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에서 새로운 코너 '전설을 찾아서'를 시작합니다. 오래 전 옛날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주었던 전설적인 게임 영상들을 여러분에게 다시 보여드리고자, 묻혀있던 영상을 하나씩 발굴해내어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과거의 레전드 영상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추억에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그의 종족은 나엘이 아니다, '장재호'다


한때 '스타크래프트'의 뒤를 이을 e스포츠계의 거목으로 불리던 '워크래프트3'가 있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크래프트'의 아성을 넘지 못한 비운의 게임으로 알려져있는데, 그럼에도 '워크래프트3' e스포츠 리그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어왔고, 골수 팬들은 끝까지 이 게임을 놓지 않았다. 기존의 전략 게임과 다른 점이 많았던 만큼, 그 독특함에 매력을 느껴 한번 팬이 된 이들은 끝까지 이 게임을 사랑했다.

'워크래프트3'에는 언데드, 오크, 휴먼, 나이트엘프의 네 가지 종족이 있었다. 이들 종족은 제각기 재미있는 상성 관계로 재미있는 별명을 가졌다. 이를테면 '야언X'이나 '사나난' 같은 것. 그런데 사실, '워크래프트3'에는 이 네 가지 종족 말고도 한가지 비공식 종족(?)이 더 있었다. 바로 안드로메다인, '장재호'가 그 주인공이다.

▲[WEG 2005] ToD vs Moon.'블러드캐슬' 영상

일단 공식적으로 나이트엘프 유저였던 장재호는, 초창기부터 온갖 새로운 전술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암울하다 여겨지던 나이트엘프 영웅 라인업을 과감히 버리고 중립 영웅을 적극 활용하는 나이트엘프의 영웅 기용을 확립하면서, 그는 비스트마스터의 아버지가 됐다.

그가 남긴 관광, 아니 명장면들은 너무나 많아서 마치 페르마의 정리처럼 이 기사에 모두 담기엔 여백이 부족할 정도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몇가지 팬들 사이에서 언제나 앞다투어 회자되는 것들 중 하나는 바로 '블러드캐슬'이다. 트위스티드 미도우에서 열린 유안 메를로를 상대로 한 이 경기에서, 장재호는 휴먼 일꾼을 뺏어와 휴먼 알타를 건설, 휴먼 영웅인 블러드메이지와 아크메이지를 이용해 상대를 농락했다. 그가 지구인이 아닌 안드로메다인임이 밝혀진 그날, 그는 '안드로장' 이라는 칭호를 얻게됐다.

▲ VS 박준 위습 엠신공

이를 비롯해 수많은 관광 목록으로 인해(워 러시라던지) 장재호는 새로운 전략으로 상대를 우주 멀리 날려버리는 우주인의 이미지를 굳히게 되지만, 사실 그의 대단함은 비단 새로운 전략 뿐만 아니라 엄청난 컨트롤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의 엄청난 컨트롤을 보여주는 일화라면 바로 위습 엠신공(M키 무빙을 이용해 상대를 둘러싸 움직임을 막는 것), 신들린 제펠린 아케이드 정도가 있겠다.

사실, 이정도 컨트롤은 그의 플레이에서 일상이 된 부분 중 하나였다. 일화를 하나하나 들자면 정말 끝이 없을 정도다. 그런 그의 초월적인 모습들을 표현하기엔 역시 '안드로메다' 같은 외계 말고는 별달리 들어맞는 수식어가 없는 것 같다.

▲Moon vs Sky Zeppelin Micro 제펠린 아케이드

하지만 그런 외계인에게도 끝은 있었으니, 아쉽게도 그의 마지막 '워크래프트3' 경기는 장재호 자신이 원해서 이루어진 은퇴전이 아니라, 더이상 '워크래프트3' 라는 게임이 e스포츠로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만들어진 고별 무대였다. 2013년 WCG, 그는 생애 마지막 워크래프트 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 한국에 종합 우승을 안겨주고 내려왔다. 그리고 그 마지막 경기 이후,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그의 마지막은 눈물 겨웠지만, 전세계 '워크래프트3' 계를 지배한 남자로서 그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앞으로 어떤 게임을 하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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