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FA 계약의 총 액수는 721억에 달한다. 혹자는 사상 최대 돈잔치가 벌어졌다고 하며, FA시장의 물가가 비정상적으로 뛰어올랐다며 선수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FA성공 사례가 드문 투수의 경우 윤성환과 장원준이 각각 80억과 84억으로 계약을 맺었고, 윤석민은 90억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액 FA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불펜 전문 투수인 안지만 역시 65억으로 불펜 투수 중에서 최고액을 갱신했고, 권혁과 배영수도 32억 및 21억 5천만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계약을 맺었다. 작년까지 기아에서 7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던 송은범마저 34억의 거액을 손에 움켜쥐었다. 팬들은 물론 야구 관계자들조차 깜짝 놀라는 금액의 계약이 연이어 맺어진 셈.

매년 투수 FA계약과 관련하여 잡음이 나오는만큼 이들이 과연 시즌에 제 역할을 해줄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은 늘어만 갔다. 하지만 적어도 아래 세 선수에게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FA 먹튀? 우리만큼한 하면 FA 모범생!




■ 삼성의 황태자, 커리어하이 갱신은 이미 이뤘다! 윤성환

삼성은 대체적으로 FA 계약을 잘 맺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윤성환은 역대급 모범 FA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팀에 이바지한 것이 사실이나 FA계약 당시 나이가 34세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의 80억 계약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윤성환은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자신이 왜 80억 가치가 있는 선수인지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다.

올 시즌 16승 7패 방어율 3.39의 성적을 거두며, 이미 자신의 최다승 커리어를 갱신했다. 소화 이닝마저 178이닝을 기록하며 커리어 갱신은 물론 팀 내 최고 이닝을 소화했다.

퀄리티스타트 횟수는 16회로 출전 경기수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고, 삼진을 150개 잡을 동안 볼넷은 단지 28개에 불과할 정도로 효율적인 피칭을 보여줬다.

물론, 피홈런이 23개로 작년에 비해 소폭 상승하였지만, 그만큼 공격적인 투구를 통해 WAR수치가 4.72에 달할 정도로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최근 기세도 좋은 편으로 8월 21일 NC전에서 패한 이후로 4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9월 들어 평균자책점이 2.00에 불과하여 확실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남은 경기가 15경기에 불과하여 20승을 거두는 것은 쉽지 않으나, FA 계약을 맺은 이후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대표적인 모범 FA선수로 발돋움 중이다.



▲ 볼넷 줄 바에 홈런! 상남자 스타일 피처 윤성환




■ 꾸준함의 대명사! 두산 좌완 왕국 건설의 선봉장에 나선 장원준

윤성환과 달리 본래 팀인 롯데 소속에서 두산으로 팀을 옮긴 장원준은 이적 초기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아무리 10시즌 동안 꾸준함을 지켜온 장원준이지만, 기복이 심한편인데다 FA계약 시즌에 평균자책점 4.59로 눈에 띄는 성적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좌완이 부족한 두산에서 84억이라는 통 큰 배팅을 했고, 현재 이 배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12승 10패 평균자책점 3.67로 특별히 눈에 띌만한 압도적인 타이틀은 없지만, 모든 면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좌완이 부족했던 두산에게는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유희관과 함께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켜주며, 이닝까지 확실히 소화하여 좌완 왕국 건설의 일등 공신이 되고 있다.

또다른 인상적인 점으로 타고투저 현상을 감안한 피안타율도 0.265로 그다지 높지 않고, 159.1이닝을 소화하면서 홈런은 단 11개밖에 맞지 않아 위기 관리에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볼넷을 자주 내주는 인상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볼넷은 62개에 삼진은 123개를 잡아내며 수준급의 피칭을 구사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퀄리티 스타트 횟수로 총 17번을 기록하여, 유희관과 함께 해당 부문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말 그대로 눈에 띄지 않는 강자인 셈이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롤코'라는 별명만큼 퐁당퐁당식 투구를 보여주며 팀을 당황하게 하는데, 후반기에 들어서 한 번 좋은 내용의 경기를 펼치면 다음 경기에서는 무너지는 패턴이 담습되고 있다.

이는 8월 들어서며 더욱 확연히 드러나는데, 6월까지 평균자책점이 3.32를 기록했다면 현재는 꾸준히 상승해 3.67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성적으로도 충분히 모범 FA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최고의 FA를 듣기 위해서는 더욱 기복을 줄이는 피칭이 필요하다.



▲ 롤러코스터도 꾸준히 타면 최고의 좌완이 될 수 있다!




■ 마무리가 투수 90억 시대를 연다? 가치에 걸맞는 활약중인 윤석민

올해 FA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선수를 꼽자면 윤석민을 꼽을 수 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소속으로 메이저에 도전했으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국내로 복귀한 윤석민에게 KIA가 90억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으며 순식간에 역대 투수 1위 계약을 갱신한 것이다.

물론 그 동안 팀에 헌신해 온 프렌차이즈 스타로서 어느정도 감안을 한 금액이지만, 더 충격적인 사실은 90억이나 주고 데려온 선수를 팀의 선발이 아닌 마무리 투수로 운용하겠다는 김기태 감독의 발언이었다.

당장 주전 중견수를 비롯한 유격수와 2루수, 포수까지 이적과 군입대, 은퇴 등으로 붕괴된 마당에 온전한 전력이라 할 수 없는 기아에서 마무리 투수를 쓸 수 있는 상황이 나오겠냐는 의견이 팽배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윤석민을 전문 마무리 투수로 기용한다는 방침을 철저히 고수했고, 시즌 막바지에 이르자 이는 결코 틀린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현재 윤석민은 46경기에 등판해 1승 6패 27세이브를 기록하고 있으며, 평균 자책점은 3.25를 기록 중이다. 블론세이브가 6회에 지나지 않아, 삼성의 임창용 다음으로 안정감을 과시하고 있다.

세부적인 성적을 살펴보면 압도적인 마무리라 할 순 없겠지만, 1점차 상황에 등판하여 팀의 승리를 지킨 횟수가 15회에 달하며, 마무리투수임에도 불구하고 팀을 위해 1이닝 이상 투구를 여러차레 던졌다. 신인 선수들로 채워진 팀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은 물론 팀의 승리를 지켜내는 수호신 역할을 당당히 해낸 것이다.

특히, 지난 10일 두산전에서 달성한 27세이브는 2008년 한기주가 작성한 26세이브를 넘은 구단 최다 세이브 신기록에 해당된다.

보이진 않지만, 팀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생각한다면 김기태 감독이 손수 윤석민에게 손을 잡고 인사를 하는 장면은 충분히 팀으로서 공감이 간다. 내년 시즌에는 다시 선발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으며, 올 시즌 성적을 놓고 보면 KIA의 90억 투자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 보이는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팀의 수호신 윤석민 역시 활약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