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게임을 자처하는 작품들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음악에 많은 공을 들인다는 점이다. 나아가 게임 음악 거장과 함께한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홍보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그만큼 게임에 있어 음악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다.

스튜디오 도마(Studio DOMA)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사용되는 각종 음악 및 사운드를 제작하는 미디어 관련 사운드 스튜디오다.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와의 연주를 비롯해 ‘던전앤파이터’, ‘킹덤언더파이어’, ‘테일즈러너’와 같은 국산 게임에 참여했다. 또한, 중국 최대 IT 기업 텐센트의 음악 제작을 맡으며 텐센트 음악상을 받기도 했다.

대륙의 귀를 사로잡은 '스튜디오 도마'의 양승혁 감독을 차이나조이 2015현장에서 만났다.

▲ 스튜디오 도마 양승혁 감독


■ 스튜디오 도마 - "장면을 지배하는 오디오"
- 중국 거대 IT 기업 텐센트를 견인하고 있는 사업은 SNS와 게임이다. 특히 게임 사업 부분은 텐센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텐센트 음악상을 받을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스튜디오 도마’. 이 이름은 이미 믿음과 동의어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스튜디오 도마’는 음악 제작과 사운드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돈을 버는 것에 몰두하기보다는 작업하는 모든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게임이나 필름에 역동감을 불어넣는 과정이다. 단순히 어울리는 음악을 장면에 입히는 게 아니라 음악을 통해 장면을 더욱 역동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해당 장면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과 느낌을 더욱 부각해주는 요소인 동시에 장면을 지배하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또한, 소리를 넣지 않는 것도 사운드 작업의 일환이다. 헤어지는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일상적인 공간의 소음이 존재하는 카페에서 이별통보를 받았다. 일순간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정적이 흐름으로써 더욱 장면과 감정에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 비슷한 의미로 소리를 덜어내는 경우도 있다.

즉,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오디오적으로 적합한 디자인을 통해 장면을 지배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우리가 그런 작업을 한다.


- 그럼 이런 음악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가.

통상 음악 작업의 경우, 프로젝트를 위해 일시적으로 팀 단위로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우리 회사는 정규직이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라 우리만이 가능한 작업 과정을 거친다.

우선 음악 작업을 하기에 앞서 콘텐츠를 해석한다. 영화든 게임이든 연출자나 감독이 어떤 생각을 표현하고자 했는지를 읽는 과정이다. 의도하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고 어떻게 음악과 사운드를 입혀야 장면이 살아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기획한다. 그다음에 각자 제작 부분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한다.

음악은 기본적으로 창의력에 기반을 둔 창작 작업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돼야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먹고 사는 게 힘들면 버티지 못하니까. 또한, 프로젝트만을 위한 팀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회사의 비전을 직원들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정규직 비율이 높은 회사가 되었고 창의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음악 제작 과정은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스튜디오 도마 그리고 중국 - "언어와 열린 사고"
-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스튜디오 도마’는 어떻게 중국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었을까.

운이 좋았다. ‘던전앤파이터’를 담당하던 텐센트 담당자가 리뉴얼된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를 찾았다. 당시 ‘던전앤파이터’는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150여 곡의 음악을 리뉴얼하는 중이었는데 그때 중국 서비스를 담당하던 텐센트의 관계자 하나가 우리를 좋게 봐줬다. 그렇게 텐센트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과 일하면서 몇 가지 느낀 바가 있다. 한국의 IT 업체들이 야근이 많아서 고생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중국 같은 경우는 엄청나게 높은 경쟁의 벽을 뚫기 위해 더 열심히 한다. 오히려 한국보다 더 열심히 한다. 중국 회사가 게으르다는 말이 어디서 나온 말인지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요즘 중국 회사들은 절대 협업 과정에서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중국 업체와 일을 하면서 제일 놀란 것은 모두 영어를 무리 없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텐센트상하이' 같은 경우, 20명 정도의 오디오 관련자들이 모두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음악 관련 일을 한다고 해서 언어를 등한시하지 않는다. 사실 국내에는 오디오 관련자 중에 기본적인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협업하면서 중국이 국제 표준화가 잘 이루어졌다고 느껴졌다.

음악 작업은 그래픽 작업처럼 바로 눈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서 음악의 미묘한 변화를 대화를 통해 조율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음악을 좀 더 신나게 바꾸어달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세부사항을 정확히 알고 작업을 해야 한다. 음악을 신나게 바꾸기 위해서 템포를 다르게 한다든지, 화려하게 표현한다든지 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므로 정확한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요구에 맞춰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가 중요하다.

더불어 내가 경험한 중국 업체들은 흔히 말하는 대륙 기질이 있다. 좀 더 열려있다고 해야 할까? ‘개방적 사고’로 표현할 수 있겠다. 작업하면서 클라이언트를 설득해야 할 경우도 있다. 처음 요구했던 스타일보다 더 적합한 음악이 있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때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면 중국 업체들은 수긍한다. 한국의 보스문화와는 다르다. 보통 창의력을 요구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고집스러운 면을 가지고 있는데 ‘개방적 사고’를 가지고 상대방과 소통할 준비가 되어있다.

▲ Top10 중 7개가 스튜디오 도마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 스튜디오 도마 그리고 비전 - "깊은 장맛과 같은 음악을 만들수 있도록. "
- 스튜디오 도마에서 제작한 게임 음악은 2014년 TOP 10 모바일 게임 중 7개를 차지한다. 게임 음악에서 만큼은 아마 가장 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그들에게 앞으로의 관심은 무엇일까

AR(증강 현실) 음악 분야에 관심이 많다. 늘 하던 방법과는 다르게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기대치가 높다.

컨트롤러와 토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새로운 사항들을 고려해야만 한다. 컨트롤러에서 발생하는 소리와 토이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표현하면서 무의식중에 두 소리를 분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도전에 적합한 기획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프로가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

이렇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창의력이 요구된다. 우리 ‘스튜디오 도마’는 창의력이 메마르지 않게 하려면 여러 가지 시도를 해오고 있다. 10년간 해온 집단 토론도 창의력을 마르지 않게 하려는 방안의 일환이다.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경우 나이가 먹고 시간이 흐르면서 뒤안길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꾸준히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조직이 되고 싶다. 급한 마음에 한 방을 노리지 말고, 길게 보고 음악할 생각이다. 영상 음악은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깊이가 있다. 장맛과 같은 게 영상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깊은 장맛이 나는 음악을 하고 싶다.




■ 스튜디오 도마 그리고 선배
- 대륙에서 인정받은 사람으로서, 그리고 영상음악계의 선배로서 양승호 감독은 같은 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기본적으로 언어는 필수다. 언어가 된다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악을 기술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멀리 뻗지 못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컴퓨터로 음악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음악의 본질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고 프로그램이나 기술에만 집착하는 경우다. 안타깝다.

중요한 것은 가슴 속에 있는 ‘무엇’이다. 이것을 갈고 닦는 것이 핵심인데 하나의 소스, 하나의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알짜배기 없는 겉멋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무엇’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개방적 사고’를 가지길 권한다. 예술이라는 것이 하나의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 생각에 갇힐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개방적 사고를 가지기가 더욱 힘들다. 그러므로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화가 같은 한국 사람들끼리도 서로의 고집으로 인해 새로운 콘텐츠를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문화가 다른 국가의 기업과 함께 일을 하는데 오죽하겠는가. 비위를 맞춰주라는 말이 아니다. 스스로 개방적 사고가 되어 상황 자체를 아울러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