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점심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약속이 있던 나는 예정보다 일찍 커피숍에 도착해 SKT T1 K와 나진 블랙 소드의 경기를 지켜봤다. '나그네' 김상문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았다. 어디서 등장한 혜성 같은 신인이길래 롤드컵에서 경기를 치를까? 그것도 '페이커' 이상혁을 상대로... 김상문은 잘했다. 특히, 그라가스를 잘했다.

29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2015 스베누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시즌 대망의 결승전 경기가 열린다. 월드 챔피언십 2013(이하 롤드컵)에서 만났던 '페이커' 이상혁과 '나그네' 김상문이 롤챔스 결승이라는 큰 무대에서 다시 맞대결을 펼친다. 2년전, 둘의 대결을 지켜봤다면 이번 결승전에서 두 선수가 보여줄 시너지를 분명 기대할 것이다. 과연, 이상혁과 김상문의 대결은 어떤 모습일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두 선수가 선택하는 챔피언이다. 당시 롤드컵에서 김상문은 그라가스, 아리, 이상혁은 오리아나, 아리로 다섯 세트 경기를 치렀다. 리메이크 이전 그라가스는 높은 AP 계수의 스킬과 패시브 스킬의 체력 재생력으로 인해 미드 라인의 OP 챔피언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아리 또한 뛰어난 기동력과 높은 화력 덕분에 '죽음 불꽃 손아귀'만 있다면 누구든 암살할 수 있었다.

당시 대세였던 그라가스는 미드 라인이 아닌 정글에 기용되고 있다. 아리는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2년 전처럼 '죽음 불꽃 손아귀'를 통해 스킬 쿨 한 번으로 상대를 암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최근 미드 라인의 대세 챔피언은 빅토르, 아지르, 다이애나 등이고 이상혁은 때에 따라 변칙적인 챔피언까지 선택할 수 있다. 챔피언이 다르니 두 선수의 대결 구도도 다르게 그려질 것이다.

미드 라인 대결 양상도 전과는 다를 것이 예상된다. 당시, 김상문은 미드 라이너로 포지션을 변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챔피언 폭이 넓지 않았다. 김상문은 "당시 롤드컵을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아 아리, 그라가스 두 챔피언만 계속 연습했다"고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2년이 흐르는 동안 김상문은 계속 좋은 기량을 유지하며 챔피언 폭을 넓혔고 카시오페아, 빅토르, 다이애나 등 대세 챔피언을 두루 섭렵했다.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김상문은 롤드컵에서 이상혁과의 1:1 피해교환을 피하고 CS 수급에 집중, 후반 한타 상황에서 활약했다. 요즘 경기 흐름도 미드 라이너에게 가장 중요시되는 것이 안정성이다. kt 롤스터가 정규 리그 2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데는 김상문이 미드 라인에서 든든하게 버텨주고 한타 상황에서 번뜩이는 활약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스프링시즌 자신감 없는 플레이로 비판받던 때와는 180도 달라졌다.

이상혁의 경우, 이번 섬머 시즌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대단한 활약을 보여줬다. 미드 바루스로 보여준 경악할만한 캐리력, 마스터 이, 이렐리아로도 미드에 서는 자신감, 2년 차 베테랑의 경험까지 더해졌다. 이상혁의 활약으로 SKT T1은 섬머시즌 1라운드 무패를 기록했고 롤챔스 최강팀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게다가 이상혁은 지난 스프링시즌 결승전 경기를 치르지 못했기에 이번 대회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다.

롤드컵에서 둘이 펼친 흥미진진했던 대결이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꼭 다시 보고 싶다. 대한민국 최강 LoL 팀을 가리는 자리. 두 선수가 만난다. 섬머 시즌은 언제나 명승부가 연출된 만큼 이번 결승전에도 두 선수의 멋진 대결이 기대된다.


2015 스베누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시즌 결승전 경기 일정

SKT T1 vs kt 롤스터(8월 29일(토) 오후 5시)
5판 3선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