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 올 킬러즈가 또 한 번 한국 하스스톤 판을 자신들의 잔치판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슬시호' 정한슬과 '서렌더' 김정수가 28일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2015 레진 코믹스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 시즌2 결승전에 진출한 것이다.


지난 시즌에서 팀 동료인 '팜블라드' 곽웅섭을 4: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 정한슬은 그 기세가 끝을 모를 지경이다. 16강에서 '쿠마' 박태영을 3:0으로 완파한 뒤 가진 승자 인터뷰에서 정한슬은 "이번 시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고, 그 말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정한슬의 실력은 8강에서 더 빛을 발했다. 8강 A조 1경기에서 '미라클' 이상렬을 만난 정한슬은 엄청난 접전을 벌이며 명승부를 연출했다. 특히 3세트에서 정한슬의 방밀 전사와 이상렬의 드루이드의 초장기전 대결이 인상깊었다. 서로 필드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거의 모든 카드를 다 써가며 접전을 벌인 끝에 정한슬이 승리, 기세를 탄 정한슬은 3:1로 승자전에 진출했고 '던' 장현재마저 압도적인 운영으로 3:1로 잡으면서 4강에 진출했다.

정한슬은 4강에서 '코코아' 최민규를 만나 1세트에서 주술사를 꺼내들었다. 불리한 상황에서 로데브를 꺼내 상대의 안토니다스 화염구 쇼를 저지한 뒤 알아키르로 마무리하는 멋진 모습을 보인 정한슬은 4:2로 승리하면서 2회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정한슬은 과거에는 컨트롤 덱을 상대할 때 너무 많은 경우의 수를 따지다가 오히려 소심한 플레이를 하면서 제 발목을 잡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단점마저 극복하고 명실공히 한국 최강의 하스스톤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정한슬은 "결승에 올라온 만큼 우승 욕심이 난다. 2회 연속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같은 팀원인 '서렌더'도 잘하는 선수지만 내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본다. 같은 숙소에 있다보니 아무래도 필살기성 덱은 준비하기 힘들 것 같고 무난한 덱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라며 결승전 각오를 밝혔다.


반면 '서렌더' 김정수는 하스스톤 마스터즈 결승에 처음 얼굴을 비추는 도전자 입장이다. 김정수의 도전은 시작부터 힘겨웠다. 16강에서 '트랜짓' 김건중을 만난 김정수는 상대의 청지기 마법사덱에 당해 명장면의 희생자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수는 포기하지 않고 흑마법사 미러매치에서 승리해 3:2로 8강에 진출했다.

8강 첫 경기에서도 김정수의 시련은 계속됐다. 장현재에게 3:2로 패하면서 패자전으로 떨어져 버린 것. 하지만 김정수는 패자전에서 이상렬을 3:1로 꺾고 최종전에 올라와 자신을 패자전으로 몰아넣은 장현재를 다시 만났다. 최종전 2세트에서 김정수는 상대의 저코스트 하수인에게 필드를 장악당해 대위기에 빠졌지만, 기적의 오른쪽 휘둘러치기를 선보이면서 살아남았다. 기세를 탄 김정수는 3:0으로 복수에 성공하면서 4강에 진출했다.

김정수는 4강에서 이번 대회 최고의 돌풍을 일으킨 '태상' 윤태상을 만났다. 김정수는 3:0까지 상대를 몰아붙이며 결승을 눈앞에 뒀지만, 윤태상의 매서운 반격에 4, 5세트를 내주면서 서서히 따라잡히기 시작했다. 6세트, 김정수의 손님 전사가 유리했던 상황에서 윤태상의 방밀 전사가 2연속 방패 막기를 시전하면서 전황을 뒤집을 준비를 했다. 한 번 더 턴을 내주면 상황이 뒤집힐 수도 있었으나, 김정수는 단 한 타이밍의 킬각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상대 체력을 0으로 만들면서 결승에 진출했다.

김정수는 많은 하스스톤 프로게이머가 인정하는 최강의 선수다. 아직 온게임넷 하스스톤 리그와의 연은 없었지만 다른 리그에서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김정수는 천재형 게이머'라며 오히려 정한슬보다 김정수의 가능성을 더 높게 생각하는 선수도 있을 정도다. 실제로 김정수는 쿠 올 킬러즈 팀에 들어온 후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기 시작했다.

김정수는 "'슬시호' 선수의 독주를 막도록 노력하겠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나를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현재 커리어로 따지면 '슬시호' 선수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게 당연하다고 본다. 결승전에는 나만의 덱을 하나 정도 준비해갈 예정이다"라며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