지 아이패드를 들고가야 하는 불편함을 토로하는 플레이어도 있었다.


슈퍼셀과 '클래시 오브 클랜'에 존경심을 가지고 있지만, 플레이어들의 불편을 조금 덜어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플레이어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반복 작업을 모두 없애기로 했다. '라이벌 킹덤'은 병력 생산을 위해 여러 번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고 적을 찾기 위해 몇 시간 동안 구름을 쳐다볼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게임을 실행하고 최소 5번은 바로 전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라이벌 킹덤'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왕국 전쟁 중 더 많은 전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기존의 전략 게임보다 전투가 조금 어렵다는 점도 강점으로 말할 수 있다. 때문에 전투에 도움을 주는 타이탄(영웅)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며 적 기지의 약점을 분석할 수 있는 분석력도 요구된다. 스토리를 진행함에 따라 점점 더 높은 전략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라이벌 킹덤'의 커뮤니티 게임 플레이도 우리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비슷한 장르의 게임을 살펴보면 길드나 클랜은 병사를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단순 채팅방에 지나지 않았다. '라이벌 킹덤'은 '사무라이 시즈'와 클랜 전쟁 콘텐츠를 지닌 몇몇 게임을 참고해 더 높은 단계의 커뮤니티 게임 플레이를 제공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이브 온라인'에서 경험했던 소셜성을 주고자 하는 방향으로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가벼운 카툰 느낌이 드는 동종 장르의 게임보다 진중한 느낌이 드는 진지하고 성숙한 게임이다. 다른 게임들에 비해 조금 더 빠져들 수 있는 진지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게이머의 근본은 같다. "하드코어함으로 한국 유저 공략한다."

Q. 인터뷰를 통해 데이터를 모은 빅데이터가 게임 제작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토비 무어 CTO가 빅데이터의 전문가라고 들었는데 개발 과정에서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매우 분석적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데이터만으로는 플레이어들과 소통할 수 없다. '라이벌 킹덤'의 방향은 창의성과 전략성의 발현이었다.

이러한 방향성을 꾸준히 지키고 살리기 위해 장르를 더 많이 이해해 최고의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사무라이 시즈'에서 어떤 이벤트에 유저들이 열광했고, 어떤 콘텐츠에 더 몰입했는지 데이터를 분석해 '라이벌 킹덤' 기획에 참고했다. 개인 토너먼트 시스템 등이 그 결과물이다.

사실 데이터는 플레이어들이 직접 접하기 전까지는 큰 의미가 없다. 베타 런칭 후 플레이어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획의 가설들이 실제로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검토한다. '라이벌 킹덤' 베타 런칭 후 많은 데이터를 이용해 연구한 결과 1일 차에 플레이어를 길드에 가입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길드에 가입한 플레이어가 게임을 이탈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보다 매우 낮다는 점에 기반에 길드 중심의 게임 디자인을 했다.

이러한 의사 결정을 위해 실시간' A-B 테스트(전체 디자인에서 한 가지 요소에 대한 두 가지 이상의 버전을 시험하여 더 나은 것을 판별하는 기법)'를 이용하고 있다. 플레이어의 모든 활동은 데이터 시스템에 기록되고 게임 엔진은 실시간으로 좋은 방향을 결정하고 게임에 반영한다.

궁극적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어서 자신감을 얻고 있다.

▲ 토비 무어(Toby Moore) CTO


Q. 해외 개발사의 입장에서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한국 시장은 매우 독특한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서양의 흐름은 2012년 한국 시장에 나타난 형태와 비슷하다. 한국의 과금형식, 마케팅 기법 그리고 소셜 유행이 시작되고 있다. 이렇듯 글로벌 회사로서 한국 시장을 이해하고 어떤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한국 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뛰어들어서 경쟁하며 경험을 쌓는 것으로 생각한다.

모바일 기기의 스크린 크기가 한국과 서양 모바일 게임 시장의 가장 큰 차이였으나 요즘에는 서양에도 대화면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되며 차이가 점점 좁아지는 과정에 있다. 또한, 서양의 데이터 연결성도 좋아지고 있다. 한국처럼 항상 네트워크에 접속되는 나라는 아직 선진국에서도 없지만, 주요 도시에서는 네트워크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우리는 주요 국가에 팀을 두고 고객 지원을 하고 있다. 현재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에 팀을 두고 운영 중이며 한국 팀도 곧 가동할 예정이다.

국가별 특성상 발생하는 시장 간의 차이는 마케팅 방법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게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게임의 재미이기 때문에 국가를 넘나드는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 한국에도 외산 게임들이 많이 진출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이러한 움직임이 가속화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일 것이다. 서양 개발사들은 한국 시장이 일본과 미국에 견줄 만큼 거대한 시장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사례가 많지 않아 진출을 어려워하고 있다.

막연히 한국의 순위표를 보면서 공격적인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탑재한 RPG가 성공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장르와 기능의 차이는 표면적인 것일 뿐이며 한국 게이머 역시 서양 게이머와 근본은 같기 때문에 훌륭한 퀄리티를 가진 게임을 제공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Q. 모바일 시장은 글로벌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라이벌 킹덤'에는 한국을 공략할 감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사실 '라이벌 킹덤'이 모두에게 재미있는 게임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라이벌 킹덤'의 어두운 판타지 세계관과 게임 플레이방식, 스토리, 그래픽은 5~10년 전 PC나 웹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감성을 자극한다. '캔디크러시' 시리즈처럼 대중에 어필하는 게임은 아니지만, 당시 게이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매우 매력적인 게임이다.

솔직히 말하면 '라이벌 킹덤'의 주요 타겟은 나와 스페이스에이프의 직원들이다. 모두 오랫동안 게임을 즐긴 하드코어 플레이어들이다. 그러나 직업과 가족이 있고 여러 환경에 의해 PC 앞에 진득이 앉아 게임을 즐기기 어려운 요즘이다.

그래서 모바일 환경에서 하드코어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 존재하며 한국에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Q. 바빠서 PC앞에서 게임을 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진지하게 빠져드는 전략과 진정한 커뮤니티 게임을 원한다면 '라이벌 킹덤'을 한 번 해보길 권한다.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많은 한국 게이머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현지화에 많은 노력을 했으며 한국형 캐릭터인 이순신 장군도 등장한다. 성웅이라 불리는 역사 속 이순신 장군과 마찬가지로 매우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모쪼록 한국의 플레이어들도 하드코어한 전략성을 맛보길 바란다.

▲ 국내 발매판에 등장하는 이순신 장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