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퀘스트 빌더즈’(이하 빌더즈)는 기존의 드퀘와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작품입니다. 드퀘의 캐릭터와 몬스터 등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게임 구성이 마인크래프트와 동일해 일각에서는 ‘마인크래프트 드퀘 스킨판’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이번 TGS에서 개발자가 “모 게임과 너무 동일한 방식 아니냐. 법적인 문제는 없겠냐”며 진심으로 걱정하는(!) 질문을 받고 굉장히 당황했다는 말이 들려올까요. 시작부터 너무 쎈거 아니냐고요? 사실인데요 뭐.

시연대에 있는 패드를 잡으면 사실 좀 막막합니다. 혼자 덩그러니 놓여있거든요. 왼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이동, 오른쪽 스틱으로 시점 조정을 하며 근처 건물로 들어가 상자에 있는 설계도와 재료들을 습득한 후 건물을 올리는 것까지가 시연 내용입니다. 건물을 올릴 때 맨땅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설계도’가 있어 바닥에 블록 놓을 자리를 미리 알려주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칸에 맞춰 입력하는 것만으로 쉽게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 설계도를 통해 쉽게 건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전투는 정말 기본만 갖추고 있습니다. 액션을 강조한 게임이 아니다보니 전투에 배정된 키도 몇 개 없지요. 움직이면서 칼을 휘둘러 전방을 공격하는 것 외에 다른 내용은 없었습니다. 물론 캐릭터가 성장함에 따라 다양한 스킬, 혹은 마법이 생겨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질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모습이긴 합니다.

조작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물건을 들고 있을 때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을 돌리면 제자리에서 돌면서 위치를 잡는데, 물건을 놓는 키는 △이기에 엄지손가락을 다시 움직여줘야 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막상 패드를 잡아보면 물건을 놓을 때마다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은근히 거슬릴 것입니다.

개발사도 이런 부분을 알고 있었는지 왼쪽 아날로스 스틱을 이용, 움직이면서 △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동일 물건을 연속해서 내려놓는 기능을 넣긴 했지만 아무래도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게임에서 물건을 들고 놓는 것을 가장 많이 할 테니까요. 차라리 L이나 R 키로 물건을 놓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사냥, 혹은 채집을 통해 큐브 형태로 존재하는 재료를 수집하고 그들을 사용해 원하는 건물이나 장비를 만든다는 일련의 과정은 마인크래프트와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하지만, 빌더즈에는 마인크래프트와 비교되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스토리와 퀘스트이지요.

샌드박스형 게임의 장점은 플레이어가 생각하는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지만, 이렇게 광활한 콘텐츠는 게임을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에게 커다란 장벽으로 다가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 오히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해야 할까요.

빌더즈는 이 부분에서 스토리와 퀘스트를 제공함으로써 굉장히 친절하게 접근합니다. 꼭 무언가를 만들지 않아도 그저 스토리를 진행하기만 해도 드래곤퀘스트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다양한 퀘스트를 받아가면서 진행하면 지금까지의 RPG와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빌더즈의 본질은 ‘RPG’입니다. 블록을 부수고 다시 쌓는 형태를 차용하고 있을 뿐, 스토리와 퀘스트를 즐기며 캐릭터를 육성합니다. 게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형태가 마인크래프트일 수도 있지만, 마인크래프트의 모습만을 본다면 드래곤퀘스트를 볼 수 없습니다. 모순일 수 있지만, ‘스토리와 함께 즐기는 샌드박스 게임’. 빌더즈가 추구하는 것은 그게 아닐까 합니다.