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인터내셔널5(The International5, 이하 TI5) 그룹 스테이지가 막을 내리고 본선 플레이오프를 향한 여정이 곧 시작된다. 현지 시각으로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주어지는 3일의 휴식 기간 동안 각 팀은 자신들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의 두 팀 MVP 피닉스와 MVP 핫식스 역시 그룹 스테이지를 치르면서 각자 뚜렷한 장단점을 드러냈다.


MVP 피닉스의 가장 큰 강점은 끝을 모르는 폭발력과 전투 능력에 있다. MVP 피닉스는 자신들이 아무리 글로벌 골드와 경험치에서 뒤처진다고 해도 제대로 맞붙은 5:5 한타에서는 쉽사리 밀리지 않았다. 레인전을 상당히 강하게 가져가는 팀 특성상 경기가 잘 풀릴 때는 세계 1티어 팀을 상대로도 압도하는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미드레이너 '큐오' 김선엽의 피지컬은 전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음이 증명됐다. 팀 시크릿과의 경기에서 고통의 여왕을 꺼낸 김선엽은 그 's4'를 레인전에서 찍어눌렀다. 슬라크를 선택했다가 's4'의 마그누스에게 정신없이 솔로킬을 당하고 압도당한 것이 불과 약 1년 전이었다. 안 풀릴 때는 흥하는 만큼 심하게 망하기도 하지만 김선엽의 공격적인 플레이 덕분에 MVP 피닉스는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다. 간혹 아쉬운 판단을 내릴 때도 있지만 이제는 팀이 자신을 키워주면 그에 충분히 보답하는 미드로 성장했다.

MVP 피닉스에게 필요한 것은 'kpii'의 기량 회복이다. 동남아 예선에선 뛰어난 활약을 펼친 'kpii'였으나,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TI라는 무대가 주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를 여러 차례 보였다. 아군이 구조를 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수정의 여인 궁극기 속으로 들어가 자살을 하는 플레이는 다시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


MVP 피닉스와 반대로 MVP 핫식스는 '안정감'으로 대변된다. 극적인 한 번의 한타 대승보다는 상대 영웅을 하나 둘 끊으면서 천천히 플레이를 하는 편이다. 캐리인 '포렙' 이상돈의 파밍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MP' 표노아 역시 큰 기복 없는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저러다 던져서 지는 거 아냐'란 생각이 잘 들지 않는 운영을 선보인다.

게임 내에서 MVP 핫식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1번 캐리 이상돈이다. 캐리로서의 자기자신을 평가할 때는 '캐리로서의 판단력이 부족하고, 파밍은 남들이 하는 걸 보고 그저 따라할 뿐'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캐리로 전향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그 파밍 능력만은 어느 캐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 캐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기 때문에 MVP 핫식스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뒤를 바라볼 수 있다.

다만 게임 초중반, 표노아가 심각할 정도로 고통을 받는다는 점과 멘탈이 약하다는 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MVP 핫식스를 상대하는 팀은 초반에 지독할 정도로 표노아를 괴롭히고, 그 때문에 성장을 하지 못한 표노아는 게임에 영향력을 미쳐야 할 타이밍에 그럴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 사이 상대 미드가 편하게 게임 판도를 뒤흔들면 MVP 핫식스는 거기에 따라가기 바쁘다.

MVP 핫식스는 자신들이 멘탈이 약하다는 점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그걸 고치기는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았다. 게임 내에서 한 번의 판단 실수로 분위기가 상대에게 넘어가면 MVP 핫식스는 모래성 허물어지듯이 무너졌다. 패자전 1라운드는 단판제기 때문에 이런 '멘붕' 현상이 한 번만 일어나면 곧바로 탈락으로 직결될 수도 있기에 이는 보기보다 심각한 사안이다.



한 가지 양 팀에게 공통적으로 보완할 부분은 바로 시야 싸움이다. 세계 1티어에 속하는 팀들의 경기를 보면 자신들이 어느정도 유리해졌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현시의 보석을 구매해 상대의 눈을 가려버린다. 디와딩을 당한 상대는 울며 겨자먹기로 어두운 맵을 돌아다녀야 하고, 유리한 고지를 점한 팀은 이를 와드로 모두 보고 있다가 현장을 덮쳐 격차를 더 크게 벌린다.

하지만 MVP 형제 팀의 경기에서는 이런 모습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유리할 때 현시의 보석을 사지 않기 때문에 상대가 자신들의 정글에 심어둔 와드를 제 때 제거하지 못한다. 상대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연막 물약을 쓰고 MVP의 정글을 덮쳐 킬을 만들며 격차를 점점 좁혀온다. MVP 형제 팀이 유리하던 경기를 역전당할 때는 이 상황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자신들의 정글에 와딩을 당해 사고가 두 번, 세 번 발생한 후 그제서야 구매하는 현시의 보석은 의미가 없다. 이미 역전당해 시야를 빼앗긴 상황에서 현시의 보석을 사 봤자 대기하고 있던 상대에게 기습당해 있는 보석마저도 빼앗길 뿐이다. 현시의 보석이 가장 안전할 때는 바로 팀이 유리할 때라는 것을 기억하고 시야 싸움에서 승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한국 도타2 사상 최초로 키 아레나에 가서 경기를 펼치게 되는 MVP 피닉스와 MVP 핫식스. 키 아레나에서의 경기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연습을 통해 자신들이 지닌 단점을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