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인터내셔널5(The International5, 이하 TI5) 그룹 스테이지 최상위권은 '올라갈 만한 팀'이 올라갔다고 할 수 있다. 예상 외의 뛰어난 활약으로 B조 2위를 차지한 CDEC를 제외하면 나머지 셋은 팀 시크릿, LGD, EG로 이번 TI5 최고의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들이다.


A조 1위 LGD는 TI5가 열리기 직전까지 펼쳐진 각종 중국 리그를 휩쓸며 VG를 밀어내고 중국 1위를 차지하고 EG까지 뛰어넘으며 세계 랭킹 2위를 기록했다. CDEC, VG 등 중국 강팀들이 LGD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국 LGD의 우승을 막지 못했다.

LGD는 불과 약 6개월 전 펼쳐진 도타2 아시아 챔피언쉽(이하 DAC) 때만 하더라도 꼴찌를 간신히 면하는 수준이었지만, TI4의 영웅 'xiao8'을 영입하면서 180도 달라졌다. 'xiao8'의 주도면밀한 밴픽과 빈틈없는 오더 하에 똘똘 뭉친 LGD는 리빌딩 후 첫 대회인 VP게임 프로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더 서밋 시즌3 4위에 이어 마르스TV 리그와 i-리그 시즌3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번 캐리 '사일러'와 미드레이너 '메이비' 또한 극강의 피지컬을 보여주면서 LGD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비록 TI5 전까지 치른 거의 모든 공식전이 중국 팀을 상대로만 이루어졌기에 해외 팀을 상대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LGD는 이를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LGD는 한 명의 강력한 리더가 들어오면 팀이 얼마나 강해지는지 몸소 보여주고 있다.


A조 2위 팀 시크릿은 누구나 인정하는 이번 TI5 우승 후보 0순위다. 어느 레인 하나 약점이 없고, 모든 선수가 세계 최정상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 DAC에서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풀리그 단계에서 15전 전승을 기록하며 모두를 경악케 했고, 6.84 패치 후에는 해외 메이저 토너먼트 4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를 평정했다.

팀 시크릿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영웅풀도 엄청나게 넓다. 특히 1번 캐리 '아티지'의 파밍, 교전 능력은 원탑 수준이고, '쿠로키'와 '퍼피'가 버티고 있는 서포터진은 세계 최강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아티지'와 미드레이너 's4'가 시도 때도 없이 레인을 바꿔가면서 경기에 임하기 때문에 상대하는 입장에선 밴픽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TI5 그룹 스테이지에선 가장 전력이 약하다고 평가받는 MVP 피닉스에게 뜬금없이 한 세트를 내주거나 A조 7위를 기록한 프나틱과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체면을 조금 구기면서 LGD에게 조 1위를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팀 시크릿의 전력은 현존하는 모든 도타2 팀 중 최강으로 꼽히는 만큼 그들이 플레이오프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EG는 B조 1위를 기록하면서 북미 도타2의 절대적 원탑임을 다시 한 번 선포했다. EG 역시 약점이 없기로 유명한 팀이다. 나이가 많은 '피어'가 EG의 약점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경기에 임할 때마다 '피어'는 나이를 잊은 듯 날뛰었다. 오히려 노장 '피어'의 다년간 축적된 경험이 EG에게 날개를 달아주기만 했다.

DAC에서 프로 무대 데뷔전을 치른 '수메일'의 피지컬은 TI5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TI라는 무대가 주는 중압감에 짓눌린 듯 DAC때 만큼의 독보적인 활약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수메일'이 프로 무대에 데뷔한지 불과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지금의 활약도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EG가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성적은 3승 4무. EG의 실력을 생각해보면 꽤나 심심한 성적이다. TI 전에 열린 가장 큰 대회인 DAC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EG가 과연 최대 규모 대회인 TI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