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퀘어에닉스 '타나카 미즈에' 기획자

MMORPG에는 많은 양의 시나리오와 퀘스트가 담겨 있다. 캐릭터를 만들고 1레벨부터 시작해 최고 레벨에 이르기까지, 게이머는 수십, 수 백 가지의 이야기와 해프닝에 직면한다.

'특정 몬스터 몇 마리 잡아오기'나 '열매 몇 개 수확해오기' 식의 소위 말하는 노가다형 퀘스트도 물론 그 속에는 있다. 그러나 메인 스토리를 따라가는 퀘스트가 기본적으로 최우선시되며, 이러한 퀘스트 및 이벤트가 있기에 플레이어는 게임 세계관과 인물관계 등을 쉽게 이해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드래곤퀘스트X'는 스퀘어에닉스가 2012년 8월 2일 선보인 MMORPG로, 패키지 게임으로 주로 출시되었던 다른 시리즈와는 다르게 온라인 게임으로 서비스됐다. 드퀘의 정통성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출시 후에는 '드퀘의 정통성과 온라인의 특징을 잘 가미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드래곤퀘스트X 게임 스크린샷

이러한 퀘스트나 이벤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세덱에서 마련됐다. 스퀘어에닉스 제 6 비즈니스 사업부 소속 '타나카 미즈에' 기획자가 'MMORPG로 감동의 스토리를!: 드래곤퀘스트X의 퀘스트 제작 요점'이라는 타이틀로 강연을 펼쳤다.

그는 강연에 앞서 "드래곤퀘스트X 속 퀘스트는 어떻게 만드는지, 재미있는 게임 플레이를 위해 어떠한 궁리를 하는지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기술적인 어려운 이야기는 없으며, 이를 기대한 분들에게는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네요"라며 편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드래곤퀘스트X - "시리즈 색깔과 MMORPG 특징이 조화를 이루다"

타나카 미즈에 기획자는 파이널판타지12의 이벤트와 퀘스트 시나리오, CS를 담당했다. 파이널판타지13의 이벤트 작업에도 참여했으며, 현재는 드래곤퀘스트X 팀에서 이벤트 기획을 맡고 있다.

장르가 MMORPG인 만큼 드래곤퀘스트X 개발팀은 대규모로 이루어져 있다. 드퀘의 아버지인 '호리이 유지'가 제너럴 디렉터로서 시나리오와 세계관, 게임 디자인 구축에 참여하고 있으며, 디렉터와 프로듀서가 개발팀/운영팀원과 함께 일하고 있다.


2015년 7월 기준으로 드래곤퀘스트X에 적용된 퀘스트는 400개가 넘는다. 이러한 퀘스트를 구현하는데 크게 5가지 분야의 작업이 필요하다. 바로 세계관 설정과 텍스트를 만드는 '시나리오'와 필드와 지도, 탈 것 등을 제작하는 '월드 기획', NPC와 작은 오브젝트를 만드는 '캐릭터 디자인', 컷 씬과 연출을 담당하는 'CS 디자인', 보스 전투나 몬스터 배치를 논의하는 '배틀 기획'이다.

드래곤퀘스트X 제작에는 다양한 파트의 기획자가 참여했다. 퀘스트를 담당하는 '이벤트 기획자'와 몬스터와의 전투를 구상하는 '전투 기획자', 탈것을 도입해 이동 방법을 만들어내는 '월드 기획자', 상점 등의 배치를 담당하는 '라이브 기획자', 의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메뉴 기획자' 그리고 '서버 콘텐츠 기획자'가 있다.

이 중 이벤트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그의 주요 업무는 퀘스트와 메인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나아가 NPC의 등장이나 관리나 텍스트 데이터의 관리도 이벤트 기획자의 몫이다. 필요에 따라 추가 퀘스트나 콘텐츠 기획, 새로운 플레이 방식을 구상하기도 한다.

▲ 이벤트 기획자의 주요 업무는 '퀘스트와 메인 스토리'

"드래곤퀘스트X의 스토리를 게임 일부분으로 인지해 플레이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구현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재미'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드래곤퀘스트 시리즈의 색깔을 담아내려고 했어요. 물론 그 속에서 MMORPG만의 특징을 녹여내고자 했죠"



드래곤퀘스트X 제작 핵심 요소 - 스케줄과 코스트, 퀄리티의 3박자+안정성 확보

이어 그는 드래곤퀘스트X 제작에서 중시했던 4가지 요소를 소개했다. 첫 번째 요소는 '스케줄'이다. 메인 스토리나 메이저 패치 적용을 언제 할 것인지, 서브 퀘스트의 도입은 어떻게 할 것인지, 유저들의 피드백에 따른 퀘스트의 추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다양한 부분에서 최적의 시기를 잡아 스케줄을 정해야 한다. 특히, 유저들의 요구사항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타나카 기획자는 강조했다.

두번째 요소는 '코스트'이다. 콘텐츠의 우선순위나 밸런스를 생각해서 인력/시간 분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상황에 따라서는 기존 데이터나 기능을 사용해 새로운 게임 콘텐츠를 구현할 필요도 있다.

새로운 기능이나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할 때는 주저하지 말고 코스트를 들여야 게임의 '퀄리티'를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필요하다고 해서 무작정 새로운 콘텐츠를 도입하면 안 된다. 유저들이 원하는 드퀘로서의 스타일은 유지한 상태로 새로운 것을 추가해야 한다.

▲ 드래곤퀘스트10 작업에서 중시한 점은 '스케줄과 코스트, 퀄리티의 균형과 안정성'이었다.

"스케줄과 코스트, 퀄리티의 세 가지 요소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떠한 이슈에 대응하느냐에 따라 각 부분에 대한 중요도가 달라집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드래곤퀘스트로서'라는 전제조건 아래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정체성을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제시한 요소는 '안정성'이다. MMORPG라는 장르의 특성상 많은 사람이 동시에 게임을 즐긴다. 그렇기에 유저들의 세이브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드래곤퀘스트X 기획의 9단계 - 시나리오 검토부터 게임 서버 적용까지

그렇다면 드래곤퀘스트X의 퀘스트는 위의 4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어떠한 제작 과정을 거쳤을까? 시나리오가 공개되고 퀘스트가 게임에 적용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타나카 기획자는 크게 9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1. 시나리오 공개: 텍스트나 html의 형태로 프로젝트팀 전원에게 시나리오를 공개한다. 텍스트 파일을 회사 툴을 사용해 전환하면 간단히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1개의 퀘스트에는 1명의 이벤트 기획자가 담당자로 붙는다.

가령 NPC에게 말을 걸 경우의 텍스트를 html로 작성하면, 이후에 해당 대사를 게임 내 NPC 대사로 넣게 된다. 대사를 넣을 때는 단순히 문자를 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해당 대사를 읊는 NPC의 모션도 함께 결정해야 한다.


▲ html로 작성한 텍스트가 게임에는 위(아래 사진)와 같이 적용된다.

2. 기능/리소스에 대한 정밀조사 및 발주: 이벤트 기획자는 이 단계에서 시나리오를 읽고, 이야기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 이벤트가 발생하는 장소나 필요한 기능, 리소스를 확인해서 담당 부서에 요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경 쓰이는 점은 담당자들과 조정하는 것이 좋다.

"제작 초기 단계에서 완성된 형태의 콘텐츠를 상상하고, 이를 토대로 개발 스태프와 조정해 가는 것이 번거로운 수정작업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콘텐츠 완성본의 퀄리티와 직결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기획자들에게 '상상력'은 상당히 중요한 자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도에서 지명을 잘 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간판을 넣는다거나, 부녀관계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머리카락색을 유사하게 구현한다거나, 실내에 들어가면 컷씬이 시작하는데 영상이 끝나고 캐릭터가 어디에 둘 것인지 등 기획자는 상상력을 발휘해 다양한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

▲ 기획자에게 있어 상상력과 경험은 중요하다.


3. 조립: 툴이나 스크립트를 이용해, 퀘스트를 받아서 클리어할 때까지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캐릭터의 동작을 확인해가면서 문제가 있다면 담당자에게 전달해 조정해야 한다.

여러 스크립트를 조합하면서 퀘스트의 시퀀스(흐름)을 만들어 가야 한다. 최소한의 논리를 기반으로 연산하며, 플러그의 흐름을 이해한다면 스크립트 전문 스태프가 없어도 스크립트 파일을 출력할 수 있게 된다.

4. Temp: 조립을 하고 플레이할 수 있어 지면 QA(품질관리부)와 개발 스태프에게 메일을 발송한다. 메일을 쓸 때는 체크해야 하는 요점을 정확히 기재해주는 것이 좋다. 전체적인 진행상황은 표 계산 소프트를 사용해 관리하며, 이와 동시에 '디렉터 확인회'의 일정을 잡는다.


5. 디렉터 확인회: 제작한 퀘스트를 디렉터가 유저로서 플레이하는 자리이다. 퀘스트 제작 스태프들이 모두 모여서 디렉터가 플레이하는 것을 지켜보며, 어떠한 형태로 완성할 것인지를 상상하고 공유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퀘스트 제작에서 다른 어떤 과정보다도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그는 첨언했다.

디렉터를 새로운 콘텐츠를 시연해보는 첫 고객으로 초대해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한다. 게임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어느 부분에서 헤매는 지, 어떠한 부분에서 이해를 못 하는 지 조사했다가 이를 수정한다. 단순히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왜 헤맸는지'를 분석해서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대안을 논의한다.

물론 디렉터로부터의 피드백도 들을 수 있다. 확인회에 모인 스태프가 개선 작업에서의 코스트나 우선순위를 고려해 이후 작업에 대해 확인한다. 전 분야의 담당자들이 모여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신경 쓰이는 점을 즉각적으로 상담할 수도 있다.


6. 요구사항 대응: 완성에 필요한 데이터나 요소를 모두 조합해보는 단계이다. 수정할 부분이 상당히 크거나 디렉터가 고집하는 부분이 있다면, 개선하기 전에 반드시 디렉터에게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좋다. 유저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행하고, 스케줄이 가능한 때까지 계속해서 퀄리티를 향상한다.

7. 프리픽스(PreFIX): 퀘스트를 완성했다면, QA와 개발 스태프에게 메일을 발송한다. 이벤트 기획자의 일은 이 단계에서 끝난다.

8. QA체크: 버그는 프로젝트 관리 소프트로 해결한다. 기획자와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 모든 스태프가 이야기를 하는 채팅룸에 수정 업무와 관련해 모두 보고해야 한다. 정보 공유를 통해 버그의 재발을 방지하거나 여러 이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몰래 수정하는 건 금물이다.

9. 퀘스트 배포: 예정된 날짜에 운영 스태프를 통해 퀘스트가 일반 유저들에게 배포된다. 배포일에는 퀘스트가 문제없이 적용되었는지를 확인하며, 유저들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 테스트를 위해서 배포일에는 개발 스태프들이 한 명의 게이머로서 고객들과 함께 플레이하기도 한다.


▲ 퀘스트 배포 이후 유저들과 함께 즐긴다. 이 때의 감각은 다음 업무에 도움된다.

"한 명의 게이머로서 새로운 퀘스트를 적용하면 일반 유저들과 함께 플레이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것일까?', '무언가 문제가 없을까?'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아요. 유저들이 즐겁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확인하면 그때부터는 마음이 놓입니다."

스퀘어에닉스 사내에서는 '플레이 체험회'의 형태로 퀘스트 배포 이후에 별도의 시간을 가진다. 수많은 개발 스탭들이 모여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의견을 모아 디렉터에게 전달한다. 최종적으로 도출된 결론을 토대로 개선 작업에 돌입한다.




'드래곤퀘스트X'가 나아갈 길 - "유저들에게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는 퀄리티로"

마지막으로 그는 새로운 퀘스트의 퀄리티를 끌어 올리기 위한 4가지 단계와 요소를 짚었다. 우선 퀘스트의 시나리오를 읽고, 완성된 퀘스트를 상상한다. 그 속에서 어떤 부분이 실현하는데 문제가 될지를 찾아낸다.

다음으로는 유저들의 시점에서 개선점을 찾아보고, 개발 스태프와 함께 업무를 조정한다. 특히 '디렉터 확인회'에서 나온 안건을 잘 조사해 두어야 한다. 디렉터가 플레이하는 것을 잘 관찰하고,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모든 의견을 취합해 콘텐츠를 완성, 고객들에게 자신 있게 공개할 수 있는 퀄리티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다듬어 간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퀘스트 및 이벤트가 본 게임에 적용된다.

"개발 스태프가 플레이하면서 느낀 위화감이나 난해한 부분은 일반 유저들도 반드시 느낄 거라고 생각하면서 개선 작업을 해야 합니다. 어디까지 개선해갈 것인지는 담당자의 고집과 끈기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