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그에게 '반짝'은 없다.

테란이나 프로토스는 당시 밸런스와 맵, 그리고 철저한 준비성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반짝 스타'들이 간혹 있었다. 하지만 저그는 테란과 프로토스의 온갖 필살기성 전략에 백 번, 천 번, 당해봐야 그제야 해법을 찾고 대처할 수 있다. 진정한 대기만성형 종족. 그게 저그다.

웬만한 끈기가 아니고서야 저그로서 오래 살아남긴 그만큼 힘들다. 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소위 말하는 S급 저그들은 꾸준히 잘한다. 기복이 테란이나 프로토스에 비해 심하지 않다는 뜻이다. 저그라는 종족 자체가 먼저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것보다 상대가 준비한 전략을 빠르게 눈치채고 맞춰가는 종족이라 그런 것도 있다.

한지원은 진짜 저그스러운 선수다. 저그에게 필요한 끈기와 눈치, 단단함, 피지컬 등 기본요소를 모두 갖췄다. 한지원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오래전부터 '잘하는 선수'라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유독 개인리그와는 인연이 없었다.



한계라고 생각했다. 기본기에 의존하는 저그들의 한계. 그러나 한지원은 2015년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변했다. 정석, 운영과 거리가 먼 올인도 사용할 줄 알게 됐고, 가끔은 전략적인 승부도 걸며 상대방들을 더욱 혼란시켰다.

단순히 올인과 전략이라는 카드를 얻은 게 아니었다. 이 카드들은 자신의 기존 무기였던 운영을 더욱 빛나게 해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원은 2015 스베누 GSL 시즌2 결승전 무대에 올랐다. 비록 정윤종에게 패배하며 준우승에 그쳤지만 좌절하지 않고 현재 2015 핫식스 GSL 시즌3 4강, 2015 스베누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 시즌3 결승전에 올라있다.

이쯤 되면 보여줘야 한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한지원이 그동안 흘려온 땀이 우승이라는 달콤함으로 꼭 보상받길 바라본다.


2015 스베누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 시즌3 결승전

한지원(Z) VS 김준호(P) 7전 4선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