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다양한 난이도를 추구한다. 캐주얼한 게임, 어느 정도 어려운 게임, 매우 어려운 게임, 그리고 변태적으로 어려운 게임까지. '프롬소프트웨어'는 그 '어려움'을 무기로 시장에 어필했고, 당당히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한 게임시장의 이단아들이다. '다크소울 시리즈'부터 '블러드본'까지. 프롬소프트웨어의 게임들은 하나같이 뭔가 어색하고, 덜 다듬어진 모습이었지만, 그만큼 매니악한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게임스컴2015이 세 번째 날. 아침 일찍부터 7관의 중앙에 있는 반다이남코의 부스로 발길을 돌렸다. 극 하드코어 게임의 선두주자인 '다크소울'의 세 번째 시리즈를 직접 플레이해보기 위해서였다.

아침도 거르고 뛰어왔지만, 이미 줄은 꽉 차있는 상황, 별수 없이 서서 시간을 보낸 후 자리를 배정받았다. 운이 좋게도 맨 뒷줄. 내가 죽는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나름 마음이 놓인다. 온몸이 긴장되고 심장이 뛴다. '블러드본'에서 뼈저리게 느꼈던 패배감과 굴욕감을 또 느끼기엔 내 자존심이 너무 강했다.


■ 어라? 생각보다 쉬운데…?

데모에서 고를 수 있는 캐릭터는 두 종류. 하나는 전통의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중세 기사님이고, 다른 하나는 한 손에 도끼를 든 조금 바이킹스러운(?) 친구. 어차피 죽음 앞에 공평할 것이지만, 기왕이면 오리지널리티를 살리고 싶어 기사님을 골랐다. 시작한 곳은 첨탑의 꼭대기. 야릇하게 빛나는 세이브 포인트에서 게임을 저장한 후 첨탑 탈출에 나섰다.

▲ 이곳이 데모의 무대

조금 길을 가다 보니 기둥에 절을 하는 정신 나간 친구들이 보여 다정히 썰어주었다. 반격은 안 하는걸 보니 그냥 그런 친구들이다. 문제는 가끔가다 중간에 식칼이나 단검을 들고 있는 녀석들이 있다. 이 녀석들은 날 보면 득달같이 달려드니 조심해서 처리해줘야 한다.

개중에는 거대한 도끼를 든 언데드들도 있는데, 엄청 큰 무기를 들었음에도 무지막지한 속도로 도끼를 휘둘러댄다. 여기서 한번 썰려 리트라이. 다음부턴 절륜한 회피를 통해 문제없이 해결했다. 문제는 길을 가다 만나는 장의사(?)와 같은 녀석들이다. 날 보자마자 굉음을 지르는데, 이 소리를 들은 주변의 적들이 일제히 모여든다. 결국, 여기서 한 번 더 사망했다.

두 번 정도 죽으니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 첫 번째 난관은 문 앞에 멍하니 서 있던 창병. 한 손에 방패를 들고 있는데, 뒤에 석궁병까지 가세하니 도저히 뚫을 수가 없었다. 결국, 문 뒤로 유인해 방패로 창을 쳐내고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방패를 생각하지 못했을 땐 통곡의 벽이 따로 없었다. 마침 다른 시연자들을 보니 이 방패맨을 뚫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친구들이 가득하다. 이상하게 정이 간다.

조금 더 전진했을까? 저 앞에서 나와 똑같이 생긴 녀석이 온다. 풀 플레이트로 몸을 감싼 기사의 모양을 한 적이다. 딱 봐도 강함이 줄줄 흐르는 녀석이라 긴장했지만, 머물러 있을 수도 없다. 결국, 용감하게 돌진을 선택했고, 죽는 데까지 딱 3초 걸렸다.

▲ 이녀석한테 3초만에 죽었다.

하지만 '다크소울3'는 내가 예상한 만큼의 '하드코어함'에는 조금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죽기는 많이 죽었다. 맨 뒷줄에서 바라본 앞줄의 모니터에는 20초 간격으로 'YOU DIE'가 보였다. 머리를 쥐어짜는 시연자들도 종종 보일 지경.

그러나 적의 공격 패턴이 전보다 다양해졌음에도, 적응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공격 동작은 알아채기 어렵지 않았고, 회피 버튼을 누르는 내 반사신경이 제대로 작동만 해준다면 피해 없이 공격을 피해냈다. 생각 외로 밝은 배경 덕분에 '무섭다'는 느낌도 크게 없었다.

■ '스탠스', 무엇에 쓰는 기능인고?

시스템적 부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스탠스'다. L2 키를 눌러 발동시키는 이 기능은, 평소와는 다른 독립적인 전투 자세를 취한다. 도끼를 든 캐릭터는 해보지 못했기에, 방패와 장검을 들고 스탠스를 취해 보았는데, 칼을 양손으로 잡고 비스듬히 선 채 눈높이에 맞춰 칼을 수평으로 눕히고, 첨단은 전방을 겨눈다. 블레이드&소울의 검사가 찌르기 전 취하는 자세랑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이 '스탠스' 상태에서는 공격 모션이 변하는데, 장검의 경우 돌진 후 위로 강력하게 올려치는 공격을 한다. 설명을 보면 알겠다시피 빈틈이 어마어마하다. 혼자 멍하니 서있는 적을 기습해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에는 좋은 기술이지만, 평소에 쓰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큰 자세다. 물론 다크소울3에는 굉장히 많은 무기가 있고, 각자 스탠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스탠스'는 기존과는 다른, 독립적인 전투태세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블러드본'에서 무기를 접거나 펼치는 것과 비슷하게 각자 다른 상황에서 효율적인 전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 몇몇 상황에서 '스탠스'는 높은 효율을 보인다.


■ 전작을 잇는 '프롬'의 변태성은 확실히 어필. 하지만 흥행은 과연?

다크소울3는 분명히 쉬운 게임은 아니었다. 프롬소프트웨어 특유의 하드코어함이 전작보다 조금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 여타 게임들과 비할 바는 아니라는 뜻이다. 갈비뼈만 남은 개들이 달려들 때나, 자신의 몸만큼이나 큰 도끼를 들고 쫓아오는 적을 뒤에 달고 도망갈 때의 그 변태적 전율은 여전하다. 적어도 전작이나 '블러드본'의 명성을 실추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익숙하다.'라는 점이었다. 옆에 서서 게임을 즐기던 브라질 기자는 진짜 쉴 새 없이 죽었다. 처음 나오는 단검맨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죽었는데(솔직히 내가 직접 갑옷을 입고 싸워도 그 녀석은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한테 게임이 너무 어렵다고 불평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까 다크소울 시리즈를 실제로 플레이해보는 건 처음이란다. 불쌍한 친구 같으니.

그러나 '프롬'의 게임을 조금이라도 해본 이들이라면, 굉장히 빠르게 익숙해진다. '다크소울2'때보다는 조금 발전된 그래픽을 보여주지만, 사실 프롬의 전작인 '블러드본'과 다크소울3'는 비주얼적 측면에서 그다지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모르는 이들 눈에는 같은 게임으로 보일 정도다. 이미 비슷한 작품들로 전작을 채운 현재, '다크소울3'는 기존 작품들의 개량은 될지언정, 프롬의 하드코어함을 즐기는 변태 게이머들에게는 또 하나의 무대,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플레이한 버전은 그저 데모에 불과할 뿐이고, 아직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더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 부분은 더 시간이 지나고, 게임이 나와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런고로, '다크소울3'에 대한 평가는 접어둘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적어도 직접 플레이해본 '다크소울3'는 아직 과거의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작품 같다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